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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공작 34화

무료소설 구름공작: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50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구름공작 34화

제5장 왕의 목걸이Ⅰ (1)

 

 

동굴의 입구와 약간 떨어진 곳에 서 있는 오크를 바라보던 이레스가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했다.

 

“흐음, 들어갈 거라고 말하기는 했는데…… 어떻게 들어가지?”

 

하늘 높이 떠있었기에 오크들이 알아차리지 못한 것일 뿐이지, 조금만 내려가도 이상한 낌새를 느낄 정도로 오감이 발달한 오크들이었다.

 

잠시 생각을 하던 이레스가 고개를 돌려 실피아를 바라보며 작게 미소를 지었다.

 

생각해보니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오감 중 하나를 혼란시켜 정신을 흐트려 놓으면 가능할 것도 같았다.

 

“실피아.”

 

-응?

 

“모래바람.”

 

실피아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아래를 내려다보는 순간 오크의 앞으로 강한 바람이 일어났다.

 

쉬이익!

 

“취이익!”

 

갑작스럽게 불어온 바람이 흙먼지를 고스란히 감싸고 쏘아져 눈에 들어가자 오크들이 당황하며 눈을 비비는 순간 이레스와 실피아가 빠른 속도로 떨어져 동굴 속으로 숨어들었다.

 

모든 정신이 시각에 집중되어 순간적으로 자신의 기척을 알아차리지 못한 오크들의 모습을 힐끔 쳐다본 이레스는 그들이 다시 정신을 차리기 전에 동굴 안으로 진입했다.

 

동굴 안으로 들어서는 것과 동시에 실피아가 떨어트렸던 구슬을 주은 이레스는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구슬에 마나를 부여했다.

 

우웅!

 

구슬이 작은 울음을 토하며 진동하더니 그의 앞으로 작은 화면이 나타났다.

 

화면에는 데인과 나무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경계를 하는 두 용병단의 모습이 고스란히 나타났고 자신을 발견했는지 화면으로 데인의 얼굴이 정면으로 보이자 손을 살짝 흔든 후에 그들이 앞을 바라볼 수 있도록 구슬을 돌렸다.

 

저벅, 저벅.

 

“뭐지?”

 

구슬에게서 시선을 떼자마자 주위를 둘러보던 이레스가 잠시 고개를 갸웃했다.

 

안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어둠이 그를 감싸 안았지만 구슬에서 나타난 화면을 통해 나타난 빛으로 인해 희미하지만 앞을 볼 수가 있어 주변을 살필 수 있었다.

 

자신이 걷고 있는 동굴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동굴하고 별반 다를 것이 없는 평범한 동굴이었다.

 

다만 이상한 것이 있다면 실피아가 말한 기운이었다.

 

“흐음.”

 

무언가가 느껴지기는 했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이라고는 콕 집어서 말할 수가 없었다.

 

마법 망원경에 부여하고 있는 마나로 인해 주위에 떠도는 이상한 기운이 마나라면 자신의 마나가 반응을 해야 정상인데, 반응하기는커녕 오히려 정신이 반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레스는 잠시 고개를 갸웃했지만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고, 자신의 앞에 두 갈래 길이 나오자 걸음을 멈추었다.

 

잠시 두 갈래 길을 번갈아 바라보던 이레스가 오른쪽 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생각을 하여 움직이는 것보다 정신이 반응하는 기운을 따라가는 것이 더 옳은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었다. 그렇게 기운을 따라 걸음을 옮겨 이번엔 세 갈래 길이 나왔지만, 기운은 중앙에서 흘러나왔기에 중앙 길로 걸어갔다.

 

처음 갈림길을 제외하고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계속 걸음을 옮겼을 때 갈림길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이레스의 걸음이 멈춰졌다.

 

“취익?”

 

횃불을 들고 있는 오크가 길 한가운데 서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갑자기 주위가 왜 밝아지기 시작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바로 풀렸다. 마치 누군가를 위해 지키는 듯이 자신의 무기를 바닥에 내리꽂은 채 서 있는 오크가 횃불을 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말 이 길이 맞았구만.”

