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공작 6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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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37회 작성일소설 읽기 : 구름공작 64화
제7장 미스릴 광석 (2)
끼이익!
모든 귀족들의 시선이 문으로 향하는 순간 문고리를 잡은 기사가 다시 문을 열자 연회장 안으로 두 사내가 걸어 들어왔다.
어둠을 표현한 듯한 검은색 연회복을 입은 크리스와 구름을 연상시키는 하늘색 연회복을 입은 이레스였다.
두 사람 중 이레스가 먼저 연회장을 둘러보더니 레이온을 발견하고 크리스의 어깨를 두들긴 후에 다가왔다.
“테라인 왕국 그레이즈 가문의 장남 이레스가 레이온 왕자님을 뵙습니다.”
“테라인 왕국 멕케인 가문의 장남 크리스가 레이온 왕자님을 뵙습니다.”
동시에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는 모습에 헥스 공작의 표정이 일그러지고 레이온이 작은 미소를 그렸다.
“데우스 왕자에게 검을 가르치느라 힘들었을 텐데 연회에 참여하다니,”
짧은 이야기였지만 그 이야기를 통해 현재 헥토스 왕국에서 알려진 자신의 상황을 단번에 파악하게 해주었다.
이레스가 고개를 들며 미소를 그렸다.
“힘들었지만 검을 가르치는 것과 연회에 참여하는 것은 다른 일이 아니겠습니까.”
“그래도 늦었네."
사흘 동안 왕실에 없었지만 자신들이 사람들 앞에 나타나지 않는 이유는 만들어져 있었다.
크리스가 잠시 생각을 하는가 싶더니 자신에게 말을 걸지 않는 모습이 자신의 이유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는지 천천히 고개를 들며 입을 열었다.
“통신구슬이 전부이기는 했지만 왕자님의 말씀대로 아드렌 후작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니 많은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레이온이 와인을 한 모금 마셔 목을 축인 뒤에 미소를 그렸다.
“그래도 사흘간 방에서 나오질 않다니.”
“그만큼 좋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왕권파의 사람 중 한 사람인 아드렌 후작이었다.
현재 헥토스 왕국의 북방 경계선에 있으며 통신을 요청해도 통신을 요청한 사람이 귀족파의 귀족이라면 바로 통신을 끊어버리는 그였으니 확인할 방법은 전무했다.
레이온이 헥스 공작을 향해 미소를 그려준 뒤에 그의 옆에 서 있는 아리스를 바라보았다.
“이레스.”
“예. 저하.”
“헥스 공작님께서 친척 중에 정령사가 있어서 정령술을 교류하고 싶다는데 해줄 수 있겠는가?”
이레스의 시선이 천천히 돌아가 헥스 공작의 옆에 서 있는 소녀에게 고정되었다.
아름다운 외모와 푸른빛 머리카락과 어울리는 작은 강아지 모습을 한 정령이 그녀의 머리 위에 앉아 잠을 자고 있었다.
정령은 이레스의 정령의 기운을 느낀 것인지 눈을 살짝 뜨며 바라보았지만 이내 다시 눈을 감고 잠을 청했고 그 모습에 미소를 그린 그는 바로 실피아를 소환했다.
“실피아.”
쉬이익.
작은 바람과 함께 실피아가 나타나 이레스의 머리 위에 앉았다.
마법을 통해 변장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는 듯한 그 모습으로 인해 헥스 공작이 인상을 살짝 찌푸렸지만 바로 미소를 그리며 레이온을 바라보았다.
“그럼 저의 일을 여기서 끝이니.”
“예. 연회가 끝나기 전에 이야기를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헥스 공작이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제이스 왕자에게 돌아가자 레이온은 속으로 웃음을 터트리며 이레스와 크리스를 바라보았다.
-……응?
실피아는 새로운 정령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하더니 강아지 모습을 한 정령에게 천천히 날아가 해맑게 미소를 그렸다.
-안녕?
-…….
