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공작 2화
무료소설 구름공작: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453회 작성일소설 읽기 : 구름공작 2화
제1장 돌아온 아카데미 (1)
“이 새끼는 뭔데 나무 밑에서 쳐 자고 있는 거야?”
“신입생 아냐?”
“2학년인…… 야, 이레스다.”
“이런 씨. 야, 텨!”
죽음의 고통을 느껴 눈을 감고 있던 이레스는 고통이 사라지고 시원한 바람이 온몸을 감싸며 다양한 음성이 귓속을 파고들자 인상을 작게 찌푸렸다.
“역시 천국도 사람 사는 곳이라 그런지 더럽게 시끄럽구나. 아니 지옥인가?”
“쟤 뭐라는 거야?”
“야, 수업 늦겠다.”
“어? 어.”
다시 들려오는 사람들의 소리와 뛰어가는 사람들의 발소리를 듣고 있던 이레스가 자신도 모르게 천천히 눈을 뜨며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
뛰어가는 사람들을 따라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린 이레스는 거대한 건물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다시 바닥에 누우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무슨 천국이라는 곳이 옛날에 다니던 아카데미와 똑같노.”
타다닷.
계속 자신의 옆을 지나가는 사람들을 무시한 채 하늘을 올려다보던 이레스는 다시 한 번 고개를 갸웃하며 하늘을 가리고 있는 나뭇가지들을 바라보았다.
나뭇가지에는 작지만 분홍색 꽃이 사람들을 반기듯이 활짝 펴 있었다.
암살자들과 싸우기 전에 봤던 나뭇가지는 꽃은커녕 겨울의 추위를 이기지 못하여 봄이 왔음에도 잎사귀도 자라지 않은 썩은 나뭇가지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금 그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분명 분홍색 꽃을 달고 있는 나뭇가지였다.
예전에도 본 기억이 있었다.
“40년 전 입학과도 같구나. 허허허.”
40년 전에도 자신은 이곳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옛날과 똑같은 광경에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흘리던 이레스는 갑작스레 입을 꾹 다물며 또 한 번 고개를 갸웃했다.
“아아아.”
목소리가 변했다.
베개로 쓰고 있었는지 저려오는 오른팔을 얼굴 위로 들어 올리자 수련과 수련을 거듭하여 얻었던 영광의 상처들이 사라지고 평범한 아이의 팔이 눈에 들어왔다.
“어렸을 때 모습으로 바꿔준 것인가? 천국은 참 좋은 곳이군.”
지옥보다는 천국에 가깝다는 느낌이 들자 천국이라는 곳이 궁금해졌던 이레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았다.
많은 소년소녀들이 작은 문에서 튀어나와 거대한 건물을 향해 뛰어가고 있었다. 부모님과 함께 달리는 모습도 간혹 보였다.
모두 같은 복장이었지만 누구는 검을 차고 있고 누구는 거대한 책을 들고 뛰어가는 모습이 지각을 한 학생들의 모습과 비슷했다.
“……꿈인가?”
이제는 천국이라기보다는 옛날과 똑같은 상황과 기억이 꿈으로 나타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 그의 머릿속으로 사람은 죽을 때 자신의 추억이 담긴 꿈을 꾼다는 호위기사의 말이 떠올랐다.
“꿈이라면…….”
작게 중얼거린 이레스는 가만히 생각을 하는 듯 턱을 쓰다듬다 자리에서 일어나 엉덩이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었다.
신입생 입학식 날 사건이 있었다.
얼마 남지 않은 추억 중에 바꾸고 싶었던 추억의 사건이었다.
엉덩이를 툭툭 털고 손바닥을 마주쳐 먼지를 털어낸 이레스는 아카데미의 본관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본관에서 약간 떨어진 별관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아카데미의 생활을 즐기고 싶지 않았던 이레스는 수업을 빼먹고 별관 옥상에서 잠을 자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그것은 신입생 입학식 날에도 똑같았고 그때 하나의 추억을 가지게 되었다.
“야. 지금 내말 무시하냐?”
별관에 도착하자마자 옥상을 올라가는 대신 별관 뒤편으로 걸음을 옮기던 이레스는 귓속을 파고드는 걸쭉한 음성에 걸음을 멈추고 피식 실소를 흘렸다.
“죽으면 보여준다는 꿈이 확실한가 보군.”
과거의 기억이 꿈으로 나타난 것이 확실했다.
작게 중얼거린 이레스는 다시 자신의 귓속을 파고드는 음성에 집중하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100실버가 필요하다고 했었나?”
