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공작 4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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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494회 작성일소설 읽기 : 구름공작 48화
제10장 헥토스 왕국의 사람들 (2)
크아아앙!
회오리바람과 가장 멀리 떨어져있던 블러디 울프 중 한 마리가 자신이 선택한 먹이를 향해 날아올라 이빨을 들이미는 순간 숲 속에서 또다른 청년이 나타나 블러디 울프의 머리를 향해 오른발을 내밀었다.
“죽어엇!”
퍼어억!
깨갱.
오른발에 가격당한 블러디 울프가 그대로 등 뒤로 날아가 나무에 부딪쳐 쓰러지는 순간, 바닥에 착지한 데인이 주위를 둘러보며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흐음.”
몬스터의 숲에도 블러디 울프들이 서식하고 있었기에 알고 있었다.
블러디 울프의 특성상 분명 자신이 공격을 해도 단 한 번의 빈틈을 허용한다면 바로 피를 흘리고 있는 사내를 공격할 것이 분명했다.
약간의 희생이 있더라도 블러디 울프를 공격할지 아니면 이대로 그들과 함께 방어를 하며 블러디 울프를 쓰러트릴지 고민이 되었다.
“어찌하나.”
자신도 모르게 작게 중얼거리는 사이, 이레스와 데인이 달려 나온 방향에서 천천히 걸음을 옮긴 레이온이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일단 지키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럴까요?”
괜한 고민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레이온의 말처럼 지키는 것만으로도 이 상황은 빠른 속도로 해결될 거 같았다.
“날아가라!”
-날아가라~!
몇 분도 채 되지 않아 이레스와 실피아가 날려 보낸 블러디 울프의 수가 열 마리를 넘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레이온은 순식간에 전장을 정리하는 이레스를 보며 고개를 설레설레 젓다 기사들이 보호하는 듯이 둘러싸고 있는 청년과 소녀를 바라보았다.
“흐으음.”
어디서 본 기억이 있었는데 너무 옛날 일이었는지 가물가물했다.
청년은 평균 신장에 비해 작은 남성이었지만 당당한 모습과 날카로운 눈빛이 작은 체구를 커버해주고 있었고, 그의 손을 꼬옥 붙잡고 있는 소녀는 푸른빛이 감도는 긴 머리카락이 잘 어울리는 아름다운 소녀였다.
“어디서 봤더라?”
레이온이 자신도 모르게 작게 중얼거리는 순간 당당한 청년이 눈을 부릅뜨며 레이온을 가리켰다.
“뒤! 뒤!”
크아아앙!
이미 익스퍼드 중급 막바지에 다다라 단 하나의 깨달음만 있으면 상급으로 오를 수 있는 레이온이 살기를 풍기며 뒤에서 달려오는 몬스터의 기척을 느끼지 못했을 리가 없었다.
레이온이 몸을 돌리며 검을 휘두르자 검신을 감싼 새하얀 오러가 초승달과도 같은 곡선의 궤적을 그리며 블러디 울프를 두 동강 내고 다시 주인의 품으로 돌아왔다.
“아…….”
몸을 회전하면서 흐릿하게 두 사람을 바라보니 머릿속으로 하나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작게 감탄을 하던 레이온이 미소를 지으며 두 사람에게 다가가려 하자 가장 먼저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내서 블러디 울프의 관심을 집중시켰던 중년인이 피가 흐르는 왼손을 뻗어 소년 소녀의 앞을 막아섰다.
“도와주신 것은 감사하나 누구신지 모르는 이상 접근은 불가능합니다.”
너무 깊게 베어버린 것이었는지 계속해서 흐르는 피와 블러디 울프를 상대하면서 많은 체력을 빼앗겨 얼굴도 창백해져 있었지만 그 목소리만은 단호했다.
신분을 밝히지 않으면 경계를 할 수밖에 없다는 중년인의 모습을 빤히 바라보던 레이온이 고개를 살짝 숙이며 인사를 했다.
“테라인 왕국의 왕자, 레이온이라고 합니다.”
“아…….”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자베인 자작님.”
중년인, 자베인 자작의 기억에 왕자들끼리 친분을 쌓아야 한다며 테라인 왕이 데리고 왔던 테라인 왕국의 왕자가 떠올랐다.
