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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공작 42화

무료소설 구름공작: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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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구름공작 42화

제8장 성도로 (2)

 

 

“괜찮으십니까?”

 

성도에 자리 잡은 왕성으로 향하는 건물 중 작은 건물에 들어선 레이온은 방문을 활짝 열자마자 걱정이 담긴 목소리로 아이스 자작에게 물었다.

 

“……와, 왕자님?”

 

갑작스레 찾아온 몸살로 인해 침대에 누워있던 아이스 자작은 문을 벌컥 열며 들어온 사람이 테라인 왕국의 왕자라는 것을 깨닫자마자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아, 아이스 자작이 레…….”

 

그의 인사가 끝나기도 전에 침대의 앞에 도착한 레이온은 상체를 일으켜 세우고 있는 아이스 자작의 어깨를 살짝 밀어 다시 침대에 눕히며 물었다.

 

“괜찮으십니까?”

 

아이스 자작은 그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내놓지 못하였다.

 

한 달 전에 간신히 잡힌 레이온 왕자와의 점심식사 약속이었다. 그런데 갑작스레 찾아온 몸살로 인해 속이 상하지만 왕자에게 병을 옮길 수가 없어 약속을 취소했었다.

 

그런데 자신의 앞에 왕성에 계셔야 할 테라인 왕국의 왕자가 별장에 찾아와 몸 상태에 대해 물어오니 자신도 모르게 감동한 것이었다.

 

문병을 오는 것이 사소한 일 중에 하나라고 하지만 상대가 왕자라는 신분이라면 지금 상황은 아이스 자작에게 큰 감동을 주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였다.

 

레이온이 눈시울을 붉히는 아이스 자작을 바라보며 작게 미소를 지었다.

 

“갑작스럽게 약속이 취소되어서 무슨 일이 있나 확인을 했더니 몸이 아프시다 하여 병문안을 왔습니다. 뭐 식사는 여기서 하면 되겠지요?”

 

크게 자랑할 만한 것이 없는 가문이 아이스 자작가였다. 그렇기에 한 달 전에야 레이온 왕자와의 식사 약속을 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귀족들의 세계를 알고 있는 레이온은 갑자기 약속이 취소되자 이유를 알아내고 그의 별장까지 찾아왔다.

 

“와, 왕자님.”

 

눈물이 흐르는 것을 참기 위해 입술을 살짝 깨문 후에 말하는 아이스 자작을 바라보던 레이온은 문이 열리며 미리 부탁했던 식사가 들어오자 말없이 숟가락을 들었다.

 

아카데미를 자퇴하고 테라인 왕국의 왕자라는 신분으로 돌아온 레이온은 매일같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테라인 왕국에 단 하나뿐인 왕자이기 때문에 차기 왕으로 이미 지명되어 왕이 되기 위하여 받아야 하는 교육은 물론, 왕권파의 귀족들을 귀족파로 넘어가지 못하도록, 귀족파의 귀족들은 왕권파의 귀족으로 돌리기 위해 매일 같이 약속을 잡아 이야기를 나누고, 백성들을 생각하는 왕이 되기 위해 한 달에 두세 번씩 잠행을 하였다.

 

테라인 왕국의 정식 귀족가만 해도 삼십이 넘으니 하루에 한 명씩 불러서 이야기를 나누면 한 달은 금방 지나갔고, 하루에 한 시간씩 총 여섯 과목의 교육을 받으며 일주일마다 찾아오는 휴일에는 다섯 시간을 걸친 잠행을 하다 보니 하루가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였다.

 

아무리 아이스 가문이 왕권파의 귀족이라고 해도, 상대방이 먼저 약속을 취소했다고 하더라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지금은 왕권파의 귀족들이 테라인 왕에게 충성을 하고 있지만 자신이 왕위에 올라도 그들의 충성심이 그대로 유지될지 알 수가 없었고, 백성들은 새로운 왕에 적응을 못해 불안해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백성, 귀족 가릴 것 없이 한 사람, 한 사람이 중요한 레이온이었다.

 

짧은 병문안을 끝으로 아픈 몸을 이끌고 문 앞까지 나온 아이스 자작의 인사를 받으며 별장에서 나온 레이온은 왕성으로 돌아가며 백성들을 한 사람, 한 사람 살펴보았다.

 

잠행은 생각보다 좋은 선택이었다.

