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9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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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07회 작성일소설 읽기 : 소드 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96화
소드마스터가 마법사로 눈을 뜸
196화. 시작과 끝 (2)
마법사의 한계는 7레벨까지.
마법사들에겐 너무나도 보편적이고 기본적인 상식으로 생각되는 것이었다.
사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 7레벨조차도 마법의 시초라 불리는 테르파티스, 딱 혼자만이 올랐던 전설 속의 단계다.
당연히도 7레벨은커녕 6레벨이 한계였던 인간의 마법사들은 7레벨 이상의 단계를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니었죠. 당신도 7레벨이니 아실 겁니다. 7레벨에 오르는 순간, 그 위의 단계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죠.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니라도 자연스럽게 말입니다.”
“그래. 분명 그랬지.”
유렌은 담담히 입을 열고 있는 레니안의 말에 동의했다.
7레벨에 오른 후, 이 위의 단계가 있음을 뚜렷이 느꼈으니까.
하지만 지금 유렌에게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이길 가능성이 안 보이는군. 놈이 정말로 8레벨이라면.’
지금 그의 마음속은 부정적인 감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사실 놈이 7레벨이라고 해도, 승산은 높게 봐야 절반 정도 수준이었다.
마법에 있어서 놈이 이쪽보다 훨씬 익숙했으니까.
그런데, 거기에 더해 레벨까지 높다는 것은, 이미 기본적인 능력 자체가 엄청난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물론 유렌은 포기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승산이 한없이 낮아지자, 동시에 마음 깊은 곳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부정적인 감정까지 모두 막아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 윗 단계는 보이기만 하는 거였지, 실제로 그 거리는 너무나 멀어 보이더군요. 그래서 그곳에 닿는데 참 고생하긴 했었습니다. 그것도 커다란 충격을 받고 나서야 겨우 올라갔지요.”
우우우웅-
7레벨에서 벗어났다는 선언 이후.
레니안이 더는 자신의 마력을 억제하지 않는 것이 느껴졌다.
꽈악-
그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강대한 마력에서 나오는 압박에, 유렌은 주먹을 꽉 쥐며 몸을 살짝 움츠리고야 말았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무언가 어색함을 동시에 느꼈다.
‘…음? 이 정도라고?’
아무리 몸의 단련도 같이했다지만, 7레벨에 도달한 지 얼마 되지 않는 자신이 8레벨에게 이렇게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8레벨의 경지가 겨우 이 정도일 리가 없으니까.
‘필시 7레벨과 8레벨은, 6레벨과 7레벨 이상의 차이가 날 터. 하지만 이건….’
6레벨과 7레벨만 해도, 말 그대로 하늘과 땅 차이다.
단순히 강한 인간과 그를 초월한 존재를 따로 분류해도 좋을 정도로 말이다.
유렌 자신만 해도 베르헨의 6레벨 마스터 마법사들을 불러 압도적인 퍼포먼스도 보여주지 않았던가.
그런데 8레벨에 도달한 자가, 7레벨에 도달한 자신과 겨우 이 정도의 차이다?
그럴 리 없다.
“…큭큭.”
그런 유렌의 반응을 눈치챘는지, 무표정하던 레니안의 얼굴에 다시 얇은 웃음이 생겨났다.
조금 전까지 그냥 표정만 짓던 웃음이 아닌, 진심 어린 웃음으로 말이다.
“역시 눈치가 빠르시군요. 그렇다면, 제가 이렇게 말하면 바로 눈치채실 듯합니다.”
레니안은 바로 자신의 주변에 꿀렁이는 마력을 모아, 하나로 모으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 마력들은 심하게 뒤틀리고 비틀어져 갔다.
쿠우우웅-!
겨우 마력을 조금 모은 것에 불과했지만, 유렌은 그 행위로 인해 땅 전체가 진동하는 것을 느끼고, 서둘러 뒤로 물러났다.
그러는 도중에도 유렌의 귀에는 담담한 레니안의 말이 계속 들려왔다.
“저는 현재 8레벨이 아닙니다. 예전에 한 번 닿았다가, 이 몸은 아니죠. 그저 8레벨을 경험한 7레벨. 즉, 굳이 말하면 두 레벨의 사이라고 할까요? 뭐 당신도 직접 느껴서 알지 않습니까? 그 애매한 단계를 말입니다.”