형이나 동생이 없어 자신의 왕국과는 다르게 더러운 왕위 다툼이 없어 부러웠던, 자신감이 없고 무서움이 많아 사람들을 두려워하던 금발이 어울리는 작은 왕자.
헥토스 왕국 왕실호위기사단의 3단장인 자베인 자작이 눈시울을 붉혔다.
“오, 오랜만에 뵙습니다, 왕자님.”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늦진 않은 거지요?”
“그, 그렇습니다.”
“그럼 블러디 울프는 저 인간에게 맡겨두고…….”
레이온이 잠시 말을 흐리자 자베인 자작의 시선이 실피아와 함께 블러디 울프를 날려 보내고 있는 이레스에게 이동되었다.
“저분은…….”
이레스는 바람의 정령을 통해서 달려오는 블러디 울프를 하늘 위로 날려 보내고 회오리바람을 가까스로 피해 돌진해오는 몬스터들은 검을 휘둘러 단번에 베어버렸다.
레이온은 그런 이레스를 빤히 바라보다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대답했다.
“있어요. 미친개라고.”
* * *
블러디 울프들을 쓰러트리고 자베인 자작 일행과 함께 사신단으로 돌아온 레이온은 체력적으로 한계가 오고 있는 그들을 위해 잠시 인도 중간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잠시 헥토스 왕국 왕실호위기사단의 상태를 점검하는 듯이 주위를 둘러보던 레이온은 한쪽에서 자베인 자작과 함께 휴식을 취하고 있는 청년과 소녀를 향해 걸어가며 작게 미소를 지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아……. 헥토스 왕국의 제1왕자 데우스가 테라인 왕국의 레이온 왕자님을 뵙습니다.”
“테라인 왕국의 왕자 레이온이 헥토스 왕국의 제1왕자 데우스 님을 뵙습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인사를 하는 데우스를 향해 고개를 살짝 숙이며 인사를 받아준 레이온은 그를 빤히 쳐다보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많이 변하셨군요.”
“제가 보기에는 레이온 님이 다른 사람으로 변한 거 같습니다.”
작게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데우스를 보며 그와 똑같이 작은 미소를 입가에 그린 레이온이 블러디 울프들에게 포위되어있던 일을 떠올리고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런데 대체 무슨 일이있던 겁니까.”
“아…….”
데우스가 블러디 울프에게 포위되었던 일을 떠올리고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마중을 나가려고 했었습니다.”
“……누굴요?”
레이온이 다시 한 번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지만 대답은 데우스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서 나타났다.
“왕자님밖에 더 있습니까?”
세 사람의 시선이, 아니 자베인 자작을 포함한 네 사람의 시선이 천천히 걸어오는 이레스에게 고정되었다.
“아니 솔직히 동맹국이라고 해도 한 나라의 왕자가 사신단과 함께 오는데 어느 왕국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
한마디로 자신이 사신단에 합류하여 데우스가 자신을 마중 나왔고, 그 결과 블러디 울프에게 습격을 당했다는 이야기였다.
레이온이 잠시 씁쓸한 미소를 짓다 무언가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하다 인상을 찌푸리며 이레스를 바라보았다.
“이 일 자체를 네가 만들지 않았나?”
“그렇죠.”
“……끝인가.”
이레스가 그런 것은 넘어가라는 듯이 손을 한차례 휘젓고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데우스를 향해 고개를 살짝 숙였다.
“테라인 왕국 소속의 그레이즈 가문의 장남, 그레이즈 더 이레스라고 합니다.”
“아……. 레이온 왕자님의 검술 스승이라고 하시던.”
테라인 왕국과 근접해있는 동맹국 중 하나인 헥토스 왕국이다 보니 이미 테라인 왕국에서 벌어진 일은 대부분 알고 있는 데우스였다.
이레스가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짓고 고개를 끄덕이려 할 때 레이온이 인상을 찌푸리며 손을 내밀었다.
“그냥 악연일 뿐입니다.”
“악연이라니요. 왕자님, 제가 검술을 가르쳐드리느라 얼마나 힘들…….”
