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공작 2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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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52회 작성일소설 읽기 : 구름공작 27화
제1장 습격을 통한 가르침 (2)
상의를 입은 데인이 고개를 갸웃하는 순간 이레스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땅에 떨어진 돌멩이를 잡고 나무를 향해 던졌다.
쉬이익!
퍼억!
나뭇가지를 부수고 안으로 들어선 돌멩이는 둔탁한 소음을 내었고 이내 한 인형(人形)이 땅으로 떨어졌다.
차아앙!
땅으로 떨어지던 인형(人形)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자 데인이 검집으로 회수했던 검을 황급히 꺼냈다.
“여덟이니까 두 명만 맡아. 수련이라지만 죽을 수도 있으니 조심하고.”
“도, 도련님?”
이레스가 그를 바라보지도 않은 채 나무 위를 올려다보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뒈지면 화장해주고 가족들은 보살펴줄게.”
쉬이익!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레스를 향해 나무 위에서 일곱 개의 빛이 떨어지고 땅에서 하나의 빛이 쏘아졌다.
이레스는 여덟 개의 빛을 빤히 바라보다 검을 휘둘렀고 검신에서 하얀 빛이 일어나며 거대한 원이 그려지자 빠른 속도로 쏘아지던 여덟 개의 빛이 튕겨져 나갔다.
타다당!
온몸을 검은색으로 물들여 달빛이 없었다면 보이지 않았을 흑의를 입고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사내가 빠른 속도로 흩어지더니 원을 그리며 두 사람을 포위했다.
이레스가 그들을 쭉 훑어보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어디서 보냈냐?”
여덟의 암살자는 대답 대신 단검을 들었고 짧은 검신이 달빛을 반사하자 이레스가 인상을 찌푸린채 어깨를 으쓱했다.
“뭐 대답을 바란 것은 아니지만 목적은 분명 나겠지. 성도에서 그렇게나 날뛰었으니. 귀족파지?”
순간 여덟의 암살자의 신형이 이레스를 향해 쏘아졌다.
쉬이익!
약간의 기다림을 통해 제대로 확인을 하니 오러 유저 다섯에 익스퍼드 초급 경지의 암살자가 셋이었다.
문제는 암살자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자들이었기에 여덟 명으로도 익스퍼드 중급을 확실하게 죽일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는 것이지만 그것은 준비와 목표에 대한 정보가 정확할 때 가능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준비가 되기도 전이고, 정보도 불안정하면 끝이라는 거지.”
이레스가 한쪽 입꼬리를 살짝 말아 올리며 검을 휘두르자 다시 새하얀 빛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원이 나타나 여섯 자루의 단검을 뒤로 튕겨냈고, 두 자루의 단검은 마치 강제로 검로를 바꾼 듯이 데인을 향해 쏘아졌다.
“어, 어어어!”
쉬이익!
현재 눈앞에 펼쳐진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던 데인은 갑작스레 찔러 들어오는 두 자루의 단검을 보고는 황급히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이레스가 검로를 바꾼 쪽의 암살자는 익스퍼드 초급 경지에 오른 암살자였다.
퍼어억!
타아앙!
두 암살자 중 한 암살자가 오른발로 동료의 복부를 강하게 밀어 옆으로 날려 데인의 공격범위에서 벗어나게 한 뒤에 자신의 검을 휘둘러지는 데인의 검에 가져다 대고는 그의 힘을 이용해 뒤로 튕기듯이 날아갔다.
이레스가 바로 자세를 잡는 여덟의 암살자를 바라본 채로 목을 좌우로 꺾으며 몸을 풀며 데인에게 말했다.
“쟤들 진짜 우리 죽이러 온 거 거든? 봐주면 안 된다. 아마 우리 죽으면 증인을 남기지 않기 위해 뒤에 있는 사람들까지 죽일 테니까.”
“……누가 누굴 봐줍니까?”
