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공작 5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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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474회 작성일소설 읽기 : 구름공작 59화
제5장 땅 파는 데인…… (1)
미스릴 광맥을 확인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마나를 실체화시켰을 때 나타나는 오러의 색깔과 비슷한 푸른빛을 띠는 것이 미스릴이었기 때문에 푸른 산속에서도 이질적인 느낌을 주는 푸른빛을 찾으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스릴 광맥이 손실된 이후, 마치 존재하지 않았다는 느낌을 줄 정도로, 산맥 어디에서도 오러와도 같은 이질적인 푸른빛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 결과, 헥토스 왕국은 무리한 작업이지만 직접 수작업을 통해 광맥을 찾는 방법을 선택했다.
미스릴 광맥을 포기하기에는 미스릴이라는 금속은 헥토스 왕국을 지탱해주었던 최고의 생산품이자, 헥토스 왕국을 다른 제국이나 왕국에서 지킬 수 있는 무기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미스릴 특유의 푸른빛이 사라져 광맥탐지가와 마법사의 힘을 빌려서 찾고 있다.
이레스도 헥토스 왕국이 그런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 처음에는 그냥 거래만 하고 미스릴 광맥이 발견되는 그 2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리려고 했다.
문제는 테라인 왕의 조건, 노엔과 데미안의 마법공학을 이용하여 먼저 미스릴 광맥을 찾고 미스릴을 가져오는 것과 헥토스 왕국에서 반역이 일어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 문제가 되었다.
“그러니까…….”
갑작스러운 크리스의 목소리에 미스릴 광산에 대해 생각을 하던 이레스가 황급히 정신을 차리더니 그를 바라보며 미소를 그렸다.
크리스가 의심쩍은 듯이 이레스의 미소를 바라보다 다시 그의 설명을 되뇌었다.
“그레이즈 가문에는 아무도 모르는 하프 엘프 친척이 있었고, 엘프들과 함께 살고 있던 그가 인간들과의 삶을 잊을 수가 없어 자주 유희를 나오는데, 유희 도중 이레스 님이 정령사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어, 그레이즈 가문을 찾아와 정령을 소환하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떠났다는 겁니까?”
“예.”
크리스 몰래 어이없다는 듯이 이레스를 바라보는 데인과 데미안과는 달리 그는 진실이라는 것이 역력하게 묻어나는 당당한 눈빛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이름은 카인, 나무의 정령과 계약을 하신 그레이즈 가문의 먼 친척이십니다.”
이레스는 왕의 목소리를 찾기 위해 그레이즈 가문을 찾아왔던 카인의 정체를 이용하여 거짓말을 했다.
아무리 크리스와 친해지고 테라인 왕국을 통일 왕국으로 만들고 싶다고 해도 왕의 목소리라는 물건은 죽을 때까지 비밀에 부쳐야 하는 엄청난 물건이었기 때문이다.
“허!”
“하!”
거짓말을 하는 것에 어떠한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못하는지 이레스는 데인과 데미안의 헛웃음을 듣지 못했다는 듯이 무시하더니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는 듯이 미소를 그리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어머님 쪽에서 엘프의 피가 흘렀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깜짝 놀랐죠.”
당연한 이야기였지만 크리스로서는 믿기 힘든 이야기였다.
그레이즈 공작의 첫 번째 부인이 지금은 멸문해버린 남작의 여식이었기에 확인할 방법도 없었다. 오로지 그의 말에서 거짓인지 진실인지 판단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 그가 이레스에게 너무 집중을 하지 않고 아주 잠깐이라도 데인과 데미안의 어이없는 표정을 보았다면 지금 이 이야기가 거짓말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도 있었다.
이레스도 크리스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자신을 믿어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 가지 생각해둔 것이 있었기에 카인을 자신의 먼 친척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던 것이었다.
“노엔.”
-……응?
실피아와 함께 한쪽에서 놀고 있던 노엔이 고개를 돌리자 실피아도 함께 고개를 돌렸고 이레스는 두 정령을 향해 미소를 그리며 물었다.
“카인이라는 엘프 님이 찾아오신 적 있지?”
-응.
-응!
“이야~.”
두 정령의 대답을 들은 데인이 아주 작은 목소리로 감탄을 했다.
정령은 거짓말을 못한다.
카인은 분명 그레이즈 가문을 찾아온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레이즈 가문의 먼 친척이 아니라 왕의 목소리라는 현재 이레스의 손에 끼여진 반지를 찾기 위해 왔던 것이다.
그렇기에 이레스도 정령들에게 질문을 던질 때 카인이 그레이즈 가문의 친척이냐고 묻는 것이 아니라 찾아왔냐고 물은 것이었다.
“……정말이군요.”
너무 당황하고 있었던 것인지 크리스가 노엔과 실피아에게 질문을 던지는 대신 그 질문 하나를 통해 믿음이 생겼는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레스는 크리스가 다시 의심하기 전에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래서 실피아와 노엔의 가족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실피아가 다른 정령들과 달랐던 것이군요.”
