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공작 6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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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499회 작성일소설 읽기 : 구름공작 60화
제5장 땅 파는 데인…… (2)
우웅.
거대한 나무 삽이 작게 우는가 싶더니 오러가 둘러졌다.
이레스가 삽을 두르고 있는 데인의 오러를 바라보다 피식 실소를 흘렸다.
“니가 지금 검을 쥐고 있냐?”
삽에 오러가 둘러지긴 했다. 하지만 오러의 형태를 검신을 둘러싼 오러처럼 날카로운 검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
“쥐고 있는 무기의 형태에 맞지 않은 오러를 생성하면 어떻게 될 거 같냐?”
“어떻게 되는데요?”
“삽의 모양을 한 검이 된다. 무식한 놈아.”
무기를 두르고 있는 것이 오러다.
마나를 얇게 만들고 겹겹이 겹쳐서 날카로운 검을 만들어 검을 보호하고 강화시키는 것이 오러였다.
한마디로 삽에 검의 형태를 지닌 오러를 생성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삽이 아닌 이레스의 말처럼 삽의 모양을 한 검이라고 볼 수 있었다.
“……어렵군요.”
평생을 함께해 왔다고 해도 무방한 것이 검이었기에 다른 검을 쥐어도 형태는 비슷비슷하기에 오러를 만들 수가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삽의 형태를 지닌 오러를 만들라고 하니 어려운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거기에 익스퍼드 상급으로 오르는 단서가 있을 수도 있다.”
“흐음.”
이레스도 전생에서 그레이즈 공작에게 이 수련을 받을 때 엄청나게 고생을 했었다.
그레이즈 공작은 이레스가 검을 수련하기 시작할 때 갑자기 수련이라는 말과 함께 창을 쥐어주더니 오러를 만들라고 했고, 이레스는 당연히 창에 검의 형태의 오러를 만들었다.
그렇게 며칠이 흘러 창의 형태를 가진 오러를 만들면 도끼를 쥐어주며 오러를 만들라고 했고, 마지막에는 화살의 오러를 만들고 유지한 채 쏘아 보내라고 하였다.
다른 무기는 몰라도 쏘아 보내는 무기에 오러를 생성해야 했기에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화살의 오러를 씌우는 순간 그는 익스퍼드 상급 경지에 오를 수가 있었다.
고민하는 듯이 삽을 바라보던 데인이 눈을 감으며 집중하는 대신, 눈을 뜬 채로 삽을 바라보며 집중하자 약한 빛을 띠지만 검의 형태를 지니고 있던 오러가 사라지며 점점 얇은 오러가 만들어졌다.
우우웅!
일그러져 있으며 집중력이 약해 선명하지는 않았지만 어쨌건 삽의 형태와 비슷한 오러가 삽을 둘러쌌다.
“이렇게 하는 거군요.”
입을 다문 채 미소를 그리고 있는 이레스를 향해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감사를 표한 데인이 다시 삽을 잡고 땅을 파기 시작했다.
푹! 푹! 푹!
이레스는 웃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데인이 고생할 것이라고 생각해 웃고 있던 중, 몇 분 만에 삽의 형태와 비슷한 오러를 만드는 모습에 깜짝 놀라 표정을 지우지 못해 웃고 있던 것이었다.
한마디로 경악을 하는 듯이 입을 벌릴 시간도 없는 듯 놀란 것이었다.
‘……갑자기 짜증이 나네?’
전생에서 자신은 2년 만에 끝난 수련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 익스퍼드 중급 막바지에서 상급의 경지로 오를 수 있던 것이었다.
한데 데인은 그 수련을 단 10분 만에 단서를 잡고 깨우치고 있었다.
역시 평민으로서 제대로 된 검술을 배우지 못했음에도 왕실기사단의 단장이 되었던 천재 검사, 데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푹! 퍽!
푹! 퍽!
한 번 땅에 박고 땅을 팔 때마다, 오러의 힘으로 인해 점점 구덩이가 거대해지고 있었다. 데미안은 이곳이 아닐 것을 대비하여 다시 지도를 바라보고 있었고, 크리스는 마법 망원경을 들고 하늘 위로 날아오른 실피아와 함께 주변을 살펴보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데인의 얼굴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어진 구덩이에서 삽의 모서리가 나타났다.
“도련님!”
“왜!”
“교대는 없습니까?”
역시 검이 아닌 다른 형태의 오러를 만든 채 육체의 힘까지 사용해 땅을 파는 것이 힘들기는 힘들었는지 교대를 요청하는 데인이었지만 이레스는 그의 요청을 깔끔하게 거절했다.
“없다.”
“도련님!”
“야! 나는 다시 노엔과 함께 땅을 살펴봐야 하고 데미안은 육체의 힘이 없는 마법사다.”
