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공작 2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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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52회 작성일소설 읽기 : 구름공작 29화
제2장 집으로 돌아오다 (2)
안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수많은 기사들이 인사를 했고, 인사를 받아주기 위해 고개를 숙이던 이레스는 집무실 앞에 도착하자마자 그 앞을 지키던 두 기사를 바라보았다.
두 기사가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를 하자 똑같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받은 이레스는 검지로 집무실 문을 가리켰다.
“계시죠?”
“그렇습니다.”
알았다는 대답을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신한 이레스는 문을 향해 한 걸음 옮긴 뒤에 노크를 했다.
똑똑똑.
“누구냐?”
안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가 너무 오랜만에 듣는 목소리여서 뭉클했지만 이레스는 밝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버지, 접니다.”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귓속으로 희미하지만 발소리가 들려오자 직접 문을 열어주기 위해서라고 생각한 이레스가 감동한 표정을 지었다.
끼이익.
천천히 문이 열리며 자신과 똑같은 흑발이 인상적인 중년인이 검을 들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검?”
오랜만에 재회에 필요없는 것이 존재하자 고개를 갸웃하며 중얼거리는 사이 그레이즈 공작이 이레스와 똑같이 버릇처럼 목을 좌로 꺾으며 한쪽 입꼬리를 살짝 말아 올렸다.
“왔느냐.”
“예, 아버…….”
“미친 자식아.”
“예?”
이레스는 갑작스러운 욕설에 당황했지만 겉으로 표현하지 않았다. 그런데 당황하고 있는 것은 그레이즈 공작도 마찬가지였다.
‘상급이라고?’
분명 일레인에게 들었을 때 이레스의 경지는 익스퍼드 중급이었다.
혹시 자기 딴에는 형이라고 경지를 높인 것이라 생각해 헬버튼에게 물었을 때도 익스퍼드 중급으로 확인했다고 했다. 그런데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이레스는 익스퍼드 상급의 경지였다.
‘열흘 만에 익스퍼드 상급에 올랐다는 건가?’
열흘 만에 익스퍼드 상급에 올랐다는 것은 이미 익스퍼드 중급 경지 막바지에 달했다는 뜻이었다.
잠시 아들을 잘 키웠다는 생각에 미소를 그릴 뻔했지만 다시 떠오른 자신의 주군, 테라인을 떠올리고는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따라오거라.”
“……어딜 말입니까?”
“따라와보면 안다.”
“그런데 그 검은 무엇입니까?”
이레스가 검을 바라보며 묻자 그레이즈 공작은 천천히 검을 들어 올려 어깨에 걸쳐 그의 시선을 자신의 얼굴로 옮기게 한 뒤에 입을 열었다.
“왕자님께 욕설을 하고 치욕을 주었던 미친 아들놈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싶었거든.”
* * *
전생에서 아버지와 대련한 적은 많았다. 그렇기에 집에 돌아왔을 때 이레스는 가능한 아버지와의 대련을 피하고자 다짐을 했었다.
아들이라도 검을 든 순간 한 사람의 검사로 대하는 것이 자신의 아버지, 그레이즈 공작이었기 때문이다.
쉬이익!
검으로는 절대로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한 이레스가 왼손을 뻗어 목을 공격했지만 그레이즈 공작은 오히려 앞으로 한걸음 내디뎌 가까이 다가가 목을 옆으로 젖혀 피하더니 이레스의 멱살을 잡고 그의 다리에 발을 걸어 넘어트렸다.
쿵!
“그래서 누구를 데리고 왔다고?”
쉬이익!
평범하게 묻고 있지만 그에 반대되는 주먹질에 황급히 옆으로 구르며 대답했다.
“경제학부의 학생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이레스가 다시 자세를 잡으려는 순간 그레이즈 공작의 검이 날아왔다.
무의식적으로 검을 들었다.
콰아앙!
“크으윽! 검술학부, 마법공학부입니다.”
공격을 막았음에도 양팔이 땅으로 젖혀질 정도의 충격에 입술을 살짝 깨문 이레스가 말을 끝내는 순간 그레이즈 공작이 천천히 검을 거두었다.
“마나석은 마법공학부 학생 때문이냐?”
“예.”
“그렇다고 일천 개를 달라고 하냐?”
“……제가 달라고 한 게 아닙니다만.”
“네가 마나석 달라고 했다며?”
“그건 그렇습니다만.”
이레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면서도 속으로는 테라인 왕을 욕하고 말았다.
‘이거였구만.’
그레이즈 공작이 충성을 맹세한 귀족이니 일천 개라는 왕국에 3할을 차지하는 마나석을 얻게 된다면 무슨 변명을 하더라도 그레이즈 공작이 화를 낼 것이라는 것을 이용한 것이었다.
‘젠장.’
그레이즈 공작이 인상을 찌푸린 채로 먼지를 터는 이레스를 힐끔 쳐다보고는 물었다.
“능력은?”