“……예.”
순간적으로 대답이 늦은 이레스였다.
솔직히 그도 너무 사람과도 같은 실피아와 노엔의 모습에 의문을 품은 적이 있었고, 이제는 가족이 되었기에 무시를 한 생각이었다.
그런데 크리스에게서 엘프이기에 실피아가 다른 정령들과 다르고 엘프이기에 노엔이 다른 정령들과는 달리 정말 어린아이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하니 정말 자신이 엘프의 피를 물려받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노엔을 바라보던 크리스가 다시 고개를 돌려 이레스를 바라보았다.
“그러면 이레스 님께서는 땅의 정령인 노엔의 힘과 데미안 님의 마법공학을 이용하여 미스릴 광맥을 찾으려는 것이었군요.”
“예.”
다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하는 이레스였다.
아직 머릿속이 혼란스러운 것인지 이레스와 실피아, 노엔을 번갈아 바라보던 크리스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시 생각 좀 정리하고 와도…….”
“예. 약간 당황스러운 이야기였을 테니까요. 그것도 왕권파의 사람에게 들었다면.”
감사하다는 듯이 고개를 살짝 숙인 크리스가 야영지에서 약간 멀어져 생각을 하는 듯이 하늘을 올려다보는 순간 데인과 데미안이 조심스럽게 이레스의 옆으로 다가와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미쳤습니까?”
“도련님은 지금 아주 큰 실수를 하신 겁니다.”
“뭐가?”
어이없다는 듯이 말하는 데인을 무시하고 크리스에게 시선을 고정시킨 채 데미안에게 묻자 그는 바로 진지한 표정을 그리며 설명했다.
“솔직히 이번 거래나 이번 작업은 크리스 공자님께서 참가하셔도 상관없었습니다. 어차피 모든 공적은 레이온 왕자님과 도련님에게 집중될 테니까요. 하지만 노엔을 밝히는 것은 아주 큰 문제가 있습니다. 지금 우리 앞에 있는 사람은 미래의 귀족파 수장입니다.”
“그래서?”
“적들의 빈틈을 노릴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반문을 하는 대신 입을 다문 채 작게 미소를 그린 이레스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한쪽에서 놀고 있는 노엔과 실피아를 향해 손을 흔들자 두 정령이 해맑게 웃으며 날아왔다.
실피아가 그의 머리 위에 앉고 노엔이 그의 왼쪽 어깨에 앉았다.
이레스는 두 정령의 머리를 한 번씩 쓰다듬고는 데미안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잘되면 절대왕권체제라는 것이 이루어질 수가 있지.”
절대왕권체제.
귀족파와 왕권파, 중립파로 정치적인 세력이 나뉜 왕국이 아닌 왕이라는 직위 아래 모든 귀족들이 충성을 다하는 체제로서 이레스가 말하는 통일 왕국의 다른 말이었다.
데인과 데미안이 노엔을 공개하는 것과 절대왕권체제가 무슨 상관이 있느냐는 듯이 이레스를 바라볼 때, 그는 대답 대신 입가에 그린 미소를 진하게 만들며 크리스를 바라보았다.
* * *
“노엔.”
-응.
작게 고개를 끄덕인 노엔이 어깨 위에서 날아올라 바닥에 착지하는 순간 이레스 일행을 중심으로 대지에서 작은 빛이 일어났다.
땅의 정령은 말 그대로 흙과 모래 등 대지를 이루고 있는 모든 것을 다룰 수가 있었다.
즉, 땅 아래의 무엇이 있는지도 알 수가 있어 광맥을 탐지하고 대지를 조사하는 정령사는 그리 드문 것은 아니었다.
우우웅.
“예쁘다…….”
데인과 데미안, 크리스가 빛이 일어나는 대지의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대지에서 갈색빛이 반짝이니 너무 아름다운 장면이 펼쳐진 것이었지만 이레스는 그 장면을 바라보며 몸을 휘청거리고 말았다.
아무리 중급 정령사가 되었다고 해도 노엔과 계약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흙의 정령력이 많이 부족했는데 노엔이 땅을 살펴보면서 소모하는 정령력이 너무 많아 순간적으로 어지러움을 느낀 것이었다.
이미 주의를 받았던 데인이 황급히 부축하는 순간, 갈색빛을 띠던 대지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고 노엔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 이레스를 바라보았다.
-……괜찮아?
흙의 정령력을 빌려 대지의 기운과 동화시키는 것이 정령들이 힘을 쓰는 방법이었기에 대지를 살펴보던 노엔도 느끼고 있었다.
갑자기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기운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말이다.
이레스가 데인의 부축을 풀고 쪼그려 앉아 노엔의 머리를 작게 쓰다듬었다.
“괜찮아. 그러니까 조금만 더 힘내줄래?”
-……이레스가 힘들어.