“…설마?!”
다른 마법사가 들으면 그게 무슨 개소리냐고 소리칠 말들이었지만, 유렌은 무슨 말인지 순식간에 알아듣고 경악해 소리쳤다.
저 말에 담긴 것은 단순히 그의 현재 경지뿐만이 아니다.
그의 진정한 정체와 여태껏 있었던 여러 가지 의문에 대한 답들이 거기에 있었다.
‘놈도 나랑 같은…!’
만약 그렇지 않을까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막상 눈앞에 그 사실이 다가오자 유렌은 놀라움의 감정을 감출 수 없었다.
하지만 그 경악도 잠시. 유렌은 그 꿀렁거리며 사방에서 자신에게 다가오는 마력을 떨쳐내려 몸을 날렸다.
일단 그건 그거고, 우선 이 공격에서 살아남아야 하니까.
콰자자자작-!
기괴하게 비틀려버린 두 개의 마력 덩어리는 유렌의 여러 실드를 너무나 간단하게 뚫고 그에게 돌진해왔다.
‘단순히 모양만 비튼 것이 아니야. 아예 마력의 근본부터 비틀어놨어.’
지금까지 유렌이 비튼 마력의 화살이나 창날은, 어디까지나 그 모양을 비틀어 관통력과 위력을 늘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저 레니안의 마력 덩어리는, 아예 근본부터가 뒤틀려있었다.
마력의 흐름부터가 기괴한 비틀림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다.
터어어엉-!
하지만 유렌은, 자신의 스태프로 그 뒤틀린 마력 덩어리를 쳐내, 다른 한 개와 부딪히게 했다.
본래대로라면 닿는 순간 저 기괴한 마력의 흐름 때문에 유렌의 팔까지 뒤틀려야 했지만, 그의 마력 컨트롤은 흐름을 완벽하게 조종할 수 있게 했다.
콰아아아앙-!
뒤틀린 두 마력 덩어리는 서로 부딪혀 커다란 기운을 내뿜으며 폭발했다.
“역시나.”
그리고 그 폭발 사이에서, 몇 가지 긁힌 상처만 난 채 나오는 유렌을 보며, 레니안은 감탄하며 입을 열었다.
“정말 대단합니다. 힘이 확실하게 달리는 그 상황에서, 단순한 컨트롤만으로 그걸 처리하다니. 역시 제 생각대로, 당신은 마법을 배우는 게 정답이었군요. 10년까지도 필요 없었어요.”
“….”
그리고 유렌은, 자신이 전생 전. 죽기 전에 들었던 말을 그대로 말하는 레니안을 지켜보았다.
-만약 네 녀석이 마법을 10년 만이라도 배웠다면, 이보다 더한 대마법을 쓸 수도 있었겠지.
아니, 전쟁만 이렇게 커지지 않았더라도. 적어도 이런 식으로 그 재능을 없애진….
전생에서 그가 대마법으로 죽이기 직전, 분명 그렇게 말했었다.
비록 그때와는 말투와 목소리 톤은 달랐지만 말이다.
조금 전 말한, ‘8레벨’에 한 번 닿았었다는 그 말.
그리고 본래라면 있을 수 없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 미래에서 한 말까지.
이것들이 가리키는 사실은 딱 한 가지였다.
“너 역시 다시 태어난 거군. 아니, 넌 같은 몸이니 과거로 회귀했다고 봐야 하냐?”
“그렇죠. 그대로입니다. 정확히는 어느 날 갑자기. 미래의 기억에 눈이 떠지더군요.”
유렌의 확신에 찬 말에, 레니안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리고 동시에 깨달았습니다. 이 시간대의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말입니다.”
레니안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주변에, 수십 개의 비틀린 마력 덩어리를 만들었다.
이 시간대의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을 이루기 위해서.
* *
콰아아앙-! 콰아앙-! 콰아앙-!
수십 개의 마력 덩어리가 유렌과 레니안이 있는 일대를 휩쓸었다.