백작의 가문을 후작으로 올려 보낸 사람이 클라리아이며 평민 출신으로 왕실기사단 단장의 직위를 맡은 사람이 데인이고 어이없는 죽음을 통해 세상을 떠나지만 않았어도 지금보다 10년은 더 지나야 만들 수 있는 아티팩트를 만드는 사람이 데미안이었다.
“천재.”
한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면 천재라고 말할 수 있었다.
진지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이레스의 모습에 작게 미소를 지은 그레이즈 공작이 아들과 함께 가주전용 연무장을 나오며 다시 물었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거냐?”
가문의 허락도 없이 사람을 고용했다는 것은 이미 그들에 대한 준비는 마쳤다는 것이었다.
“경제학부는 총관의 제자로, 검술학부는 헬버튼 할아버지의 제자로, 마법공학부는 연구를 위하여 건물을 줘야 됩니다.”
“건물을 내주는 것과 헬버튼은 일단 어려운 것이 아니기에 상관이 없지만 총관의 제자는 좀 힘들지 않겠느냐?”
맞는 말이었다.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현 총관은 그레이즈 공작 앞에서도 할 말, 못할 말 가리지 않고 내뱉는 것도 모자라 쓸데없는 곳에 돈을 사용하면 자신의 고용주라도 잔소리를 하는 깐깐한 아저씨였기 때문이다.
이레스가 작게 미소를 지었다.
“재능이 있다니까요. 일단 보면 안 내주려고 할 거예요.”
“흐음.”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 그레이즈 공작은 복도를 걸어가며 다른 것을 물었다. 겨우 2년에 불과했지만 자신이 아는 이레스는 예전의 이레스가 아니었다.
“좋다. 다음. 그 정령은 어떻게 된 것이냐?”
“실피아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자 이레스는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도서관에 정령소환 마법진이라는 것이 있더군요. 그거 한번 해봤는데 진짜 정령과 계약했습니다.”
과거로 돌아와서 정령과 일찍 계약했다는 말을 할 수는 없으니 약간 믿음이 가는 거짓말을 해야 했다.
신뢰가 가지 않는 대답이었지만 믿어주기로 한 그레이즈 공작은 엘리스의 물의 정령, 메리를 떠올리고는 슬쩍 물었다.
“한번 볼 수 있느냐?”
“잠시만요.”
중급 정령으로 진화를 하며 멀리 떨어져도 소환이 해제되지 않게 되었다.
이레스는 실피아에게 자신의 생각을 보냈고 몇 걸음 옮기지 않았을 때 그들의 앞으로 작은 바람이 일더니 입술을 삐죽 내밀고 있는 실피아가 나타났다.
-왜에?
아이들과 놀고 있었는지, 헬버튼과 놀고 있었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입술을 삐죽 내미는 행동이 노는 것을 방해했을 때 짓는 표정이었기에 이레스는 미안하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버지가 실피아를 보고 싶다고 해서.”
-아버지?
고개를 갸웃한 실피아가 이레스의 옆에서 걸음을 옮기고 있는 그레이즈 공작을 빤히 바라보았다.
-……이레스! 이레스!
갑자기 고개를 돌리며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실피아의 모습에 이레스가 작게 미소를 그리며 물었다.
“왜?”
-똑같아! 똑같아!
“뭐가?”
-음……. 몰라! 그런데 이레스와 똑같아! 똑같아!
아무리 생각을 해도 자신의 기분을 설명할 수 없었는지 그저 손가락으로 그레이즈 공작을 가리키며 말하던 실피아는 이레스가 손을 들자 그의 손 위에 앉아 물었다.
-누구야?
“아버지라니까.”
-아버지?
“음…… 나를 낳아주신 분?”
몸이 옆으로 젖혀질 정도로 고개를 갸웃하던 실피아가 물었다.
-에리드 님을 말하는 거야?
에리드.
바람의 정령왕의 이름으로 지금까지 소환된 적은 없지만 가끔 실피아처럼 말을 할 수 있는 정령들을 통해서 알게 된 이름이었다.
“비슷해. 아, 그리고 내 아버지니까 할아버지라고 부르면 돼.”
“하, 할아버지?”
어이없다는 듯이 쳐다보는 그레이즈 공작이었지만 실피아는 이레스의 말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정령이었다.
실피아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해맑게 웃으며 그레이즈 공작을 바라보았다.
-할아버지!
“……정말 똑같군.”
어이없다는 듯이 실피아를 바라보던 그레이즈 공작이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일레인과 헬버튼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실피아는 정말 엘리스와 똑같이 생겼다. 거기다 작은 아이의 모습으로 할아버지라고 부르니 그렇게 기분이 나쁜 것은 아니었다.
그레이즈 공작이 이레스를 바라보았다.
“손녀라고 생각하라는 거냐?”
이레스는 대답 대신 실피아를 자신의 머리 위에 올린 다음 손님방 앞에 도착하자 말했다.
“이제 제가 데리고 온 인재들을 만날 시간입니다.”
끼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