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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공작 37화

무료소설 구름공작: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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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구름공작 37화

제6장 왕의 목걸이Ⅱ (2)

 

 

“스으읍.”

 

크게 숨을 들이마신 이레스가 심장을 채우고 있는 바람의 기운을 온몸 곳곳에 퍼져있는 바람의 기운과 동화시키며 걸음을 옮겼다.

 

텅.

 

“……아직 안 된다는 거냐?”

 

한 걸음 내딛자마자 벽과 부딪쳐 인상을 찌푸리며 중얼거린 이레스가 이번에는 온몸에 퍼져있는 바람의 기운을 오른쪽 다리에 집중시켰다.

 

텅.

 

오른발이 그대로 벽에 부딪쳐 튕겨 나왔다.

 

또 한 번 인상을 찌푸리던 이레스가 투명한 벽을 빤히 바라보다 이번에는 바람의 기운을 바깥으로 내보냈다.

 

푸른색 기운이 눈앞에 나타나자 이레스는 다시 집중하여 바람의 기운을 자신의 몸에 감쌌다. 그러자 그의 몸에서 빠져나온 바람과 주위에서 떠도는 바람이 한데 섞이며 그의 신형을 푸른색으로 물들였다.

 

쉬이이익!

 

이레스가 다시 투명한 벽을 향해 걸음을 옮기니 몸이 통과했다. 하지만 그는 바로 뒤로 물러나며 투명한 벽 안에서 빠져나올 수밖에 없었다.

 

“미친…….”

 

투명한 벽을 통과하는 순간 온몸을 채우고 있던 바람의 기운이 순식간에 소모되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조금 전에 진정한 중급 정령사로 진화하여 바람의 기운이 가득 차다 못해 넘쳐흘렀는데도 빠른 속도로 소모되었다면 신중하게 움직여야 했다.

 

이레스가 고개를 돌려 멍하니 앉아있는 오크를 바라보았다.

 

“이름이 뭐지?”

 

아직 이름이 뭔지 몰랐다.

 

그의 부름에 정신을 차린 오크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케르취다. 취익.”

 

“케르취.”

 

이레스가 온몸을 감싸고 있는 바람의 기운에 집중하자 그 기운은 작은 줄로 바뀌어 천장에 꽂혀있는 글레이브를 둘러싸고 바닥에 떨어트렸다.

 

“방금 보면 알겠지만 가능할 거 같거든.”

 

“취익!”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케르취의 모습에 이레스가 검지로 글레이브를 가리키고 투명한 벽을 가리켰다.

 

“공격해서 충격을 줄 수 있어?”

 

공격이 너무 단순해서 그렇지 무력만 보면 마나를 사용하는 자신보다 더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케르취였다.

 

케르취가 잠시 글레이브와 투명한 벽을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이더니 글레이브를 쥐고 이레스의 옆에 섰다.

 

“취익! 들어가진 못해도 충격 정도는 할 수 있다! 취익!”

 

“좋았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린 이레스가 몸을 풀듯이 목을 좌우로 꺾고 발목을 돌리자 실피아가 그의 머리 위에 앉았다.

 

“케르취, 이건 시간 승부다.”

 

“취익!”

 

“네가 낼 수 있는 아주 강한 힘으로 벽에 충격을 줘. 그것도 계속.”

 

“취익! 알았다!”

 

고개를 끄덕인 케르취가 양손으로 글레이브를 쥐고 투명한 벽을 바라보자 이레스가 오른발을 한 걸음 뒤로 물리고는 양발에 모든 힘을 쏘아 보냈다.

 

“셋을 세고 내가 출발하는 순간 바로 공격해.”

 

“취익!”

 

“하나.”

 

양발에 마나를 담았다.

 

“둘.”

 

실피아가 머리에 앉은 채 도움을 주어 바람의 기운을 더욱더 진하게 만들어 몸에 둘렀다.

 

“셋!”

 

콰아앙!

 

바닥에 깊은 발자국이 남을 정도로 강하게 땅을 박찬 이레스가 앞으로 쏘아지는 순간 오크가 양손으로 쥐고 있던 글레이브를 강하게 휘둘렀다.

 

콰아앙!

 

이레스가 조금 전에 본 모습은 체력을 아끼기 위해서였는지, 상상 이상의 소음이 귓속을 파고들었고, 중급 정령사가 되면서 안쪽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약간 흔들리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좋았어!”

 

콰왕! 콰왕! 콰왕!

 

케르취가 연속적으로 투명한 벽을 두들길 때 이레스가 그 안으로 한 걸음 내디뎠다.

 

순식간에 몸을 보호하고 있는 바람의 기운이 소모되는 것이 느껴졌지만 이레스는 오히려 양다리에 힘을 주고 달렸다.

 

“여기까지는 괜찮은데.”

