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공작 40화
무료소설 구름공작: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07회 작성일소설 읽기 : 구름공작 40화
제7장 중급 정령사 카인 (2)
오크의 서식지를 떠나 영지로 돌아오는 순간 이레스는 사람들에게 부탁하여 정령에 관련된 책을 모아 왕의 목소리에 대해 알게 되었다.
정령계에서 만들어진 물건, 하지만 어떠한 이유로 정령과 함께 중간계로 소환된 정령들의 물건, 그것이 왕의 목소리였다.
이레스가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
전설만 가지고는 왕의 목소리에 위치는 찾을 수가 없었다. 전설로 남을 정도로 베일에 싸인 물건이 왕의 목소리였기 때문이다.
“어떻게 알아내신 거죠?”
“엔디아.”
청년이 대답 대신 작게 속삭이자 나무 감옥 옆에 우직하게 서 있던 나무가 흔들리더니 나뭇잎 하나가 감옥으로 떨어지며 소녀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나뭇잎을 통해 소환된 정령은 하나밖에 없다.
“……중간계의 정령이었군.”
정령은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었다.
정령계에서 태어난 정령과 중간계에서 자연의 기운을 통해 태어난 정령으로, 정령계에서 태어난 정령은 불, 물, 바람, 번개, 흙, 빛, 어둠 속성의 정령을 말하며 그 외의 나머지 정령, 나무의 정령이나 금속의 정령은 중간계에서 태어난 정령이라고 불렀다.
중간계의 정령은 정령계의 정령과는 달리 아무리 정령사가 가장 기억하고 있는 모습으로 태어나도 그것이 동물이든 몬스터든 상관없이 말을 할 수 있으며 모든 것을 기억하는 뛰어난 기억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누군가는 정령계의 정령보다 중간계의 정령이 더 뛰어나다고도 했다. 하지만 여기서 하나의 의문점이 생긴다.
아무리 생각을 해보아도 전생에서 나무의 정령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던 이레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그레이즈 가문의 장남 그레이즈 더 이레스라고 합니다.”
“카인이오.”
“엘프이십니까?”
옆에서 지켜보던 데인과 일레인이 깜짝 놀라 자신을 카인이라 소개한 청년을 바라보았다.
아무리 보아도 평범하게 생긴 청년과 나무의 정령 드라이어드와 계약한 인간으로 보였지만 이레스는 아니었다.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있으며 중간계의 정령들은 인간들과 계약을 하는 경우보다 엘프들과 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주 희박하지만 인간과 계약을 하는 중간계 정령들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모든 것을 기억하는 뛰어난 기억력도 있고 감정과 말도 할 수 있다 보니 지금까지 보아온 인간들을 알고 있어 인간보다는 자연의 종족, 진실의 종족이라 불리는 엘프들과 계약을 하는 것이 더 옳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카인이 이레스를 물끄러미 쳐다보다 자신의 왼쪽 귀에 걸려있는 귀걸이를 뗐다.
화아악!
그의 신형이 작게 빛나는가 싶더니 귀가 뾰족한 아름다운 남성이 나타났다.
“푸른잎사귀의 카인이라 합니다.”
사람들이 처음 보는 엘프의 모습에 깜짝 놀랄 때 이레스는 오히려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몬스터의 습격.
그것은 왕의 목소리로 인하여 일어난 사건이 아니었다.
* * *
카인을 나무 감옥에서 빼낸 이레스는 그레이즈 영지로 돌아가기 전에 케르취를 불렀다.
“취익! 무슨 일이십니까! 취익!”
“몬스터의 숲을 빠르게 장악하고 이상한 것이 느껴지면 바로 보고를 해.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너희가 해결할 수 있다고 해도.”
“취익!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는 케르취의 어깨를 살짝 두들긴 이레스는 다시 귀걸이를 착용하여 평범한 청년으로 돌아온 카인에게 물었다.
“이제 돌아가실 겁니까?”
왕의 목소리가 목적이었지만 이미 주인을 찾은 상태였다. 귀속이 되어 다른 사람에게 양도도 되지 않았다.
카인이 이레스를 빤히 쳐다보다 그의 어깨에 앉아있는 실피아와 노엔을 번갈아 바라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영지로 가시겠습니까?”