“그, 그럼 크리…….”
“돌대가리냐? 너도 알 거 아니야, 주변을 경계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미스릴 광산에서 울타리와 인도가 만들어진 장소를 제외하면 전부 블러디 울프의 영역이었으니 주변을 경계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었다.
데인의 부탁이 들리지 않는가 싶더니 다시 흙을 파는 삽의 소리가 들려오자 이레스가 다시 집중을 하며 흙의 정령력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중급 정령사의 경지에 오르며 알게 된 것 중에 하나가 정령력의 회복이다.
바람을 자신의 몸으로 들어온다는 생각을 하면 정령친화력을 회복할 수 있고, 흙과 모래가 많은 장소에서 흙의 기운을 받아들인다고 생각을 하면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중급 정령으로 진화한 실피아와는 다르게 하급 정령에 머물고 있는 노엔이어서 그런지 흙의 정령력이 회복되는 것은 아주 느렸지만, 회복되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게 느껴졌다.
10분이 지나고, 30분이 지나고, 1시간이 지났을 때, 이레스 일행의 귓속으로 하나의 금속음이 울려 퍼졌다.
카아앙!
“발……견!”
“시끄러! 블러디 울프들의 청각을 얕보지 말라고.”
버럭 소리를 지르며 환호를 지르는 데인을 질타한 이레스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데미안도 그를 따라 자리에서 일어나 구덩이를 향해 다가갔다.
아주 희미하게 데인의 얼굴이 보이는 깊은 구덩이의 모습에 이레스가 인상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삽으로 한 곳 부숴서 그 금속을 올려 보내.”
“……올려 보내요?”
“던지면 받을게.”
대답대신 금속음이 들리는가 싶더니 이레스의 귓속으로 날카로운 바람소리가 들려왔다.
쉬이익!
탁.
마치 어디서 날아오는지 알고 있다는 듯이 미리 손을 뻗어 구덩이 아래에서 날아오는 것을 잡아챈 이레스가 바로 데미안에게 물건을 보여줬다.
“뭐냐?”
마법공학자는 마법만 잘한다고 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었다.
기발한 발상과 자신이 제작하려는 아티팩트에 맞는 물건을 선별하는 능력도 갖추고 있었기에 특이한 천이나 금속은 대부분 알고 있어야 했다.
데미안이 이레스의 손에 쥐여진 광석을 바라보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동석인데요?”
“야. 올라와.”
큰소리를 지르지 않아도 사방이 막혀 있는 구덩이 안이다 보니 바로 데인의 반문이 들려왔다.
“맞습니까?”
“아니다.”
“……젠장.”
아주 작은 목소리의 욕설이었지만 확실하게 들려오자 이레스는 피식 실소를 흘렸고, 그 순간 데인의 질문이 다시 들려왔다.
“그런데 어떻게 올라갑니까?”
“…….”
실피아의 도움을 받아 올라오라고 하고 싶어도 그녀는 지금 주변을 정찰 중이었고 대지의 힘을 이용하려 올려 보내려고 해도 흙의 정령력을 가능한 한 아껴야 하는 상황이었다.
“삽을 박아서 올라와.”
“저 미친개가 진짜…….”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구덩이는 사방이 막혀 있었기에 아주 작은 중얼거림이어도 이레스의 귓속을 파고 들 정도로 큰 소리였다.
“다 들린다.”
“올라간다고 했습니다!”
푹!
* * *
푹! 푹! 푹!
“그냥 이대로 도굴꾼으로 전향할까.”
삼 일이라는 시간이 땅을 파는 요령과 삽의 형태를 지는 오러를 만들게 하는 데 엄청난 효과를 주는 시간이었는지 손쉽게 구덩이를 만들던 데인의 중얼거림에 이레스가 피식 실소를 흘렸다.
“딴 생각 하지 말고 집중해라.”
“아이구, 말이야 쉽지.”
푹! 푹! 푹!
투덜거림과 동시에 흙을 파는 소리가 귓속으로 연속적으로 들려오자 이레스가 다시 시선을 돌려 데미안을 바라보았다.
“일단 대부분 찾아본 거 같은데?”
“예. 도련님께서 그려주신 부분은 대부분 찾아봤습니다.”
“확률적으로 가능한 곳은?”
“두 군데.”
땅에 지도를 펼치고 있던 데미안이 지도의 시선을 고정시킨 채 손가락 두 개만 펼치며 말하자 이레스가 다시 구덩이로 시선을 돌렸다.
“한곳은 여길 테고.”
“한곳은 거깁니다.”
“젠장…….”
“아아악!”
“시끄러!”
데미안이 말하는 그곳이 어디인지 알고 있던 데인이 버럭 소리를 지르자 이레스가 똑같이 버럭 소리를 지르고는 생각을 했다.
