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공작 3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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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67회 작성일소설 읽기 : 구름공작 32화
제4장 오크의 서식지 (1)
캉! 캉!
“역시 여자랑 숲에 들어가면 안 좋은 일이 생긴다는 게 사실이군!”
“지금 그런 말 할 때인가요?”
샤인의 외침에 버럭 소리친 페리는 황급히 오크의 슬레이브를 피하며 뒤로 물러나 자신의 영역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샤벨타이거 용병단이 몬스터의 숲에 들어온 지 벌써 반년이 흘렀다.
처음에는 몬스터의 숲 안쪽에서 수련을 시작했지만 점점 실력이 쌓이고 경지가 한 단계씩 상승하자 자만심이라는 것이 마음 한구석을 차지하여 몬스터의 숲 깊숙한 곳에서 수련을 하게 되었다.
문제는 깊숙한 곳으로 들어와 수련을 하는 것에서 생겨버렸다.
그저 조금 더 강한 몬스터를 찾고 다시 영지로 돌아와 휴식을 취하자고 생각하고 들어섰기에 식량도 충분하지 않았고, 며칠 동안 손질하지 않은 무구를 들고 들어왔다.
어차피 저녁때가 되기 전에 영지로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몬스터의 숲으로 들어서자마자 블러디 울프 수십 마리를 만나 지도를 확인하지도 못하도 도망을 쳤고 그 결과 길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처음에는 아주 힘들었다.
블러디 울프에게 쫓기며 막내인 샤크가 메고 있던 지도가 들어있던 가방이 찢어져 지도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떻게든 돌아가자는 심정으로 식량을 조금씩 아끼며 돌아갈 방법을 모색했다.
그리고 도중 포이즌 리자드맨의 서식지 옆에서 살고 있는 평범한 리자드맨의 서식지에 발을 디뎌 그들에게 쫓겼을 때 자신들과 똑같이 길을 잃어버린 파이어캣 용병단을 만나게 되었다.
아무리 앙숙관계라고는 하지만 살아남기 위하여 함께 움직이기 시작한 두 용병단이었다. 하지만 그녀들도 마찬가지로 지도를 잃어버려 일주일을 헤메게 되었고, 그 결과 오크들을 만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슈슈슉!
파이어캣 용병단의 레일리가 양손을 흔들자 수십 자루의 단검이 오크를 향해 날아갔다.
푸부북!
“취이익!”
분명 수십 자루의 단검이 몸에 박혔음에도 눈을 부릅뜨며 글레이브를 휘두르는 오크의 모습에 샤벨타이거 용병단의 샤크가 창대 앞부분을 옮겨 잡으며 몸을 옆으로 비틀었다.
간발의 차이로 글레이브가 허공을 베는 순간 창대 앞부분을 잡은 샤크가 오크를 향해 한 걸음 내디뎌 그의 몸에 붙은 채 창을 찔렀다.
푸우욱!
이레스와의 대련을 통해 중장거리 무기인 창을 단거리에서 사용할 방법을 찾아내고 몬스터와의 실전을 통해 익스퍼드 초급으로 오른 샤크의 창이 오크의 심장을 관통했다.
샤크는 창날을 다시 빼내는 것과 동시에 왼발에 힘을 주어 오크의 몸에 붙인 왼쪽 어깨에 힘을 주었다.
오크가 뒤로 밀려나며 달려오는 다른 오크의 움직임을 방해하는 순간 샤크의 머리 오른쪽에서 샤인의 검이 찔러 들어왔다.
푸우욱!
“하아압!”
샤인이 오크의 목을 관통한 자신의 검을 빼내려는 순간 샤크가 뒤로 살짝 물러서 샤인을 뒤로 물리고 오른발을 들어 심장을 관통당한 오크의 복부를 강하게 밀어버렸다.
퍼어억!
순식간에 두 오크가 목숨을 잃고 쓰러졌지만 아직도 수십 마리나 되는 오크들이 원을 그리듯 포위를 한 채로 다가오고 있었다.
“취이익.”
“취이익.”
마치 자신들의 언어라도 있는 듯이 서로를 바라보며 쉰소리를 내던 오크들이 무기를 강하게 쥐며 용병들을 바라보았다.
샤인이 그런 오크들에게 시선을 고정시킨 채 입을 열었다.
상대가 이종족으로 분류되었던 적이 있던 몬스터들이기에 아주 조심해야 했다.
이종족으로 분류되었다는 것은 생각을 가지고 다른 무리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저들이 달려오면 한곳을 돌파해서 일단 튑시다.”
페이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오크들은 점점 포위망을 접혀오기 시작했고, 모든 용병이 자신의 무기를 강하게 말아 쥐는 순간, 그것이 신호탄이라도 되는 듯이 오크들이 달려오기 시작했다.
“취이이익!”
“취이익!”
“지…….”
몸을 돌리며 버럭 소리치려는 샤인이 말을 마치려는 순간 한 오크의 목을 향해 휘둘러지는 한 자루의 검을 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쉬이익!
촤아악!
한 번의 휘두름에 단단하고 질긴 오크의 뼈와 피부가 잘려나가는 순간 그 옆에서 달려오던 오크의 심장으로 한 자루의 검이 관통했다.
“푸우욱!”
“꾸에에엑!”
심장이 관통되는 고통에 오크가 소리를 지르는 순간 날카로운 검신이 빠져나오며 오크의 언어가 아닌 대륙공용어가 용병들의 귓속을 파고들었다.
“실피아!”
쉬이이익!
한 오크의 주위로 거대한 회오리바람이 나타났다.
처음에는 의아하다는 듯이 자신의 주위를 둘러보던 오크였지만 이내 목을 부여잡더니 몇 초도 채 지나지 않아 쓰러졌다.