마력 한 덩어리, 한 덩어리마다 6레벨 마스터도 어쩌지 못하고 그대로 몸이 찢겨 죽을 만한 강력한 위력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유렌은 새하얀 스태프 끝에 널찍한 금속의 망치를 변형해 붙인 채, 그것을 모조리 쳐내고 있었다.
터어엉-! 터엉-! 터엉-!
처음에는 사방에서 밀려오는 마력 덩어리들을 간신히 쳐내는 정도에 불과했다.
단순히 물리적으로 쳐내는 것이 아닌, 접촉 순간 마력을 컨트롤로 조종. 비틀어서 쳐내야 해서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한꺼번에 몇 개씩 계속 날아오니, 유렌은 죽을 위기를 수십 번이나 넘겼다.
‘…점점, 더 잘 보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상황은 달라졌다.
유렌은 자신이 점점 마력의 흐름은 더 잘 보이고, 손은 더 가볍게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육체가 적응하고 있어.’
마른 솜이 물을 한 번에 흡수하듯이, 어느새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 시간대에 해야 하는 일이라는 건, 날 막고, 죽이는 건가?!”
이제 조금의 여유가 생긴 유렌은, 자신의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 그대로 소리쳤다.
아직 대화를 주고받을 정도까지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자신을 죽인 자가, 자신과 똑같이 시간을 되돌아와, 같은 얼굴로 자신을 또 죽이려 한다.
이만하면 악연도 보통 악연이 아니지 않은가.
“거기에 대해 부정하진 않겠습니다. 지금 제가 하는 행동만 봐도 아실 테니까요.”
쩌저저적-!
레니안이 그렇게 말한 순간, 그의 주변에 공간이 찢어지며 갈라지는 소리가 났다.
다음 공격의 준비 과정이었다.
“!”
유렌은 그 소리를 들음과 동시에, 마력으로 자신의 몸을 꺾어버리며 강제로 움직였다.
조금 전 당해봐서 알지만, 저 소리를 곧 공간을 초월하는 공격이 온다는 증거나 같은 소리니까.
푸화아아아악-!
그리고 유렌의 예상대로, 바로 유렌의 뒤쪽에서 공간이 갈라지며 상대의 공격이 쏟아졌다.
단, 이번에는 조금 전과 같은 모든 것을 베어버릴 날카로운 검들이 아니라, 이글거리는 은빛의 화염이 말이다.
“!”
조금 전. 엘프의 나무를 불태워버린 그 끊임없이 불태우는 그 은빛의 화염이, 이번엔 자신에게 향하고 있었다.
쩌저저저정-!
유렌은 재빨리 마력을 모아 새하얀 한기를 은빛 화염에 뿜어내었다.
그의 주변이 그 극한의 한기로 인해 순식간에 얼어 붙어갔다.
하지만 유렌은 이미 알고 있었다.
이 한기만 가지고 저 은색 화염을 막기엔 턱도 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터엉-!
그래서 스태프에 마력을 담고 강하게 휘둘러, 한 뒤틀린 마력 덩어리를 쳐냈다.
바로 한기가 내뿜어지고 있는 곳으로 말이다.
후우우웅-!
근본부터 뒤틀린 마력 덩어리가 새하얀 한기 속에 들이닥쳐 그것을 비틀고, 뒤틀기 시작했다.
휘이익-
기본적으로 뒤틀림은 돌파력과 그 파괴력을 높여준다.
그런데, 한기에 근본부터 뒤틀린 마력 덩어리를 더한다면?
게다가 그것도 잘 섞여 들어가도록 타격한 순간 이미 유렌이 마력 덩어리에 컨트롤로 손을 봤다면?
쩌저저어어엉-!!
뒤틀린 마력 덩어리와 융합되어 곱절 이상 강력해진 은빛의 한기가, 똑같이 은빛이 도는 화염과 그대로 맞부딪혔다.
강력한 화염과 한기가 부딪히면서 생기는, 거대한 마력과 수증기가 어우러진 폭발을 부르면서 말이다.
퍼어어어어엉-!!
일반적인 불과 한기가 부딪힌 수준이 아니기에, 그 폭발은 결코 둘이라도 얌전히 무시할 수 없을 만큼 거대했다.
“큭!”
유렌은 재빠르게 몸 주변의 마력을 컨트롤해 자신에게 다가온 폭발의 피해를 막아내었다.
