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공작 2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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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494회 작성일소설 읽기 : 구름공작 22화
제10장 돌아갈 준비 (2)
클라리아의 부모님은 그녀가 직접 데리러 나갔기에 얼마 지나지 않아 부모님을 만날 수가 있었다.
이미 그녀와 집으로 돌아오며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클라리아의 부모님들은 이레스를 보자마자 공손하게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이레스 공자님을 뵙습니다.”
“그레이즈 가문의 이레스라고 합니다.”
자신과 똑같이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는 이레스의 모습에 클라리아의 아버지가 당황했지만 천천히 고개를 든 이레스가 미소를 그리자 그도 작게 미소를 지었다.
“딸아이에게 들었습니다.”
“그럼 빠르죠. 꾸리실 짐이 있으면 모두 챙기셔야 합니다. 생각보다 오랜 여행이 될 테니까요.”
클라리아의 아버지는 그런 이레스를 향해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저희는 이곳에 남으려고 합니다.”
“……아빠!”
깜짝 놀란 클라리아가 소리쳤지만 클라리아의 아버지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그녀의 머리를 작게 쓰다듬으며 이레스를 바라보았다.
“중요한 일을 해야 하는 아이입니다. 부모가 그것에 방해가 되면 안 되지요. 저희는 이곳에 남을 것이니 저희 딸을 부탁드리겠습니다.”
다시 한 번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는 클라리아 아버지의 모습에 이레스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그리다 엄마의 옆에 서서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클라리아의 여동생 클라라를 바라보았다.
“혹시 다른 곳에서 살다가 이곳으로 이사를 오셨나요?”
클라리아에게는 바람의 기운이 있었다. 그렇기에 실피아가 좋아했으니 아마 이곳에서 정착을 하고 있던 사람들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클라리아의 아버지가 고개를 갸웃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공부를 하려면 성도가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제 생각은 다릅니다. 자신 때문에 부모님이 힘든 곳에서 살고 계시다면 클라리아는 일에 집중하지 못할 것입니다. 특히 여동생을 생각하면 말이죠.”
몸을 흠칫 떤 클라리아의 아버지가 자신을 바라보자 이레스는 주위를 둘러보며 말을 이어갔다.
“잔인한 이야기이지만 현실을 생각하면 클라리아를 위해서도 클라라를 위해서도 아버님과 어머님은 이곳에 있으면 안 됩니다. 클라리아의 능력을 생각하면 클라라의 능력도 뛰어날 것입니다. 그러면 그 능력을 제대로 살려야지요. 그러려면 저희와 함께 가셔야 합니다.”
“……그래도.”
걱정된다는 듯이 클라리아를 바라보는 모습에 이레스가 작은 미소를 지었다.
“만약 아버님이나 어머님이 아프시다면 클라리아는 만나지도 못하는 상황이기에 걱정을 할 것입니다. 그러면 일에 집중을 하지 못할 것이 분명하고요. 그러니 함께 가셔야 합니다. 또한 클라라도 제대로 된 교육을 받게 될 것입니다. 아이를 생각하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아이를 생각하라.
그 한마디에 클라리아의 부모님들은 작게 한숨을 내쉬더니 자신의 짐을 챙겨 밖으로 나왔다.
순식간에 일행이 일곱으로 늘어난 것도 모자라 수많은 짐을 챙긴 클라리아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모습에 이레스가 데인을 바라보았다.
“일단 마차를 구입하고 움직여야겠다.”
“예.”
짐도 많고 딸린 식구도 많았으며 두 집을 더 돌아야 하기에 클라라의 체력도 생각해야 했다.
이레스는 클라리아의 가족들을 집 앞에 세워두고 데미안과 데인을 데리고 시장에서 마차를 구입한 후 돌아왔다.
“우와아아! 마차다! 마차!”
처음 보는 마차의 모습에 클라라가 제자리에서 방방 뛰며 좋아하자 클라리아의 부모님들은 미안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레스는 오히려 미소를 지은 채 클라라를 바라보았다.
“마차 타고 싶어?”
“응!”
