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공작 4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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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443회 작성일소설 읽기 : 구름공작 47화
제10장 헥토스 왕국의 사람들 (1)
“아, 왕자님은 옛날에 헥토스 왕국에 오신 적이 있으시지요?”
“그런데 왜.”
오크들의 습격이 있은 후 왕국 사신단은 다음 몬스터의 습격이 없어 국경을 쉽게 넘어 이틀 뒤면 헥토스 왕국의 성도에 진입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졌다.
마차 위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던 이레스가 몸을 돌려 레이온을 바라보며 물었다.
“헥토스 왕국에 대해 알고 계신 것이 있습니까?”
“……정확하게 어떤 것을 묻는 건지 알 수가 없군.”
“정치.”
테라인 왕국의 정치를 제외하면 다른 왕국에 대해 전혀 모르는 문외한이 이레스였다. 그렇기에 잠시 사신단에 정적이 찾아왔지만, 레이온이 대수롭지 않은 듯이 다시 앞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려는 순간 아이스 자작이 말의 걸음을 늦추어 마차의 옆으로 이동해 대신 대답을 해주었다.
“제가 말씀해드리겠습니다. 헥토스 왕국은 우리나라처럼 정치적으로는 세 개의 소속이 있습니다.”
“왕권파, 귀족파, 중립파를 말하는 건가요?”
당당하게 세 개의 소속에 대해 말하는 이레스의 모습에 귀족파의 귀족들과 중립파의 귀족들이 몸을 움찔 떨었지만 아이스 자작은 역시 그레이즈 가문의 장자라는 생각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리고 지금은 아슬아슬하지만 왕권파가 정치를 장악하고 있습니다.”
“흐음. 그러면 혹시 왕위다툼 같은 것은?”
테라인 왕국 같은 경우에는 왕의 자손이 레이온밖에 존재하지 않아 왕위다툼이 없었지만 다른 왕국이나 제국으로 가면 수십 명의 왕자와 공주를 손쉽게 볼 수 있었다.
“두 명의 왕자와 공주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 두 명의 왕자에 대해 알고 계신 것이 있나요?”
“……으음.”
이것은 말하기가 좀 껄끄러웠는지 잠시 입을 다무는 아이스 자작을 대신하여 앞을 바라보며 움직이던 레이온이 대신 입을 열었다.
“키가 작고 당당한 사람이 장남으로, 차기 왕으로 가장 유력하지만 귀족파가 밀고 있는 차남이 있다.”
“차남의 특징은요?”
“……어차피 좀 있으면 만날 텐데.”
귀찮다는 듯이 중얼거리던 레이온이었지만 대답은 해주었다.
“한마디로 말하면 마음에 들지 않는 놈이지.”
“쿠쿡.”
한 번에 첫인상을 정해버리는 레이온의 모습에 작게 실소를 터트린 이레스가 아이스 자작에게 더 설명을 해달라는 듯이 바라보자 그가 작게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여자를 좋아하고, 먹는 것을 좋아하며, 정치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는 전형적인…….”
“등신이군요.”
아무리 그래도 다른 나라의 왕자를 보고 등신이라고 하는 이레스를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보던 아이스 자작이 다른 귀족들 몰래 고개를 끄덕이자 이레스는 감사하다는 듯이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를 하고는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헥토스 왕국.
왕의 욕심으로 인해 지금으로부터 2년 뒤에 멸망해버린 비운의 나라.
크게 자랑할 만한 것이 미스릴밖에 없고 마스터 경지의 오른 검사도 보유하고 있지 않아 미스릴을 평균 가격에 대량 판매를 하며 살아남았던 나라.
“공주?”
잠시 헥토스 왕국에 대해 떠올리던 이레스가 두 왕자와 공주가 있다는 것을 기억해내고는 아이스 자작에게 다시 물었다.
“헥토스 왕국의 공주님은 어떤 분이시지요?”
“……그게 알려진 것이 없어서”
“흐음.”
알겠다는 듯이 작게 고개를 끄덕인 이레스는 지금부터 시작해야 할 일에 대해 잠시 생각을 했다.
미스릴 광맥 탐사는 아주 간단했다.
동맹 체결 건으로 이례적인 행사처럼 왕국 사신단이 도착하면 간단하게 동맹을 체결할 것이 분명했지만 왕자가 직접 사신단에 합류했으니 생각보다 긴 연회가 벌어질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 연회시간을 이용하여 이레스는 데미안과 함께 성도를 빠져나와 몰래 휴식을 취한다.
생각해보니 일부러 미스릴 광맥을 빠르게 찾게 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전생의 기억을 통해 2년 뒤에 미스릴 광맥을 다시 찾게 되는 것은 확실했기에 내버려두어도 상관이 없었다. 그렇기에 이왕 이렇게 된 거 이레스는 데미안과 함께 헥토스 왕국에서 휴식을 취하자고 생각을 했다.
