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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공작 15화

무료소설 구름공작: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47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구름공작 15화

제7장 레이온의 실력 Ⅱ (2)

 

 

“허허허! 뵈어야 할 분이 좀 높으신 분이 아니군요.”

 

기사의 안내를 받아 마차로 걸음을 옮기던 헬버튼의 말에 이레스는 대답 대신 미소를 그렸지만 기사가 직접 열어준 문을 통해 마차 안으로 들어섰을 때 자신도 모르게 주춤하고 말았다.

 

‘이건가?’

 

전생의 기억은 너무나 많은 도움을 주었다.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것도 그렇지만 전쟁을 자주 겪다 보니 어렸을 때는 몰랐던 상대의 기운까지 느낄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강자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중압감 같은 것은 아니었다. 그저 마치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듯한 엄청난 존재감이었다.

 

“그대가 이레스인가?”

 

마차 안에는 두 사람이 앉아있었지만 전생에서 본 기억이 있었다.

 

이레스는 평범한 노인을 향해 고개를 살짝 숙인 후에 거대한 존재감을 내뿜는 노인을 향해 오른손을 가슴에 대며 허리를 숙이는 귀족의 인사를 했다.

 

“그레이즈 가문의 장남, 그레이즈 더 이레스가 테라인 전하를 뵙습니다.”

 

예를 다한 인사를 끝으로 천천히 고개를 드는 이레스의 모습에 테라인은 재밌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재밌는 녀석이군.”

 

“칭찬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테라인과 똑같이 미소를 지은 이레스는 그가 피식 실소를 흘리자 조심스럽게 자신과 함께 들어온 헬버튼을 바라보았다.

 

헬버튼은 이미 오랜 친우인 케이든 후작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정령사라고 했나?”

 

다시 들려오는 테라인의 질문에 이레스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한번 볼 수 있을까. 지금까지 본 정령들은 동물이나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알겠습니다. 실피아.”

 

조용한 목소리로 정령의 이름을 부르자 마차 안에서 작은 회오리바람이 일어나더니 실피아가 나타났다.

 

-이레스!

 

조금 전에 소환했었는데도 반갑다는 듯이 머리에 달라붙는 실피아의 모습에 왕국의 왕 앞임에도 이레스는 미소를 그리고 말았다.

 

싸울 때만 소환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같이 소환을 하며 놀아주니 정말 아이처럼 행동하는 실피아였다.

 

빠른 속도로 날아올라 이레스의 머리 위에 올라선 실피아는 주위를 이리저리 둘러보다 테라인을 향해 밝은 미소를 지었다.

 

-안녕!

 

“……허허.”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인사하는 실피아의 모습에 테라인은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으며 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왕국에도 정령사가 존재하기는 했지만 이렇게 활발한 아이의 모습을 한 정령은 없을뿐더러 귀여운 외모의 정령도 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가씨의 이름은 무엇인가?”

 

-실피아! 아저씨 이름은?

 

“테라인이라고 하네.”

 

-테라인?

 

고개를 갸웃하는 모습이 생각을 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이어지자 너무 귀엽다는 생각에 테라인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네. 이 나라의 왕이지.”

 

-왕……. 아!

 

실피아가 무언가를 기억해냈는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검지로 테라인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대장!

 

“…….”

 

-이레스가! 왕은 대장이라고 했어!

 

갑작스레 창피함이 몰려왔지만 테라인은 그런 실피아의 행동까지 마음에 들었는지 자신도 모르게 손을 올려 실피아를 만지려는 순간 그녀가 먼저 날아올라 그의 손등에 앉았다.

 

-헤헤.

 

“딸이나 하나 있었으면 말년에 참 재미있었을 것 같군.”

 

정말 아쉽다는 듯이 손등 위에 올라탄 실피아를 보며 미소를 짓는 테라인이었지만 이레스는 실피아의 행동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아무리 인자한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해도 한 나라를 다스리는 왕국의 왕이었다.

 

결단력이 있으며 강한 힘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할 수 있는 사내인 테라인 왕의 손등에 올라 해맑게 웃고 있자 놀랄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테라인은 그런 실피아의 행동이 좋았다.

 

자식이라고 있는 놈은 어렸을 때부터 잦은 병치레를 하더니 이제는 건강해졌지만, 성격이 너무 유약해 자신을 아버지라는 생각보다 왕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두려워했다. 때문에 오히려 왕이라는 신분을 모르고 행동하는 실피아가 더 좋았던 것이었다.

 

어느새 다시 날아올라 자신의 머리 위에 앉은 실피아의 모습에 입가에 그린 미소를 더욱더 진하게 만든 테라인이 은근슬쩍 이레스를 바라보며 물었다.

 

“정령사는 다른 사람에게 정령친화력이 있는지 알 수 있다고 하는데.”

 

“아쉽게도 없습니다.”

 

“쩝, 그런가?”

 

정말 아쉽다는 듯이 입맛을 다시는 모습이 옆집 할아버지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이레스는 그가 테라인 왕국의 왕이라는 사실을 계속해서 인지하고 있었다.

 

“그래, 왕성까지 와서 마차를 막았다는 것은 내가 이곳에 있다는 것은 안다는 이야기이니, 나에게 할 말이 있군.”

 

이레스는 역시라는 생각으로 인해 작게 감탄을 하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한 가지 부탁이 있어서 왔습니다.”

 

“부탁이라.”