엘프가 인간보다 수십 배의 수명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존대로 반응하자 카인도 존대를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레스는 케르취에게 다시 한 번 일러준 뒤에 카인을 데리고 오크의 마을을 빠져나와 그레이즈 영지로 돌아갔다.
이미 이레스가 케르취와 함께 몬스터의 숲으로 향했다는 보고를 받은 것인지 영주성 앞에 도착했음에도 그레이즈 공작은 보이지 않았다.
카인과 함께 영주성으로 돌아온 이레스는 일레인과 데인을 데리고 손님방으로 향했다.
테이블을 하나 두고 서로의 맞은편에 자리를 하자 카인이 먼저 이레스를 향해 입을 열었다.
“질문이 있습니다.”
“대신 그 질문에 대답하면 저도 질문을 해도 되겠습니까.”
기다렸다는 듯이 묻는 이레스의 모습에 그를 빤히 쳐다보던 카인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먼저 질문을 던졌다.
“왕의 목소리를 지키는 수호벽은 중급 정령사로서 통과하기 힘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
정말 힘들었고 실수 한 번만 했으면 실패를 할 뻔했던 나흘 전이 떠올랐다.
이레스가 양손을 들고 한 손으로 바람의 기운을 뭉친 구슬을 만들고 다른 손으로 마나를 뭉친 오러 구슬을 만들었다.
우우웅!
작게 울음을 토하며 손바닥 위에 떠 있는 두 개의 구슬을 보며 카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두 개의 기운을 이용하여 단시간에 왕의 목소리를 취득했다는 뜻이었다.
이레스는 카인이 이해를 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자 바로 질문을 던졌다.
“인간을 싫어하십니까?”
“예.”
당연한 이야기였다.
평화의 종족, 진실의 종족이라고도 불리는 엘프였지만 인간들에게는 대표적으로 미의 종족이라고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와 몸매를 가지고 있다 보니 강제로 그들을 노예로 만들어 가둬버리는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레스는 정말 싫어하는지 확실하게 물어봐야 했다.
평화의 종족이라 불리는 엘프족이어도 인간들을 적대시한다면 오크족을 지배할 수 있는 왕의 목소리를 통해 인간들을 습격할 가능성이 아주 희박하지만 없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카인이 이레스를 빤히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이번엔 제가 묻겠습니다. 왕의 목소리에 대해 어떻게 아셨습니까?”
“몬스터의 숲을 탐험하다 우연히 발견하였습니다. 질문하겠습니다. 만약 왕의 목소리를 통해 오크들을 지배할 수 있다면 그들을 이용하여 인간들에게 복수를 할 것입니까?”
“아닙니다.”
매일 하루에 한 번씩 거짓말을 한다고 하는 인간을 제외한 모든 종족은 오크처럼 거짓말과 속임수를 죽음보다 더 치욕스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렇기에 카인의 대답을 통해 왕의 목소리로 인하여 몬스터의 습격이 일어난 것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질문하겠습니다. 만약 왕의 목소리의 귀속을 이전할 수 있다면 저에게 넘겨주실 수 있습니까?”
이레스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거절합니다.”
진짜 힘들게 얻은 물건을 아무런 조건 없이 건네줄 정도로 이레스는 착한 사람이 아니었다.
“질문하겠습니다. 왕의 목소리를 가지게 되면 오크들을 지배할 것이었습니까? 아니면 집으로 돌아가실 것이었습니까?”
“집으로 돌아갈 것이었습니다. 목적은 왕의 목소리를 저희 부족에서 보호하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순간적으로 케르취에게 부탁한 것이 잘한 행동이라고 생각해 고개를 살짝 끄덕이려 할 때 이레스가 고개를 갸웃하며 카인을 바라보았다.
“보호요?”
“예, 왕의 목소리는 정령계에서 떨어진 물건입니다. 하지만 정령계로 돌려보낼 방법이 없기 때문에 저희 족장님께서 보호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미 얻은 자가 있는데…….”
무언가 미안해졌는지 이레스가 이마를 살살 긁으며 말하자 카인이 여전히 그의 어깨에 앉아있는 실피아와 노엔을 번갈아 바라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상관없을 거 같습니다. 이미 소유자가 계시다면 기다리면 되지요.”