“어허, 클라라.”
귀족에게 반말을 하는 모습이 보기 안 좋았는지 클라리아의 아버지가 꾸중을 하려 하자 이레스가 고개를 저으며 막은 후에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실피아.”
쉬이익!
작은 회오리바람과 함께 실피아가 나타났다.
매일같이 소환되자마자 자신의 얼굴에 달라붙는 실피아였지만 이번에는 소환되자마자 이레스를 바라보며 고개를 옆으로 젖혔다.
-흥!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은 실피아였다.
이레스는 그런 실피아의 모습에 작게 한숨을 내쉰 후에 눈을 반짝이며 실피아를 바라보는 클라라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실피아.”
-흥! 흥!
팔짱을 낀 채로 콧소리를 내는 실피아였지만 이레스는 작게 미소를 지으며 클라라의 머리를 작게 쓰다듬었다.
“이 아이와 놀아줄래?”
논다는 말에 움찔한 실피아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자신을 바라보는 클라라에게 시선을 돌렸다.
“안녕?”
-……
잠시 눈을 껌뻑이며 클라라를 바라보던 실피아가 이레스와 그녀를 번갈아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이고는 날아올라 그녀의 앞에 섰다.
-실피아.
“헤헤헤, 클라라.”
실피아와 클라라가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친해지자 이레스는 클라리아의 가족을 마차 안으로 들여보내고 데미안과 데인을 데리고 마부석에 앉았다.
자신의 고용주가 마부석에 앉자 데미안과 데인이 당황해하기 시작했다.
“도련님도 안에 들어가시지요.”
“여기는 저희에게 맡기…….”
“마차 몰아본 적 있어?”
두 사람 다 아카데미에서 자신의 재능을 꽃피웠을 뿐 마차를 몰아본 적도 말을 타본 적도 없는 청년이었다.
말문이 막힌 두 사람의 모습에 피식 실소를 흘린 이레스가 마차를 이끌고 데인의 안내를 따라 움직였다.
데인의 집은 클라리아보다 더 심각했다. 아버지가 없고 여동생과 어머니만 있다 보니 집안이 어려운 것은 당연했던 것이다. 아마 데인은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기사가 되면 돈을 많이 벌게 되니 그것만 바라고 노력한 것 같았다.
데인의 부모님을 설득하는 것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혼자서 두 아이를 키운 어머니답게 자신의 아이를 생각하는 모습이 클라리아의 부모보다 강했기 때문이다.
“이제 마지막인가?”
데인의 가족까지 실은 마차가 묵직해졌지만 아직 하나가 더 남았다.
“하하하.”
데미안이 어색한 미소를 흘리자 이레스가 자신도 모르게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클라리아의 가족이 그녀까지 포함해서 넷이고 데인은 셋이며 데미안은 일곱이나 되다 보니 마차 자체도 육두마차를 구입했다.
비용이 생각보다 컸기에 헬버튼이 건네준 금액의 절반을 사용했을 정도였다.
데미안의 집은 다른 두 사람의 집보다 깔끔하고 평범했다.
“아티팩트라는 것이 생각보다 쏠쏠해서요.”
웃으며 말하는 데미안의 설명처럼 아티팩트는 만드는 것이 어려워서 그렇지 가격은 평민으로서는 구입하기 힘들 정도로 비쌌다.
특히 데미안은 마법공학의 재능이 뛰어나 구입하는 사람이 많아 가능하기도 했던 것이었다. 그렇게 총 열여섯 명의 사람들과 열여섯 명 분의 짐을 실은 마차를 몰게 된 이레스는 말들의 체력을 생각하여 아주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섯 마리의 말들이 끈다고 해도 무게가 장난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순식간에 시끌벅적하게 된 마차 안의 모습에 데미안과 데인이 미소를 그리고 이레스가 실소를 흘리며 마차를 이끌었을 때 그들이 도착한 곳은 테라인 성도의 성문이 아닌 용병길드였다.
“용병길드?”
데인이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하자 이레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마부석에서 내려왔다.
