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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공작 31화

무료소설 구름공작: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499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구름공작 31화

제3장 몬스터의 숲 (2)

 

 

데인이 포이즌 리자드맨의 공격을 힘겹게 막아내고 하나하나 쓰러트릴 때 이레스는 오히려 달려드는 리자드맨을 향해 걸어가 왼손으로는 리자드맨의 두개골을 부수고 오른손으로는 달려오는 리자드맨의 목을 향해 휘둘러 목뼈를 부러트렸다.

 

“봐, 쉽지?”

 

오도독 오도독 뼈 부러지는 소리를 뒤로하며 돌아보는 모습이 주군만 아니라면 한 대 때려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그렇게 한 마리, 한 마리 쓰러트리고 딱 다섯 마리가 자신의 앞에 서 있자 데인이 작게 미소를 지었다.

 

“하아…… 하아…… 드디어.”

 

키에에엑!

 

다섯 마리만 남았다고 중얼거리는 데인의 목소리가 포이즌 리자드맨의 고함에 묻혔다.

 

이레스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고함을 지르는 포이즌 리자드맨을 빤히 바라보다 무언가를 깨닫고는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야.”

 

“예. 끝낼까요?”

 

“튀자.”

 

“……예?”

 

기껏 열다섯에서 다섯으로 줄였더니 도망치자는 이레스의 말에 데인이 고개를 돌리자 그가 리자드맨을 가리키며 말했다.

 

“리자드맨의 특징 중에 하나가 위험할 때 소리치는 건데. 그건.”

 

키에엑!

 

키에엑!

 

다섯 마리의 리자드맨의 고함에 맞추어 숲 속에서 거대한 고함이 들려왔다.

 

사사삭.

 

수풀이 흔들리는가 싶더니 수풀 사이로 다섯 마리의 포이즌 리자드맨이 나타났다.

 

사사삭.

 

또 한 번 수풀이 흔들리는가 싶더니 또 다섯 마리의 포이즌 리자드맨이 나타났다.

 

사사삭.

 

다섯 마리밖에 남지 않았던 포이즌 리자드맨이 점차 늘어나더니 서른 마리가 그들의 앞에 나타났다.

 

“동료를 부…….”

 

“딱 봐도 알겠습니다!”

 

버럭 소리치며 설명을 끊어버린 데인이 뒤로 슬금슬금 물러나자 이레스가 버릇처럼 목을 좌우로 꺾어 몸을 풀더니 몸을 돌렸다.

 

“핑거 와일드 보어 서식지로 간다!”

 

탓!

 

“젠! 장!”

 

탓!

 

키에에엑!

 

키에엑!

 

이레스는 영지로 돌아온 지 정확히 3년이 흘렀을 때 데인과 함께 몬스터의 숲으로 향했다.

 

1년 뒤에 있을 몬스터의 습격에 대해 알아내기 위해서였고, 데인은 1년 뒤에 왕실기사단에 입단하기에 다른 사람들이라면 상상도 못할 경험을 쌓아주기 위해 데리고 왔다.

 

하지만 벌써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습격이 일어난 진짜 이유는 찾지 못하였다.

 

‘정말 식량이 부족해서일까?’

 

전생에서는 아무리 생각을 해도 알 수 없었던 몬스터의 습격을 식량이 부족하여 마을을 침공했다는 것으로 결론을 지어버렸다.

 

하지만 엄연히 먹이사슬이 존재하는 몬스터들이었기에 식량이 부족한 이유는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서식지 몇 군데를 둘러보았지만 멸종에 가까울 정도로 수가 줄어들어 먹이사슬이 엉키게 되는 몬스터들은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뭐 때문일까?’

 

생각을 하면서 고개를 숙이자 그의 머리 위로 포이즌 리자드맨이 쏘아낸 독액이 허공을 가르고 나무에 부딪쳤다.

 

치이익.

 

나무껍질까지 녹여버리는 강력한 독액에 당황할 법도 하건만 이레스는 오히려 그것을 보며 턱을 쓰다듬었다.

 

“흐음, 한 마리 포획해서 데미안에게 가져다주면 좋을 거 같은데.”

 

“지금 상황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옵니까!”

 

키에엑!

 

데인의 외침에 호응이라도 하는 듯이 가장 선두에 서 있던 포이즌 리자드맨이 독액을 내뿜었지만 이미 수십 종에 가까운 몬스터들을 만나고 도망친 그들이었다.

 

간단하게 고개를 숙이거나 옆으로 이동해 독액을 피해낸 데인과 이레스는 어느새 전방에서 달려오는 수십 마리의 멧돼지를 보고는 동시에 점프했다.

 

“실피아!”

 

이레스의 외침에 그의 앞으로 작은 바람이 일며 실피아가 나타나자 두 사람이 바람에 이끌려 나무 위에 올라섰다.

 

꾸에에엑!

 

케에엑!

 

-우와! 이레스! 도마뱀! 도마뱀!

