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공작 6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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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479회 작성일소설 읽기 : 구름공작 69화
제9장 돌아가는 길 (2)
“하아!”
어제의 기억을 떠올리니 자연스럽게 한숨을 내뱉은 레이온이 다시 고개를 돌려 이레스를 바라보았다.
분명 어제의 사건만 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바로 다음 날 헥토스 왕국을 떠나기 어떠한 사건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레이온의 오산이었다.
이레스, 그는 헥토스 왕국을 벗어나는 그 순간까지 사건을 만들어버렸다.
레이온이 자신도 모르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렇다고 그런 사건을 벌려 놓는 건가!”
“쩝. 저도 그럴 줄 몰랐습니다.”
헥토스 왕국을 떠나기 직전이었다.
테라인 왕국 사신단은 헥토스 왕의 선물을 받고 다시 재정비를 하기 위해 두 시간을 더 헥토스 왕국에서 기다려야 했다. 그러자 이레스는 갑자기 할일이 있다는 말과 함께 사라지더니 왕국, 아니 대륙 자체를 떠들썩하게 만들 엄청난 사건을 만들고 왔다.
왕국이 아닌 대륙 자체를 떠들썩하게 만드는 사건.
그것은 왕실기사단의 단장과 왕국에서 가장 유명한 기사인 세릭의 경지를 한 단계 상승시켜버리는 사건이었다.
기사면 익스퍼드 중급.
마법사면 4서클 이후 경지가 상승하는 순간 깨달음으로 인해 몸 안에 거대한 마나의 기운이 흘러들어오고 그 마나를 전부 갈무리하지 못하는 그릇을 가지고 있다면 사방으로 퍼지다 보니 마나를 배우고 있는 사람들은 근처에서 깨달음을 얻은 자가 있고 갈무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그의 위치를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왕실 안에서 갑작스레 나타난 거대한 마나의 기운에 무인들이 무의식적으로 왕실기사단으로 달려왔고, 수많은 사람들이 이레스의 앞에 앉아 깨달음을 통해 몸이 푸른빛으로 감싸져 있는 두 기사를 볼 수 있었다.
단 두 시간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레스는 그 짧은 가르침을 통해 두 기사의 경지를 한 단계 상승시켜버렸다.
그 이후 이레스는 헥토스 왕국의 기사들 모두에게 스승이라고 불리는 이상한 별명을 얻게 되었다.
이레스가 왕실기사단에서 일어난 사건을 떠올리고는 살짝 인상을 찌푸렸지만 이내 작은 미소를 그리고 말았다.
잠깐 들렀을 뿐인데도 현재의 경지의 막바지에 달해 있다며 열정적으로 자신에게 가르침을 청한 사람이 왕실기사단의 기사단장과 전생에서 영혼의 기사라고 불리었던 헥토스 왕국에게 충성을 맹세한 기사 세릭이었다.
열정적으로 가르침을 청하니 그들이 고민하고 막혀 있는 부분을 수많은 경험을 겪어 깨닫고 있던 이레스가 약간 말을 돌려서 이야기를 해주고 검을 맞부딪치며 실전 대련을 했다.
가르침과 대련.
단 두 가지의 행동으로 인해 기사 단장이 먼저 한 단계 높은 경지인 오러나이트 경지에 올랐고 익스퍼드 최상급 경지에서 정체된 기간이 많은 만큼 놓치고 싶지 않았는지 엄청난 집중력을 통해 갑작스레 상승한 마나를 갈무리하였기에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을 수가 있었다.
하지만 기사 세릭이 익스퍼드 상급으로 경지에 오르면서 갈무리를 실패해 사람들에게 들키고 말았다.
이레스 자체도 전생에서의 경지를 보면 익스퍼드 최상급이 마지막 경지였지만 사람마다 깨달아야 하는 것이 달랐기에 깨달음과 경지에는 그렇게 큰 밀접관계가 없었다. 그래서 자신보다 경지가 낮은 사람에게 가르침을 받는다는 창피함을 무릅쓰고 가르침을 원했던 기사단장이 익스퍼드 최상급에서 오러나이트로 오를 수 있었다.
