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공작 6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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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41회 작성일소설 읽기 : 구름공작 66화
제8장 다시 만난 실피아 공주 (2)
이레스는 고개를 끄덕였고 실피아가 하늘 위로 날아오르더니 시야에서 사라지자 자연스럽게 분수대에 걸터앉아 하늘을 올려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어떤 방법을 선택해야 하지?”
엘리스를 떠올리게 하는 실피아 공주였기에 사랑이라는 감정도 없었고 관심조차 가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가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아직 성년도 넘기지 못한 실피아 공주였기에 직설적으로 말한다면 그녀가 가진 감정이 사랑이 아니더라도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었으니 잘 달래고 잘 이야기를 해야 했다.
그리고 그렇게 설득에 성공하더라도 헥토스 왕에게 믿음의 증거를 보여주어야 했다.
“어찌할까.”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은 없었다.
그저 허리춤에 차고 있는 가문의 검과 그레이즈 가문의 장남이라는 타이틀과 이레스라는 이름이 전부였다.
분명 자신의 성격을 파악하고 있는 헥토스 왕이라면 가문의 이름을 대표해서 검을 내밀어도 충분하지 않다고 말할 것이 분명했다.
애착을 가지고 있지만 있어도 그만, 없어도 다른 검을 사용하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게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비밀을 알려주면?”
자신이 가진 비밀을 알려주면 헥토스 왕에게 믿음을 선사해줄 수는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은 비밀은 두 가지가 전부였다.
하나가 전생에서 돌아왔다는 것이고, 하나가 땅의 정령과 바람의 정령 두 정령과 계약을 했다는 것이었다.
전생에서 왔으니 믿으라고 이야기를 해도 분명 미친놈 취급을 할 것이 분명했고, 노엔을 보여주면 헥토스 왕국과는 평범한 동맹 관계가 아닌 혈연으로 묶인 동맹으로 이루어져야 했다.
아무리 언젠가는 밝혀진 비밀이라고 해도 가능하면 왕의 목소리라는 것에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행동을 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진짜로 코 꿰이는 거다.
변명?
물론 크리스에게 말했듯이 엘프의 피를 이어받았다고 거짓말을 하면 아주 쉬운 일로 넘어간다.
하지만 사람 일은 아무도 모르는 것이었다.
“흐음.”
작게 신음을 흘리며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실피아의 목소리가 머릿속으로 파고들었다.
-찾았어!
“데……. 아니다 내가 갈게. 무지 멀리도 있네.”
입으로 내뱉는 것과 속으로 말하는 것을 동시에 하며 실피아에게 생각을 전한 이레스는 실피아의 정령의 기운을 쫓아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일단 이것부터 정리하고 생각하자.”
* * *
아름다운 정원에서 아름다운 소녀가 산책을 하고 있는 모습은 누가 보아도 혼이 빠질 정도로 아름다운 광경이었지만, 사람들이 보면서 아쉬운 점을 꼽으라고 한다면 그들은 하나같이 아름다운 소녀가 시무룩한 듯이 입술을 살짝 내밀고 있다는 것을 가리킬 것이 분명했다.
“하아.”
작게 한숨을 내쉰 아름다운 소녀, 헥토스 왕국의 실피아 공주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갑자기 나타나 자신을 구하고 자신의 이름과 똑같은 정령을 소환하던 사내.
자신의 오빠에게 검을 가르치며 검을 사용하지 않는 자신에게도 현재의 신분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 주었던 사내가 계속해서 머릿속에 아른거렸다.
“하아.”
처음에는 정령의 이름이 자신과 같아 부끄러워 다가가지 못하고 멀리서 지켜보았다. 하지만 이제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사내의 모습이 계속해서 머릿속에 아른거렸다. 실피아 공주는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고 그녀를 호위하는 여기사들은 난감하다는 듯이 그녀를 힐끔힐끔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저……. 공주님.”
“하아. 왜 그러세요?”
실피아 공주의 전속 호위기사단인 장미의 기사단의 단장 로즈의 목소리에 실피아 공주가 황급히 미소를 그리며 고개를 돌렸다.
로즈는 그런 실피아 공주가 안쓰럽다는 듯이 바라보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레스.”
흠칫.
그저 사람의 이름을 말한 것이 전부였지만 실피아 공주는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깜짝 놀라 몸을 흠칫 떨었다.
적발이 어울리는 여인, 로즈가 작게 한숨을 내쉬며 다시 말했다.
“그냥 한 번 만나시는 것은…….”
“시, 싫어요!”
평생을 지켜왔기에 소리를 지르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로즈가 눈을 껌뻑이며 그녀를 바라볼 때 실피아 공주가 창피하다는 듯이 얼굴을 푹 숙이며 대답했다.