“내가 급하게 필요하니 100실버만 빌려 달랬지!”
이레스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거친 음성이 소리쳤다.
“빌려준다고 했었나? 아니다. 없다고 했지.”
“지, 지금은 없어.”
“아놔~ 야, 선배를 물로 보냐?”
걸쭉한 음성 옆으로 변성기가 진행되는 도중인 듯한 날카로운 저음의 음성이 들려오자 이레스는 그다음 말을 떠올리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저럴 땐 미안하다고 하면 되지, 장난 안 쳤다는게 뭐냐. 에휴.”
“자, 장난 아닌데.”
“뭐, 뭐?”
어이없다는 듯이 날카로운 목소리가 버럭 소리치자 이레스는 또 한 번 한숨을 내쉬고는 모서리를 지나 별관의 옆에서 별관의 뒤편으로 이동했다.
눈에 들어오는 것은 자신의 동급생으로 추정되는 열심히 과자를 먹고 있는 뚱뚱한 소년과 뼈와 가죽으로만 이루어진 듯한 빼빼 마른 소년이었다. 하지만 그의 시야에 더욱 잡히는 것은 빼빼 마른 소년이 신입생으로 보이는 열다섯가량의 금발의 소년을 향해 손을 들어 올리는 모습이었다.
탓!
이레스가 땅을 박차며 달려가더니 빠른 속도로 내려치는 손바닥보다 먼저 소리쳤다.
“야!”
“……응?”
두 소년이 동시에 고개를 돌려 이레스를 바라보는 순간 그가 땅을 박차며 허공으로 튀어 오르더니 한쪽 무릎을 내밀었다.
“이 멸치 같은 새꺄!”
퍼어억!
“커어억.”
이레스가 내민 무릎이 정확하게 안면에 박히자 소년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뒤로 넘어졌다.
“으아아악!”
뚱뚱한 소년이 지금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는지 과자를 손에 든 채로 눈만 껌뻑이자 이레스는 안면을 부여잡은 채 바닥을 뒹구는 멸치 소년에게서 시선을 떼며 한숨을 내쉬었다.
“멸치 볶음 새끼들은 여전히 할 게 없어서 꼬맹이의 돈을 뺏고 있네?”
“너, 너, 너 누구야!”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말하는 뚱보 소년의 모습에 이레스는 주먹을 강하게 말아 쥐고 아래에서 위로 강하게 올려쳤다.
“오크도 죽이면 죽였지 애들 돈은 안 뺏는다, 새꺄!”
퍼어억!
주먹이 그대로 뚱보 소년에 턱을 가격하고 하늘로 올라가는 순간 뚱보 소년도 몸이 잠깐 떠오르는가 싶더니 빠른 속도로 바닥에 떨어지며 턱을 부여잡았다.
“아아악!”
“……아오, 더럽게 아프고, 더럽게 시끄럽네.”
옛날에는 귀찮을 거 같아서 무시하고 옥상으로 올라갔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꿈이니 추억 하나 바꾸자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왜냐. 꿈이기 때문이다.
이레스가 두 소년을 보며 인상을 찌푸리다 양팔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있는 금발의 소년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히끅!”
아주 순진의 대명사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순하고 예쁘장하게 생긴 금발의 소년은 이레스의 시선에 깜짝 놀랐는지 딸꾹질을 하며 뒤로 물러났다.
이레스가 그런 소년을 바라보다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어떻게 이런 찌질이와 친해질 수 있었는지 의문이라니까.”
“히끅.”
* * *
고통을 호소하는 극과 극을 달리는 두 소년을 내버려둔 채 금발 소년의 팔을 잡고 끌고 간 이레스가 도착한 곳은 보건실이 아니라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별관의 옥상이었다.
맞기 직전에 도착한 것인지 상처가 없었기에 보건실이 아닌 별관의 옥상을 선택한 것이었다.
“읏차!”
옥상에 도착하는 것과 동시에 대자로 뻗어 하늘을 올려다보던 이레스는 안절부절 못하는 금발의 소년을 바라보다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야.”
“예? 예!”
깜짝 놀라 존대로 대답하는 금발 소년의 모습이 지금과는 다른 옛날의 기억을 떠올려 실소가 흘러나왔다.
꿈에서 바꿔버린 지금의 추억과는 다르지만 소년과 처음 만난 곳은 반년 후 두 소년에게 얻어맞고 울고 있는 소년을 별관 옥상으로 불렀을 때였다.
그때는 울고 있었지만 지금은 울상을 짓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