하지만, 몸이 날아가는 것까지는 막지 못해, 수십 미터나 날아가 커다란 고목에 틀어박혔다.
빠지지지직-!
수명이 족히 천 년은 되어 보이는 거목에 박혀버린 유렌은, 몸을 툭툭 털면서 나무 밖으로 걸어 나왔다.
어느새 멀쩡한 모습으로 반쯤 박살 난 거목 앞에 서 있는 레니안을 보면서 말이다.
“한 가지만 물어봐도 되나?”
“더 물어보셔도 됩니다. 전, 지금 당신의 이 빠른 성장에 무척이나 감명받고 있으니까요.”
레니안은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선선히 말했지만, 유렌은 절대 긴장을 풀지 못했다.
저 얼굴에 박힌 호의 어린 웃음은 진심으로 보였지만, 그와 동시에 당장이라도 몸에서 쏟아져 나올 것 같은 저 거대한 마력과 살의 또한 진짜였기 때문이다.
“그럼 전생, 아니 너에겐 미래에선 8레벨에 도달했었나? 그게 언제지?”
유렌이 온몸의 긴장을 최대한으로 올린 채 한 질문에, 레니안은 쿡쿡거리며 대답했다.
“네. 도달했었습니다. 마지막 순간. 정말 한순간이었지만 말이죠.”
“…마지막?”
“네. 마지막. 저는 당신을 죽인 직후. 8레벨에 올랐으니까요.”
“!”
그렇다면, 전생의 자신을 죽인 그 대마법은 7레벨 때 쓴 것이겠군.
그 정보를 얻은 유렌은 순식간에 머리를 회전시키며, 마력을 조금씩 쌓아갔다.
지금껏 자신은 그 대마법을 어느 정도 흉내만 냈을 뿐이지, 그것은 완벽하게 쓰진 못했다.
그래서 조금 전 놈이 8레벨에 올랐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 혹시 지금의 자신은 쓰지 못하는지 의심이 들었다.
‘하지만, 본인이 직접 말했다. 굳이 거짓을 말할 것도 아니고.’
그렇다면, 지금의 자신도 쓰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
놈에게 치명타를 줄 수 있는 마법은, 자신이 생각하기로 그 외에는 없었고
“…잠깐.”
그렇게 머리를 돌리던 유렌은, 한순간 놈의 말에서 어딘가 이상함을 깨닫고 다시 물었다.
“나를 죽이고, 8레벨에 올라간 직후 죽었다고? 네가?”
“죽었다라. 뭐, 그렇게 되겠군요.”
그렇다면 놈은 대체 어떻게 죽은 것인가.
지금의 반쪽짜리 8레벨이라고 하는 그도 이렇게나 강력한데, 아무리 막 올랐다곤 하지만 그를 죽일 상대가 대체 어디 있단 말인가.
“…생각해보니 당신도 이 일에 대해선 알 권리가 있겠죠. 당사자니까요. 죽이기 전에, 사실을 말해두는 것 정도는 괜찮겠죠.”
레니안이 누구에게 묻는 것처럼 중얼거리자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던 살기가 순식간에 줄어들었다.
마치 누가 조절이라도 하듯이 말이다.
“….”
유렌은 그 기묘한 움직임에 의문을 느꼈지만, 곧 이어지는 레니안의 말에 정신을 집중했다.
“제가 전생의 당신을 죽이고. 빛에 휩싸여 8레벨이 된 그 순간. 평상시에 연구하던 것들의 정답이 보이더군요. 바로 시간과 공간에 관련된 것들이 말입니다.”
“!”
시간과 공간.
일반적인 마법사는 그 마법에 대한 개념조차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계열의 마법이다.
대마도사라 불리는 레니안도 그 마법들에 대해 정통하진 못했는데, 8레벨이 된 순간 그것이 달라졌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 순간 저는 생각했습니다. 그 모든 참상을. 이 모든 대전쟁을 되돌릴 수 있을 거라고 말입니다.”
“…! 자, 잠깐. 그렇다면?!”
레니안은 경악한 유렌의 목소리를 들으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선언했다.
“네. 제가, 시간을 돌렸습니다.”
자신이 이 모든 일의 시작이었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