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공작 3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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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33회 작성일소설 읽기 : 구름공작 35화
제5장 왕의 목걸이Ⅰ (2)
“흐음.”
소리를 지르는 것만으로 무기가 없다는 게 바로 확인되자 이레스가 하늘 위에서 제단을 보호하는 투명한 벽에 손을 댔다.
탁. 탁탁.
“유리인가?”
검지로 노크를 하는 듯이 벽을 두들겼다.
탕! 탕! 탕!
“흐음.”
또 한 번 신음을 흘린 이레스가 조금 전에 하였던 오크의 행동을 떠올리고는 천천히 검을 꺼냈다.
스르릉.
맑은 쇠 울림과 함께 검집 안에 숨어있던 새하얀 검신이 나타나자마자 이레스는 바로 검을 휘둘렀다.
쉬이익!
카아앙!
소음만 일어났을 뿐 어떠한 현상도 일어나지 않아 이레스는 인상을 살짝 찌푸리고는 검신에 오러를 둘렀다.
“이래도?”
쉬이익!
콰아앙!
이번에는 거대한 폭발음이 들렸지만 투명한 벽이 부서지는 대신 오히려 검이 튕겨져 나오자 이레스가 자신도 모르게 뒤로 날아간 자신의 팔을 바라보았다.
“허. 허허허.”
어이없다는 듯이 웃음을 흘린 이레스가 투명한 벽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실피아에게 말했다.
“내려줄래?”
-알았어.
실피아의 대답과 동시에 천천히 땅으로 내려온 이레스는 오크가 바로 옆에 있음에도 그를 무시하고 검을 든 팔을 원을 그리듯 강하게 휘둘렀다.
“한번 해보자 이거지.”
“취이익, 인…….”
오크가 그를 부르려는 순간 이레스가 뒤로 한 걸음 물러나더니 양손으로 검을 잡고 머리 옆으로 올려 찌르기 자세를 잡았다.
“뒤졌어!”
쉬이익!
강하게 땅을 박차는 순간 이레스의 신형이 빠른 속도로 투명한 벽을 향해 쏘아졌다.
콰아아앙!
거대한 폭발음이 들려왔다. 하지만 이레스의 신형이 오히려 뒤로 밀려났고 이레스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다시 땅을 박차 앞으로 돌진하며 검을 휘둘렀다.
콰앙!
쾅! 쾅!
수십 번의 두들김. 그리고 동시에 들려오는 폭발음이 10분간 공간을 뒤엎고 사라졌다.
“이런 미…….”
자신도 모르게 욕설을 내뱉을 뻔한 이레스는 자신의 앞으로 날아오는 실피아를 보고 입을 다물었다.
-이레스, 괜찮아?
“괜찮아.”
자신의 대답에 해맑게 웃는 실피아의 모습에 흥분을 진정시킨 이레스가 물끄러미 투명한 벽을 바라보았다.
“무언가가 있는 건가?”
이미 투명한 벽을 향해 글레이브를 휘두르는 오크를 만나는 순간 마법 망원경을 바닥에 내려놓았기에 마나도 한곳에 집중할 수가 있었다.
그런데도 투명한 벽을 부수지 못한 것을 보면 마나에 대한 강한 저항력을 가지고 있거나 마나가 통하지 않는 벽이라는 뜻이었다.
“생각을 해보자.”
이레스가 물끄러미 투명한 벽 뒤에 있는 제단을 바라보다 실피아에게 시선을 돌렸다.
분명 정령왕의 이름을 말했고 마치 알고 있는 물건이라는 듯이 소리쳤다. 즉 마나와 관계된 물건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정령력?”
작게 중얼거린 이레스가 자신의 몸을 채우고 있는 바람의 기운을 떠올렸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정령력을 마나처럼 형체로 만드는 방법을 모르고 있었으니 정령력에 의심을 해도 확인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방법을 통해 정령력과 관계되어 있는지 확인할 방법은 있었다.
“실피아.”
-응?
“벽 안으로 들어갈 수 있어?”
-……벽이 어디 있어?
“응?”
실피아가 머리 위에서 날아올라 그의 얼굴 앞으로 이동해 고개를 갸웃했다.
-벽?
“……우리 앞에 투명한 벽이 있잖아.”
-투명한 벽?
또 한 번 고개를 갸웃하던 실피아가 몸을 돌리더니 투명한 벽을 향해 날아갔다.
“실피아 위험…….”
아직 아무것도 확인된 것이 없었기에 화들짝 놀란 이레스가 외치려했지만 실피아가 먼저 투명한 벽을 통과해 제단 앞에 서서 몸을 돌렸다.
-벽이 어디 있어?
“……정령이었나.”
10분 동안 마나를 투자하여 검질을 한 것이 헛수고였다는 생각이 들자 어이없다는 듯이 중얼거리던 이레스가 고개를 돌려 자신처럼 실피아를 쳐다보는 오크를 바라보았다.
“그러면 이것 때문에 습격이 일어난 게 아니라는 건데…….”
왕의 목소리를 통해 이레스가 생각한 것은 오크족이 왕의 목소리라는 물건을 얻어 몬스터들을 지배하여 인간들을 공격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령만 통과할 수 있는 벽이라면 자신의 이론은 말도 안되는 이론으로 바뀌어버린다.
“실피아, 그거 가지고 올 수 있어?”
-못해.
“못해?”
-응! 계약을 해야 돼.
“……계약?”
계약이라는 단어에 이레스가 고개를 갸웃하는 순간 다시 그의 곁으로 날아온 실피아가 머리 위에 앉으며 대답했다.
-계약자만 가능해.