 

벽을 통과하여 제단 앞까지 도착하는 것은 몇 걸음이면 충분하였기에 상관없었지만 문제는 천장까지 높이 솟은 제단과 제단을 오르는 계단이었다.

 

“미친.”

 

대충 보아도 수백 층으로 나뉜 계단이었다.

 

몸을 둘러싸고 있는 바람의 기운의 두께를 생각해보면 1분도 채 버티지 못하고 소모될 것이 분명했다.

 

순간적으로 돌아간 뒤에 다시 도전할 것인지 아니면 이대로 계속 달려가 제단에 오를 것인지 고민이 되었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생각을 한 것처럼 결론도 순식간에 나왔다.

 

“실피아! 도와줘!”

 

-응?

 

갑작스러운 외침에 실피아가 고개를 갸웃하는 순간 이레스가 집중력을 두 개로 나누어 하나는 새로 배운 능력인 바람의 기운을 조종하고 하나는 마나에 집중해 양다리로 마나를 옮겼다.

 

콰아악!

 

바닥에 또 한 번 이레스의 발자국이 남는 순간 그의 신형이 잔상을 남기며 사라지더니 제단의 중간에서 나타났다.

 

다시 한 번 땅을 박차며 달려가려 할 때 그의 신형이 흔들렸다.

 

크으윽.

 

희미하기는 하지만 아직 바람의 기운이 온몸을 감싸고 있는데도 엄청난 중압감이 몰려왔다.

 

“이런…… 미친.”

 

작게 욕설을 내뱉은 이레스는 양쪽 기운을 동시에 운용하며 다시 땅을 박찼지만 제단의 끝에 오르지 못하고 몇 계단 앞에서 다시 나타났다.

 

“크으윽.”

 

-이레스, 괜찮아?

 

정령인 실피아였기에 아무런 증상이 없었다.

 

걱정스레 묻는 실피아의 모습에 이레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마나에 집중하였던 정신력을 바람의 기운에 집중했다.

 

“응.”

 

탁.

 

두 계단 남았다.

 

쿠우웅!

 

-이레스! 이제 없어!

 

“응?”

 

실피아의 외침에 잠시 당황하는 사이 중압감을 버티고 한 걸음을 더 옮겼는데, 거대한 중압감이 몸을 짓누르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몸이 공중에 떠올랐다.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포기할 이레스가 아니었다.

 

이레스가 황급히 손을 뻗었다.

 

한 계단 남긴 상태였기에 제단 위에 놓인 물건을 쥘 정도로 가까워진 상태였다.

 

탁!

 

“잡았……!”

 

환호성을 지르는 순간 그를 떠오르게 하였던 기운과 지금까지 그를 짓누르던 중압감이 동시에 사라졌다.

 

“어라?”

 

갑자기 기운이 사라져 고개를 갸웃하는 사이 그의 몸이 다시 바닥으로 내려갔다. 하지만 그는 제단을 오르는 계단 위에 떠오른 상태였다.

 

탓.

 

발을 헛디뎠다.

 

“젠……장!”

 

버럭 소리를 지른 이레스가 다른 발로 계단의 모서리를 밟고 그대로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물건을 쥐는 순간 중압감도 사라졌기에 실피아의 능력을 빌려 바닥에 착지하려는 것이었지만, 그가 잊어버린 것이 하나 있었다.

 

“실피아!”

 

-응, 돌아갈게.

 

“응?”

 

잠시 당황하는 사이 이제 없다는 실피아의 외침을 떠올린 이레스는 그녀가 바람과 함께 사라지자 눈을 껌뻑이며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천장에 가까울 정도로 높은 제단이었다. 그냥 떨어져도 평범한 사람이라면 죽을 정도인데 자기 자신의 힘으로 땅을 박차고 일부로 땅으로 쇄도했다면 마나를 가지고 있어도 엄청난 부상을 입을 것이 분명했다.

 

이레스가 황급히 단전을 채우고 있는 마나를 확인했다.

 

갑작스레 마나와 바람의 기운을 동시에 움직이다 보니 사용된 마나보다 밖으로 빠져나간 마나가 더 많아 얼마 남지 않았다. 하지만 몸을 보호할 수 있을 거 같기는 했다.

 

쉬이익.

 

“어디 하나만 부러지지 말아라.”

 

작게 중얼거리며 눈을 감고 몸을 웅크렸다.

 

콰아앙!

 

* * *

 

“이런.”

 

마법 망원경을 통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던 데인이 작게 중얼거리는 순간 그의 옆에 자리를 잡고 있던 샤인과 페리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들어가야 하는 거 아니에요?”

 

페일의 질문에 샤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무언의 동의를 했지만 데인만이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반대를 했다.

 

“기다리죠.”

 

“저러다 위험해지시…….”

 

“도련님이 위험해진다고요?”

