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공작 3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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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07회 작성일소설 읽기 : 구름공작 36화
제6장 왕의 목걸이Ⅱ (1)
이레스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오크를 바라보고 말았다.
“딜이냐?”
“취익! 딜이라는 것이 무슨 말인지 모른다. 취익! 하지만 도와주겠다! 대신 몬스터의 숲을 달라! 취익!”
솔직하게 말하면 오크의 제안은 나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엄청난 이득을 가져다주는 제안이었다.
인간이라는 종족과는 달리 거짓말을 죽음보다 더 치욕스럽게 생각하며 싸울지언정 도망치지 않는 종족이 오크였기 때문이다.
“좋아. 대신 조건이 있다.”
“취익! 무엇인가!”
이레스가 작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몬스터의 숲을 정벌하고 인간들을 공격하지 말것.”
이왕 오크와 거래를 하게 된다면 확실하게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너무 광범위한 부탁은 상대에게 혼란을 주고 말았다.
오크가 잠시 뜸을 들이는 듯이 이레스를 바라보다 다시 입을 열었다.
“취익! 인간들이 공격하면 어떻게 하면 되는 것인가! 취익!”
“그때는 죽여도 상관없어. 하지만 먼저 숲을 나와서 인간을 죽이면 안 돼.”
“취익! 알겠다! 대신 반드시 신물을 손에 넣어야 한다.”
이레스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몸을 풀었다.
“걱정 마, 오늘 내로 손에 쥘 거니까.”
천천히 걸음을 옮겨 투명한 벽으로 향한 이레스는 어느새 오크의 앞에 날아올라 그를 살펴보는 실피아를 불렀다.
“실피아.”
-왜?
이레스는 미소를 지으며 손을 앞뒤로 흔들었고 실피아가 고개를 갸웃하며 다가오자 그녀의 머리에 손을 올리고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계약자가 가진 기운을 통해 정령계에서 중간계로 소환되는 것이 정령이다 보니 실피아가 가진 바람의 기운은 자신의 몸을 가득 채우고 있는 바람의 기운과 똑같았다. 즉 정령친화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정령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생각은 생각이고 실전은 실전이다.
“흐음.”
이레스는 정령친화력을 바깥으로 표출하는 방법을 몰라 바람의 기운을 느끼기만 할 뿐 움직일 수가 없었다.
다시 눈을 뜬 이레스는 자신의 손길을 느끼며 해맑은 미소를 그리는 실피아를 향해 작게 미소를 지었다.
“실피아.”
-응?
“바람을 어떻게 조종해?”
-바람을 조종?
고개를 갸웃하던 실피아는 이레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무언의 대답을 하자 생각을 하는 듯이 턱을 검지에 대더니 이내 모르겠다는 듯이 인상을 찌푸렸다.
-몰라. 그냥 부탁하면 들어줬어.
“부탁?”
-응! 바람에게 부탁하고 이레스의 몸에 있는 바람에게 부탁했어! 그러니까 됐어!
바람에게 부탁한다는 말이 너무 어려웠다.
단순하게 해석하면 그저 정령만 가능한 능력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지만 집중을 해서 생각하면 무언가가 떠올랐다.
이레스가 놀고 있는 왼손을 들어 마나를 사용하자 손바닥 위로 작고 하얀 오러가 나타났다.
“마나?”
천천히 고개를 갸웃하던 이레스가 자신의 몸을 채우고 있는 바람의 기운과 마나의 위치를 확인했다.
마법사가 아닌 기사는 마나를 통해 신체를 강화시키고 마나를 실체화시키는 데 목적을 두고 있기에 심장이 아닌 배꼽 아래 부분인 단전이라고 불리는 장소에 마나를 저장한다. 그리고 정령력이라 불리는 정령친화력은 온몸을 두르고 있지만 가장 많은 양은 심장에 모여 있었다.
이레스가 오러를 회수하고 다시 단전에 집중을 하자 단전을 채우고 있던 마나가 일명 마나로드라 불리는 마나의 길을 타고 왼팔로 이동했다. 그러자 다시 한 번 손바닥 위로 마나가 실체화되어 나타났다.