 

평범한 오크가 지키고 있더라도 무언가가 있는 동굴이라고 생각을 했겠지만 인간들에게서 뺏은 것인지 허름한 망토와 거대한 바스타드 소드를 들고 있는 오크가 서 있으니 생각이 아니라 확신이 섰다.

 

“취이익!”

 

너무 오랜만에 인간을 보아서인지 잠시 고개를 갸웃하며 이레스를 바라보던 오크는 자신의 앞에 서 있는 것의 정체를 확인하고는 바로 바스타드 소드를 들고 달려왔다.

 

부우웅!

 

사람들도 사용하기 힘들다는 대검 중 가장 무거운 바스타드 소드였지만 선천적으로 전투가 가능한 신체를 가진 종족인 오크였기에 그가 바스타드 소드를 휘두르는 것은 마치 인간이 장검을 사용하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베기와 찌르기 특화된 검 중 힘으로 상대를 압박하는 목적으로 만든 대검이었기에 찌르기보다는 베기만 가능했고, 그것은 전쟁터가 아닌 일대일 상황이라면 민첩성을 살린 공격이 약점이 된다는 뜻이었다.

 

이레스가 옆으로 한 걸음 이동하여 바스타드 소드를 피하며 오크의 앞으로 다가가 그의 복부에 오른손을 가져다대었다.

 

“3장 5식, 다크 클라우드.”

 

작은 중얼거림에 불과했지만 오크의 복부에 가져다댄 오른손에서 하얀빛이 일어나더니 순식간에 검은빛으로 바뀌며 폭발했다.

 

콰아앙!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공중으로 몸이 뜬 오크가 뒤로 날아가 쓰러졌다.

 

오러를 만들어 쏘아내는 오러소드를 변형시켜 근접전에서 상대를 쓰러트리도록 만든 클라우드 검법 변형식 먹구름이었다.

 

쓰러진 오크가 목숨을 잃었는지 그대로 축 늘어졌다. 이레스는 다시 걸음을 옮겨 오크가 바스타드 소드를 양손으로 쥐며 떨어트렸던 횃불을 들고 안으로 들어갔다.

 

바스타드 소드를 들고 있던 오크가 오크종족에서 강한 축에 속해있던 것인지 아니면 원래 혼자서 지키는 곳이었는지 그 다음으로 나타난 오크는 없었고 대신 그의 시야로 거대한 공간이 나타났다.

 

“뭐냐. 여긴.”

 

이레스가 어이없다는 듯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안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점점 좁아지던 길이 끝나자마자 눈앞이 보일 정도로 밝은 공간이 나와 신기한 것이었다.

 

잠깐 훑어본 것이 전부였지만 보이는 것이라곤 천장에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돌멩이와 중앙에 서 있는 오크의 등이 전부였다.

 

“취이익.”

 

동굴을 울리는 이레스의 목소리에 오크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더니 다시 정면을 바라본 채 글레이브를 강하게 휘둘렀다.

 

쾅! 쾅! 쾅!

 

거대한 폭발음이 들리자 시선이 자연스레 폭발소리의 근원지로 향했다.

 

어둡고 빠른 속도로 주위를 못 보았는데 자세히 보니 오크의 앞에 흑색 제단이 존재했다.

 

“뭐지?”

 

이레스가 자신도 모르게 제단을 향해 걸음을 옮기려는 순간이었다.

 

“취이익! 꺼져라!”

 

동굴을 울리는 거대한 외침에 자신도 모르게 걸음을 멈춘 이레스가 고개를 돌린 채 자신을 바라보는 오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마, 말을 해?”

 

혼란스럽다고 볼 수는 없었다.

 

일단 이종족으로 분류되어있던 적이 있던 오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50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아직 대륙공용어를 사용하는 오크가 있다는 것에 당황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취익. 이것은 내 거다! 취익!”

 

이레스가 눈을 살짝 좁히며 흑색 제단을 바라보았다.

 

흑색 제단 위에는 무언가가 놓여있었는데 아무리 밝아졌다고 해도 동굴 안이어서 그런지 조금 더 가까이 가야지 보일 것 같았다.

 

다시 걸음을 옮기자 고개만 돌리고 있던 오크가 이번에는 몸을 돌리며 버럭 소리쳤다.

 

“취익! 꺼져라!”

 

“뭔지 좀 보고 갈게.”

 

쉬이익!