 

신기하다는 듯이 자신의 옆에서 포이즌 리자드맨을 보며 소리치는 실피아의 모습에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은 이레스는 리자드맨의 정면에서 달려오는 핑거 와일드 보어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우와! 돼지다! 돼지!

 

두두두두두.

 

케에엑!

 

수십 마리의 멧돼지가 돌격을 하니 리자드맨이 맥없이 쓰러졌다.

 

“역시 몬스터의 숲은 이게 매력이라니까. 완벽한 먹이사슬과 천적들의 치열한 전투.”

 

“하지만 죽음을 앞둬야만 볼 수 있는 매력이기도 하죠.”

 

-우와! 우와!

 

작게 투덜거리는 데인과 신기하다는 듯이 포이즌 리자드맨과 핑거 와일드 보어를 바라보며 소리치는 실피아를 향해 작게 웃음을 터트린 이레스가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한 달이라는 시간을 소비했음에도 습격에 대한 이유를 찾아내지 못했으니 다시 생각을 하는 것이 옳다는 느낌이 들었다.

 

먹이사슬도 끊어지지 않았으니 그들이 미쳤다고 자신의 서식지를 벗어나 영지를 공격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일단 먼저 침공한 몬스터는…….”

 

4년 전, 몬스터의 습격을 알린 첫 번째 침공은 자신의 눈앞에 포이즌 리자드맨을 깔아 뭉개고 있는 핑거 와일드 보어가 시작했다.

 

하지만 핑거 와일드 보어의 먹이사슬 아래 종족을 살펴본 결과 이상한 점은 찾아볼 수 없었다.

 

특히 핑거 와일드 보어는 육식을 하기는 하지만 정확하게 분류하면 초식 동물에 가까웠기 때문에 먹이사슬이 무너지더라도 공격할 리가 없었다.

 

“음. 마지막이…….”

 

마지막 침공은 사람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몬스터이자 영지에 최대의 피해를 입힌 오크였다.

 

몇 백 년 전만 해도 이종족으로 분류되어 있던 오크족이었지만 흉포한 성격과 배고프면 동족, 심지어는 같은 이종족까지 먹어치우는 잡식성, 그리고 동물을 닮았다고 하여 몬스터로 분류된 종족이 오크였다.

 

“역으로 추적을 해봐야 하나?”

 

총 열 곳의 서식지를 살펴보았지만 이상이 없었으니 역추적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었다.

 

하지만 함께 움직이는 놈이 투덜댈 것이 분명했다.

 

“야.”

 

“예.”

 

“오크 서식지로 가자.”

 

“미쳤습니까? 거긴 그냥 죽음의 대지예요. 죽음의 대지!”

 

헬버튼의 제자가 되어 그레이즈 영지에 살다 보니 이레스와 어울리는 일이 많아 레이온처럼 말투가 거칠어진 데인이었다.

 

하지만 그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몬스터의 숲에 서식하는 몬스터들 중에 가장 위험한 몬스터 중 하나가 오크였기 때문이다.

 

지도에도 그려지지 않은 몬스터의 숲 깊숙한 곳에 존재하기 때문에 오크 서식지로 향하면서 거쳐야 하는 각종 몬스터의 서식지도 문제였지만 더 큰 문제는 오크의 무력이 너무 강하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에게 알려진 오크의 무력은 체계적으로 훈련을 받은 병사 다섯과 맞먹었다.

 

이레스가 리자드맨을 밟아버리고 그들을 먹어치우거나 다시 자신의 서식지로 돌아가는 핑거 와일드 보어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그럼 계속 이렇게 다닐래?”

 

“아니, 대체 뭘 찾길래!”

 

“이상하잖아. 지금까지 몬스터의 습격이 없었다는 것이.”

 

미래를 알고 있어 몬스터가 습격한 이유를 알기 위해 왔다고 말을 할 수가 없기에 대수롭지 않은 목소리로 거짓말을 했지만 오히려 그 거짓말이 데인의 화를 돋우게 하였다.

 

“아니, 몬스터들에게도 엄연히 먹이사슬이 존재하고 서식지가 존재하는데 왜 침공을 하겠습니까!”

 

하지만 이렇게 소리를 질러도 데인은 알고 있었다.

 

이레스는 분명 오크의 서식지로 향할 것을 말이다. 그래서 입을 다문 채 핑거 와일드 보어를 바라보는 그를 향해 데인이 할 수 있는 행동은 하나뿐이었다.

 

“하아.”

 

작은 한숨, 그것이 전부였다.

 

* * *

 

“흐음.”

 

“…….”

 

“흐으음”

 

“아아악!”

 

데인은 이마를 부여잡은 채 소리를 지르고는 이레스를 째려보았다.

 

“길 잃었죠?”

 

“응.”

 

“방금 저희가 지난 서식지는?”

 

“몰라.”

 

정말 몰랐다.

 

서식지를 지나가긴 한 거 같은데 어떠한 몬스터도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 계속 걸음을 옮겼으니 분명 몬스터의 숲 깊숙한 곳인 것은 분명했다.

