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공작 11화
무료소설 구름공작: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71회 작성일소설 읽기 : 구름공작 11화
제5장 인재 찾기 (2)
헬버튼이 고개를 갸웃하는 사이 이레스가 비어있는 뒷자리에서 의자를 하나 끌어 자신의 책상 앞에 내려놓았다.
“앉으세요.”
“아…… 네.”
이레스는 당황하면서도 황급히 자리에 앉는 클라리아의 모습에 피식 실소를 흘리며 물었다.
“자퇴할 생각 있어요?”
“……예?”
잘못 들었다는 듯이 다시 물어오는 클라리아의 모습에 이레스는 입가에 그린 작은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다시 말했다.
“자퇴.”
어차피 자신의 말에 다시 되물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귀찮은 것은 없었다.
“어차피 아카데미에 입학한 것을 보면 일자리를 찾기 위해 공부를 하는 거 아닌가요?”
“그, 그렇긴 한데.”
“그렇다면 자퇴도 괜찮지 않나요? 1학년이든, 2학년이든, 교육의 틀은 크게 벗어나지 않을 테니, 오히려 바로 실전에 들어가는 것이 도움이 될 텐데.”
“조금 가, 갑작스러워서.”
당황해하는 클라리아의 모습에 이레스는 어깨를 으쓱하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
“저는 축제가 끝나고 할 일을 마치면 바로 자퇴를 하고 가문으로 돌아갈 거예요.”
“듣지 못한 이야기입니다만……. 허허허.”
아무 말도 못하는 클라리아와는 다르게 헬버튼이 웃으며 반문했지만 이레스는 그런 그를 무시했다.
“잘 생각해보세요, 아마 대부분의 인재를 찾게 되면 바로 떠날 거니까. 일주일 남았네요.”
“아…….”
드르륵.
말 그대로 자신의 할 말만 하고 자리에서 일어난 이레스가 교실을 나가자 헬버튼이 정신이 없어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클라리아를 바라보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
“전개가 빠르기는 하였지만 아마 아가씨에게는 좋은 이야기일 겁니다. 그레이즈 가문의 문관이라면 생각보다 좋은 직위이니까요.”
“그렇게 생각해서 빠르게 이야기한 거예요.”
* * *
이레스는 반년 동안 레이온을 단련시키면서도 전생의 기억을 뒤져 아카데미에서 유명했던 사람들을 찾아다녔고 그 결과 두 사람을 발견할 수 있었다.
경제학부의 클라리아.
마법공학부 한스.
“이번엔 누구 입니까?”
“마법공학부 한스.”
경제학부의 클라리아가 졸업과 동시에 20년 만에 백작가를 후작가로 만들어버린 인재라면 마법공학부의 한스는 아카데미를 자퇴하고 자신의 재능을 찾게 된 케이스였다.
대장장이 한스.
마나의 재능이 있었지만 마법학부가 아닌 마법공학부를 선택하여 교육을 받은 한스는 3학년이 되었을 때 마나의 재능은 있지만 마법의 재능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깨닫고 바로 아카데미를 자퇴했다.
옛날부터 만드는 것을 좋아했던 한스는 자퇴와 동시에 일자리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다 대장간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 후 10년 뒤에 테라인 왕국의 5대 대장장이가 되었고, 또 10년 뒤에 왕실 대장장이 수장이 되었다.
헬버튼이 마법공학부라는 단어를 작게 중얼거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가문에 마법사가 별로 없었죠.”
“마법사 아니에요.”
“아……닙니까?”
의아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하는 헬버튼을 향해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인 이레스는 3학년 Me반(Magic Engineering) 마법공학반 앞에 도착하자마자 문 앞에 서 있는 학생을 향해 다가갔다.
“저기요.”
“어서 오십시오! 마법아티팩트 상점입니다!”
그냥 부른 것일 뿐인데 소년은 큰 목소리로 외치며 이레스와 헬버튼을 향해 미소를 그려주었다.
마법공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실력보다는 기발한 발상과 모든 것을 꿰뚫어볼 수 있는 통찰력이 가장 중요했다. 그렇기에 그는 고개를 숙이기 직전 이레스가 2학년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그 뒤에 서 있는 기사도 보았다.
드르륵.
미소를 지은 학생이 교실 문을 열자 수십 개의 장신구가 진열된 책상과 수많은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이레스가 눈을 빛내며 장신구를 바라보다 헬버튼에게 시선을 돌렸다.
“좀 쉬다가 갈까요?”
“저야 상관없습니다.”
교실 안으로 들어선 두 사람은 주위를 둘러보다 피식 실소를 흘렸다.
경제학부와는 다르게 이곳 손님은 여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마법검이나 마법방패가 아닌 여성들이 좋아할만한 아름다운 장신구에 마법을 저장하다 보니 인기가 있던 것이었다.
천천히 걸음을 옮겨 책상으로 향한 이레스는 반듯하게 진열되어 있는 장신구와 그 밑에 적혀있는 저장된 마법을 보고는 작은 미소를 지었다.