정령은 아무 말 없이 실피아를 바라보다 다시 눈을 감으며 잠을 청했고 실피아는 그 모습에 입술을 삐죽 내밀더니 아리스에게 날아가 다시 미소를 그렸다.
-안녕?
“……안녕?”
역시 감정이 풍부한 정령은 보기 힘들었던 것인지 아리스가 실피아를 빤히 바라보다 인사를 받아주자 그녀는 까르르 웃음을 터트리더니 검지로 강아지 모습을 한 정령을 가리켰다.
-쟤 이름 뭐야?
“빈스.”
-빈스? 빈스?
고개를 갸웃하며 정령의 이름을 중얼거리던 실피아가 하늘 위로 날아오르자, 이레스가 그제야 아리스에게 고개를 살짝 숙이며 인사를 건넸다.
“테라인 왕국 그레이즈 가문의 장남 이레스입니다.”
“트레인 가문의 차녀, 아리스라고 합니다.”
이레스는 고개를 살짝 숙이며 인사를 받아주는 아리스의 모습에 싱긋 웃으며 말했다.
“정령술을 교류하고 싶다고요?”
* * *
이레스가 연회의 참석하는 순간 모든 귀족들의 시선이 그에게 고정되었고, 레이온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크리스에게 눈짓을 하여 함께 테라스로 나왔다.
연회장 안과는 달리 조용한 테라스의 모습에 작게 미소를 그린 레이온이 천천히 난간으로 걸음을 옮겨 양팔을 기대더니 밖을 바라보며 물었다.
“벌써 찾은 것인가?”
“예. 저하.”
“증거품은?”
레이온을 따라 천천히 걸음을 옮기던 크리스가 미소를 그리더니 주머니에서 하나의 금속을 꺼냈다.
“제대로 된 미스릴은 현재 데인과 데미안이 지키고 있으며 현재 저에게는 미스릴 파편밖에 없습니다.”
작은 돌멩이였다.
하지만 푸른빛을 띠고 있는 신기한 외형과 돌멩이 안에서 느껴지는 마나의 기운이 미스릴이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만족스럽다는 듯이 미소를 그리며 고개를 끄덕이던 레이온이 다시 물었다.
“부상자는?”
“없……, 있습니다.”
없다고 대답하려 해도, 그도 일단 부상자는 부상자였다.
“누구지?”
“데인 님이십니다.”
데인의 실력을 잘 알고 있던 레이온이 처음으로 고개를 갸웃하자, 크리스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연회장 안으로 손짓을 하더니 함께 연회장으로 다시 돌아가고 연회장을 빠져나와 데인과 데미안이 머무르는 방으로 향했다.
끼익!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보이는 것은 침대에 누워있는 것도 아니고 바닥에 대자로 뻗어 잠을 자고 있는 데인과 책상 앞에 앉아 두 개의 금속을 살펴보는 데미안이었다.
레이온의 시선이 데인에게 고정되었다.
마치 무언가에 베인 듯이 상의는 갈기갈기 찢어져 옷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손상되어 있었고 왼손에는 붕대를 감고 두 동강이 나버린 것인지 검 손잡이만 남아버린 검 한 자루가 널브러져 있었다.
“……무슨 일이 있던 것인가?”
크리스가 미소를 그리며 오히려 되물었다.
“긴 설명이 필요하십니까? 아니면 물어볼 것을 대비하여 먼저 알려준 이레스 님이 말한 아주 짧은 설명이 필요하십니까?”
“짧은 설명.”
“그냥 이기지도 못한 녀석에게 덤벼드는 미친 짓.”
“…….”
“이라고 하더군요.”
“허!”
레이온이 어이없다는 듯이 헛웃음을 흘리고는 자신들이 들어온 것도 모르는 듯이 두 개의 광석을 확인하는 데미안을 바라보았다.
“저건가?”
“예.”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마나의 기운이 느껴졌고 푸른빛이 눈에 들어왔다.
천천히 걸음을 옮겨 다가가자 그제야 인기척을 느낀 데미안이 고개를 돌리더니 레이온과 크리스를 발견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그레이즈 가문 마법공학자 크리스가 레이온 왕자님을 뵙습니다.”
