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공작 4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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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476회 작성일소설 읽기 : 구름공작 49화
제11장 헥토스 왕실 (1)
“…….”
“…….”
이레스는 미칠 것만 같았다.
레이온이 말을 이끌고 있어 자신도 전마를 이끌고 움직이고 싶었지만 그렇게 되면 실피아 혼자 마차 안에 있어야 했다.
아무리 부상을 입었다고는 해도 어느 정도 체력이 회복된 이상 본연의 임무로 복귀해야 한다며 마차 주변을 둘러싼 채 호위임무에 들어간 자베인 자작과 그의 부하들이 자신을 볼 때마다 히죽히죽 웃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자신을 볼 때마다 웃음을 흘리는 이유가 대충이나마 짐작은 갔다.
바람의 정령 실피아.
정령은 계약자가 떠올리는 가장 행복했던 기억을 가지게 한 것에 대해 영향을 받아 그것이 동물이면 동물의 모습을 하고 나타나고 사람이면 사람의 모습을 하고 나타난다.
이레스의 경우에는 자신의 여동생인 엘리스를 떠올려 실피아의 모습이 엘리스를 닮았지만, 하필 실피아 공주도 이목구비가 엘리스와 비슷하여 언뜻 보면 실피아와 비슷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미인이면 비슷하게 아름다운 느낌이랄까?
‘실피아에게는 미안하지만 헥토스 왕국에서는 절대로 정령을 소환해서는 안 되겠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휴식을 취하는 순간에도 느껴지는 헥토스 왕국 왕실호위기사단의 시선에 작게 인상을 찌푸린 이레스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일단 실피아가 자신의 여동생을 닮았다고 변명을 했지만 그들은 전부 못 믿는 눈치였다. 그들은 엘리스를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데우스도 휴식을 취하기 위해 마차에서 내릴 때마다 자신을 보며 히죽히죽 미소를 지었고, 실피아 공주도 자신만 보면 창피한지 고개를 푹 숙였다.
사람들의 시선을 애써 무시한 채 휴식을 취하고 있을 쯤 이레스의 귓속으로 아이스 자작의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헥토스 성도에 도착했습니다.”
천천히 눈을 뜨고 몸을 돌려 바닥에 엎드린 이레스가 고개만 들어 정면을 바라보았다.
거대한 성문과 거대한 성벽, 그리고 성벽이 감싸고 있는 도시의 정중앙에 세워진 거대한 성이 눈에 들어왔다.
아이스 자작의 목소리가 마차 안으로도 파고들었는지 창문이 열리며 데우스가 거대한 성벽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마중이 아니라 도움을 받은 것이지만 헥토스 왕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크큭.”
“쿡.”
생각보다 털털한 성격에 이레스가 놀라 웃음을 터트리고 레이온도 고개를 끄덕이며 웃음을 터트릴 때 왕국 사신단은 헥토스 성도의 입구 앞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데우스와 실피아 공주의 마중이 전부가 아니었는지 이미 성문 앞에는 수백 명의 병사들과 기사들, 그리고 인상이 좋은 한 노인이 사신단을 기다리고 있었다.
“흐음. 누구지?”
노인의 모습에 작게 감탄을 하며 중얼거리는 이레스의 모습에 레이온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오히려 되물었다.
“정말 모르는 것이냐?”
“에이, 테라인 왕국의 귀족들 이름도 전부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다른 나라의 귀족 이름을 알겠습니까?”
“하지만 기사라면 알고 있어야 되는 거 아닌가?”
“기사?”
레이온이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이레스의 머릿속으로 헥토스 왕국의 유일한 소드마스터가 떠올랐다.
“헨들릭스 공작입니까?”
헨들릭스 공작.
헥토스 왕국이 보유한 유일한 소드마스터이자 헥토스 왕실을 지키는 왕실호위기사단장으로 현재 알려진 마스터 검사들 중에 최고 연장자이지만, 그만큼 실력과 경험이 많아 그 누구도 얕잡아보지 못하는 검사가 헥토스 왕국의 헨들릭스 공작이었다.
‘내년이었나?’
헨들릭스 공작은 가이아력 146년, 노환으로 인해 사망을 하게 된다.
