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공작 5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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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449회 작성일소설 읽기 : 구름공작 56화
제3장 레이온의 검술 (2)
“내 얼굴에 뭐가 묻었는가?”
“아닙니다. 그저…….”
이레스가 주위를 둘러보고는 작게 미소를 그렸다.
“모든 것이 거짓말 같아서요.”
“거짓말?”
고개를 갸웃하는 헥토스 왕의 모습에 이레스의 시선이 데우스에게 향했다.
그는 그저 아무 말도 없이 미소만 그리고 있을 뿐, 말하지 말라고 고개를 젓지도 않고 말해도 상관없다고 고개를 끄덕이지도 않았다.
암습을 알고 있음에도 그것을 감추는 것이라면 그것을 끝까지 감추는 것도 좋은 방법이었다. 적들에게 힘이 약하다고 방심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레스가 고개를 살짝 저은 후에 진지한 표정으로 헥토스 왕을 바라보았다.
“무슨 일로 부르셨습니까?”
“이유를 알고 싶었네.”
“…….”
“헥토스 왕국에 온 이유가.”
역시 자신의 존재가, 레이온 왕자의 존재가 헥토스 왕국에게는 가장 큰 의문점으로 남은 것 같았다.
이레스가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지워버리고 자신이 온 이유만 생각하며 말을 했다.
“한 가지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제가 온 것이고, 레이온 왕자님께서 오신 것입니다.”
“해야 할 일이라…….”
“거래를 원합니다.”
뜬금없는 대답에 헥토스 왕국이 고개를 갸웃하며 바라보자 이레스는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미스릴 거래를 하고 싶습니다.”
헥토스 왕국이 대량의 미스릴 광맥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과거의 이야기일 뿐, 지금은 손상된 미스릴 광맥에서 소량의 미스릴만 채취할 수 있었다.
“현재 헥토스 왕국에서 순수 미스릴 연간 생산량은 일백 킬로가 안 된다네. 그걸 알고 있음에도 거래를 하겠다는 것인가?”
대량 구매도 아니고 일백 킬로그램이면 너무 적은 양이었다.
그만큼 헥토스 왕국의 미스릴 사정이 안 좋았다.
이레스가 알고 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갔다.
“그렇기에 거래를 하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테라인 왕국을 대표로 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헥토스 왕국이 수출하는 물건들은 대부분 다른 왕국에서도 생산되는 것입니다.”
헥토스 왕이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덤덤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눈빛만으로 지금 하고 있는 이야기가 궁금하다는 뜻을 품고 있었다.
이레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미스릴, 그것이 헥토스 왕국이 유일하게 생산하고 다른 왕국처럼 보유하는 것이 아닌 판매도 가능합니다. 그런데 그런 미스릴 광맥이 손상되었다고 포기할까요?”
“아니지.”
헥토스 왕의 대답에 이번엔 이레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지금도 새로운 광맥을 찾고 있든가, 손실된 광맥을 다시 복원시키고 있겠지요. 현재 미스릴 광맥이 손상된 지 5년입니다. 이제 찾거나 복원시켰다고 해도 몇 년 뒤에는 판매가 가능할 정도의 미스릴을 생산할 수 있겠죠.”
“그래서 거래를 하겠다?”
“예.
“크크큭.”
작게 웃음을 터트린 헥토스 왕이 소파에 몸을 기대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
“도박을 하겠다는 것인가. 테라인 왕국에서는?”
“데미안.”
헥토스 왕이 질문했지만 이레스는 다른 대답을 내놓았다.
“테라인 왕국의 최고 마법공학자가 계십니다. 클라우드 백작이라고.”
“알고 있네.”
마법사로서 유명한 것보다 그가 발명한 마법 아티팩트가 유명해 대륙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최고의 마법공학자가 클라우드 백작이었다.
“10년만 지나면 그분을 넘어선다는 학생이 있었습니다. 마법공학의 최고의 기재이자 새로운 발상으로 기존의 아티팩트를 더욱더 강화시키고 사람들이 생각지도 못한 아티팩트를 제작하는 아이이죠.”
“그가 데미안이라는 건가?”
“예.”
헥토스 왕국에도 마법공학자가 존재하기는 했지만 그렇게 실력이 뛰어난 것은 아니었다. 미스릴로 인해 마법공학보다는 대장장이가 더욱더 유명했기 때문이다.
“사신단에는 그 아이도 함께 있습니다. 그 아이의 힘을 빌리면 손실된 미스릴 광맥이 아니라, 새로운 미스릴 광맥을 찾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자네가 직접 미스릴 광맥을 찾겠다는 것인가?”
“예.”
“남의 나라를 뒤지겠다는 뜻인데 그것은?”