“수고했네.”
“감사합니다.”
책상 앞까지 걸음을 옮긴 레이온이 책상 위에 놓인 금속 중에 하나를 천천히 집으며 물었다.
“증거품은 하나면 충분할 텐데?”
“헥토스 왕도 거래 도중 미스릴의 존재여부를 확인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그런가?”
미스릴에게 시선을 고정시킨 채로 작게 중얼거리던 레이온이 천천히 크리스에게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그런데 자네는 왜 함께 가게 된 것인가?”
“저와 똑같습니다.”
“응?”
갑자기 들려오는 제삼자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잠을 자고 있던 데인이 천천히 상체를 일으켜 세우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레이즈 가문의 기사, 헬버튼의 제자 데인이 레이온 왕자님을 뵙습니다.”
“수고했네. 그런데 똑같다니?”
“끌려왔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귀족파의 귀족, 그것도 자신의 적인 멕케인 공작의 아들을 데리고 갔다는 것에 어이없음을 느낀 레이온이 헛웃음을 흘리고는 다시 데인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많이 고생했다고 하던데?”
“그래서 부탁이 있습니다.”
“부탁?”
“예.”
데인이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왕실호위기사단에 입단하면 왕자님의 능력을 이용해서 호위기사단이 아닌, 그레이즈 가문과 가장 떨어진 변방에 자리 잡게 해주십시오. 이 이상 도련님과 함께 있으면 목숨이 위태로울 거 같습니다.”
“크큭! 변방이면 다른 왕국과의 경계선인데?”
“그래도 도련님과 함께 있는 것보다는 훨씬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 *
탁.
“증겁니다.”
“호오?”
연회가 끝나고 다음날 이레스는 아침부터 헥토스 왕의 부름을 받아 레이온과 크리스와 함께 왕의 집무실로 향했다.
이레스는 왕의 집무실의 도착하여 헥토스 왕을 만나자마자 바로 테이블 위에 미스릴 광석을 내려놓았고, 잠시 감탄을 하며 광석을 바라보던 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리며 미소를 그렸다.
“아주 힘들었다고 들었네.”
“힘들었죠. 미스릴 산맥을 장악하려면 완전히 장악해야 되는데, 중요 부분만 장악해서 블러디 울프라는 강아지들한테 쫓겨 다녔거든요.”
“그래도 큰 부상은 입지 않았는가?”
오히려 미소를 그리며 반문하는 헥토스 왕의 모습에 이레스가 잠시 생각을 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큰 부상은 없었죠.”
“이레스 님, 데인이 많이 다쳤습니다.”
이레스가 고개를 돌려 크리스를 바라보며 싱긋 미소를 그렸다.
“기사를 목표로 하는 녀석이라면 오히려 그 정도는 모기에 물렸다고 생각해야 됩니다.”
“허허허!”
재밌다는 듯이 웃음을 터트린 헥토스 왕이 미스릴 광석을 쥐고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작게 미소를 그렸다.
“오랜만에 보는군.”
“……그것이 미스릴 광석이군요.”
헥토스 왕의 옆에 자리 잡고 있던 데우스가 작게 중얼거리자 헥토스 왕은 자연스럽게 미스릴 광석을 데우스에게 건넸다.
“신기한 광석이군요.”
미스릴 광맥이 손상된 것은 데우스 왕자가 태어나기 전의 이야기였기에 미스릴 금속은 보았어도 아직 다른 금속과 혼합되어 있는 미스릴 광석은 처음 보았다.
“그리고 그것이 헥토스 왕국의 주 수출품이죠.”
이레스가 미소를 그리며 말을 덧붙이자 데우스와 헥토스 왕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위치는 어디인가?”
헥토스 왕이 질문하고 이레스가 대답하려는 사이 크리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아마 데우스 왕자님께서 움직이면 제이스 왕자 쪽에서도 움직일 것입니다.”
집무실에 자리 잡은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크리스에게 고정되었다.