역시 3학년 학생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뛰어나지는 않지만 최대 3서클 마법이 저장되어있는 아티팩트가 나열되어 있었다.
3서클 경지는 마법의 재능이 아무리 없어도 가능한 경지였다. 깨달음뿐만이 아니라 서클을 생성하는 데 필요로 하는 마나도 적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륙에는 3서클 이하의 마법사들이 수두룩했지만 4서클 이상의 마법사는 보기가 힘들었다.
“아마 마법공학부의 선생이 클라우드 백작님이셨죠.”
클라우드 백작.
5서클 마법사로 테라인 왕국을 대표하는 세 마법사 중 한 사람이었지만 서클의 경지로 대표가 된 것이 아닌 아티팩트 제작의 재능이 뛰어나 대표가 된 마법사였다.
좋은 스승 밑에 좋은 제자가 있다는 말을 순간적으로 떠올린 이레스는 작게 미소를 그리던 도중 레이온을 떠올렸다.
검술은 뛰어나다. 자신이 키웠기에 뿌듯하여 미소가 그려졌지만 그의 입에서 나오는 험한 말을 떠올리면 인상이 찌푸려졌다.
‘난…… 좋은 스승은 아니었군.’
무언가 아쉬운 감정이 남아 살짝 입맛을 다시던 이레스는 다시 아티팩트를 구경하다 작은 귀걸이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이거 쓸 만한데요.”
“스테미너 업?”
“체력을 올려주는 아티팩트네요. 엘리스에게 좋을 거 같은데요.”
이레스의 설명을 들으며 물끄러미 장신구와 밑에 적혀있는 마법의 종류를 확인하던 헬버튼이 마법의 종류 밑에 조그맣게 적혀있는 이름을 보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데미안?”
“……예?”
“아니, 이름에 데미안이라고 적혀있어서.”
‘데미안? 데미안……!’
자신도 모르게 전생의 기억을 뒤지던 이레스가 깜짝 놀라며 책상 뒤에 서 있던 학생을 바라보았다.
“저기요.”
“예?”
“데미안이라는 사람 좀 볼 수 있을까요?”
같은 학생이, 그것도 다른 학부의 후배가 만나고 싶어 한다는 것에 학생이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하다 그의 옆에 서 있는 헬버튼을 발견하고는 바로 대답했다.
“밤새 아티팩트를 제작해서 너무 힘들다고 잠시 쉬고 온다고 해서 어디 갔는지까지는…….”
이레스는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바로 교실을 나섰다.
“도련님?”
“데미안…… 왜 기억하지 못했을까.”
비운의 천재 데미안.
아티팩트 제작만 본다면 클라우드 백작을 넘어선다는 이야기가 돌던 데미안은 어렸을 때부터 몸이 약해 갖은 병을 달고 살다 보니 20세를 넘기지 못하고 사망했다.
자살도 아니고 타살도 아닌 사고사로, 축제기간에 판매할 마법 아티팩트를 너무 많이 제작하다 보니 체력이 바닥까지 내려가 계단을 내려가다 빈혈로 인해 미끄러져 사망한 것이었다.
뛰어난 능력을 제대로 발휘해보지 못하고 어이없게 사망했기에 사람들은 그를 비운의 천재라고 불렀었다.
엘리스가 놀러온 상태에서 일어난 사건이었기에 미리 알아두고 피해 다녔기에 위치를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이레스가 의문 모를 표정과 함께 달리고 있는 헬버튼을 바라보았다.
“빨리 가야 합니다.”
“그…… 데미안이라는 자 때문입니까?”
“느낌이 안 좋아요.”
전생을 기억하고 있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던 이레스는 느낌이 안 좋다는 말로 대신하고는 바로 본관을 나와 본관에서 가장 가까운 공원으로 향하는 길을 바라보았다.
기다란 계단이 있었고 이 계단을 내려가다 데미안이 미끄러져 사망했다.
빠른 속도로 주위를 둘러보던 이레스가 휘청휘청 거리며 내려가는 회색빛을 머금은 은발의 청년을 발견하고는 땅을 박차며 달려갔다.
쉬이익!
땅을 박차며 달려가는 것과 동시에 청년의 몸이 앞으로 쓰러지기 시작하자 이레스가 입술을 살짝 깨물다 외쳤다.
“실피아!”
쉬이익!
“지켜!”
반년이라는 시간은 생각만으로 정령과 대화를 하는 것이 가능했다.
갑작스러운 회오리바람에 깜짝 놀란 사람들의 시선이 무의식적으로 이레스를 바라보다 바람의 정령 실피아에게 옮겨졌지만 실피아는 이미 쓰러지고 있는 사내를 향해 날아가는 중이었다.
-에잇!
큰 소리로 외치며 양손을 뻗자 거대한 바람이 불어왔다. 하지만 청년을 중심으로 생각하면 앞으로 쓰러지고 있었기에 그를 보호하려면 맞바람이 불어야 했지만 말 그대로 순풍이 불어 더욱더 빠른 속도로 쓰러지고 있었다.
