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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공작 3화

무료소설 구름공작: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470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구름공작 3화

제1장 돌아온 아카데미 (2)

 

 

“너 이름이 뭐냐?”

 

“훌쩍, 레이온.”

 

“너 이름이 뭐냐?”

 

“훌쩍, 레이온.”

 

옛날의 추억과 똑같이 콧물을 삼키며 대답하는 모습에 이레스는 또 한 번 실소를 흘리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40년 전만 해도 레이온 왕은 세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인자한 왕이 아닌 학생들에게 맞고 다니는 찌질이 왕자였다.

 

소심해도 너무 소심하여 그의 아버지였던 13대 테라인 왕이 성격 좀 바꿔보자고 왕자라는 신분을 숨겨 아카데미까지 보낸 것을 보면 말을 다했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야.”

 

“으, 응?”

 

힐끔힐끔 자신을 쳐다보던 레이온이 깜짝 놀라 대답하자 이레스는 다짜고짜 하늘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게 뭔지 알지?”

 

“하, 하늘?”

 

“저거.”

 

레이온이 다시 고개를 돌려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한 부분을 바라보았다.

 

“태, 태양?”

 

“응. 태양.”

 

이레스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손가락으로 한곳을 가리켰다.

 

“그럼 저건 뭐냐?”

 

“구름.”

 

갑작스러운 이야기 전환이었지만 자신의 말에 대답을 해주며 마음의 진정이 왔는지 레이온이 말을 더듬지 않고 대답하자 이레스는 만족한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 구름이야. 그 구름이 나야. 이리저리 흘러 다니고 그 누구도 막지 못하는 것이 딱 나와 비슷하지. 그리고.”

 

“…….”

 

“태양이 너다.”

 

레이온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듯이 이레스를 바라보자 그는 천천히 눈을 감으며 말했다.

 

“하늘에 떠 있는 태양이 숨을 수 있는 곳은 하나뿐이야. 구름. 그러니까 네가 태양이고, 내가 구름이다.”

 

“…….”

 

“사람들에게 따뜻한 햇볕만 보내줘라. 네가 보고 싶지 않은 부분은 내가 모두 가려주고 사람들이 원망을 하면 내가 다 받아 줄 테니까.”

 

“으, 응.”

 

대충이나마 자신을 지켜준다는 이야기로 생각했는지 레이온이 작은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이자 이레스는 짜증난다는 듯이 한쪽 눈을 치켜뜨며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그러니까 좀 찌질하게 살지 마. 내가 너 때문에 얼마나 고생하는지 모르지?”

 

“나, 난 너 처음 보는데?”

 

이레스가 피식 실소를 흘리더니 양손을 포개 주먹을 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난 나를 모르는 너와는 달리 40년 동안 너를 보좌했었거든. 그리고 그 40년 중에 3년을 너의 찌질함을 고치는 데 보냈고, 기껏 높은 자리에 올랐음에도 가끔 찌질한 모습을 보였을 때 그것을 가리기 위해 네 부탁은 모든 들어줬었다. 고맙지?”

 

“으, 응.”

 

“고마워서 소원이라도 하나 들어주고 싶지?”

 

“응? 응…….”

 

아직도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는 알 수가 없었지만 자신을 괴롭히던 아이들을 단 한 방에 무너트린 아이가 몸을 풀고 있으니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는 레이온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실수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역시 고마운 것을 모르면 그게 인간이냐? 짱돌로 만든 골렘의 대가리를 장착한 키메라나 다름없지.”

 

“그, 그렇지…….”

 

“그러니까…….”

 

이레스가 고개를 좌우로 꺾더니 천천히 발을 들었다.

 

“몇 대만 맞자.”

 

“주, 주먹을 풀었는데 왜, 왜 발을…….”

 

“돼지 새끼가 좀 뚱뚱해야지. 주먹질 한번 하는데도 손목이 꺾일 뻔해서 잘 안 움직여.”

 

“그, 그래도.”

 

“이 악물어라. 강냉이 부러지니까.”

 

퍽퍽퍽!

 

“아오! 이 찌질의 대명사 같은 자식아!”

 

퍽퍽!

 

“내가 너 때문에 고생한 것을 생각하면 한 50년은 때려줘야 돼! 알아!”

 

퍼퍼벅!

 

“모르지, 모를 거야. 그러니까 좀 맞자!”

 

퍼퍼벅!

 

* * *

 

“훌쩍.”

 

“나 잘 거니까, 어떻게 하면 안 찌질해지는지 잘 생각해봐.”

 

“훌쩍.”

 

10분간의 구타를 끝으로 이레스는 양 무릎을 감싼 채로 울상을 짓는 레이온에게서 시선을 떼며 후련하다는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았다.

 

아카데미를 졸업하기 몇 달 전까지 장난 식으로 때린 적은 있었다. 하지만 졸업을 하기 직전, 레이온의 신분이 밝혀지며 왕성으로 돌아가서 그를 지키기 위해 왕권파의 수장이 되어 그를 보필할 때에는 아무리 찌질하게 굴어도 용서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귀찮은 일을 울면서 부탁해도 그냥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후회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졸업하기 전, 그러니까 신분이 밝혀지기 전에 한번 제대로 밟아줄 걸 하는 생각을 말이다.

