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공작 4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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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06회 작성일소설 읽기 : 구름공작 43화
제8장 성도로 (3)
이레스가 망설이는 테라인의 모습에 양손을 테이블 위에 올리며 설명했다.
“레이온 왕자님의 말씀처럼 헥토스 왕국이 보유한 미스릴 광맥이 50년 전에 손실된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생각해보면 광맥이 손실된 되었을 뿐 아직 미스릴 광맥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50년, 그 시간 동안 쓸 만한 수출품이 없는 헥토스 왕국에서 미스릴 광맥을 다시 찾기 위해 노력을 하지 않았을까요?”
“그러니까 가능성을 가지고 거래를 해야 한다는 건가?”
잠시 조용히 이레스의 말을 듣고 있던 테라인이 묻자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그의 말 대로였다
“예, 도박이죠.”
이레스는 테라인에게 가능성을 보고 거래를 하라고 했다. 하지만 그에게 이번 거래는 확신이었다.
문제는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감추어야 했기에 도박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다.
헥토스 왕국이 이미 미스릴 광맥을 다시 찾는다는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거짓말을 쳐도, 그레이즈 가문보다 더 뛰어난 왕실 정보원들이 있으니 거짓 정보는 오히려 독이 된다.
생각에 잠긴 듯이 턱을 쓰다듬던 테라인이 다시 이레스를 바라보았다.
“그 도박의 성공 가능성을 높일 방법은 있는가?”
도박이기에 실패를 하게 된다면 몇 년간 왕국은 헥토스 왕국에게 보내는 수출품으로 인해 큰 손실을 입게 된다. 그렇기에 테라인은 이레스가 무언가를 준비했기에 이런 부탁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역시…….’
모든 것을 생각하는 테라인의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속으로 감탄한 이레스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자신의 옆에 앉아있는 데미안을 바라보았다.
“그레이즈 가문 소속의 마법공학자인 데미안이라고 합니다.”
잠시 그의 옆에서 멍하니 앉아있는 데미안을 바라보던 테라인이 다시 이레스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
“테라인 아카데미 마법공학반에 최고의 기재였던가?”
이미 레이온 모르게 이레스를 따라 그레이즈 가문의 사람이 된 세 사람에 대한 정보를 모았다.
이레스라는 아이가 너무 신기하다고 생각해 그가 데리고 간 아이들도 대단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정답이었다.
평민의 신분으로 경제학부에서 뛰어난 재능을 발휘하고, 지금은 그레이즈 영지의 최고의 미녀 중 한 사람이 된 클라리아.
평민의 신분으로 검사학부에 입학하여 전투에 뛰어난 재능을 보여주었던 데인.
몸이 약하지만 마법공학 부분에서는 마법공학부의 교수 클라우드 백작까지 인정했던 최고의 기재인 데미안.
“데, 데미안이라고 합니다.”
테라인의 시선이 다시 자신에게 옮겨지자 황급히 정신을 차린 데미안이 인사했다. 테라인은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를 받아준 후에 다시 이레스를 바라보았다.
“이 아이가 도박의 확률을 높일 아이라는 건가?”
“마법공학입니다. 마법을 통해 확인하면 되지요.”
“그들이 마법을 통해 광맥의 손실을 복구하거나 다시 개발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인가?”
이레스가 테라인의 질문에 작게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노엔.”
땅이 작게 울리는가 싶더니 이레스의 앞으로 흙의 정령, 노엔이 나타나 주위를 둘러보았다.
모두에 시선이 자신에게 고정되어 있어서 그런지 노엔이 황급히 하늘 위로 날아올라 이레스의 머리 뒤로 몸을 숨겼다.
테라인과 레이온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의 목 뒤로 숨은 노엔에게 옮겨지자 이레스의 얼굴을 바라보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이레스가 아무 말도 못하고 흙의 정령을 바라보는 두 사람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흙의 정령입니다.”
당황하는 두 사람 중 먼저 정신을 차린 사람은 테라인이었다.
“어떻게 된 건가?”
“두 분만 아셔야 하는 비밀입니다. 인간으로서는.”
“한 속성의 정령과 계약하는 것이 전부이죠.”
뒤늦게 정신을 차린 레이온이 자신의 말을 대신 이어가자 이레스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목 뒤에 숨어있는 노엔의 옆으로 손바닥을 내밀었다.
경계를 하는 듯이 처음 보는 테라인과 레이온을 번갈아 바라보던 노엔이 조심스럽게 손바닥 위에 앉자 이레스는 그의 머리를 작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두 속성의 정령과 계약한 것은 죄송하지만 비밀로 붙일 수밖에 없스니다. 하지만 땅의 정령과 마법을 이용하면 쉽게 찾을 수 있겠죠.”