이레스가 깜짝 놀라 소리쳤다.
“실피아! 역풍! 역풍! 순풍 말고 역풍!”
실피아가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돌리며 갸웃하는 순간 앞으로 쓰러지던 청년의 다리 쪽으로 강한 바람이 불어와 그를 하늘 위로 떠오르게 했다.
“……아. 그렇군.”
정령의 능력에도 부과효과라는 것이 있었다.
불의 정령이 능력을 사용할 때 근처에 불이 존재하면 더욱더 강한 불을 만들 수 있고 상대방이 물속에 있다면 공격할 수 없었다. 정령도 정령 나름대로 상성의 효과를 가진 천적이 있는 것이었다.
실피아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바람은 어디에서나 존재하기에 약하고 강하고가 존재하지는 않았지만 순풍이 불면 앞으로 내보내는 바람의 힘이 강하고 역풍이 불면 뒤로 밀려 보내는 바람의 힘이 강했다.
지금은 순풍이 불고 있으니 실피아는 자신의 능력에 맞게 역풍을 만들어 보호하는 것이 아닌 순풍을 더욱더 강하게 만들어 하늘 위로 떠오르게 하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을 사용한 것이었다.
실피아의 뒤를 따라 빠르게 달려오던 이레스가 하늘 위로 떠오른 청년을 향해 손을 뻗는 순간 실피아의 작은 목소리가 귓속을 파고들었다.
-이레스…… 무거워.
“자, 잠깐만 버텨줘!”
다시 계단으로 떨어지는 청년의 모습에 황급히 외친 이레스가 손을 뻗어 청년의 목을 감싸며 뒤로 강하게 잡아당겼다.
“쿠에엑!”
* * *
정신이 없었다.
3학년이 되자 일자리에 대한 압박감이 진심으로 다가오자 자신을 홍보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축제에 판매할 아티팩트의 40%를 홀로 제작했다.
밤낮을 가리고 제작하다 보니 어렸을 때부터 몸이 약했는데 무리를 해서 작업을 하니 눈도 제대로 떠지지 않았고 중심을 잡기도 힘들었다. 그래서 계단을 내려가다 넘어질 때에도 자신이 넘어지는구나 하는 생각만 들었지 넘어지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어이가 없긴 하네.’
데미안은 눈앞에 보이는 수십 층으로 이루어진 돌계단을 보고 피식 실소를 흘렸다.
철야로 인해 체력이 없어 죽는 것이 너무 허무했고, 그 허무한 죽음을 피하기 위해 버둥댈 힘마저도 없는 자신의 체력이 너무 한심했다.
점점 눈앞으로 다가오는 돌계단의 모습에 천천히 눈을 감은 채 죽음을 기다리던 데미안은 자신에게 전해오는 느낌이 고통이 아닌 시원한 바람이자 천천히 눈을 떴다.
“뭐…… 쿠에엑!”
눈을 뜨는 순간 누군가의 팔이 자신의 목으로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고 뒤이어 엄청난 고통이 그의 온몸을 파고들었다.
“쿨럭! 쿨럭!”
“이봐요. 괜찮아요?”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목에서 느껴지는 고통으로 인해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기침을 하며 고통이 사그라지기를 기다릴 뿐이었다.
자신을 구한 사람도 이대로 갈 수가 없었다고 생각했는지 기다리는 느낌이 들자 데미안은 억지로 눈을 떠 상대를 바라보았다.
“콜록! 콜록!”
보이는 광경이 참 이상했다.
테라인 왕국에서 보기 드문 흑발의 청년과 그 청년의 머리에 앉아있는 푸른 소녀, 그리고 청년의 뒤에 서서 걱정스레 자신을 내려다보는 철갑옷을 입은 할아버지가 그에 시야를 채우는 광경이었다.
그의 시선이 철갑옷을 입은 할아버지에게 고정되었다.
허리춤에 차고 있는 검과 철갑옷, 그리고 마지막에는 철갑옷 왼쪽에 방패의 안으로 검과 도가 교차하고 있는 문양이 눈에 들어왔다.
방패 안에 검과 도가 교차하고 있는 문양을 사용하는 가문은 단 하나밖에 없었다.
“도련님, 의무실에 데려가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도련님이라는 단어가 귓속을 파고들자 데미안이 한 손으로 목을 부여잡고 한 손으로 청년의 팔을 붙잡았다.
도련님이라 불린 청년이 고개를 갸웃하며 자신을 바라보자 데미안이 계속 기침을 하는 상황임에도 천천히 입을 열었다.
“3학년…… 콜록콜록! 마법공학부 데미안입니다……. 기억해주십시오.”
* * *
이레스는 쓰러진 데미안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헬버튼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거…….”
“예, 홍보하는 거 같군요.”
다시 고개를 돌리니 데미안은 미소를 지은 채로 잠이 든 상태였다.
“쿡!”
생각 외의 인재가 발견되었다.
그것도 아주 뛰어난 인재, 꽃을 피워보지도 못하고 시들었던 아주 아름다운 꽃이 그레이즈 가문으로 들어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