“나하고 너만 있으면 평범한 산적들은 가뿐하게 해결할 수 있겠지만, 가족을 지키면서 싸우는 것은 힘들어.”
“아, 그렇군요.”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데인의 모습에 이레스가 두 사람을 바라보며 말했다.
“마차 잘 지켜라. 그래도 용병길드다 보니 험악한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예.”
“알겠습니다.”
* * *
딸랑.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선 이레스를 반긴 것은 첫 번째가 문 끝에 달려있는 맑은 종소리였고 그다음이 카운터에 앉아 돈을 세고 있는 용병길드의 지부장이었다.
길드 안으로 들어선 이레스의 모습에 지부장이 작은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용병길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지금 놀고 있는 용병단이 있나요?”
“아주 많습니다. 요즘 일이 없어서요.”
자신의 손을 따라 이레스가 시선을 돌려 길드를 가득 채우고 있는 용병들을 바라보자 지부장은 빠른 속도로 그의 위아래를 훑었다.
용병을 찾는 자들은 돈은 많지만 무력이 부족한 귀족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검은 머리의 청년이 귀족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찰나에 불과했지만 단 한차례 위아래를 훑어보는 것으로 귀족가의 자제라는 것을 깨달은 지부장은 이레스가 다시 시선을 돌리자 밝은 미소를 지으며 책상 한쪽에 쌓아놓은 양피지 한 장을 내밀었다.
“엑스자 표시된 자들은 이미 고용된 용병단이며, 나머지는 놀고 있는 놈들입니다.”
“흐음.”
이레스가 양피지를 가득 채운 수십 개의 용병단을 보고는 작게 신음을 흘렸다.
테라인 왕국에서 활동하는 용병들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지역은 영지전이 일어나기 직전인 영지들을 제외하면 세 곳으로 정해져 있었다.
첫 번째가 테라인 왕국에서 유일하게 바다와 연결되어 해적들을 소탕하는 일을 맡은 멕케인 공작가였고, 두 번째가 몬스터 토벌을 주기적으로 벌이는 그레이즈 가문, 세 번째가 수많은 장사꾼들이 오가는 왕성이었다.
“검은매 용병단, 붉은이리 용병단. 대부분 유명한 용병단이네.”
유명한 용병단은 그만큼 실력이 뛰어나고 수많은 경험을 했다는 것을 증명했기 때문에 정말 위험한 상행이나 토벌이 아니라면 고용을 꺼려 하는 경우가 많았다.
가격이 너무 비쌌기 때문이다.
이레스의 경우에도 마차를 구입하다 보니 현재 가지고 있는 금액이 적어 유명 용병단을 고용하는 것은 꺼려지는 일이었다.
“어디 보…….”
좀 유명하면서 가격이 싼 용병단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다시 양피지를 훑던 이레스가 한 용병단의 이름을 보고는 작게 미소를 지었다.
‘파이어캣 용병단이면.’
불의 고양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들은 여성들로만 이루어진 용병단으로, 처음에는 같은 용병길드에서도 무시하는 용병단체였지만 20년 후에 그 누구도 깔보지 못한 무력과 경험을 소유한 용병단으로 탈바꿈했다.
‘하지만 20년 후지.’
20년이라면 강산이 수십 번 바뀌어도 이상하지 않을 시간이었다. 즉 지금의 그녀들이 20년 후에 얻게 된 명성에 걸맞은 무력을 소유하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었다.
보류하는 듯이 손가락으로 파이어캣 용병단에 이름을 짚은 이레스가 다시 양피지를 훑어보다 한 용병단을 보고 또 한 번 시선을 고정시켰다.
‘여기라면.’
샤벨타이거 용병단.
여섯 명으로 이루어진 용병단으로 3서클 마법사와 익스퍼드 중급의 검사가 셋이나 있어 10년 후에 용병단 전체에서 다섯 손가락에 뽑힐 정도로 강해진 용병단의 이름이었다.
20년이나 10년이나 전생의 기억을 생각해보면 비슷비슷한 시기라고 볼 수도 있었지만 10년이라는 차이는 어마어마했기에 파이어캣 용병단보다 샤벨타이거 용병단과 인연을 맺어놓는 것이 좋은 판단이었다.
