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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공작 50화

무료소설 구름공작: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53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구름공작 50화

제11장 헥토스 왕실 (2)

 

 

“헥토스 전하께서 레이온 님과 함께 이레스 님, 크리스 님을 식사에 초대했습니다.”

 

“왜요?”

 

어이없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듯이 되묻는 이레스의 모습에 아이스 자작이 미소를 지은 채 어깨를 으쓱했다.

 

“제가 초대한 것이 아니니 확실히 알 수는 없지요. 하지만 그거 하나만은 분명합니다.”

 

물어보기가 껄끄러워졌다. 하지만 아이스 자작이 그의 대답을 듣지 않고 입을 열었다.

 

“지금 왕성으로 이레스 공자님과 실피아 공주님의 이야기가 소문으로 돌고 있습니다.”

 

“크크큭! 어떤 소문입니까?”

 

짜증 난다는 듯이 인상을 찌푸리는 이레스를 대신해 소문의 정체를 알고 있음에도 레이온이 질문을 던지자 아이스 자작이 난감하다는 듯이 이마를 살짝 긁고는 대답했다.

 

“최초의 소문과 마지막으로 퍼진 소문이 있습니다. 최초의 소문은 이레스 공자님이 어렸을 때 실피아 공주님을 본 적이 있고, 그 한 번의 만남에 너무 깊은 인상이 박혀 정령과 계약을 할 때 실피아 공주님의 모습을 한 정령이 나타났다는 것이고.”

 

“내 솔직히 실피아 공주님은 난생 처음 봅니다만.”

 

“소문이 그렇다는 거다. 소문이. 킥킥킥.”

 

투덜거리는 이레스를 비웃은 레이온이 다시 아이스 자작을 바라보자 그는 정말 민망한 듯이 이레스를 힐끔힐끔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어렸을 때부터 아무도 모르게 만나는 사랑하는 사이라고?”

 

“미……친.”

 

이레스가 자신도 모르게 욕설을 내뱉을 때 레이온이 고개를 갸웃하며 아이스 자작을 바라보았다.

 

“그 소문은 왕실에만 퍼진 것입니까?”

 

“예, 일단 밀폐된 공간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퇴근시간이 되기 전까지는 왕성을 빠져나갈 수가 없으니 왕성에만 퍼진 소문이었지만…… 아마…….”

 

“아아악!”

 

내일이면 성도로 그 소문이 널리 퍼질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소문의 주인공이 어떻게 반응하는 것이냐라는 것이었다.

 

“실피아 공주님은요?”

 

“그게…….”

 

“설마.”

 

아이스 자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공주님의 측근들이 물어보았지만 이레스 자작님 이름만 들으면 창피한지 얼굴을 붉히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정말 오래전에 사랑했던 사…….”

 

“그만!”

 

버럭 소리 지르며 아이스 자작의 말을 막은 이레스가 정말 짜증 난다는 표정을 지으며 다시 소파에 누우려다 레이온과 아이스 자작이 앞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소파에 몸을 누였다.

 

“미치겠네.”

 

“재밌는데?”

 

소문은 한 번 발생하면 다른 거대한 소문이 일어나기 전까지 그 소문은 지워지지 않았다. 아마 이 소문은 실피아 공주가 아니라고 외쳐도 지워지지 않을 것이고 이레스가 엘리스를 데리고 와야만 풀어질 소문이었다.

 

똑똑똑.

 

다시 들려오는 노크소리에 재밌다는 듯이 이레스를 바라보며 히죽히죽 웃고 있던 레이온이 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누구십니까?”

 

“데우스입니다. 레이온 왕자님.”

 

이레스가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고 레이온은 입가에 그린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천천히 입을 열었다.

 

“들어오십시오.”

 

끼익.

 

문이 열리며 헥토스 왕국의 제1왕자 데우스와 왕실호위기사단 3단 단장 자베인 자작이 안으로 들어왔다. 이레스가 눈을 빛내며 데우스의 손을 붙잡았다.

 

“소문 들으셨습니까?”

 

“하하하! 예, 들었습니다.”

 

웃으며 대답하는 데우스의 모습에 이레스가 인상을 한없이 찌푸렸다.

 

“아니, 지금 여동생의 미래를 불안정하게 하는 말도 안 되는 소문이 돌았는데 웃음이 나오십니까?”

 

역시 이레스였다.

 

다른 나라의 왕자라도 자신의 할 말을 꼭하고 있었다.

 

너무 자연스러운 그의 말투에 두 사람이 그저 미소를 짓고 있을 때 데우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게, 실피아도 너무 부끄러워하는 것일 뿐, 싫어하는 것 같지는 않더군요.”