물론 레이온이 수많은 연회에 참가하며 시간을 벌어야 했기에 귀찮겠지만 그도 어찌 보면 휴식을 취한다고 볼 수 있었기에 깔끔하게 그의 걱정을 지워버렸다.
“그럼 동맹 체결 건이 끝나면 몰래 헥토스 왕을 만나 거래를 해야겠지?”
속으로 작게 중얼거린 이레스가 더 이상 고민해봤자 머리만 아파질 것이라 생각해 천천히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였다.
“으음. 왕자님.”
“또 왜?”
말을 건 지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또 자신을 부르는 이레스의 목소리에 레이온이 귀찮다는 듯이 대답하자 그는 천천히 상체를 일으켜 세우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만약에 말입니다.”
“만약에 뭐?”
“누군가가 습격을 당하고 있다면 도와줘야 할까요? 그냥 내버려둬야 할까요?”
레이온이 헛웃음을 흘리며 바로 대답했다.
“당연한 것을 묻는군. 도와야지.”
“만약에 그 습격을 당하는 사람들이 헥토스 왕국에서 습격을 당했다면요?”
그제야 왜 그런 질문을 했는지에 대한 의도를 알아차린 레이온이 이레스의 시선을 따라 오른쪽 숲 속을 바라보았다.
“인간인가?”
이레스는 가만히 마나의 기운이 느끼는 장소를 바라보다 실피아를 소환했다.
“실피아.”
쉬이잉.
작은 바람과 함께 나타난 실피아가 바로 이레스의 생각을 읽고 마나의 기운이 느껴지는 장소로 가서 생각을 전하자 이레스가 레이온에게 다시 그 생각을 전했다.
“몬스터네요.”
“또 오크인가…….”
“아뇨, 블러디 울프 서른다섯.”
“……몇 마리?”
“서른다섯이요.”
피를 갈구하는 늑대들이라고 하여 몬스터로 분류된 종이 블러디 울프였다.
먹이사슬에서는 하위에 속해있는 몬스터였지만 빠른 몸놀림과 날카로운 이빨, 그리고 이마에 솟아난 날카로운 뿔로 인해 어떻게 보면 다른 몬스터들보다 더 상대하기 까다로운 몬스터 중에 하나였다.
이미 이레스의 말을 들은 사람이 많기에 이대로 물러나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일단 사람이 위험하다는데 그냥 도망갈 생각도 없었다.
이미 사신단이 보유한 무력 자체가 상식을 초월하기 때문이었다.
“어디인지 알 수 있어?”
“음……. 3분 정도?”
“가깝군.”
“하늘을 날아서 움직였을 때의 이야기이지 걸어서 가는, 그것도 숲이라면.”
“멀겠군.”
잠깐의 정적이 흘렀지만 레이온은 마치 예전부터 그랬듯이 크리스를 바라보았고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마자 땅을 박차며 숲 속으로 쏘아졌다.
오크의 습격이 있은 후 사신단은 미리 적들을 발견하면 먼저 처리를 할 수 있도록 조취를 취해놓았다.
그것은 뛰어난 지휘력을 가진 크리스를 중심으로 병사와 익스퍼드 초급 이하의 기사들이 마차를 보호하고 뛰어난 실력자들만 먼저 움직여 적들을 쓰러트려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었다.
* * *
촤아악!
“꺼져라!”
청년과 소녀를 보호하는 듯이 원을 그린 채 사방을 둘러싸고 있는 블러디 울프를 막아서던 한 중년인이 땅을 박차며 쏘아진 블러디 울프의 목을 베어버리며 버럭 소리를 지르자 블러디 울프들이 경계를 하는 듯이 뒤로 살짝 물러섰다.
블러디 울프의 특징은 늑대의 빠른 몸놀림과 호랑이의 단단한 뼈도 씹어 먹을 수 있는 날카로운 이빨과 나무까지 부숴버리는 뾰족하고 단단한 뿔이었다.
단 한 번의 실수로 방어선이 뚫린다면 그것은 최악의 결과로 이어진다.
지원군을 기다리기에는 자신들의 위치를 아는 사람은 그들 외에는 존재하지가 않았기에 기다리는 것도 힘들며 심지어는 도망치는 것도 어려웠다.
서른 마리가 넘는 블러디 울프들에게서 도망칠 정도의 힘은 남아있지만, 자신들이 보호하고 있는 청년과 소녀가 도망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붙잡힐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어떡하지……. 이대로 있어야 하나?’