걱정된다는 듯이 울상을 지으며 말하는 노엔의 모습이 너무 귀여웠는지 이레스가 미소를 진하게 만들며 그의 머리를 계속 쓰다듬었다.
“괜찮다니까. 형을 믿어!”
대답 대신 이레스를 빤히 바라보던 노엔은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그리자 알았다고 대답을 하고는 다시 눈을 감으며 집중했다.
다시 한 번 대지가 갈색빛에 물들기 시작했다.
여전히 자신의 몸 상태가 걱정스러운 것인지 전보다 조금씩 줄어드는 흙의 정령력을 느끼고 미소를 그리고 있던 이레스가 데미안에게 시선을 돌렸다.
“정말 여기 맞지?”
“아티팩트가 고장 난 것이 아니면 여기가 맞습니다. 하지만 미스릴이 아닌 다른 광석일 수도 있습니다.”
1서클 마법 중에는 마그넷이라는 자석의 힘을 사용하는 마법이 존재했다. 그리고 데미안은 그 마그넷이라는 마법을 이용하여 금속 탐지기라는 아티팩트를 만들었다.
다른 마법공학자들도 만들 수 있는 아티팩트 중 하나였지만 데미안은 특기 중 특기인 마나집약마법진과 또 다른 마법을 이용하여 마그넷 마법을 증폭시켰다. 때문에 장애물이 없으면 몇 백 미터, 장애물이 존재하면 몇십 미터 아래에 무엇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데미안이 천천히 고개를 숙여 구슬 안에 작은 바늘이 들어 있는 금속 탐지기를 바라보자 이레스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노엔을 바라보았다.
점점 진해지던 갈색빛이 사라지더니 노엔이 천천히 눈을 떴다.
-있어.
“뭐가?”
노엔이 고개를 도리도리 젓더니 또 한 번 울상을 지었다.
-……미안.
“괜찮아. 괜찮아. 노엔이 언제 광맥을 탐색해본 적이 있겠어?”
미안하다는 노엔을 오히려 격려해준 이레스가 왼쪽 어깨를 두들기자 노엔은 시무룩한 표정을 유지한 채 하늘 위로 날아올라 그의 어깨 위에 앉았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다시 한 번 머리를 쓰다듬어준 이레스는 시선을 돌려 데인을 바라보았다.
“야.”
“예.”
엄청난 구타와 폭력이 담겨 있는 대련을 했음에도 여전히 반항기가 있는 데인이었지만 이레스는 그 모습을 보고 오히려 미소를 그리며 손가락으로 아래를 가리켰다.
“파.”
“예……. 예?”
“데미안, 삽 챙겼지?”
“잠시만요.”
데미안이 대답대신 가방에서 다섯 개의 나무토막과 금속을 꺼내더니 바닥에 앉아 조립하자 어느새 1m 정도 길이의 삽이 만들어졌다.
다짜고짜 ‘파.’라는 명령을 떠올린 데인이 인상을 찌푸릴 때 이레스가 미소를 그리며 삽을 가리켰다.
“수련이다.”
“싫습니다.”
“또 한 번 붙을까?”
그 물음에 깜짝 놀란 듯이 아직까지도 욱신거리던 신체에서 고통이 일어나자 인상을 찌푸린 데인이 억지로 고개를 끄덕이며 삽을 받았다.
푹!
땅에 삽을 꽂자마자 잠시 생각을 하는 듯이 삽을 바라보던 데인이 이레스에게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얼마나 파야 되는 겁니까?”
“뭐가 부딪칠 때까지?”
“미친…….”
확실하게 모른다는 뜻이었다.
작게 욕설을 내뱉은 데인이 땅을 파기 시작할 때 소실된 땅의 정령력을 회복시키기 위해 바닥에 주저앉아 휴식을 취하던 이레스가 한마디 했다.
“마나도 사용해.”
“하아.”
대답 대신 한숨을 내쉰 데인이 온몸에 마나를 두르는 순간 이레스가 다시 말했다.
“육체가 아닌 삽에다가 담아.”
“어떻게요?”
“오러를 사용할 때처럼.”
“…….”
“이것도 하나의 수련이야.”
땅에 파묻힌 삽을 바라보던 데인이 고개를 갸웃하더니 이레스에게 고개를 돌렸다.
“어떻게요?”
“그냥 검에 오러를 담을 때처럼 하라니까?”
“그러니까 어떻게요?”
“오히려 물어보자. 넌 어떻게 검에 오러를 만드냐?”
“그야, 검의 마나를 부여 넣으며 검의 모양이 생기…….”
“똑같이 하면 돼.”
이레스가 바닥에 떨어진 작은 돌멩이를 쥐고 마나를 부여하자 오러가 생성되며 돌멩이를 둘러쌌다.
“검에 오러를 만드는 것처럼 삽도 그렇게 만들면 돼. 창을 손에 쥐고 있으면 창 모양의 오러를 만드는 듯이 말이야.”
“……흐음.”
잠시 신음을 흘리던 데인이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마나를 불어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