 

“……예?”

 

모두가 당황하는 사이 이레스가 자신도 모르는 듯이 반문을 하자 데우스가 히죽 웃고 있는 자베인 자작을 바라보고는 작게 미소를 지었다.

 

“오히려 이레스 님이 마차 위에서 이동하실 때 물어보더군요. 이레스 님이 어떤 분인지.”

 

“이런…….”

 

“말도 안 되는.”

 

레이온과 데인이 어이없다는 듯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고, 이제는 말도 나오지 않는지 입을 떡하니 벌리고 있는 이레스의 모습에 데우스가 정말 고민이라는 듯이 턱을 쓰다듬었다.

 

“뭐, 솔직하게 말하면 동맹국인 헥토스 왕국과 테라인 왕국에서 다시 혈연으로 동맹이 맺어진다면 그만큼 좋은 것은 없겠지요. 실피아도 이레스 님을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고, 이레스 님의 가문 정도면 헥토스 왕국에서도 만족할 만하니까요.”

 

“아니아니. 그게 아니죠”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말하는 이레스였지만 데우스는 이미 자신의 손에서 벗어났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아버님도 알고 계십니다.”

 

“예?”

 

데우스가 고개를 갸웃했다.

 

“아이스 자작님께서 말씀하셨겠지만 이번 저녁 식사 때 테라인 왕국의 두 공작가의 아들도 식사에 초대한 이유가 이레스 님 때문입니다.”

 

“크크큭.”

 

“젠……장.”

 

레이온은 웃었지만 이레스는 인상을 찌푸렸다.

 

이거 까딱하면 코가 꿰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 * *

 

저녁 다섯 시가 되자 레이온과 이레스, 크리스 그리고 그들을 호위해야 한다는 명목하에 아이스 자작이 함께 식당으로 향하고 있었다.

 

“크크큭.”

 

“젠장.”

 

레이온은 식당으로 향하며 계속해서 웃음을 터트리고 있었고 크리스는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듯이 인상을 찌푸리며 이레스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레스 님.”

 

“예…….”

 

“걱정은 안 하시는 것이 좋을 겁니다.”

 

“아니, 걱정이 안 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만.”

 

어색하게 웃으며 말하는 이레스의 모습에 작게 미소를 지은 크리스가 정면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솔직하게 말해서 그저 실피아가 실피아 공주님을 닮아서 소문이 일어난 것이 아닙니까?”

 

“……그렇긴 합니다만.”

 

“그저 외모만 닮았으니 이야기만 잘하면…….”

 

“이름은요?”

 

“아…….”

 

크리스가 이레스의 반문에 입을 다물었다.

 

아무리 냉철한 판단력과 뛰어난 지략가인 크리스도 이런 일을 해결할 정도로 뛰어난 것은 아니었다.

 

“크하하하!”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린 레이온이 황급히 입을 다물고 진정을 하려 하자 이레스는 레이온을 째려보고는 다시 정면을 바라보았다.

 

초반부터 이상한 일에 엉켜버렸다.

 

처음에는 헥토스 왕국의 왕자와 공주를 구하게 되어 생각보다 유리한 지점을 확보한 채 거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 도움으로 인해 오히려 문제가 생기고 말았다.

 

이레스가 수많은 생각을 하고 레이온과 아이스 자작이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은 채 이레스를 바라보고 크리스가 아무런 감흥 없는 표정으로 걸음을 옮길 때 그들은 거대한 식당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괜찮냐?”

 

자신의 앞에 서 있는 거대한 문이 열리면 헥토스 왕국의 절대자와 소문의 주인공들이 한데 모이게 된다.

 

레이온이 힐끔 쳐다보며 묻자 이레스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반문했다.

 

“지금 제가 괜찮아 보이십니까?”

 

“크크큭.”

 

또 한 번 웃음을 터트린 레이온이 정면을 바라보자 아이스 자작이 문을 지키는 병사들에게 말했다.

 

“테라인 왕국 사신단입니다.”

 

기사들의 시선이 처음에는 레이온, 그다음에 크리스, 아이스 자작을 끝으로 마지막에는 이레스에게 고정되었다.

 

“……이레스 님이십니까?”

 

“젠장.”

 

그저 이름을 묻는 것일 뿐인데도 웃음이 나오는 레이온이 작게 미소를 그리자 이레스도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기사는 마치 제대로 된 물건인지 확인하는 듯이 그의 몸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천천히 문을 열었다.

 

끼이익.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숙이고 식당 안으로 들어서자 그의 귓속으로 레이온의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테라인 왕국의 왕자 레이온이 헥토스 왕국의 주인을 뵙습니다.”