샤인을 따라 등을 돌렸던 용병들이 오크를 쓰러트리고 있는 두 사람을 멀뚱히 바라보다 큰 소리로 외쳤다.
“도련님!”
검은 머리의 청년, 어느새 나타난 바람의 정령과 함께 오크를 쓰러트리던 이레스가 미소를 그리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오랜만이네요?”
“그레이즈 영지로 돌아가는 길 좀 알려주십시오!”
“그레이즈 영지로 돌아가는 길 좀 알려주세요!”
한 달간의 몬스터의 숲에서의 방황은 아직도 오크가 포위하고 있음에도 이레스에게 물을 수밖에 없는 질문이었다.
데인이 그들의 외침에 자신도 모르게 두 용병단을 바라보았다.
얼마나 쫓기고 다녔는지 여성들로만 이루어진 파이어캣 용병단은 모든 갑옷이 망가졌는지 중요 부위를 가리는 가죽 갑옷만 입고 머리는 산발이 되어 있었으며 샤벨타이거 용병단은 때가 잔뜩 묻은 가죽갑옷과 자신의 무기만 들고 있는 상거지 무사들로 바뀌어 있었다.
* * *
열다섯에 오크를 빠르게 처치하고 오크의 서식지를 빠져나온 이레스와 두 용병단은 이레스 일행이 미리 야영을 위해 자리 잡은 곳에 도착하자마자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어떻게 된 거예요?”
“크윽.” “흑.”
빤히 자신들을 쳐다보던 데인의 질문에 갑자기 울컥했는지 샤인이 입술을 깨물고 페리가 울상을 짓더니 얼굴을 감싸 쥐었다.
설명을 듣지 않아도 자신들을 만나자마자 외친 것을 보면 알 수 있었다. 자신의 생각대로 진짜 몬스터의 숲에서 길을 잃어버린 것이었다.
실피아 덕분에 위치를 알게 되었지만 이레스가 실피아의 능력을 깜빡했다면 그들과 같이 길을 잃을 뻔했기에 자신도 모르게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두 사람의 어깨를 다독였다.
“괜찮아요. 이해합니다. 몬스터들에게 쫓기다 잃어버린 것이겠지요.”
“크으윽.”
“흑…….”
“이해합니다. 이해해요.”
연신 고개를 끄덕이는 데인의 모습에 이레스가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넌 뭔데 동감한다는 표정을 짓냐.”
데인은 대답 대신 이레스의 핀잔을 무시하고는 그들이 진정할 때까지 다독였고 두 용병단은 정신을 차리자마자 바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꺼냈다.
샤벨타이거 용병단의 경우에는 자만심 때문에 몬스터의 숲에서 길을 잃어버린 것이었지만 파이어캣 용병단은 다른 이유로 길을 잃어버리고 몬스터의 숲을 방황했다.
“저희는 소문을 확인하려다가.”
“……소문이요?”
이레스의 질문에 페리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옛날에 잠깐 생겼던 소문인데요. 몬스터의 숲이 생긴 이유는 몬스터를 끌어들일 정도로 강력한 마나가 담긴 아티팩트가 있다는…….”
“아, 저도 알고 있습니다.”
이레스가 고개를 갸웃할 때, 데인이 자신도 알고 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레스가 데인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런 소문이 있었어?”
“……어떻게 자신의 영지에서 일어난 소문을 모르십니까?”
어이없다는 듯이 바라보며 물었지만 이레스가 빤히 쳐다보며 설명을 요구하자 데인이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스승님께 들은 이야기였는데, 10년 전쯤에 하나의 소문이 돌아 사방에서 많은 용병들이 모였습니다. 몬스터의 숲에 관한 이론이었는데.”
“이론?”
“네, 그냥 떠도는 마법사들이 낸 이야기였습니다. 몬스터들은 자신들의 영역이 따로 있습니다. 그렇기에 가능하면 다양한 몬스터들이 한 지역에서 살고 있는 것은 보기가 힘들다고 합니다. 그런데 몬스터의 숲에는.”
“많은 몬스터들이 살고 있지.”
고개를 끄덕인 데인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런데 몬스터의 숲에는 많은 몬스터들이 살고 있으니 마법사가 하나의 이론을 세운 것입니다. 그것이 눈에 보일 정도로 질도 높은 마나.”
“질도 높은 마나?”
“눈에 보일 정도로 질도가 높은 마나가 한곳에 모여있는데, 그것이 넓게 퍼지며 몬스터의 숲을 감쌀 정도의 마나가 있다 보니 자신의 서식지를 찾아다니는 몬스터들이 그것에 반응하여 모였다는 겁니다.”
몬스터들은 마나로 인하여 변형된 동물이었기 때문에 모든 몬스터들은 전부 동물을 닮아있었다. 예를 들어 설명하면 리자드맨은 도마뱀을 닮았고, 핑거 와일드 보어는 멧돼지를, 붉은 피부를 가진 블러디 울프는 늑대의 변형이라고 보면 되었다.
잠시 생각을 하는 듯이 주위를 살펴보던 이레스가 다시 물었다.
“그래서 용병들은 어떻게 됐는데?”
“실종이죠 뭐.”
“실종?”
“수백의 용병단이 소문에 이끌려 몬스터의 숲에 들어갔는데 살아 돌아온 사람들은 아무도 없습니다.”
아무도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었다. 몬스터의 숲은 그레이즈 가문에서 총력을 기울여도 전부 살펴볼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숲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몬스터들이 습격을 하지 않으니 일부러 피해를 입으며 숲을 정벌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흐음.”
작게 신음을 흘린 이레스는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그러나 많이 피곤했는지 장작불 앞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페리를 보며 실소를 흘리고는 용병들의 위에서 쉼없이 재잘거리는 실피아를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