“오러나이트와 익스퍼드 상급이라니…….”
헥토스 왕국의 일에 너무 많이 참견했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작게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리던 레이온이 다시 이레스를 바라보았다.
“일단 그 일은 아버님에게 말씀드리겠다.”
“……쩝.”
벌인 일이 너무 많아 레이온이 말한 ‘그 일’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지만 아마 왕실기사단의 사건을 이야기하면 분명 다른 사건도 말할 수밖에 없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무슨 일을 보고하더라도 벌인 일 하나하나 전부 엄청난 사건이었기에 테라인 왕의 귀에 자신의 이야기가 들어가면 분명 그레이즈 공작의 귀에도 들어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신의 아버지가 자신에게 어떠한 짓을 할지 감히 상상도 할 수가 없었다.
이레스가 입맛을 다시며 억지로 고개를 끄덕이자 레이온은 이상한 인간이라도 보는 듯이 작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다시 정면을 바라보았다.
일주일에 불과했지만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실피아 공주와의 스캔들.
데우스 왕자의 검술 스승이 되어버리는 사건.
미스릴 광맥의 발견.
기사들의 경지를 올려버리는 사건.
주요 사건이 모두 이레스에게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미스릴 광맥을 제외하면 모든 사건이 아주 사소한 실수나 단순하게 생각했다가 만들어진 사건이었다.
“큭.”
사소한 실수로 인해 헥토스 왕국의 운명이 바뀌어 버릴지도 모르는 일을 저질러버렸다는 것에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리고 만 레이온이 사건의 장본인을 쳐다보자 그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오른손으로 턱을 받친 채 정면만 주시하고 있었다.
‘어찌하나.’
레이온의 생각대로 이레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제 어찌하나…….’
이레스는 다른 왕국의 일은 아무것도 몰랐다.
그저 알고 있는 것이라면 지금의 헥토스 왕국을 떠올리면 2년 뒤, 헥토스 왕국의 왕좌에 앉아 있는 사람이 1왕자인 데우스 왕자가 아닌 귀족파가 밀고 있는 2왕자인 제이스 왕자라는 것밖에는 알지 못했다.
“흐음.”
작게 신음을 흘리던 이레스가 천천히 상체를 누이더니 마차 위에 누워버렸다.
“몰라. 이번 일로 데우스 왕자의 공적이 올라갈 테니 미뤄지든가, 빨라지든가 하겠지.”
벌인 일이 많고, 불필요한 전쟁은 없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과거건 지금이건 다를 바가 없다.
문제는 벌인 일이 많고 불필요한 전쟁은 없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기에 반역이 빨리 일어나든, 늦게 일어나든 이웃 왕국인 테라인 왕국의 사람임에도 헥토스 왕국과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그레이즈 가문이 반역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도와주기 위해 달려가도 늦을 것이라는 것이었다.
어떻게 도와야 할지 생각을 하는 사이, 자연스럽게 데우스 왕자가 떠올랐다.
“데우스라…….”
세상이 알고 있는 모습과는 정반대의 진짜 모습을 가지고 있던 왕자였다.
아마 레이온이 독자가 아닌 왕위다툼이 있는 다른 왕자가 있었다면 지질했던 성격 대신, 저런 음흉한 성격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었다.
왕위다툼이라는 것 자체가 다른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보다 아주 위험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가만히 누워 하늘을 올려다보니 자연스럽게 모든 잡생각이 지워지고 잠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지고 몸에 힘이 쭈욱 빠지기 시작할 때 이레스의 표정이 일그러지더니 천천히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왕자님.”
“왜.”
