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공작 41화
무료소설 구름공작: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10회 작성일소설 읽기 : 구름공작 41화
제8장 성도로 (1)
왕의 목걸이를 얻은 후 한 달이 흘렀을 때, 이레스의 별궁으로 데인이 찾아왔다.
“저, 오늘 떠납니다.”
“아!”
바람뿐만이 아니라 이제는 땅의 도움도 받을 수 있어 두 정령과 함께 새로운 공격방법을 찾아내던 이레스는 갑작스레 찾아온 데인의 말에 그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어딜 가?”
-어딜 가?
노엔과 함께 노는 것이 중도에 멈춰버리자 바로 이레스의 어깨에 앉은 실피아가 그와 똑같이 질문을 던졌다. 데인은 그녀를 향해 작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성도요.”
“성도는 왜?”
-성도는 왜?
성도를 가는 이유를 묻는 이레스의 모습에 데인이 정말 모르냐는 듯이 쳐다보았지만 대답이 들려오지 않자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일주일 뒤에 왕실기사단 입단 시험이 있습니다.”
“아…….”
아카데미에서 가문으로 데리고 오며 헬버튼의 제자가 되어 왕실기사단에 입단하라고 말해두었기에 이해를 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 이레스가 천천히 데인에게 다가가 그의 어깨를 두들겼다.
“힘내고.”
“예.”
“심심하면 놀러오고.”
“왕실기사단이 그렇게 심심할 정도로 일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만.”
“할아범은 뵈었고?”
“예.”
“아버지는?”
“가랍니다.”
아무리 그래도 헬버튼의 제자로서 뛰어난 재능을 발휘하는 아이를 바로 보내는 자신의 아버지를 상상한 이레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의 어깨에 올린 손을 내렸다.
“악수나 할까?”
“큭.”
자신도 모르게 작게 실소를 터트린 데인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악수를 했지만 이레스는 갑자기 무언가를 생각하는지 그의 손을 놓지 않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데인.”
“예.”
“오늘이 몇 년이지?”
“가이아력 145년입니다만.”
“흐음.”
작게 신음을 흘리던 이레스가 데인과 맞잡은 손을 놓고는 손가락을 하나하나 접기 시작하더니 다시 미소를 지으며 그를 불렀다.
“데인.”
“예.”
“같이 가자.”
“……예?”
방금 기억났다.
두 정령과 함께 살게 되어 생각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게 되어 깜빡했는데 지금으로부터 2년 후, 가이아력 147년에 대륙을 떠들썩하게 하는 사건이 터졌다.
“도련님!”
데인의 당황하는 표정을 바라보던 이레스는 갑자기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고, 하나의 구슬을 들고 걸어오는 데미안의 모습에 작게 미소를 지었다.
“아……. 쟤도 데려가는 게 좋겠지?”
그 대박사건을 조금 더 빠르게 진행시키려면 마법공학자는 반드시 필요했다.
데인이 이건 또 무슨 짓인가 하는 표정으로 이레스를 바라볼 때 그가 달려오는 데미안을 향해 환한 미소를 지었다.
“데미안.”
“예?”
“함께 휴가 좀 다녀올까?”
그가 부탁했던 혼란용 폭탄 구슬을 완성하여 시범을 보여주기 위해 별궁에 온 데미안은 갑작스러운 이레스의 제안에 잠시 고개를 갸웃했지만 바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야 감사하죠.”
데인은 이 순간 느꼈다.
자신의 소가주가 또 이상한 일을 벌일 것임을!
* * *
“무력은 이미 가문뿐만이 아니라 왕실에서도 알아주니 실질적인 가주로서의 교육을 받아야겠지?”
천천히 복도를 걸으며 그레이즈 공작이 묻자 일레인이 작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약간 늦은 감이 있습니다. 원래는 아카데미에서 돌아왔을 때 시작했어야 했는데.”
“그런가?”
그레이즈 공작은 이레스가 이제부터 차기 가주로서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여 측근들과 자신의 아들인 일레인과 상의를 하고 별궁으로 향했다.
이레스는 왕의 목소리로 인해 노엔이라는 이름의 흙의 정령과 계약을 하자 가문의 소가주가 두 속성의 정령과 계약을 했다는 것을 감추자는 가문의 결론에 따라 별궁에서 따로 생활하고 있었다.
별궁의 문을 지키는 두 기사의 인사를 받아준 그레이즈 공작은 별궁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주위가 너무 조용하자 고개를 갸웃했다.
“지금쯤 노엔과 실피아와 놀고 있어야 되는 거 아니냐?”