그가 말하는 뒤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가족이라는 것을 깨닫고 바로 정신을 차린 데인이 자세를 잡으며 중얼거리자 이레스가 미소를 지은 채로 한 걸음 내디뎠다.
저벅.
샤샥.
여덟 명의 공격을 한 번에 막아내는 모습을 보았기에 이레스가 한 걸음 앞으로 옮기자 암살자들이 거리를 벌리는 듯이 뒤로 한걸음 물러났다.
이레스가 아직도 자신의 뒤에 서 있는 데인을 향해 물었다.
“처음이니 일곱으로 해줄까? 여섯으로 해줄까?”
“여섯으로 부탁드립니다.”
“제대로 수련하겠다는 이야기네.”
미소를 그리며 말했지만 데인은 그의 농담을 받아줄 수가 없었다.
“아까 보낸 애들 익스퍼드 초급이다.”
“……일곱으로 바꾸면 안 되겠습니까?”
“안 돼.”
* * *
캉! 캉!
“전쟁과 대련의 다른 점이 뭔지 알아?”
자신을 향해 쏘아지는 두 암살자를 튕겨낸 이레스가 데인을 바라보며 묻자 그는 대답 대신 황급히 뒤로 물러나 암살자의 공격을 피했다.
자신과 같은 경지에 무인, 그것도 자신과는 다르게 실전을 겪은 두 암살자를 상대하려고 하니 다른 곳에 정신을 팔 시간이 없던 것이었다.
이레스는 그런 데인의 상황을 알고 있었기에 대답을 듣지 않고 바로 말을 이어갔다.
“상대를 죽이지 않으면 자신이 죽는다는 거야. 그래서.”
쉬이익!
어느새 나무 위로 올라가 땅으로 떨어지며 공격하는 암살자와 땅에서 쏘아지듯이 달려오는 암살자의 모습에 이레스는 뒤로 한 걸음 물러나며 검을 위에서 아래로 강하게 내리쳤다.
쉬이익!
콰아앙!
검과 검이 부딪치면서 일어날 수 없는 강한 폭발음과 함께 암살자의 팔이 단검과 함께 땅으로 떨어지는 순간 암살자가 황급히 반대손으로 단검을 쥐고 던지려 했지만 이레스는 이미 강하게 도약을 하여 떨어지는 암살자의 옆으로 날아올라 오른발을 내밀고 있었다.
“최고의 방법으로 적들을 제압하거나 방심하도록 만든 후에 죽이는 것이 최고지. 사람들이 생각하는 대부분의 기사들은.”
퍼어억!
“검을 사용한다고 생각하니까.”
간단한 날라차기에 불과했지만 오러 유저의 암살자가 익스퍼드 상급 경지의 발차기를 버티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암살자의 등이 휘며 쏘아지던 암살자를 향해 날아가 뒤엉켰다.
쿠당탕탕!
“일단 둘은 끝.”
하지만 아직 넷이 남았다.
네 사람이 동시에 이레스가 땅에 착지하려는 장소로 달려갔지만 그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힘겹게 공격을 막아내는 데인을 바라보았다.
“어차피 죽고 죽이는 싸움이야. 검만 사용하는 게 힘들면…….”
잠시 입을 다문 이레스는 달려오는 암살자들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는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은 왼손으로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집을 잡아채 던졌다.
퍼어억!
마나를 한껏 담은 검집이 암살자의 이마를 가격하자 뒤로 쓰러지며 셋으로 줄었다.
세 암살자가 기다릴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동시에 도약을 하는 순간 이레스는 그들을 혼란시키는 방법을 사용했다.
“쓸 수 있는 방법은 다 쓰는 거지.”
쉬이익!
푸우욱!
검을 던진 것이었다.
날카로운 검신이 한 암살자의 이마를 뚫어버리자 암살자는 도약을 한 상태에서 바닥으로 쓰러지기 시작했고 이레스는 쓰러지는 암살자의 어깨를 잡아채고는 뒤로 강하게 잡아당겼다.