 

“테라인 왕국의 아이스 가문 가주가 헥토스 왕국의 주인을 뵙습니다.”

 

“테라인 왕국의 멕케인 가문 소가주가 헥토스 왕국의 주인을 뵙습니다.”

 

레이온, 크리스, 아이스 자작의 인사를 끝으로 이레스의 인사만이 남자 그는 억지로 고개를 들고 인사를 했다.

 

“테라인 왕국의 그레이즈 가문 소가주가 헥토스 왕국의 주이…….”

 

천천히 고개를 들어 헥토스 왕을 바라보며 인사를 하던 이레스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다물고 말았다.

 

‘……뭐지?’

 

거대한 식탁의 중심으로 인자한 노인이 앉아있었다.

 

헥토스 왕국의 주인인 헥토스 왕이었다. 하지만 이레스는 그를 바라보며 아무런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누구지?’

 

전생에서 욕심을 부려 헥토스 왕국을 멸망시켰던 왕이 아니었다.

 

직접 본 적은 단 한번이었지만 인상이 깊은 사건이었기 때문에 아직도 헥토스 왕국의 왕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헥토스 왕을 만난 것은 연합군이 모두 모여 참수를 할 때였다.

 

너무 오래된 기억이어서 헷갈릴 수도 있었지만 레이온이 자신의 옆에 서서 저런 왕이 되고 싶지 않다고 말했을 때 그의 옆에서 헥토스 왕의 참수를 지켜보았기에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다.

 

이레스.

 

그가 기억하고 있는 헥토스 왕은 거대한 식탁의 중앙을 차지한 사람이 아닌, 그 노인의 옆에서 자신을 째려보는 뚱뚱한 청년, 그가 이레스가 기억하는 헥토스 왕이었다.

 

미래의 기억을 읽고 먼저 움직였다. 그리고 그 결과 미스릴 광맥의 욕심을 내어 왕국을 멸망시켰던 헥토스 왕이 아닌 병으로 인해 사망하기 전인 헥토스 왕과 만나게 되었다.

 

“이레스.”

 

잠시 말을 끊으며 멍하니 왕을 바라보는 이레스의 모습에 레이온이 그의 이름을 불렀다.

 

정신을 차린 이레스가 다시 말했다.

 

“테라인 왕국의 그레이즈 가문 소가주가 헥토스 왕국의 주인을 뵙습니다.”

 

모든 작전을 수정해야 했다.

 

아직 왕이 바뀌지 않았다.

 

헥토스 왕국에 대한 정보가 전무했던 이레스는 미스릴 광맥이 발견되기 몇 달 전에 현 왕이 죽고 차남이 왕위다툼에서 승리를 하고 왕위에 올랐다는 것을 몰랐다.

 

그렇기에 바꿔야 했다. 모든 작전을 바꿔야 했다.

 

심지어 미스릴 광맥만 찾고 다시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가이아력 145년 또는 146년에 발견되도록 만들어야 했다.

 

현 헥토스 왕이 미소를 지으며 네 사람을 향해 입을 열었다.

 

“어서 오시게.”

 

* * *

 

이레스는 어떠한 말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음식을 꾸역꾸역 입에 넣고 헥토스 왕을 바라볼 뿐이었다.

 

‘귀족파에서 손을 쓴 것인가?’

 

전생에서는 헥토스 왕국에 들른 적이 없어서 몰랐는데 이제는 확실했다.

 

정정한 모습을 하고 있는 헨들릭스 공작이 왜 내년에 노환으로 죽었다고 소문이 퍼졌는지, 왜 헥토스 왕국이 미스릴 광맥에 욕심을 내서 자기 자신의 손으로 멸망의 길에 들어섰는지까지 확실해졌다.

 

귀족파가 밀고 있는 차기 왕, 차남인 데드릭을 왕위에 올리기 위해 왕권파에서 가장 없애야 할 근원인 헨들릭스 공작을 죽인 것이었다.

 

“그래, 이레스라고 했던가?”

 

갑작스레 들려오는 헥토스 왕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이레스가 작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예. 그레이즈 더 이레스, 이레스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고개를 살짝 끄덕인 헥토스가 천천히 식기를 내려놓으며 조용한 목소리로 물었다.

 

“혹시 내 딸을 본 적이 있는가?”

 

이레스는 미칠 것만 같았다.

 

헥토스 왕국이 멸망하게 된 원인을 알게 된 것으로 인해 머릿속이 어지러운데 여기서 실피아 공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니 머릿속이 정리되지 않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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