 

어이없다는 듯이 중얼거린 데인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벌써 상급의 막바지에 다다르시고 중급 정령을 소환할 수 있는 사람이에요. 그것도 열아홉이라는 나이로요. 과연 높은 곳에서 떨어졌다고 죽을까요?”

 

샤인과 페리는 대답을 하지 못했고 데인은 오히려 자신들이 위험하다는 듯이 나무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오히려 저희가 더 신중히 있어야 해요.”

 

이레스가 동굴로 들어간 지 1시간 정도 흘렀을 때 오크들의 움직임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마치 무언가를 발견한 듯이 인간들처럼 방어를 준비하고 있었다.

 

물론 자신들은 아니었다.

 

자신들을 발견했다면 방어태세를 갖추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나무를 포위할 것이고, 불을 사용할 줄 아는 종족이니 나무 밑에 불을 지르거나 자신들이 배고파 쓰러질 때까지 교대를 하며 기다릴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뭘까.”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오크들을 확인하는 순간 저 멀리서 이상한 기운이 느껴졌다.

 

“……응?”

 

자신도 모르게 천천히 고개를 돌리는 순간이었다.

 

콰아아앙!

 

거대한 폭발음이 들려왔다.

 

모두의 시선이 데인을 따라 폭발의 근원지로 향했고 뒤로 날아가는 오크들과 천천히 오크의 서식지로 걸어 들어오는 두 사람을 보고 입을 떡하니 벌리고 말았다.

 

“주, 주군? 스, 스승님?”

 

그레이즈 공작과 헬버튼이 자신에게 덤비는 오크들을 쓰러트리며 걸어오고 있었다. 그것도 마치 자신의 기운을 느끼고 있는 것인지 나무를 바라본 채 다가오고 있었다.

 

“귀찮은 것들.”

 

쉬이익!

 

그레이즈 공작이 진짜 귀찮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리며 검을 휘두르자 거대한 풍압으로 인해 달려오던 오크들이 뒤로 날아갔다.

 

“허허허.”

 

풍압에 마나를 담는 것은 마스터만이 가능한 것이었는지 헬버튼은 검면을 통해 오크들을 멀리 날려 보내는 공격을 하며 걸어오고 있었다.

 

자신의 동족이 다른 종족에게 죽음을 당하면 반드시 복수를 한다. 자기 자신이 동족을 해치는 것은 상관이 없지만, 다른 종족이 자신의 종족을 죽이면 복수를 하는 특이한 습성을 가진 것이 오크였다.

 

때문에 정말 위험한 상황이나 빠르게 도망칠 자신이 있다면 죽이고 무리라면 기절시키고 도망가야 했다.

 

모든 것을 압도하는 두 사람의 무력에 오크들이 자신도 모르게 뒤로 물러나려 할 때 그레이즈 공작이 데인이 숨어있는 나무의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데인아.”

 

나무 위에서 대답이 들려오지 않자 그레이즈 공작이 또 한 번 인상을 찌푸렸다.

 

“안 내려오냐? 내 올라가리?”

 

“내, 내려갑니다.”

 

데인이 황급히 나무에서 뛰어내려 한쪽 무릎을 꿇었다.

 

“헬버튼 남작의 제자, 데인이 주군을 뵙습니다.”

 

“그노무 쉐끼는 어디 있느냐?”

 

“……그게.”

 

데인이 당황하며 말을 얼버무리는 순간 그레이즈 공작의 시야로 그가 들고 있는 하나의 구슬이 들어왔다.

 

“데미안이 잃어버렸다는 그 물건이겠군.”

 

“하하…….”

 

어색한 웃음을 흘리는 순간 그의 손에 있던 마법 망원경이 그레이즈 공작의 손으로 옮겨졌고 사용법을 알고 있는지 마나를 부여하자 작은 화면이 떠오르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레스의 모습을 보여줬다.

 

“어디냐?”

 

“동굴 안이라는 것밖에는…….”

 

“저건 뭐고?”

 

그레이즈 공작이 이레스에게 다가가는 오크를 가리키며 묻자 데인이 대답 대신 입을 다물었다.

 

화면만 보여주는 것이지 소리까지 들려오는 것이 아니다 보니 저 오크가 누구인지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레이즈 공작을 향해 천천히 다가오던 오크들은 화면 속에 오크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취이익!”

 

“취익!”

 

오크들이 검지로 화면을 가리키자 그들을 힐끔 쳐다본 그레이즈 공작이 다시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을 때 어이없는 장면이 그의 앞에 펼쳐졌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는 이레스를 향해 오크가 자신의 무기를 바닥에 꽂고 무릎을 꿇었다.

 

“……저건 또 뭔 일이야.”

 

데인은 당연히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오크와 대화를 하고 오크와 함께 무언가를 했지만 소리가 들리지 않고 그저 화면으로만 지켜보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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