 

잠시 턱을 쓰다듬던 테라인은 이레스가 자신의 아들의 스승이라는 것을 생각해내고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말해보게.”

 

“혹시 아카데미로 향하시는 길입니까?”

 

“그렇다네.”

 

모든 것이 변했다.

 

미래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음에도 무의미한 시간을 없애버리기 위해 너무 빨리 움직였지만 상관이 없었다. 그 변화된 미래가 테라인 왕국 안에서만 일어나는 것이지 대륙 전체에서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레스가 군침을 삼키며 다시 입을 열었다.

 

“조용하게 움직여 결승전을 지켜보실 수 있으십니까?”

 

테라인은 잠시 고개를 갸웃했지만 이레스의 진지한 눈빛을 보고는 또 한 번 미소를 그리고 말았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참 재미있는 아이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 * *

 

“지금부터 결승전이 시작되겠습니다!”

 

우와아아아!

 

사회자의 외침과 동시에 사람들의 함성소리를 반주 삼은 듯이 두 사내가 천천히 걸어왔다.

 

걸어오는 사내 중 은발의 사내는 검으로 유명한 가문 중 하나인 헨바인 백작가의 차남 이드린이었고 또 다른 사내는 평민이라는 신분으로 출전하여 결승전까지 오른 금발이 인상적인 청년, 레이온이었다.

 

“모두 준비됐습니까?”

 

사회자의 질문에 두 사람은 상대를 노려본 채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준비를 마쳤으면…….”

 

스르릉!

 

말끝을 흐리는 순간 마치 그것이 신호탄이라도 되는 듯이 두 사람이 동시에 검을 꺼내 땅을 향하게 늘어트렸다.

 

은발의 사내 이드린은 비웃으며 상대를 바라보았고 레이온은 아무런 표정을 짓지 않은 채 상대를 바라보았다.

 

“결승전을 시작하겠습니다!”

 

탓! 탓!

 

두 사람이 땅을 박차며 상대에게 돌진하더니 강하게 검을 휘둘렀다.

 

카앙!

 

왼쪽 대각선으로 위에서 아래로 내려치는 검과 똑같은 방향으로 휘둘러지는 검이 부딪치는 순간 두 사람의 검은 마치 접착제라도 붙어버린 듯이 떨어지지 않은 채 힘겨루기를 시작했다.

 

“성이 없는 것을 보니 평민인가 보군.”

 

약간 비죽거리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레이온은 집중하기 위해 다시 양손에 힘을 주고는 강하게 검을 밀어버렸다.

 

상대를 밀어버리는 순간 잠시나마 허점이 만들어졌지만 마치 함정이라는 듯이 미소를 그리고 있는 이드린이 마음에 걸려 주춤하는 순간 그가 다시 빠른 속도로 달려오며 검을 휘둘렀다.

 

카아아앙!

 

날카로운 굉음과 함께 이드린보다 반동이 더 크게 다가온 레이온의 검이 튕겨나갔다.

 

“재밌는 것을 알려주지, 평민하고 귀족과의 차이점이라고 할까나.”

 

쉬이익!

 

갑작스러운 말이었지만 레이온은 여전히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은 채 빠른 속도로 찔러 들어오는 검을 튕겨내며 뒤로 물러났다.

 

캉!

 

이드린은 뒤로 튕겨나간 검을 회수하는 대신 다시 앞으로 걸음을 옮기며 반동을 회전력으로 바꾸어 원을 그리며 검을 휘둘렀다.

 

“평민은 귀족을 이길 수 없지. 태어날 때부터 배운 교육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지. 이것을 보면 확연하지. 평민 같은 경우에는 반동으로 튕겨나가면 바로 물러나 자세를 가다듬겠지만 제대로 된 교육을 받으면 그 반동 자체를 이용하는 방법을 배운다.”

 

캉! 캉!

 

“평민들은 꿈을 꾼다고 하지. 노력만 하면 뛰어난 기사가 될 거라고 말이야.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에 가깝지. 배우는 게 다르고 자질 자체도 다르며 부모의 후원도 있으니까.”

 

“……그래서?”

 

레이온이 다시 공격을 막아내며 처음으로 입을 열자 이드린은 재밌다는 듯이 쿡쿡 웃음을 흘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

 

“불가능하다는 거지…….”

 

쉬이익!

 

“네가 이기는 것은 말이야!”

 

지금까지 휘둘러진 베기보다 더 빠른 베기였다.

 

레이온은 마치 이상한 것이라도 보는 듯이 검을 바라보다 왼발을 주축 삼아 오른쪽으로 몸을 틀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래서 평민을 하인처럼 취급하는 건가?”

 

아카데미 생활을 통해 많은 것을 보아온 레이온이었다.

 

이드린은 피식 실소를 흘리며 대답했다.

 

“재능이 없으면 귀족에게 더 도움되는 일을 해야 하지 않겠나?”

 

쉬이익!

 

검이 허공을 가르고 땅에 부딪치려는 순간 그의 검이 ‘V’자를 그리는 듯이 다시 공격에 들어왔다.

 

레이온이 또다시 왼발을 추축삼아 오른쪽으로 몸을 틀어 공격을 피하며 피식 실소를 흘렸다.

 

“웃기는 이야기이군.”

 

“크크큭. 평민의 또 다른 특징이지, 아무리 설명을 해주어도 믿지 못하는 거.”

 

웃음을 터트리며 뒤로 물러나는 이드린의 모습에 레이온이 처음으로 눈을 가늘게 뜨며 먼저 공격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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