그곳.
거기는 실피아와 마법망원경을 통해 첫 정찰을 하고 궁금해서 들어갔다가 바로 도망친 곳, 블러디 울프의 서식지였다.
미스릴 산맥의 전체가 블러디 울프의 서식지였기에 지금까지 블러디 울프를 처치를 하거나 다른 서식지로 유인을 한 뒤에 광맥을 확인했지만 그곳은 달랐다.
푹! 푹!
“저 그 대장하고 싸우면서 땅을 팔 자신이 없습니다.”
“나도 너와 데미안을 보호하면서 대장과 싸울 자신이 없었다.”
마법 망원경을 통해 그 블러디 울프의 서식지가 다른 서식지와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어 궁금해 들어갔었다.
평균 육십 마리의 블러디 울프들이 서식하고 있었으며다. 그중에는 어떤 블러디 울프들도 알아차리지 못했던 하늘 위에 떠 있는 실피아와 마법 망원경을 찾아낸 한쪽 눈을 잃어버린 블러디 울프가 서식하고 있는 곳이었다.
한쪽 눈은 없는 데다, 아주 멀리 떨어진 마법 망원경을 알아차리는 그 블러디 울프의 모습에 호기심이 생겨 이레스와 데인은 이틀 전에 몰래 그 서식지에 잠입했다.
그리고 서식지에 들어서는 것과 동시에 한쪽 눈을 잃어버린 블러디 울프와 수십 마리의 블러디 울프들과 맞닥뜨렸다.
예상대로 다른 블러디 울프와는 차원이 달랐다.
몸집만 해도 다른 블러디 울프보다 두 배는 거대했으며, 실피아의 도움을 받아 하늘 위로 10m 이상 떠오른 이레스와 데인을 향해 나무를 밟고 날아올라 입을 벌렸었다.
그래서 이레스와 데인은 그 블러디 울프에게 대장이라는 별명을 지어주었다.
캉!
블러디 울프 대장에 대해 생각을 하다 보니 저절로 인상을 찌푸리고 있던 이레스가 귓속을 파고드는 금속음에 빠른 속도로 구덩이로 시선을 돌렸다.
“발견했냐!”
“예!”
“던져!”
캉!
쉬이익!
처음과는 달리 단 한 번의 금속음이 들리고, 바로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오자 이레스가 구덩이 안에서 날아온 금속을 잡아채 데미안을 향해 내밀었다.
“뭐냐?”
“은.”
금속 중 장식품을 제작할 때 자주 쓰인다는 은이 담긴 광석이었다.
데미안은 아주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지만 구덩이 안에서 대답을 기다리고 있던 데인은 마나를 이용해 오감을 상승시키고 있었는지 바로 절망의 소리를 질렀다.
“아아아악!”
“닥쳐!”
“도련님! 그냥 갑시다! 여기 아닐 수도 있잖습니까!”
“여기 맞다니까.”
“아니 무슨 이유로 여기라고 확신하는 겁니까!”
이레스는 순간적으로 대답을 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마법망원경을 통해 주변을 살펴보던 크리스가 대신 대답했다.
“이레스 공자님의 말씀대로 여기가 맞을 수도 있습니다.”
“……예?”
크리스가 처음으로 마법 망원경에서 시선을 떼고 이레스를 바라보며 미소를 그렸다.
“그레이즈 가문은 아실 텐데요. 몬스터의 숲이 만들어진 이유는 동물에서 마나를 통해 변형된 몬스터가 마나에 이끌려 모였기에 만들어졌다는 것을요.”
“……에이, 설마?”
“블러디 울프가 10m 정도로 날아오를 수 있는 녀석이고 몸집이 다른 블러디 울프들보다 두 배는 크다고 하셨습니다.”
“……설마.”
처음에는 농담 식으로 말했지만 그의 말에서 무언가를 느낀 이레스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하자 크리스가 어색한 미소로 바꾸며 입을 열었다.
“마나가 풍부한 장소를 지배하고 있기에 마나를 다른 블러디 울프보다 더 흡수했기에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네요.”
구덩이 안에서도 어떠한 말이 들려오지 않았고 이레스도 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데미안은 옳은 소리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데미안이 고개를 돌려 크리스를 바라보았다.
“역시 크리스 공자님을 볼 때마다 감탄하게 됩니다.”
크리스가 데미안에게 고개를 돌렸다.
“저도 데미안 님의 아티팩트를 볼 때마다 감탄한답니다.”
육체적인 피로나 정신적인 피로가 없는 그들이었기에 할 수 있는 대화였지만 구덩이 안에서 땅을 파던 데인과 흙의 정령의 힘을 이용하여 주변을 살펴보는 정신적인 피로가 한껏 쌓인 이레스에게는 다른 이야기였다.
“아아악!”
“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