“그리고 만약 잘못되면 미스릴 광산을 발견한 공적은 제이스 왕자님께서 얻겠지요.”
“……그럼?”
데우스가 질문을 던지자 크리스가 양손을 테이블 위에 올리며 말했다.
“저희는 내일 헥토스 왕국을 떠납니다. 데우스 왕자님께서는 저희를 마중 나온 뒤에 바로 미스릴 산맥으로 떠나서 저희가 알려준 곳으로 가십시오.”
“……가능한 한 빨리 찾아야 한다?”
“예. 그것도 제이스 왕자가 움직이기 전에 말이죠.”
“소수 정예로 움직여야겠군요.”
“아니요. 충분한 기사와 병사를 데리고 가십시오.”
가능한 빨리 움직이라면서 기동력이 늦어지는 당연한 이유인 병력을 이끌고 가라는 소리에 고개를 갸웃할 때 이레스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블러디 울프가 장난 아니게 많아서요.”
데인은 블러디 울프 대장을 쓰러트렸다. 하지만 죽인 것이 아니라 상처를 입혀 도망치게 한 것에 불과했다. 몬스터의 재생력을 생각하면 벌써 회복했을 가능성도 있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하는 데우스의 모습에 세 사람이 작게 미소를 그리고 있을 때 헥토스 왕이 이레스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예?”
“헥스 공작의 친척과 정령술을 교류했다고 하던데?”
마법과는 다른, 오러와는 다르지만 자연을 이용하는 정령의 힘은 강력했다. 그렇기에 헥토스 왕은 헥스 공작의 친척에게 정령술을 가르쳤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레스가 미소를 그리며 말했다.
“별거 없습니다. 그저 정령사가 되면 가장 필요한 것을 알려주었을 뿐입니다.”
“가장 필요한 것?”
이레스는 대답 대신 미소를 그리며 전날 연회에서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렸다.
“가르쳐드릴 것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그런가요?”
“예, 정령과 친해지십시오.”
“예?”
이해를 하지 못했다는 듯이 아리스가 고개를 갸웃할 때 이레스가 빈스와 함께 날아다니는 실피아를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정령을 무기라 생각하지 마세요. 정령을 도구로 생각하지 마세요. 오로지 자신의 친구, 자신의 가족이라고 생각하세요. 단 한 번이라도 정령을 무기로 생각하고, 정령을 도구로 생각한다면 정령의 마음은 계약자에게서 멀어질 거예요.”
“멀어진다…….”
“정령사가 가져야 할 마음이자 정령사가 해서는 안 될 일 중에 하나라고 보시면 됩니다.”
“물어봐도 모르겠지?”
갑작스레 들려오는 헥토스 왕의 질문에 이레스가 미소를 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령사가 아닌 이상 알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 * *
“사이런.”
“예.”
연회가 끝나고 바로 별장으로 돌아온 헥스 공작은 창문을 통해 창밖을 바라보다 자신의 오른팔인 사이런 자작을 불렀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서 있던 사이작은 작은 목소리로 대답을 했고 헥스 공작인 인상을 찌푸린 채로 창밖을 바라보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레스의 행방을 쫓아라.”
“……예?”
헥스 공작이 천천히 손을 들어 턱을 쓰다듬었다.
“분명 밖으로 나왔다. 그렇지 않으면 사흘 동안 사람들의 이목에서 벗어날 수 없었겠지. 거기다, 레이온 왕자.”
“…….”
“그자가 이곳에 온 이유는 분명히 이레스의 행방을 쫓으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사이런 자작은 더 이상 행방을 추격해야 되는 이유가 필요 없다는 듯이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방을 나왔고 혼자 남은 헥스 공작은 다시 창밖을 바라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무엇일까?”
무엇 때문에 레이온 왕자가 헥토스 왕국을 방문하고 이레스가 데우스 왕자에게 검을 가르치고, 자신들이 먼저 접근했던 크리스 공자가 갑자기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난 것일까?
분명 이유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이유를 확신하지 못하는 헥스 공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