가만히 두 용병단을 바라보던 이레스가 용병단의 맨 밑줄에 적혀있는 호위 의뢰 가격을 보고는 작게 미소를 지었다.
“파이어캣 용병단하고, 샤벨타이거 용병단의 단장을 불러주시겠습니까?”
생각보다 가격이 낮았다.
10년 후와 20년 후에 유명해지는 용병단이지만 지금의 두 용병단은 뛰어난 활약을 보인 것도 아니고, 경력도 1년을 넘기지 못했으니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용병단에 불과했던 것이었다.
특히 파이어캣 용병단은 여성으로만 이루어진 용병단이다 보니 이름에도 괄호가 쳐져 있고 짧은 소개에도 괄호가 쳐져 있었다.
지부장이 이레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나려다 인상을 찌푸리고 말았다.
“저…… 죄송하지만 다른 용병단은 안되겠습니까?”
“벌써 고용이 되었나요?”
“그건 아니지만…….”
고개를 갸웃하는 이레스의 모습에 어색한 듯한 미소를 지은 지부장은 자리에서 일어나는 듯한 애매한 자세를 유지한 채 용병길드를 둘러보며 말했다.
“이름만 봐도 느껴지지 않습니까?”
“이름이요?”
이레스가 고개를 갸웃하자 지부장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같은 고양이과인데 하나는 불이고, 하나는 얼음입니다. 상극이죠.”
샤벨타이거는 거대하고 날카로운 송곳니로 바위도 뚫어버린다고 하여 고양이과 동물이 아닌 호랑이의 모습을 한 몬스터로 지정된 생명체로, 추운 지방인 북반구에서 서식하고 있는 몬스터였다.
갑작스러운 상극이라는 말에 고개를 갸웃하던 이레스가 무언가를 떠올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이가 안 좋군요.”
“예, 용병세계라는 것이 정보가 인생의 절반을 차지하기 때문에 다른 용병들과 정보를 교환하는 것은 필수적인데, 두 용병단은 용병단을 창설한 지 1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서로에게 말 한마디도 붙이지 않고 마치 그 자리에 없는 듯이 서로를 무시했습니다.”
“하하하!”
자신도 모르게 재밌다는 듯이 웃음을 흘린 이레스가 다시 양피지에 적힌 두 용병단의 이름을 바라보았다.
“불러주세요. 설마 의뢰가 들어왔는데도 싸우겠습니까?”
“후회하셔도 저는 모릅니다.”
정말 걱정이라는 듯이 말하는 지부장의 모습에 이레스는 그저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지부장은 작은 한숨을 내쉬더니 무릎을 펴며 어정쩡한 자세를 풀었다.
“샤벨타이거 용병단장! 의뢰다!”
“아, 칫!”
“젠장.”
오랜만에 고용주로 보이는 청년이 나타나 내심 기대를 하던 다른 용병단이 아쉽다는 듯이 혀를 차더니 다시 술을 마시거나 카드를 치는 둥 게임을 하자 한 사내가 자리에서 일어나 카운터로 걸어왔다.
지부장이 그런 사내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외쳤다.
“파이어캣 용병단장! 의뢰다!”
이번엔 한 여인이 환한 미소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려다 카운터 앞에 서 있는 사람이 한 사람밖에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인상을 찌푸리며 샤벨타이거 용병단의 단장을 바라보았다.
사내도 그녀와 똑같은 생각을 했는지 걸음을 멈춘 채 인상을 찌푸린 채 파이어캣 용병단의 단장을 바라보았다.
시선이 마주치자 두 사람이 이를 갈며 상대를 쳐다보다 카운터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왔다.
몸을 돌려 카운터에 등을 기대고 있던 이레스가 두 사람의 표정을 보고는 피식 실소를 흘렸다.
“재밌겠는데요.”
“저게…… 재밌는 겁니까?”
정말 싫다는 듯한 두 사람의 표정을 바라보며 지부장이 오히려 되묻자 이레스는 빙글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