“흐음.”
솔직하게 말하면 자신의 머리로는 아무리 생각을 해도 실피아가 말한 부탁이라는 것이 인간들에게는 어떤 것을 말하는지 해석할 수가 없었다. 실제로 부탁을 한 것일 수도 있고 그들만의 방법을 부탁이라고 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레스가 생각한 것은 정령친화력과 마나와의 차이점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실피아는 자신의 몸을 채우고 있는 바람의 기운에게 부탁을 하고 세상을 떠도는 바람에게 부탁을 하여 바람을 조종할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인간들은 마나를 사용할 때 마법사는 자신의 마나에 세상에 떠돌고 있는 마나를 조합하여 사용했다.
예를 들면 마나가 없어도 사용 가능한 마법진을 생각할 수 있었다.
“정령친화력을 내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다면?”
있다면이 아니라 있어야 했다. 계약자가 물건을 회수해야 되기 때문이다.
작게 중얼거린 이레스가 다시 오러를 회수하고 천천히 눈을 감자 모든 정신이 심장을 두르고 있는 바람의 기운에게 집중되기 시작했다.
‘움직일 것인가?’
당연한 이야기였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생각만 한다고 바로 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기에 오히려 작은 미소를 지으며 다시 집중할 수 있었다.
“바람의 정령이 나의 기운에게 부탁해서 사용한다는 것은 나도 마음만 먹으면 사용할 수 있다는 것.”
그렇지 않으면 바람의 정령이 계약을 할 리가 없었다.
계속해서 바람의 기운을 움직이기 위해 노력을 하자 이레스의 앞에 서 있던 실피아가 고개를 갸웃하더니 작게 미소를 지으며 그의 가슴에 자신의 손을 댔다.
순간 심장을 보호하는 듯이 뭉쳐있던 바람의 기운이 움직였다.
아무리 집중을 하고 노력을 해도 움직이지 않아 다른 방법을 찾으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이레스가 깜짝 놀라 눈을 뜨자 실피아가 자신의 가슴에 손을 대고 눈을 감은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실피아가 도와주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이레스가 다시 눈을 감고 움직이기 시작한 바람의 기운에 집중했다.
아주 천천히 움직이긴 하였지만 바람의 기운은 실피아가 도움을 주니 자신의 생각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이레스는 바로 바깥으로 이동시키려고 노력하지 않고 팔에 한번 이동시키고 다리에 한번 이동시키며 마나를 가지게 되면 마나로드를 만들기 위해 몸을 이리저리 이동시키는 것처럼 몸 곳곳으로 기운을 이동시키고 심장으로 돌려보냈다.
쉬이잉.
“취익?”
이레스의 주위로 일어나는 회오리바람을 보고 오크가 신기하다는 듯이 눈을 껌뻑였다.
이레스와 실피아를 감싸고 있는 바람은 아주 연약하고 부드러운 회오리바람이었다.
자신을 감싸고 있는 회오리바람을 알아차리지 못했는지 이레스가 눈을 감은 채 실피아에게 말했다.
“실피아, 조금 더 빠르게 할 테니. 도와줄 수 있어?”
-응!
그녀의 대답에 이레스는 작게 미소를 지으며 다시 바람의 기운에 집중을 하였고, 실피아의 도움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기운이 온몸을 돌아다니도록 이동시켰다.
쉬이익!
그의 몸을 감싸고 있던 바람이 점점 강해졌다.
이레스가 실피아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해 몸 곳곳을 누비게 했던 바람의 기운을 다시 심장에 모아 하나의 구슬처럼 응축시켰다.
“실피아.”
-응!
“시작할게.”
생각을 통해 실피아에게 말을 건넬 수 있게 되었으니 실피아는 자신의 계약자가 무엇을 하려는지 이미 알고 있었다.
심장에 응축된 바람의 기운이 아주 천천히 그의 왼팔을 향해 이동했고, 왼쪽 어깨를 지나 왼팔로 이동해 왼손에 도착하자 이레스와 실피아가 동시에 인상을 찌푸렸다.