뒤를 힐끔 쳐다본 중년인은 당당하게 서서 블러디 울프들을 바라보는 청년과 두려움에 벌벌 떨면서도 청년의 손을 꼬옥 붙잡고 서 있는 소녀를 바라보다 다시 검을 강하게 쥐었다.
자신들이라면 도망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들을 내버려두고 도망칠 수가 없었기에 방법을 찾아야 했다.
이 두 사람이야말로 왕국의 미래이자 자신이 기사라는 직업을 선택한 이후 가장 보람된 생활을 하게 해준 사람들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중년인이 잠시 생각을 하다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방법은 있다.
대신 두 사람을 구하기 위해 그들을 지키고 있는 자신의 부하들과 자신의 목숨을 희생해야만 가능했다.
자신과 함께 두 사람을 보호하는 기사들을 바라보니 이들은 이미 목숨을 바쳐서라도 두 사람을 구할 것이 분명했는지 눈동자가 떨리거나 두려워하는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중년인이 다시 정면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제 말씀 잘 들으십시오. 블러디 울프를 유인할 테니 무조건 인도로 나가서 사람을 찾으십시오. 늑대들은 머리가 좋기에 적당히 배를 불리면 쫓아오지 않을 겁니다. 위험을 무릅써서 식량을 더 채울 리가 없을 테니까요.”
“……그 방법밖에 없는 겁니까?”
여전히 두려움에 벌벌 떨고 있는 소녀를 대신하여 당당한 청년이 입술을 살짝 깨물며 묻자 중년인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 방법밖에 없습니다.”
“……미안합니다.”
중년인은 청년의 목소리에 잠시 몸을 흠칫 떨었지만 이내 진한 미소를 그리고 말았다.
“그거면 충분한 보상인 거 같습니다.”
10년 동안 그들을 지키며 살아왔다.
커다란 보상을 바라지도 않았고 그저 옆에서 자라는 모습을 보다 보니 이들이야말로 헥토스 왕국의 미래였다. 이미 그 미래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 각오까지 하고 있었다. 심지어 힘을 더 키우기 위해 휴가를 내면 전용 수련장에서 힘을 기를 정도로 그들을 위해 인생을 내걸었었다.
이렇게 죽는 것이 너무 아쉬웠지만 두 사람을 구할 수만 있다면 생각보다 쓸 만한 희생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크와아앙!
자신도 모르게 옛날 일을 떠올리던 중년인이 블러디 울프의 외침에 정신을 차리고는 검을 들어 자신의 반대 손바닥에 가져다대었다.
블러디 울프의 또 다른 특징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상어처럼 몇백 미터 떨어져 있는 피 냄새도 맡을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후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주르륵!
손바닥에서 흐르기 시작한 피가 검신을 타고 땅으로 떨어지자 블러디 울프들의 시선이 중년인에게 고정되었고, 그들은 마치 첫 번째 먹이를 결정했다는 듯이 땅으로 몸을 더욱더 밀착시켰다.
크르르르.
크아아앙!
블러디 울프가 후각을 자극하는 피 냄새로 인해 더 이상 버티기 힘들었는지 땅을 박차며 도약을 하는 순간 중년인이 호위기사들에게 큰 소리로 외쳤다.
“모두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내고 돌격하라!”
주르륵.
크아아앙!
기사들이 중년인과 똑같은 방법으로 반대 손에 상처를 내 피를 흐르게 하자 블러디 울프들은 더욱더 흥분한 듯이 자신의 먹이를 결정하고 날아올랐고, 모든 기사들이 입을 다물며 검을 휘두르려 할 때, 숲 속에서 한 자루의 검이 날아왔다.
쉬이익!
푸우욱!
께갱.
블러디 울프의 이마를 뚫어버린 날카로운 검이 그의 몸과 함께 뒤로 날아가 버렸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중년인은 당황한 듯이 뒤로 날아가버린 블러디 울프를 바라보았고, 무의식적으로 검이 날아온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을 때, 숲 속에서 한 사내가 나타났다.
“아주 피 냄새가 진동하는구나.”
숲 속에서 뛰쳐나온 흑발의 청년이 사방에서 느껴지는 피 냄새에 인상을 찌푸리며 작게 중얼거리더니 빠른 속도로 중년인의 앞으로 다가와 오른손을 내밀었다.
“실피아.”
-이얍! 날아가라~!
작은 바람과 함께 나타난 실피아는 바로 정면을 향해 양손을 뻗었고 그녀의 손짓에 따라 일어난 거대한 회오리바람은 근처에 있는 블러디 울프부터 차근차근히 날려버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거대한 회오리바람이라고 하더라도 정령으로서 인간의 힘을 빌려 만든 회오리바람의 힘은 자연이 만든 회오리바람보다 약한 것이 당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