마스터 경지에 올라 초인이라 불린다고 해도 사람에게 정해진 수명이 있듯이 그들에게도 정해진 수명이 있어 수명을 다해 세상을 떠난 것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앞에서 마차가 오기를 기다리는 헨들릭스 공작은 1년 후에 노환으로 사망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정정해 보였다.
‘무언가가 있군.’
자신도 모르게 진지한 표정으로 헨들릭스 공작을 바라볼 때,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맞추어졌다.
갑작스러운 눈인사에 이레스가 몸을 살짝 떠는 순간 헨들릭스 공작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했고, 이레스도 이내 작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을 때 사신단은 이미 성문 앞에 도착한 상태였다.
“테라인 왕국의 왕자, 레이온이라고 합니다.”
말에서 뛰어내려 고개를 살짝 숙이는 레이온의 인사에 흐뭇한 미소를 지은 헨들릭스 공작이 한쪽 무릎을 꿇고 왼손으로 오른손 주먹을 포개어 머리 위로 들어올렸다.
“헥토스 왕국 소속 헨들릭스 가문의 가주가 테라인 왕국의 왕자님을 뵙습니다.”
작은 미소를 띠며 자신을 반기는 헨들릭스 공작을 향해 천천히 허리를 숙여 직접 그의 몸을 일으켜 세운 레이온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마중 나와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허허허! 아무리 몇 년마다 있는 정기적인 일이라고는 하지만 함께 살아가기 위해 체결해야 할 동맹 건으로 온 것인데 이런 예의는 당연히 해야지요.”
헥토스 왕국과의 동맹 건, 그것은 생각보다 빠른 동맹 체결을 말하는 듯이 아주 평화롭고 즐거운 분위기의 마중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아, 그런데 왕자님과 공주님은 어디 계십니까?”
순간적으로 데우스와 실피아를 떠올린 사신단의 몇몇이 웃음을 터트렸다.
“큭.”
“쿠쿡”
헨들리스 공작은 의아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했고 그 순간 마차 안에서 데우스와 실피아가 내려왔다.
* * *
“이제 어찌할 건데?”
동맹 체결은 왕의 인장이 필요했지만 이미 왕의 인장이 찍힌 서신을 들고 있었기에 헥토스 왕이 왕의 인장을 찍으면 끝난다. 그러면 간단하게 동맹이 연장되고 일주일 후에 헥토스 왕국을 떠나야 했다.
문제는 그 일주일 사이에 레이온 같은 경우에는 가능한 시간을 끌면서 이레스와 데미안이 미스릴 광맥을 찾을 때까지 기다리고, 광맥을 찾든 못 찾든 돌아가기 전에 헥토스 왕에게 거래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왕이 업무로 인하여 바쁘다는 이유로 저녁 늦은 시간에야 시간이 잡혀버린 레이온 일행은 손님방에서 시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녀가 가지고 온 다과를 먹으며 시간을 축내던 이레스는 레이온의 물음에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헥토스 전하를 만나 동맹을 체결하고 네가 X빠지게 연회에 참가하며 사람들의 시선을 끌 동안 우리는 X빠지게 고생해서 미스릴 광맥을 찾고 떠날 당일, 거래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단순하군.”
“단순하지만 이만큼 확실한 설명이 어디 있을까?”
씨익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는 이레스의 모습에 고개를 설레설레 젓던 레이온은 다과를 열심히 먹어치우는 그를 빤히 바라보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실피아.”
움찔.
“실피아 공주.”
움찔.
“크크크큭.”
레이온의 경우에는 그의 여동생인 엘리스를 만난 적이 있어 실피아가 누구의 모습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헥토스 왕국은 실피아를 보게 된다면 실피아 공주를 떠올릴 것이며, 그렇게되면 그와 실피아 공주의 사이가 아주 미묘하게 되어버린다.
일단 두 사람은 만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실피아가 실피아 공주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으니 그들이 생각할 것은 단 두 가지다.
어렸을 때 이레스가 실피아 공주를 만나 그 기억이 너무 깊게 박혀 실피아와 계약을 할 때 그녀의 모습을 하고 나타났다는 것과, 그의 이상형으로 실피아의 모습이 나타난 것으로 말이다.
“헥토스 왕국에서는 절대로 실피아를 소환하지 마.”
“알아…….”