바깥으로 내보내려 하였는데 마치 나가기 싫다는 듯이 바람의 기운이 투정을 부리듯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상을 찌푸린 채 계속 집중을 했지만 바람의 기운이 나오려하지 않자 이레스가 그것을 다시 심장에 돌려보내고 다시 도전하려 할 때 실피아가 소리쳤다.
-해야 돼!
‘실피아?’
-해야 돼! 해야 돼!
무조건 바람의 기운을 바깥으로 보내야 한다는 실피아의 외침에 이레스가 잠시 의아한 듯이 고개를 갸웃했지만 이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누가 이기나 보자.”
작게 중얼거리고 집중을 하자 심장으로 돌아가던 응축된 바람의 기운이 다시 왼손으로 모였고, 그 순간 이레스가 오른손으로 자신의 팔목을 잡았다.
바람의 기운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피가 통하지 않게 강하게 잡자 조금씩 심장으로 돌아가던 바람의 기운이 길을 잃고 응축된 바람의 기운으로 돌아갔다.
콰아아아!
이레스의 신형을 중심으로 거대한 회오리바람이 일어났다.
“실피아가 해야 한다는데, 해야지!”
버럭 소리를 지른 이레스가 모든 정신을 집중하자 응축된 바람의 기운이 피부를 뚫는 듯한 느낌이 머릿속으로 전해졌다.
“크으윽.”
생살을 찢는 듯한 고통에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흘리는 순간 거대한 회오리바람이 사라지기 시작했고 실피아는 다시 소리를 질렀다.
-이레스! 해야 돼!
“……그래, 어차피 한 번 죽었던 몸.”
죽기 직전에 느꼈던 고통을 생각하면 지금의 고통은 모기에 물린 것과 비슷했다.
펑!
응축된 바람의 기운이 절반 정도 빠져나갔을 때 머릿속으로 무언가가 폭발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엄청난 고통이 몰려왔지만, 이레스는 입을 악물며 버텨냈고 모든 바람의 기운이 밖으로 빠져나왔을 때 눈을 부릅떴다.
“하아압!”
바람으로 만들어진 구슬이 손바닥 위에 놓여있었다.
이레스는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고통에도 작게 미소를 그리더니 팔목을 잡고 있는 오른손을 내리고 펼치고 있던 왼손으로 주먹을 쥐었다.
퍼어엉!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그의 주위를 감싸고 있던 바람의 기운이 사라지고 눈에 보일 정도로 선명한 푸른색 기운이 그의 몸을 감싸 안았다.
우우웅!
-와! 이레스도 진화했다!
푸른색 기운을 보며 환호성을 치는 실피아의 모습에 이레스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진화?”
-응! 진화! 실피아는 진화했는데 이레스는 진화하지 못해서 아쉬웠는데 드디어 진화했어! 와아아!
실피아가 정말 즐겁다는 듯이 자신의 주변을 날아다니며 좋아하자 이레스가 자신의 왼손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분명 손바닥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는데 손바닥은 멀쩡했고 심장을 두르고 있는 바람의 기운을 모두 응축시켜 바깥으로 보냈음에도 그것보다 더 거대한 바람의 기운이 심장을 두르고 있었다.
심장을 감싸고 있는 바람의 기운에 집중하자 바람의 기운은 그의 생각도 움직이기 시작했고 왼손 손바닥을 통해 바깥으로 빠져나왔다.
조금 전에 부숴버린 푸른색 구슬이 또다시 둥실둥실 떠다니고 있었다.
“그렇군.”
실피아가 말한 것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마나를 배우는 사람들에게 익스퍼드, 마스터 등의 경지가 있듯이 정령사에게도 정령진화뿐만이 아니라 진화를 해야 하는 경지가 있던 것이었다.
-와! 중급 정령사다!
자신이 중급 정령이니 이레스를 보고 중급 정령사라고 외치는 실피아의 모습에 작게 미소를 지은 이레스가 천천히 제단을 올려다보았다.
지금이라면 가능할 거 같았다.
실피아의 도움이 있었기에 진화를 할 수 있었지만 어쨌건 바람의 기운을 움직일 수 있게 되었고, 전보다 더욱더 많은 바람의 기운이 몸을 채우고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