“하지만 거기서도 문제가 있네.”
이레스도 테라인이 말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확인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테라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자신의 왕국에서 미스릴 광맥을 찾는 것이라면 상관이 없었지만, 다른 왕국에서 하는 행동은 하나하나 주의를 해야 했다.
아무리 동맹국이라고 해도 엄연히 그들의 땅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하나 더 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
“무엇인가?”
“레이온 왕자님이 필요합니다.”
“……레이온이?”
“예, 정확하게 말하면 왕자님의 힘이죠.”
테라인의 시선이 자연스레 레이온에게 향했다.
“힘?”
자신도 모른다는 듯이 고개를 젓는 레이온의 모습에 이레스가 다시 입을 열었다.
“3년마다 동맹 연장을 위해 사신단을 보낸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테라인 왕국의 귀족 중 왕의 허락을 받은 귀족들만 체결할 수 있는 동맹이지요. 거기에 레이온 왕자님과 저를 넣어주십시오. 그리고 한 사람 더.”
“한 사람?”
이레스는 작게 미소를 그리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어차피 사신단은 왕권파와 귀족파, 중립파의 귀족이 함께 움직이는 것이니 그 사람도 필요합니다.”
* * *
사신단이 떠나고 사흘째가 되는 날, 테라인은 왕실호위기사단장 케이든 후작의 말에 잠시 고개를 갸웃했다.
“누가 왔다고?”
“그레이즈 공작님께서 오셨습니다.”
의아하다는 표정과 함께 케이든 후작을 바라보던 테라인이 집무실을 나와 대전에 들어서자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그레이즈 공작을 볼 수 있었다.
“오랜만이오.”
“그레이즈 가문의 가주, 그레이즈 더 헨덴이 테라인 왕국의 왕, 테라인 전하를 뵙습니다.”
털썩.
그레이즈 공작의 방문으로 갑작스레 찾아온 휴식으로 인해 왕좌에 편안하게 앉은 테라인은 그의 표정이 심상치 않자 조용한 목소리로 물었다.
“무슨 일인가?”
“빌어……. 제 아들이 왕성에 찾아오지 않았습니까?”
빌어먹을 자식 놈이라고 말할 뻔한 그레이즈 공작이 황급히 말을 바꾸며 묻자 테라인은 대수롭지 않은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왔었네.”
“어디 있는지 알 수 있겠습니까?”
“왜 그러는가?”
너무 흥분을 하며 말하는 그레이즈 공작의 모습에 테라인이 되묻자 그는 자신도 모르게 이를 바득 갈았다.
“가출했습니다.”
순간적으로 테라인, 케이든 후작, 그리고 그레이즈 공작만 차지하고 있는 거대한 대전에 정적이 휩싸였다.
“어디 있습니까?”
“자, 잠깐…….”
다시 되묻는 그레이즈 공작의 모습에 테라인이 이마를 부여잡으며 말을 막고는 다시 물었다.
“그러니까 소가주가 가출했다는 것인가?”
“예. 그래서 찾으러 왔습니다.”
“흐음.”
난감하다는 듯이 작게 신음을 흘리는 테라인의 모습에 이번엔 그레이즈 공작이 고개를 갸웃하자 케이든 후작이 테라인 대신 대답했다.
“떠났습니다.”
“어디로 말인가?”
그레이즈 공작이 케이든 후작에게 시선을 돌리며 묻자 그도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은 채 대답했다.
“레이온 왕자님과 함께 헥토스 왕국으로 떠났습니다.”
입술을 살짝 깨물며 흥분을 애써 감춘 그레이즈 공작이 다시 물었다.
“데미안도 데려갔는가?”
그레이즈 가문의 유일한 마법공학자인 데미안이다 보니 그에게 기대를 하고 있는 사람은 많았다.
특이한 발상으로 새로운 아티팩트를 제작하거나 기존의 아티팩트를 더욱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능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휴가가 필요하면 가장 중요한 사람이었기에 흔쾌히 보내줄 수 있었다.
그런데 다짜고짜 아들이라는 놈이 가장 중요한 사람 중 한 사람을 데려갔으니 그 행방이라도 알고 싶은 그레이즈 공작이었다.
“같이 갔습니다.”
“……뭐 때문에 헥토스 왕국으로 향한지 알고 있는가?”
이번엔 테라인이 대답해주었다.
“도박하러 갔네.”
“……예?”
“왕국이 대박 칠 수도 있는 도박이라고 하더군. 아, 그리고 쫓아갈 생각은 하지 말게.”
“그게 무슨.”
테라인이 정말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 아이도 데려갔거든.”
“그 아이?”
“멕케인 가문의 소가주.”
“……미친.”
그레이즈 공작은 그 순간 정말 자신의 아들이 미친 게 아닐까 하고 의심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