“힘들었다?”
힘든 것으로 따지면 이레스는 레이온이 느낀 것에 새 발의 피도 되지 않았다.
이레스가 순식간에 입을 다물고 다시 몸을 돌려 마차 위로 올라가려 할 때 그의 시선에 아름다운 소녀가 눈에 들어왔다.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소녀의 모습에 잠시 고개를 갸웃하던 이레스는 그녀의 시선이 정확하게 말하면 자신의 어깨에 앉아있는 실피아에게 고정되어 있자 작게 미소를 지었다.
‘실피아. 놀고 싶지?’
심심한 듯이 다리를 놀리며 지루함을 풀던 실피아의 시선이 빠른 속도로 자신에게 돌아가더니 고개를 연신 끄덕이자 이레스는 데우스 왕자의 옆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는 소녀를 바라보았다.
‘저 언니하고 놀아줄 수 있어?’
그저 노는 것이라면 누구랑 놀아도 즐거운 실피아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의 어깨 위에서 날아올라 소녀의 앞에 멈추어 섰다.
-안녕!
“……안녕하세요.”
실피아의 인사를 존대로 받아주는 소녀의 반응이 재미있었는지 이레스가 자신도 모르게 피식 실소를 흘리는 순간 실피아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나는 실피아.
“아…….”
소녀가 이름을 말하는 대신 잠시 뜸을 들이자 실피아는 다시 한 번 고개를 갸웃했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데우스와 자베인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크큭.”
“풋.”
소녀의 얼굴이 빨개지더니 계속 고개를 갸웃하는 실피아를 향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실피아예요.”
-내 이름이 실피아인데?
“저도 실피아예요.”
“아…….”
어쩐지…….
전생에 붙여주었으면 하는 이름이 왜 이리 친숙한가 했었는데 헥토스 왕국 최고 미녀의 이름이 실피아였다.
-우와! 이름이 똑같다!
“……그러네요.”
실피아 공주가 창피하다는 듯이 얼굴을 붉히자 정령 실피아는 해맑게 웃으며 그녀의 무릎 위에 앉아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나도 실피아! 언니도 실피아! 헤헤헤
“이런……. 젠장.”
이레스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욕설을 내뱉고 말았다.
헥토스 왕국에서 실피아를 소환하면 오해가 생길 수도 있었다. 실피아 공주의 외모는 엘리스와 비슷했다. 그것은 실피아와 비슷한 것을 뜻했다.
한마디로 엘리스를 모르는 헥토스 왕국에 자신이 그녀를 짝사랑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 * *
잠깐의 휴식을 끝으로 마차는 다시 헥토스 왕국으로 향했다.
“저…… 오라버니.”
“왜 그러느냐?”
잠시 다른 사람처럼 바뀌어버린 레이온에 대해 생각을 하던 데우스가 동생의 부름에 고개를 돌렸다.
레이온이 전마를 이끌고 움직이고 있었기에 데우스도 말을 이끌고 싶었지만 그렇게 되면 동생 혼자 마차 안에 있어야 했기에 두 사람은 마차에 타고 있었다.
“저…….”
“무엇인데 그리 뜸을 들이느냐?”
“이.”
“이?”
“이레스 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 * *
파직.
붉은 와인이 담긴 와인잔이 부서지며 손을 적셨지만 중년인은 짜증 난다는 듯이 인상을 찌푸렸다.
“실패했다는 것이냐?”
“죄, 죄송합니다.”
검은 복면의 사내가 허리를 숙이며 용서를 구하자 중년인이 의아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분명 실패할 작전이 아니었을 텐데?”
블러디 울프의 새끼를 낚아채 그들을 흥분시킨 뒤에 데우스 왕자 일행 쪽으로 유도해 습격을 한다.
어차피 호위의 실력도 별 볼 일 없으니 삼십 마리면 충분하다고 생각했고, 실패하더라도 암살자를 남겨두었기에 손쉽게 처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제대로 된 습격도 못하고 돌아왔다고 했다.
“누군가가 있었군.”
“그렇습니다.”
“누구냐?”
검은 복면의 사내가 잠시 뜸을 들이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테라인 왕국의 사신단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