 

사소하지만 그들이 원했으면 하는 것, 그들이 불편해하는 것을 알게 되어 아버지에게 말하고 영지의 운영을 담당하는 부서들에게 알리니 백성들의 생활이 더 편안해졌고 그 일을 왕자가 했다고 하니 자신에 대해 기대를 하면서도 믿음을 가졌기 때문이다.

 

자신도 모르게 작게 미소를 지으며 왕성으로 향하던 레이온은 성문 반대편에서 걸어오는 이들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너무 멀어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테라인 왕국에서 보기 힘들면서도 자신에게는 아주 익숙한 흑발의 사내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설마.”

 

점점 왕성 성문에 가까워질수록 흑발의 청년의 얼굴이 선명하게 바뀌자 레이온은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여! 오랜만이다!”

 

흑발의 청년, 이레스가 환한 미소와 함께 손을 흔들며 인사를 했지만 레이온은 그 인사에 더더욱 인상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지?”

 

“왕실기사단 입단 시험 치르러 왔지.”

 

“누가? 네가?”

 

이레스가 검지로 데인을 가리켰다.

 

“얘가.”

 

레이온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데인에게 옮겨졌다.

 

데인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그레이즈 가문의 기사 헬버튼의 제자, 데인이라고 합니다.”

 

“……혹시 테라인 아카데미 검술 대회에?”

 

자신을 기억하고 있는 듯한 레이온의 말에 데인이 허리를 펴고는 작게 미소를 지었다.

 

“기억하고 계시군요.”

 

“가장 힘들었던 상대이니까요.”

 

가장 힘들었던 상대이자 어떻게 보면 검을 통해 자신의 신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준 사내였다.

 

당연히 모를 리 없어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받아준 레이온이 다시 이레스를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런데 너는 왜 여기 있는 거지?”

 

확연하게 차이 나는 표정과 목소리에 이레스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마치 보기 싫은 것을 본 듯한 얼굴이다?”

 

“알긴 아는군.”

 

당연한 것을 물어본다는 듯이 말하는 레이온을 보며 작게 실소를 터트린 이레스가 다시 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내가 왜 왔는지 물었지?”

 

레이온이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자 이레스가 바로 대답했다.

 

“전하를 뵈러 왔다.”

 

“……누구?”

 

“전하. 네 아버지.”

 

“미친놈.”

 

레이온은 그 한마디를 끝으로 왕성으로 돌아갔지만 그는 1시간 뒤에 자신의 아버지의 맞은편에 앉아있는 이레스를 볼 수 있었다.

 

* * *

 

“왜 왔느냐?”

 

왕의 집무실을 가득 채우고 있던 정적을 깬 것은 테라인이었다.

 

레이온과 똑같이 보기 싫은 것을 본 듯이 인상을 찌푸리며 묻는 테라인의 모습에 오랜만에 아카데미 좀 둘러보고 오겠다고 떠난 데인을 제외한 데미안과 레이온의 시선이 조용히 차를 마시고 있는 이레스에게 옮겨졌다.

 

3년이라는 시간이 그레이즈 가문의 차기 가주라는 이레스를 아주 뻔뻔스러운 남자로 바꾸어버렸다.

 

딸칵.

 

작은 소음을 일으키며 찻잔을 내려놓은 이레스가 미소를 지으며 테라인에게 말했다.

 

“부탁드릴 것이 있어서 왔습니다.”

 

“부탁이라…….”

 

작게 중얼거린 테라인이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것은 그레이즈 가문의 소가주로서 부탁인가? 아니면 레이온의 검술 스승으로서의 부탁인가?”

 

아주 미묘하지만 달랐다.

 

그레이즈 가문의 소가주로서의 부탁이라면 어찌 보면 가문을 대표로 한 부탁이라고 볼 수 있으니 왕권파의 절대적인 충성을 보이는 그레이즈 가문을 생각하면 아무리 무리한 부탁이라도 생각을 해봐야 됐지만, 검술 스승으로서 부탁을 하는 것이라면 심각하게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는 부탁이 되기 때문이다.

 

이레스가 작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테라인 왕국의 귀족으로서의 부탁입니다.”

 

“호오.”

 

생각과는 다른 대답에 자신도 모르게 호기심이 일어난 테라인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일단 들어보고 대답해주겠네.”

 

이레스는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차를 한 모금 마셔 목을 축인 후에 레이온과 데미안을 번갈아 바라본 뒤 테라인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테라인 왕국의 이름으로 이웃 왕국인 헥토스 왕국과 거래를 하고 싶습니다.”