오러유저와 익스퍼드 초급이 한데 섞여있으니 동시에 공격을 하더라도 시간 차가 존재했기에 가능했다.
쉬이익!
암살자의 신형이 이레스의 뒤로 날아가 등을 노리던 암살자를 방해했고, 죽은 암살자를 잡아당기며 옆으로 몸을 돌린 이레스는 검을 던지는 모습에 당황하고 있던 암살자를 향해 히죽 미소를 그리며 양팔을 뻗었다.
탁.
단검을 쥔 자신의 팔이 잡히자 암살자는 남은 손을 휘둘러 그의 목을 노렸지만 검지와 중지만 펼친 이레스의 왼손이 더 빨랐다.
쉬이익!
푹!
“크아악!”
눈이 찔린 암살자가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소리치자 이레스는 그의 뒤통수로 손을 옮겨 바닥으로 강하게 밀어버렸다.
콰아앙!
한순간이었다.
공중에 도약한 지 3초 만에 세 사람을 제압한 이레스는 땅바닥에 꽂아버린 암살자에 뒤통수에 손을 대고는 죽은 동료로 인해 공격에 실패한 마지막 암살자를 바라보았다.
“비겁한…….”
“눈 찌르는 게 뭐가 비겁한 건지.”
혀를 차며 고개를 저은 이레스가 다시 데인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보면 죽은 사람을 이용하고 적에 눈을 찌르는 행동이 비겁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상대를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어. 그러니 비겁…….”
말이 끝나기도 전에 힐끔힐끔 이레스의 전투를 바라보던 데인이 살짝 도약을 하여 단검을 휘두르는 암살자의 모습에 뒤로 쓰러지듯이 넘어지며 오른발을 올려쳤다.
퍼어억!
“컥…… 컥…….”
“후…… 이러면 되는 겁니까?”
작게 숨을 고른 데인이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며 묻자 이레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는 대신 불쌍하다는 표정으로 쓰러진 암살자를 바라보았다.
“컥…… 컥…….”
살짝 도약했던 암살자를 향해 올려진 데인의 발차기는 암살자의 가랑이 사이를 파고들어 다리의 끝을 가격했다.
이레스는 전생에서 남성은 급소를 제대로 가격당하면 여자들이 아이를 낳을 때보다 강한 고통을 느낀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데인은 자신이 처리해야 할 남은 상대를 쳐다보았고 이레스는 착잡한 표정으로 급소를 부여잡은 암살자를 바라보다 뒤늦게 대답했다.
“비겁하다고 생각만 하지 않으면 되긴 하지만…… 같은 남자로서 그건 좀…….”
쉬이익!
데인이 땅을 박차며 암살자를 향해 달려갔다.
처음에는 자신의 동료를 바라보며 당황하던 암살자가 이내 허리를 숙인 채로 달려오자 데인이 검을 바닥에 꽂고는 강하게 올려쳤다.
촤아악!
모래 먼지와 돌멩이가 동시에 쏘아져 암살자의 시야를 방해하는 순간 데인은 검을 강하게 휘둘러 그의 어깨를 베어버렸다.
촤아악!
상대의 급소를 가격하고 흙과 돌멩이로 상대를 방해한다.
가장 효과적이지만 가장 치졸한 방법이기도 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습득력이 빠르다고 볼 수도 있었다.
이레스가 비겁한 행동도 전쟁에서는 비겁한 행동이 아니라고 가르쳤기 때문이다.
“그럼 이 정도로 하죠 뭐…….”
쓰러진 암살자들을 바라보던 이레스가 작게 미소를 그리자 검집에 부딪쳤던 암살자와 죽은 동료로 인해 공격이 실패한 암살자가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어둠 속으로 사라져 도망을 쳤다.
이레스는 그런 암살자를 쫓아가는 대신 쓰러진 암살자들을 향해 걸어가 검을 찔렀다.
푸우욱!