 

속이 시원할 정도로 제대로 구타했던 이레스는 여전히 콧물을 삼키고 있는 레이온의 소리를 들으며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대지는 사람이고, 대지는 빛이 없으면 죽어버려. 그러니까 나중에 커서 뭐가 되든 간에 넌 태양이 되어야 해.”

 

“……패앵!”

 

감명받고 어떠한 소리도 내지 않는다 생각했는데 그저 코가 막혀서 코를 풀려고 조용한 것으로 밝혀지자 이레스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옆으로 몸을 돌렸다.

 

“나 이제 간다.”

 

“훌쩍. 응.”

 

“맞고 다니지 좀 말고.”

 

“응.”

 

“그리고 고마웠다.”

 

“응?”

 

이레스는 레이온에게 반문을 하는 대신 천천히 꿈나라로 향하며 생각했다.

 

죽기 직전에 꾼 꿈이었지만 이 꿈 하나로 속이 시원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니 이제는 편안하게 천국이든 지옥이든 갈 수 있을 거 같았다.

 

편안하게…….

 

편안하게…….

 

이레스가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편안하게 눈을 감으며 자신의 곁을 스쳐 지나가는 시원한 바람과 바람을 타고 다가오는 꽃의 향기를 맡으며 잠에 빠져들 때였다.

 

“……저기.”

 

‘아직도 꿈이 안 깼나? 거참, 신도 고만 끝내주지.’

 

“왜.”

 

“저녁인데…….”

 

“기숙사로 돌아가자고?”

 

“응.”

 

레이온의 대답에 작게 한숨을 내쉰 이레스는 천천히 눈을 뜨고는 상체를 일으켜 세우려다 행동을 멈추며 눈을 찌푸렸다.

 

‘뭔가…… 이상한데.’

 

꿈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생생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돼지와 멸치라는 별명으로 유명했던 레빈 형제를 구타했을 때의 감촉(?)도 그렇고 진짜 잠에 들었는지 잠깐 한기가 느껴지는 것도, 레이온에게 40년 동안 묵은 스트레스를 풀 때의 감촉도 실제와 똑같았다.

 

“…….”

 

“……에취!”

 

이제는 밤의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레이온이 재채기를 하자 이레스는 천천히 고개를 돌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어리바리한 레이온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지금은 희미했던 어렸을 때의 얼굴이었다.

 

“레이온.”

 

“응?”

 

“나 한 대만 때려봐.”

 

“으, 응?”

 

“그냥 평범하게 한 대만 때려봐.”

 

“……시, 싫어.”

 

자신을 구타하던 10분간의 스트레스 해소가 큰 충격으로 다가왔는지 레이온이 고개를 젓자 이레스는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안 때릴 테니까. 한 대만 때려보라고.”

 

“지, 진짜?”

 

“응. 진짜.”

 

“그럼…….”

 

작은 목소리와 함께 말을 흐린 레이온이 천천히 손을 들고는 손바닥을 편 채로 다시 물었다.

 

“진짜 안 때릴 거지?”

 

“아놔! 좀 때려봐!”

 

쉬이익!

 

짝!

 

“이 거꾸로 뒤집어버릴 박쥐 새꺄, 아프잖!”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싸대기를 날리는 레이온을 향해 왼쪽 뺨을 만지며 소리치던 이레스가 무언가를 느끼고는 멍하니 레이온을 바라보았다.

 

“때, 때리라매.”

 

이레스가 이번에는 주먹을 쥐고 자신의 오른쪽 뺨을 때렸다.

 

퍼어억!

 

“아, 아프다?”

 

어이없다는 듯이 중얼거리던 이레스가 멍하니 레이온을 바라보았다.

 

주먹을 쥐기에 자신을 때린다고 생각했는지 눈을 감고 있던 레이온이 어떠한 고통도 느껴지지 않자 한쪽 눈을 살짝 뜨며 변명했다.

 

“때, 때리라고 했잖아. 그래서 때렸는데.”

 

“…….”

 

“……미안해.”

 

“하하하!”

 

뭐가 뭔지는 하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고통도 느껴지고 때리던 감촉도 아직도 생생하게 느껴졌으며 차가운 밤바람도 확실하게 느껴졌다.

 

자신도 모르게 큰 소리로 웃음을 터트린 이레스는 작게 미소를 지으며 레이온의 양쪽 어깨를 움켜잡았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과거로 돌아온 거 같았다.

 

그것도 꿈이 아닌 실제로 돌아온 거 같았다.

 

이레스가 미소를 지으며 레이온의 어깨를 붙잡았다.

 

“이번엔 반드시 지켜주마.”

 

“으, 응?”

 

“걱정 마라. 진짜 구름이 되어 줄 테니까. 그러니까.”

 

이레스가 음산한 미소를 지으며 그의 다리에 자신의 다리를 걸어 부여잡고 있던 어깨를 밀어버렸다.

 

쿵!

 

다리에 걸려 넘어진 레이온이 당황하며 이레스를 바라보았다.

 

이레스는 그런 레이온을 향해 음산한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다시 한 번 목을 풀었다.

 

“몇 대만 더 맞자.”

 

“시, 싫어!”

 

“닥쳐! 내가 너 때문에 고생한 게 몇십 년이다!”

 

퍼버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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