정말 귀찮다는 듯이 작게 중얼거리던 이레스가 레이온이 데우스와 실피아 공주를 알고 있는 것을 떠올리고는 손에 묻은 부스러기를 털며 그를 바라보았다.
“넌 알고 있었냐?”
“뭘?”
“실피아 공주.”
레리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너도 처음 봤겠지만, 헥토스 국왕은 실피아 공주를 정치의 희생양으로 삼고 싶지 않다고 했지. 그녀가 좋아하는 사람과 결혼시킬 것이라고 해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공주의 외모를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었어. 하지만 정령 실피아의 모습은 문제의 소지를 가지고 있지.”
“에휴.”
작게 한숨을 내쉬는 이레스의 모습이 재미있었는지 레이온이 또 한 번 웃음을 터트리고는 그의 옆에 앉은 데인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데미안 님은 어디 가셨지?”
빠득.
이레스가 자신도 모르게 이를 갈고 말았다.
분명히 미스릴 광맥이 재발견되는 것은 확실한 상태였기에 그저 미스릴 광맥을 찾는다고 거짓말을 치고 며칠간 놀다 오려고 했었다.
하지만 헥토스 성도에 가까워졌을 때 레이온이 한 말을 듣고는 데미안에게 전쟁용 아티팩트와 미스릴 광맥을 찾기 위하여 준비한 아티팩트가 섞여있는 가방을 분리하라고 명령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아티팩트 찾고 있다.”
“크크큭.”
레이온이 전한 말은 간단했다.
선조치 후보고라는 말이 있으니 일단 헥토스 왕국과의 거래가 성사되기 전 미리 미스릴 광맥에 대해 확실하게 확인하고 미스릴 광맥이 다시 살아날 확률을 증거로 삼을 미스릴 광석 하나를 가지고 오라는 것이었다.
미스릴 광맥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그가 말한 거래를 단 1년으로 줄이라고도 했다.
아무리 도박이라고 해도 미스릴 광맥이 존재하지도 않는데 손해를 보면서 거래를 할 이유가 없다. 그것이 테라인이 증거를 원한 이유였다. 그래서 광맥을 찾는다고 거짓말을 치고 휴식을 취하려던 이레스는 어쩔 수 없이 광맥을 찾으러 움직여야 했다.
“대략 일주일.”
이레스가 다시 입을 열자 차를 마시던 레이온의 시선이 그에게 고정되었다.
“뭐가?”
“테라인 왕국으로 돌아가기까지의 시간이지 뭐. 그때까지 모든 귀족들의 이목을 네가 끌어당겨야 한다. 나라는 존재가 없어질 때까지”
“그건 조금 힘들 거야.”
“힘들어?”
레이온이 어이없다는 듯이 이레스를 바라보다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실피아.”
“……아, 또 왜!”
“데우스 왕자님이나 실피아 공주님께서 아무 말씀도 안하겠지만 그 밑에 있는 사람들은 남녀 가릴 것 없이 그런 이야기를 좋아하지.”
“젠……장.”
“아마 벌써 왕실에 소문이 퍼졌을걸. 테라인 왕국의 그레이즈 가문 장남이 계약한 바람의 정령이 실피아 공주님을 닮았고 이름도 똑같다는 것이.”
레이온을 빤히 바라보던 이레스가 그대로 소파에 누우며 말했다.
“그러니까 좀 부탁한다니까.”
“뭘?”
“사람들의 이목 좀 모아봐.”
“그게 말처럼 쉬울 것이라 생각하나?”
말처럼 쉽지가 않았다. 그렇기에 자신도 모르게 입을 다무는 순간 그들이 머무르고 있는 손님방으로 손님이 찾아왔다.
똑똑똑.
“왕자님, 아이스 자작입니다.”
“들어오세요.”
레이온의 허락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문이 열리며 손님방으로 들어온 아이스 자작이 레이온을 향해 허리를 깊게 숙인 후에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녁 여섯 시에 식사와 동시에 동맹을 체결하겠다는 헥토스 왕의 전언이 있었습니다.”
“그렇습니까?”
“예, 그리고…….”
말하기가 껄끄러운 듯이 잠시 뜸을 들이는 아이스 자작의 모습에 레이온이 고개를 갸웃하자 그가 이레스에게 시선을 옮기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