“차, 창피하단 말이에요.”
뭐가 창피한지 당최 이해를 할 수 없던 로즈가 고개를 갸웃하고 실피아 공주가 다시 고개를 숙인 채 한숨을 내쉬며 그 자리에 서 있을 때였다.
쉬이익.
그녀들 주위로 작은 바람이 불었다.
로즈는 그 바람에서 이상한 기운을 감지했는지 진지한 눈빛으로 정면을 바라본 채로 실피아 공주의 어깨를 살짝 잡아당기고는 앞으로 나섰고 그녀의 뒤를 따르던 두 여기사가 공주의 뒤를 보호하든 근접해 사방을 둘러보았다.
“뭐지?”
이미 익스퍼드 상급 경지에 올라 장미의 기사단의 단장을 맡고 있던 로즈였기에 느낄 수가 있었다.
자신의 곁을 스쳐가는 바람에 이상한 기운이 담겨 있다는 것을 말이다.
로즈가 자연스럽게 주위를 살펴보며 허리춤에 차고 있는 검집에 손을 옮길 때 하늘에서 무언가가 뚝 떨어졌다.
쉬이익!
-찾았다!
“…….”
로즈는 자신의 앞에 나타나 검지로 실피아 공주를 가리키는 작은 소녀의 모습에 눈을 몇 번 깜빡이더니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실피아 공주를 바라보고 다시 소녀를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적인지 아군인지 분간이 되지 않아 실피아 공주를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을 했다면 지금은 자신의 뒤에 서 있는 실피아 공주와 갑작스레 나타난 하늘을 떠다니는 소녀가 왜 닮았는지에 대한 의문을 품고 있었다.
“……실피아.”
뒤에서 들려오는 실피아 공주의 중얼거림에 로즈가 눈을 번뜩이며 작은 소녀를 바라보았다.
실피아라는 이름을 가진 바람의 정령.
테라인 왕국에서 유일하게 배출된 정령 검사이자, 테라인 왕국의 왕자와 헥토스 왕국의 왕자에게 검을 가르쳤던 천재 검술 스승이 계약한 바람의 정령인 실피아였다.
작은 소녀, 정령 실피아는 검지로 실피아 공주를 가리키며 소리를 질렀지만 이내 그녀를 보호하는 듯 서 있는 로즈가 눈에 들어오자 고개를 갸웃하다 해맑게 웃으며 손을 들었다.
-안녕!
“……안녕?”
자신도 모르게 인사를 받아주었다.
-헤헤헤.
뭐가 그리 즐거운지 인사를 받아준 것이 전부인데도 웃음을 터트리는 실피아의 모습이 너무 귀여워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그리며 바라볼 때 그녀가 다시 날아올라 실피아 공주의 앞으로 날아갔다.
-언니! 언니!
“으. 응?”
-이레스가 잠시 기다리래.
“……이, 이레스 님?”
실피아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마치 무슨 생각을 하는 듯이 하늘을 올려다보았고 몇 초도 채 되지 않아 다시 해맑게 미소를 그리며 그녀의 머리 위에 앉았다.
-응! 이레스가 놀고 있으래! 멀다고!
“…….”
실피아 공주는 정령 실피아의 입에서 이레스라는 이름이 나오자 자연스럽게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고 장미의 기사단의 세 여기사들은 처음 보는 정령의 모습에 신기하다는 듯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실피아 공주가 놀아주는 것이 아니라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자 고개를 좌우로 까닥이던 정령 실피아가 로즈와 다른 기사들을 바라보다 다시 한 번 손을 흔들었다.
-안녕!
“……아까 인사하지 않았니?”
-헤헤헤. 언니들! 반가워!
“…….”
“……귀. 귀여워.”
기사로서의 삶이 벌써 10년을 넘어가는 그녀들이었다.
아무리 마나로 인해 미용효과를 보아 미모를 간직하고 있더라도 신체가 단련되며 생기는 근육까지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으며, 예전에 강간미수 사건에서 장미의 기사단의 여기사가 남성의 그곳을 부수는 사건 이후로 자신들을 보고 언니라고 부르는 이들도 없었다.
때문에 로즈와 기사들이 귀여운 정령 실피아의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그리며 중얼거렸다.
-언니들! 언니들!
“응?”
-놀아줘!
“어떻게?”
로즈가 무의식적으로 질문을 던지자 실피아가 또 한 번 좌우로 고개를 까닥이더니 하늘 위로 날아올라 양손을 좌우로 뻗었다.
-헤헤헤. 재밌는 거 보여줄게.
그녀의 말이 끝나는 순간 작은 바람이 일어나며 사방에 퍼져 있던 아름다운 꽃향기가 한 곳으로 모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