 

“아아악!”

 

이레스가 이마를 부여잡은 채 또 한 번 소리치는 데인을 힐끔 쳐다보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몇 시간 전만 해도 간간히 몬스터를 사냥하는 용병단을 볼 수 있었지만 포이즌 리자드맨 서식지를 지나가니 용병들은 보이지도 않았다.

 

“으으음.”

 

또 한 번 작게 신음을 흘린 이레스가 지도를 구겨 한 손에 든 채로 정면을 가리켰다.

 

“가자.”

 

“어딜요?”

 

“앞으로 가다 보면 몬스터 한 마리는 나오겠지. 그러면 알 수 있을 것이고.”

 

맞는 말이기는 했지만 데인은 오히려 그 반대의 길로 가고 싶었다.

 

“돌아가는 것은.”

 

“이왕 여기까지 왔는데 오크의 서식지는 확인하고 가야지.”

 

“하아.”

 

작게 한숨을 내쉰 데인은 이제 포기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앞으로 걸음을 옮겼지만 이레스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 자리에 서서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레스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드니 보이는 것은 나무로 인해 부분부분 가려진 맑은 하늘이 전부였다.

 

“안 갑니까?”

 

작게 투덜거리며 데인이 물었지만 이레스는 대답 대신 천천히 손을 들었다.

 

“실피아.”

 

-이레스~.

 

작은 바람과 함께 나타난 실피아가 인사를 하자 이레스도 손을 작게 흔들어 인사를 하고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잠시 주위 좀 살펴줄 수 있어?”

 

-응!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 실피아가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거대한 나무보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 이리저리 둘러보는 실피아의 모습을 빤히 바라보던 데인이 천천히 이레스에게 시선을 돌렸다.

 

바람의 정령뿐만 아니라 모든 정령은 정신적 생명체이기 때문에 실체가 없어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고 마음만 먹으면 벽을 통과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실피아를 소환해도 이동이 편하도록 나무에서 나무로 이동할 때만 도움을 요청하던 이레스였기 때문에 자신도 깜빡하고 있었다.

 

하늘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몬스터의 숲 전체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혹시…….”

 

데인이 어이없는 표정과 함께 작게 말을 흐리자 이레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 방금 기억났어.”

 

“아아악!”

 

정말 짜증 난다는 듯이 데인이 소리를 지를 때 주위를 다 둘러본 것인지 실피아가 빠른 속도로 내려와 이레스의 앞에 멈춰 섰다.

 

-다 봤어!

 

“여기 어딘지 알 수 있어?”

 

-숲 속!

 

“…….”

 

“…….”

 

뭐 맞는 말이기는 했지만 상대가 인간이 아닌 순수한 정신적 생명체인 정령이었기에 이레스의 질문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볼 수 있었다.

 

“근처에 뭐가 보였는지 기억나?”

 

-음…… 뒤에 도마뱀 있었어!

 

“도마뱀?”

 

-응! 검은 도마뱀.

 

한 시간을 걸었는데 등 뒤에 검은 도마뱀이 있었다는 것은 아직 포이즌 리자드맨의 서식지에서 멀리 이동하지 못했다는 것을 뜻했다.

 

“그리고?”

 

-앞에 돼지 있어! 돼지!

 

“오!”

 

“아, 안 돼.”

 

데인이 부정하는 듯이 중얼거리며 실피아를 바라보았고 이레스는 작은 미소를 그리며 다시 물었다.

 

“막 두 발로 걸어 다니고 그래?”

 

-음…… 응! 막, 검이나 창도 들고 다니고 그래.

 

“도착했다.”

 

“……내일 움직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한 시간 전에 포이즌 리자드맨에게 쫓기고 몇 시간 전에는 나무에서 나무로 이동하며 핑거 와일드 보어의 서식지를 둘러보던 그들이었다.

 

이레스가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야영을 준비할 때 실피아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언니 오빠들도 봤어.

 

“응?”

 

“응?”

 

이레스와 데인이 동시에 고개를 돌려 실피아를 바라보았다.

 

“언니 오빠?”

 

-응! 샤인 오빠네 하고, 페이 언니네!

 

“……아직도 안 갔어?”

 

샤벨타이거 용병단과 파이어캣 용병단은 수련을 한다는 목적으로 그레이즈 영지에 머물렀다. 가끔 영지를 둘러볼 때 만난 적이 있었지만 1년 전부터 보이지 않았기에 돌아갔다고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몬스터의 숲 끝에 있다고하니 얼떨떨한 두 사람이었다.

 

실피아가 말했다.

 

-싸우고 있었어!

 

“뭐랑?”

 

-돼지랑!

 

데인은 현재 자신의 상황을 생각해보고는 고개를 돌려 이레스를 바라보았다.

 

대충 숲 속에서 길을 잃어버렸는데 하필 오크 서식지에 발을 디뎌 그들의 습격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었다.

 

“어쩌죠?”

 

“어쩌긴 뭘 어째, 도와줘야지.”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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