인간보다 몇 배는 더 수명이 긴 엘프이기에 가능한 이야기였다.
* * *
그의 어깨에 앉아있던 나무의 정령, 드라이어드 노이엔이 나무에서 나무로 날아오르며 마을로 돌아가는 카인을 힐끔 쳐다보고는 다시 정면을 바라보았다.
-왜 그냥 가시는 거죠?
카인이 노이엔을 한번 바라보고는 다시 정면으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그의 어깨에 중급 정령이 앉아있었습니다. 왕의 목소리의 또 다른 조건을 알고 계시지요?”
-함께하는 첫 번째 정령에 따라 다른 정령들과의 계약이 정해진다는 거 말씀하시는 건가요?
고개를 끄덕인 카인이 잠시 나무 위에서 멈춰 서서 몸을 돌려 그레이즈 영지를 바라보았다.
“노이엔 님의 도움이 있긴 했지만 왕의 목소리를 찾기 위해 이리저리 떠돌아다닐 때 이레스라는 분에 대해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3년 전에 정령을 친구로 맞이했다고 하더군요.”
-3년……. 그럼 2년 만에 중급 정령이 되었다는…….
엘프들도 정령들과 계약을 맺어도 최소 30년은 지나야 정령들이 진화를 하였다. 그런데 이레스는 단 2년 만에 하급 정령을 진화시켰다.
“가능한 이야기이긴 합니다. 하지만 정령을 자신의 가족처럼 생각해야 되지요. 엘프들 중에도 정령을 가족으로 생각하여 함께 놀고 함께 수련을 하여 10년 만에 중급 정령으로 진화시키신 분이 계십니다.”
-…….
“그래서 그냥 떠난 것입니다.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왕의 목소리를 어떻게 사용할지는 알 수가 없지만, 정령을 가족처럼 대하는 그는 왕의 목소리가 원하는 최고의 계약자였기 때문입니다.”
이레스도 모르고 있었지만 왕의 목소리는 정령의 결계뿐만이 아니라 왕의 목소리 자체에도 결계가 존재했다.
함께하는 정령을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대한 결계였다.
정신적으로 만들어진 결계이다 보니 이레스가 발견하지 못하고 실피아조차 발견하지 못한 결계였지만 이레스가 실피아를 엘리스와 같은 자신의 여동생처럼 생각하고 있었기에 결계를 바로 깨트릴 수 있었다.
“거기다 이레스 님이 말씀하신 대로 왕의 목소리는 귀속이 되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마치 귀속을 풀 수 있는 듯이 물었잖아요?
“시험이었습니다.”
-예?
작게 미소를 지으며 말을 끝낸 카인이 그레이즈 영지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몸을 돌려 다시 나무에서 나무로 이동하며 다시 입을 열었다.
“정말 소문과 다를 것이 없는지에 대한. 그리고 보물을 가지고 있음에도 뺏기지 않기 위해 상대를 죽일 사람인지.”
* * *
“한번 흔들어야겠다.”
“예?”
멕케인 공작의 갑작스러운 말에 그의 뒤에서 호위를 하고 있던 헨들 자작이 자신도 모르게 되물었다.
대답 대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 멕케인 공작이 집무실의 유일한 창문을 향해 걸어가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헨바인 백작에게 전해라.”
조용한 가운데 점점 힘을 키우는 그레이즈 가문은 귀족파에게 가장 힘들다고 생각되는 적이었다.
판단보다는 본능으로 움직이며 생각보다는 행동이 우선인 가문, 최고의 기사들만 모여 있는 가문이 그레이즈 가문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번씩 흔들어야 했다.
어떨 때는 자금을 흔들고, 어떨 때는 그들의 정보력을 흔들고, 어떨 때는 그들의 힘을 흔들어야 했다.
“몬스터의 숲을 흔들어 그레이즈 영지를 공격하라고.”
점점 키워가는 그들의 힘을 흔들기 위해 멕케인 공작은 그런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여기서 바뀐 미래가 존재했다.
전생에서는 헨들 자작이 몬스터의 습격 작전을 맡았지만 이레스로 인해 멕케인 공작의 눈 밖으로 나가버린 헨바인 백작이 이번 몬스터의 습격 작전을 맡게 되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