실피아의 설명을 짧게 줄이면 그것이었다.
“내가 들어가야 한다고?”
-응!
계약자인 이레스가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 * *
키에에엑!
침입자를 발견한 포이즌 리자드맨이 늪지에서 튀어나오며 손톱을 휘둘렀지만 천천히 걸음을 옮기던 중년의 사내는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고 날아오는 손톱을 빤히 쳐다보았다.
쉬이익!
독에 물들어 검은색으로 바뀐 포이즌 리자드맨의 손톱이 중년의 사내의 앞에 당도하는 순간 사내의 오른손에 들린 검이 움직였다.
촤아악!
포이즌 리자드맨을 상처를 내서 쓰러트릴 경우 몇 분에 불과하지만 그 주위로 강력한 독안개가 생성된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레스와 데인처럼 타격을 통해 쓰러트리거나 도주를 했다.
하지만 중년의 사내는 독안개 사이에서 오히려 정상적인 호흡을 유지한 채 다시 검을 휘둘러 자신을 둘러싼 포이즌 리자드맨을 차례차례 쓰러트렸다.
독도 통하지 않는 중년의 사내에 모습에 위기를 느낀 포이즌 리자드맨이 뒤로 물러서는 순간 중년의 사내가 버럭 소리쳤다.
“어디서 더러운 공기를 내뿜는 것이냐!”
화아악!
외침이 숲 속을 울리는 순간 거대한 기파가 그의 주위로 퍼져나가 포이즌 리자드맨의 몸을 감싸 안았다.
거대한 마나를 품은 파동이 순식간에 그들에게 공포감을 심어주었고 자신도 모르게 뒤로 물러나게 만들었다.
“장남이라는 놈이 정말 귀찮게 하는군.”
“허허허! 그래도 용기가 대단하지 않습니까?”
옆에 서 있던 노인 기사, 헬버튼의 말에 중년의 남성, 그레이즈 공작이 그를 바라보며 어이없는 듯이 헛웃음을 흘렸다.
“이게 대단한 건가? 자네의 제자도 데려갔네.”
“뭐, 이 정도도 이기지 못하면 제 제자라고도 할 수 없죠.”
키에에엑!
헬버튼이 작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는 순간 공포심을 이기고 먼저 달려오는 포이즌 리자드맨이 소리를 지르자 그레이즈 공작이 몬스터를 바라보지도 않은 채 손을 들었다.
새하얀 오러가 손을 감싸는가 싶더니 이내 검은색으로 물들며 달려오는 포이즌 리자드맨을 향해 쏘아졌다.
퍼어엉!
작은 폭발음과 함께 포이즌 리자드맨의 신형이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쏘아진 오러가 폭발을 하기는 했지만 포이즌 리자드맨의 신형을 관통한 후에 폭발했기에 뒤로 밀려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쓰러진 것이었다.
질긴 몬스터의 가죽까지 뚫어버리는 오러를 사용할 수 있는 마스터 경지의 검사만이 가능한 기술이었다.
그레이즈 공작이 고개를 천천히 돌려 포이즌 리자드맨을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정말 귀찮게 하는군.”
집을 나간 아들이 돌아오지 않은 지 한 달이 지나자 그레이즈 공작은 부인의 성화를 이기지 못하고 헬버튼과 함께 30년 전에 발을 끊었던 몬스터의 숲으로 다시 들어왔다.
* * *
“으으음.”
“취이익! 인간!”
유심히 제단을 바라보고 있던 이레스는 오크가 소리를 지르며 자신을 부르자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오크는 어느새 자신의 무기를 땅에 꽂아놓은 채 바닥에 주저앉아있었다.
“취익! 저 신물을 가질 수 있는가! 취익!”
“신물?”
“취익! 저것은 우리의 신물이다! 취익!”
잠시 생각을 하는 듯이 오크를 바라보던 이레스가 제단을 가리켰다.
“저것을 신으로 모신다는 것이냐?”
“취익! 그렇다! 취익!”
“이유는?”
“취익! 예전부터 족장에게는 신물을 지키거나! 취익! 지배해야 하는 숙명이 전해진다, 그리고 만약 신물을 취하게 되면! 취익! 강한 힘을 가질 수 있고 오크족은 신물의 주인에게 복종을 해야 한다! 취익!”
“……복종이라.”
이레스는 오크가 말한 복종이라는 단어에 집중했다.
몬스터의 숲에서 어떤 몬스터보다 강한 힘과 수천 마리로 이루어져 있는 오크를 복종시킬 수 있다면 차례차례 다른 몬스터를 복종할 수 있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인간의 영지를 공격할 정도의 무력을 가지게 된다.
왕의 목소리라는 물건과 오크족의 복종이라는 것을 통해 하나의 생각을 하던 이레스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오크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너.”
“취익! 왜 그러느냐!”
“왜 그런 이야기를 나한테 알려줬지?”
“취익! 신물에 도전한 게 백삼십서른 밤째다!”
벌써 5개월 동안 벽을 깨기 위해 도전했다는 오크의 말에 대단하다는 듯이 바라보던 이레스가 계속 이야기를 해보라는 듯이 바라보자 오크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취익! 신물의 도전은 종족을 가리지 않는다! 취익!”
무슨 이유로 말했는지 이제야 이해가 갔다.
“한마디로 나보고 신물을 얻으라는 것이군.”
“취익! 그렇다! 나보다는 더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취익!”
오크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판단력을 가진 모습에 이레스가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보다 작게 미소를 지었다.
“그럼 원하는 것이 있겠군.”
“취익! 복종하겠다! 대신 취익!”
오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몬스터의 숲을 달라! 취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