 

동맹국이기에 거래를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어차피 지금도 헥토스 왕국에서 생산되는 물건을 수입하고 테라인 왕국에서 생산되는 물건을 수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지하게 거래를 하고 싶다고 말하는 이레스를 보면 평범한 물건은 아닌 거 같았다.

 

이레스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테라인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게 무엇인가?”

 

“미스릴입니다.”

 

이레스를 바라보던 두 사람이 깜짝 놀라며 몸을 흠칫 떨었다.

 

“도, 도련님. 미스릴이라니요.”

 

바람을 쐬고 오자고 했지만 성도로 향하며 물건을 준비하라는 것을 보면 분명 무언가가 있어 자신을 데리고 왔다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미스릴에 관련된 일이라고는 생각도 못한 데미안이었다.

 

데미안이 왕의 앞이라는 것도 잊은 채 물었지만 이레스는 그에게 설명을 해주는 대신 테라인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레이즈 가문에서 구입하는 것인가?”

 

이레스의 눈을 바라보던 테라인이 다시 물었다.

 

이미 몇 년간은 그레이즈 가문이 무슨 일을 하든 간에 관심을 두지 않기로 약속을 하여 며칠 전에 올라온 몬스터의 숲으로 인도를 개발하는 것에 호기심이 일어났지만 관심을 거두었었다.

 

그런데 미스릴의 구입과 관련이 된 일이라면 관심을 거두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그것도 왕국의 귀족을 대표로 말을 하는 것이라면 당연히 물어야 하는 질문이었다.

 

이레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테라인 왕국에서 수출하는 물건의 1할을 낮추고, 미스릴을 2할 낮추는 금액으로 구입하는 것입니다.”

 

테라인의 옆에 앉아 이레스를 지켜보던 레이온이 입을 열었다.

 

“헥토스 왕국이 대륙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거대한 미스릴 광맥을 보유하고 있기는 하지만 50년 전에 광맥이 손실되어 현재 보유와 판매되는 미스릴의 양은 다른 왕국에서 얻게 되는 미스릴과 비슷하다는 것을 몰라?”

 

“알고 있습니다, 레이온 왕자님.”

 

이레스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자 테라인이 고개를 갸웃했다.

 

“알고 있음에도 미스릴 거래를 해야 한다는 것이냐?”

 

“예.”

 

전생에서 가이아력으로 147년 4월, 헥토스 왕국은 손실된 미스릴 광맥을 복구하는 대신 그 광맥을 이용하여 새로운 미스릴 광산이 묻혀있는 산맥을 찾아낸다.

 

그 결과 헥토스 왕국은 거액의 부를 얻게 되었지만 미스릴을 독점하여 판매하기 시작하여 한 달 만에 미스릴의 금액을 원가에 열 배나 되는 금액으로 판매를 하였고, 그 모습을 못마땅하게 여긴 다른 왕국과 제국이 이간질을 하여 헥토스 왕국을 적대국으로 선포해 연합군을 결성, 헥토스 왕국을 멸망시켰다.

 

미스릴.

 

마나를 품고 있는 대륙에 유일무의한 금속으로서 강철이기에 가지고 있어야 할 단단함은 물론이고 미스릴을 이용하여 갑옷을 만들면 착용자의 능력을 한 단계 상승시켜주는 신의 금속이라 불리는 오리하르콘, 마계의 금속이라 불리는 아다만티움과 함께 최고의 금속으로 손꼽히는 금속이었다.

 

500년이라는 역사를 가지고 있던 헥토스 왕국이 새로 발견된 미스릴 광맥에 대한 왕의 욕심으로 멸망했다. 그것이 이레스가 떠올린 가이아력 147년에 사건이었다.

 

전생의 기억까지 포함하면 대충 60년에 가까운 인생을 살았기에 알고 있었다.

 

사람은 쉬이 바뀌지가 않는다.

 

아마 자신이 말한 조건으로 계약이 성사된다고 하여도 헥토스 왕국은 미스릴 광맥이 발견되는 순간 말을 바꿀 것이고, 소문이 퍼지는 것을 늦춘 후에 약속을 파기할 가능성이 있었다. 그렇기에 이레스는 거래를 원했다.

 

미스릴 광맥에 욕심을 낸 다른 왕국이나 제국이 헥토스 왕국을 집어삼키지 못할 명분을 위해서였다.

 

물론 약속을 지킨다면 무의미한 전쟁이 없고 1년간 손해볼 금액을 메꾸는 것도 모자라 테라인 왕국에 거대한 부를 가져오게 하겠지만 헥토스 왕국의 현재 재정상태를 생각하면 약속을 지킬지 알 수 없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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