 

작게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리는 순간 그의 신형이 잔상을 일으키며 사라지는 듯이 빠른 속도로 쏘아져 오크의 옆에 도착했다.

 

“이제 좀 보이네.”

 

이레스가 빤히 흑색 제단을 바라보았다.

 

예상대로 제단 위에 하나의 물건이 놓여 있었지만 천장에 다다를 만큼 거대한 제단 위에 있다 보니 형태가 분명하게 보이지가 않았다. 하지만 하나는 확실했다.

 

“흐음. 실피아.”

 

-응?

 

“취이익! 인간!”

 

쉬이익!

 

실피아와 이야기를 나누려고 하는 사이 오크의 글레이브가 자신의 목을 노리고 휘둘러지자 이레스는 허리를 살짝 숙여 피하더니 옆으로 이동했다.

 

“저거겠지, 그 이상한 기운이.”

 

-응!

 

“확인하러 가볼까?”

 

-음.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확신을 하던 실피아가 이번에는 잠시 뜸을 들이자 이레스는 앞으로 성큼 한 걸음 옮기며 손을 내밀었다.

 

탁.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가로막고 있었다.

 

“이래서였…….”

 

“취이익!”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다시 오크의 공격이 이어졌지만 이레스는 오히려 반격을 하는 대신 공격을 피함과 동시에 실피아와 함께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이봐.”

 

“취이익!”

 

올려다봐야 하는 것이 기분이 나쁜 것인지 작업을 중도에 끊어버린 것이 기분이 나쁜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공격이 실패하여 분노를 하는 것인지 오크가 눈을 부릅뜨며 소리를 지르자 이레스가 하늘 위에 떠있는 상태에서 제단을 바라보며 물었다.

 

“저건 뭐냐?”

 

오크에게서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당연하다고 생각해 다시 제단을 바라볼 때 오히려 생각도 못했던 곳에서 대답이 들려왔다.

 

-그거다!

 

“응?”

 

-이레스! 이레스! 저거! 저거!

 

흥분을 한 듯이 소리 지르는 실피아의 모습에 이레스는 고개를 갸웃해 그녀를 바라보았다.

 

실피아는 검지로 제단 위를 가리키며 계속 같은 말을 반복했고 이레스가 진정하라는 듯이 천천히 머리를 쓰다듬자 다시 입을 열었다.

 

-왕의 목소리.

 

“왕의 목소리?”

 

-응! 에리드 님이 말한 물건!

 

“정령왕 에리드 님?”

 

-응! 정령과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물건이야!

 

“……나도 실피아랑 이야기할 수 있는데?”

 

실피아가 답답한지 자신의 가슴을 두들기더니 다시 소리쳤다.

 

-그게 아니고!

 

“그게 아니고?”

 

-……아아아.

 

뭐라고 설명해야 될지 당최 알 수가 없는지 실피아가 잠시 생각을 하다 울상을 지으며 제단을 바라보자 이레스도 똑같이 제단을 바라보다 물었다.

 

“그러니까, 저게 좋은 거라는 거지?”

 

-아…… 응! 좋은거!

 

단번에 답을 찾아주자 실피아가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대답했다.

 

이레스가 잠시 생각을 하는 듯이 아래에서 열심히 검질을 하다 자신을 올려다보는 오크와 검은 제단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저건가?”

 

정령과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능력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저것 때문에 몬스터의 습격이 일어났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정확한 답을 찾으려면 저것을 밑에 있는 오크보다 먼저 가져가야 했다.

 

다시 손을 들어 제단을 보호하는 벽을 만지려는 순간 이레스를 올려다보던 오크가 글레이브를 던졌다.

 

쉬이익!

 

날카로운 바람소리가 귓속을 파고드는 것과 동시에 실피아와 함께 옆으로 이동하자 글레이브는 허공을 가르고 천장에 부딪쳤다.

 

푸우욱!

 

얼마나 강하게 던졌는지 천장에 박혀버린 글레이브를 바라보던 이레스가 다시 오크를 내려다보았다.

 

“무기 없지?”

 

그냥 갑자기 궁금해져서 물은 것이었지만 그것을 도발로 알아들은 오크가 눈을 부릅뜨며 소리를 질렀다.

 

“취이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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