“맞습니다.”
노엔을 더욱더 오랜 시간 소환하기 위해 두 정령을 한 번에 소환하여 정령친화력을 늘리고 다양한 방법으로 공격 방법을 찾아내는 모습을 보여주던 이레스였기에 일레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지만 별궁 안이 너무 조용하자 그도 그레이즈 공작과 똑같이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설마…….”
일레인의 의미심장한 중얼거림이 무언가를 떠올리게 했는지 그레이즈 공작이 인상을 찌푸리며 마당을 지나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설마 이 자식이.”
쾅!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문을 발로 차며 방 안으로 들어선 그레이즈 공작은 방 안에 아무도 존재하지 않자 바로 창문을 통해 별궁의 뒷마당을 바라보았다.
그의 시야로 아무도 존재하지 않는 뒷마당이 눈에 들어왔다.
“이 빌어먹을 자식이.”
“아버님.”
그레이즈 공작이 일레인의 부름에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공작은 아들의 손에 들려 있는 편지 한 장이 눈에 들어오자 자신도 모르게 흥분을 진정시키기 위해 빠른 속도로 숨을 골랐다.
“스읍. 후우. 스읍. 후우.”
마음의 안정이 찾아왔는지 그레이즈 공작이 눈을 뜨며 말했다.
“읽어 보거라.”
“으음…….”
일레인이 난감하다는 듯이 편지와 그레이즈 공작을 번갈아 바라보다 작게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왕실기사단 입단시험을 치르기 위해 떠나는 데인을 보니 잠시 성도 좀 다녀오고 싶어졌습니다. 다녀오겠습니다.”
“……이 빌어먹을 자식이!”
하지만 편지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추신이라 적힌 곳을 바라보던 일레인이 다시 편지를 읽었다.
“아, 데미안도 휴식 좀 취할 겸 데리고 다녀오겠습니다.”
“아아아악!”
* * *
“에취! 감기인가?”
갑작스레 나온 재채기에 코를 살짝 비비며 작게 중얼거리는 이레스가 다시 정면을 바라보자 데인이 그를 빤히 바라보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뭐가?”
“달랑 편지 한 장만 남겨두고 성도로 가는 것이요.”
이레스가 씨익 미소를 지었다.
“내가 그러는 게 한두 번이야?”
“……하아!”
맞는 말이기에 아니라고 할 수가 없었다.
벌써 말도 없이 사라진 것이 이번 일을 포함한다면 수십 번은 넘었다.
클라리아와 데미안, 그리고 자신에게 영지를 구경시켜준다며 말없이 영주성을 나간 것이 열 번은 넘었고, 편지 한 장만 달랑 남겨두고 자신을 끌고 몬스터의 숲으로 향하기도 했으며, 엘프족의 카인을 만나러 갈 때도 말없이 나갔다.
데인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등 뒤로 돌아갔다.
“그런데 데미안까지 데려와야 했습니까?”
그들의 뒤에는 작은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끌고 있는 데미안이 있었다.
이레스의 시선도 데인을 따라 뒤로 돌아가더니 데미안과 똑같이 작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말했잖아. 하루 종일 연구실에 처박혀 있으니 바깥 공기 좀 쐬는 게 좋다고. 그렇지?”
“하하하! 맞는 말입니다. 어떤 일을 하든 간에 충분한 휴식은 필요하지요.”
데인이 이번엔 큰 소리로 웃음을 터트리는 데미안을 빤히 바라보다 다시 정면으로 고개를 돌리며 한숨을 내쉬었고, 이레스는 입가에 그린 작은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데미안을 바라보았다.
가이아력 147년에 테라인 왕국이 아닌 다른 이웃 왕국에서 엄청난 사건이 벌어진다. 그리고 그것을 전생의 기억을 통해 알고 있는 이레스는 그 사건을 앞당겨 테라인 왕국이 이득을 얻게 할 작정이었다.
그래서 마법공학에 있어서는 그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는 재능을 가지고 있는 데미안을 데리고 온 것이었다.
“물건은 다 챙겼지?”
“당연한 거 아니겠습니까.”
자신이 메고 있는 가방을 두들기며 대답하는 데인의 모습에 고개를 살짝 끄덕인 이레스가 다시 정면을 바라보았다.
문제는 그 대박 사건으로 이득을 보기 위해서는 테라인 왕의 허락이 필요했지만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잠시 성도와 테라인 왕을 떠올리니 그의 머릿속으로 자연스레 테라인 왕국의 왕자이자 친구인 레이온이 떠올랐다.
“잘 지낼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