먼저 목이 뚫려 사망한 암살자는 눈이 찔리고 바닥에 머리가 박혀 정신을 차리지 못한 암살자였다.
서슴없이 사람을 죽이는 모습에 데인이 깜짝 놀라자 이레스는 피식 실소를 흘리며 다른 암살자를 향해 걸어갔다.
“이들은 우리를 죽이려 한 놈들이야. 같잖은 동정심은 버리는 게 좋아.”
푸우욱!
다음으로 목숨을 잃은 상대는 이레스의 발차기로 인해 척추가 부서진 암살자였다. 그렇게 한 사람씩 죽여 데인이 상대했던 두 사람이 남았을 때였다.
푸우욱!
“하아……하아…….”
데인이 급소를 부여잡고 있는 암살자의 머리에 검을 찔렀다.
첫 살인이 익숙하지 않은지 작게 숨을 고르는 데인의 모습에 이레스는 감흥 없는 표정으로 어깨를 베인 아직 도망치지 않은 암살자를 바라보았다.
“꺼져.”
그래도 첫 살인을 연속적으로 시키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 이레스였다.
* * *
“뭐, 뭐?”
쾅!
헨바인 백작은 자신의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 세 암살자의 이야기에 당황하며 의자에서 일어났다.
갑작스레 일어나다 보니 의자가 바닥을 뒹굴고 테이블이 엉망이 되었지만 그런 것을 걱정할 수가 없었다.
“시, 실패했다고?”
그냥 실패도 아니고 다섯이 죽고 고작 세 사람만 살아남았다.
하지만 생존자가 있다는 것에 다행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다음 일을 걱정하는 헨바인 백작이었다.
“어떻게 실패할 수가 있는 거야!”
익스퍼드 중급 경지에 오른 검사이며 하급 정령과 계약한 정령사다. 그래서 빠르고 은밀하게 움직일 수 있게 익스퍼드 초급 경지에 오른 가문에서 키운 세 암살자와 유망 있는 다섯 암살자를 보냈다. 그런데 실패했다고 하니 당황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서, 설명을 해보란 말이다!”
암살자들은 대답할 수가 없었다. 조금 전에도 말했듯이 너무 압도적으로 패배를 하였기에 길게 설명할 방법이 없던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이, 익스퍼드 중급으로는 생각할 수가 없었습니다.”
“뭐?”
중앙에 서 있던 가장 상처가 없는 암살자가 황급히 말을 이어갔다.
“익스퍼드 초급 한 사람과 재능 있는 아이들 다섯이 동시에 공격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막았습니다. 그냥 막은 것도 아니고 상처를 입지 않은 채 막았습니다. 거기다…….”
“거기다?”
“정령을 소환하지도 않았습니다.”
“이이잇!”
헨바인 백작은 속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익스퍼드 중급 경지에 오른 자신도 여섯의 암살자를 막아내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빠른 몸놀림과 동료가 죽더라도 목표를 완수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그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여섯의 암살자를 죽였다는 것은 익스퍼드 중급 경지가 아니라는 뜻이었다.
암살에 실패했다는 것이 멕케인 공작의 귀에 들어가면 자신의 가문은 멸망한다.
헨바인 백작이 입술을 살짝 깨물며 암살자들을 바라보다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암살자를 잡는 것이 아니라 죽였다는 마지막 보고를 보면 아직 암살자를 보낸 가문을 모른다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자신이 증거를 남기지 않으면 그레이즈 가문도 모르고 멕케인 공작도 모른다는 뜻이기도 했다.
스르릉.
날카로운 검이 밖으로 빠져나오자 무릎을 꿇고 있던 암살자들이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그런 그들의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새하얀 백색의 검신이었다.
촤아아악!
살인멸구.
암살 시도를 하지 않은 것이다. 그저 암살 준비 중인 상태로 만들고 멕케인 공작에게 신뢰를 얻을 다른 방법을 찾는다.
그것이 헨바인 백작이 내린 결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