“앞에서 뭔 일이 일어났습니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 정면을 바라보았지만 보이는 것이라고는 테라인 왕국으로 향하는 인도와 양옆으로 솟아 있는 나무가 전부였고 정신을 집중해도 들리는 것은 수풀이 흔들리는 소리와 마차가 흔들리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에게 이야기한 사람이 익스퍼드 상급 경지에 오른 검사이자 바람의 정령과 흙의 정령과 계약한 정령검사였기에 무시할 수는 없었다.
“거리는?”
“혼자 달리면 5분. 함께 달리면 20분.”
“먼저 가서 막을 수 있나?”
“가능합니다만.”
“호위할 병력을 제외하고는 따라가지.”
레이온의 대답에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 이레스가 몸을 풀듯이 목을 좌우로 꺾고는 양발에 힘을 주어 도약했다.
탓!
“정면입니다.”
* * *
크어어어엉!
빠른 속도로 달리던 이레스는 자신의 귀를 파고드는 거대한 울음의 괴물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했다.
“트롤이면…….”
트롤은 4m 정도의 크기를 가진 초록색 피부가 인상적인 거인 형 몬스터로 거인 형 몬스터 중 최상위 먹이사슬에 속해 있는 오우거보다 겨우 한 단계밖에 낮지 않음에도 거구와 거대한 몸집에 맞는 파괴력을 가지고 있어 사람들이 가장 꺼리는 몬스터였다.
부우웅!
거대한 울음을 토한 트롤이 자신의 앞에 서 있는 마차를 향해 양손을 내려치려 할 때 이레스가 고개를 갸웃한 채로 땅을 박차며 도약했다.
트롤이면 그거였다.
“데미안이 찾던 거였나?”
데미안은 몬스터의 숲에 거인 형 몬스터가 트롤은 없고 왜 오우거밖에 없냐며 아쉬워했던 몬스터였다.
모든 몬스터 중에서 가장 부산물이 많은, 걸어 다니는 돈 덩어리다. 피는 연금술사에게 판매를 하면 포션으로 제조할 수 있으며, 가죽은 갑옷으로, 핏줄은 끊어지지 않은 활시위를 만들 수 있고, 뼈는 단순한 철로 만들어진 금속무구보다 더 예리한 무구를 만들 수 있다.
“실피아.”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자 이레스의 머리 위로 실피아가 나타나더니 수십 개의 바람의 화살을 만들어 트롤을 향해 쏘아 보냈다.
쉬이익!
푸부북!
수십 발의 바람의 화살에 꽂힌 트롤이 마차를 향해 내려치던 행동을 멈추더니 공중에 도약하고 있는 이레스를 바라보며 양손을 휘둘렀다.
부우웅!
거대한 바람소리와 함께 마나를 이용해 공중에서 이동할 수 있는 장소까지 장악을 하며 공격하는 트롤이었지만 바람의 정령과 계약한 이레스는 공중에 떠 있음에도 아주 손쉽게 공격을 피했다.
실피아의 도움으로 한 끗 차이로 더욱더 높이 날아올라 트롤의 주먹을 피한 이레스가 땅을 박차는 듯이 허공을 박차려는 순간 어느새 그의 발아래에 바람으로 만들어진 벽이 생성되어 있었다.
탓!
바람의 벽을 박찬 이레스가 트롤을 향해 빠른 속도로 쏘아졌다.
쉬이익!
이레스의 검이 오러에 휩싸이더니 트롤의 목을 베고 바닥에 착지했다.
촤아악!
크어어어!
분수대에서 쏟아져 나오는 물처럼 피가 상처 부위에서 쏟아져 나왔지만 트롤은 오히려 강하게 울음을 터트리며 자신의 상처 부위를 왼손으로 잡고 오른손으로 이레스를 공격했다.
땅에 착지하자마자 쉴 틈도 없이 공격해오는 트롤의 모습에 이레스가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정제하면 포션이 되는 게 트롤의 피인데.”
재생력만 따지면 거인 형 몬스터 중에서 가장 뛰어난 트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