“맞습니다.”
너무 당당한 이레스였다.
헥토스 왕국은 눈가를 살짝 좁히며 이레스를 바라보다 피식 실소를 흘렸다.
“미스릴 광맥이 존재한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군.”
잠시지만 깜짝 놀라 입을 열지 못했던 이레스가 다시 미소를 그렸다.
“하나의 광맥이 생성되면 그 근처에 똑같은 광맥이 존재할 확률이 높습니다.”
“그렇기에 그 광맥을 찾겠다는 것인가?”
“예.”
광맥의 위치는 알고 있었다.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미래가 바뀌기는 했지만 그것은 사람이 바뀐 것일 뿐 자연까지 바꿀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 거래의 내용은?”
“테라인 왕국이 헥토스 왕국에게 판매하는 수출품을 2년간 원가의 8할의 가격에 판매.”
“헥토스 왕국은?”
“미스릴 광맥을 발견, 생산이 시작된 후 4할의 생산량을 테라인 왕국에게 원가의 9할이라는 가격에 구입.”
“못 찾는다면?”
“그렇기에 2년입니다.”
“만약 우리가 발견하고도 감춘다면?”
헥토스 왕이 씨익 미소를 그리며 말하자 이레스도 미소를 그렸다.
“그렇기에 저희도 찾는다는 것입니다.”
“거래를 거절하면?”
“짐 싸서 집으로 돌아갈 겁니다.”
“크크큭!”
정말 재미있는 청년이었다.
신분을 무시한 듯이 말하고 있었다.
헥토스 왕이 생각하는 듯이 턱을 쓰다듬자 이레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한 가지 더, 헥토스 왕국에 유리한 제안을 하겠습니다.”
“유리한 제안?”
이레스가 작게 미소를 그리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 * *
짧지만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듯한 대화가 끝나고 데우스와 함께 이레스가 연회장으로 돌아가자 헥토스 왕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집무실의 창문으로 걸어갔다.
어둠에 집어삼킨 듯이 어두운 마을과 왕성을 둘러싼 거대한 성벽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머릿속 한쪽으로는 이레스가 말한 유리한 제안이 떠올랐다.
“유리한 제안?”
“예. 만약 미스릴 광맥을 발견하면 가장 먼저 데우스 왕자님에게 알리겠습니다.”
헥토스 왕의 고개가 절로 갸웃됐다.
“그게 무슨 뜻이지?”
“헥토스 왕국에서 가장 공적을 쌓을 수 있는 부분은 미스릴 광맥의 발견 또는 복원입니다. 즉 그 일을 데우스 왕자님께서 하시게 된다면…….”
“지금 헥토스 왕국의 왕위 계승에 간섭하려는 것인가?”
헥토스 왕이 진지하고 감정이 없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타 귀족이 자신의 나라를 수색한다는 것은 아무리 이유가 있더라도 불편했다. 그런데 그 상황에서 왕위 계승에도 간섭을 하려 하니 약간의 분노가 솟은 것이었다.
하지만 이레스는 여기서 멈추고 싶지 않았다.
“테라인 왕국을 위해서입니다.”
“…….”
“무력을 통해 왕위에 오른 자는 무력에 의해 무너진다. 저희는 동맹국이 사라지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크크큭.”
이상하게 저 청년과 이야기를 할 때마다 웃음이 나오는 헥토스 왕이었다.
자신의 옆에 데우스 왕자가 있음에도 그가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래서 데우스 왕자를 밀겠다는 것인가?”
“뭐. 왕위 계승의 최고 서열은 현재 데우스 왕자님이시지 않습니까?”
미소를 그리며 대답하지만 그 미소가 의심쩍다는 생각이 드는 헥토스 왕이었다.
왜 다른 왕국의 사람이 자신의 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왕위계승에 간섭하려는 것일까?
잠시 의문을 품으며 그를 바라볼 때 이레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가능한 거래는 계속하고 싶군요.”
그도 알고 있었다.
자신의 아들인 제이스가 가지고 있는 욕심이 얼마나 강한지를…….
그래서 걱정을 했지만 왕위 다툼은 자신이 끼어들어봤자 바뀌는 것이 없었기에 내버려두었었다.
잠시 자신의 아들을 바라보니 그의 표정에는 어떠한 감정도 들어 있지 않았다. 이레스가 이런 말을 할 줄 알고 있었다는 뜻이었다.
‘다른 나라의 사람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었다는 건가?’
약간 감탄하는 듯이 아들을 바라보던 헥토스 왕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 이레스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진지한 표정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정말 한 치의 거짓이 없는 것 같았다.
헥토스 왕은 한숨을 내쉬는 듯이 고개를 숙이더니 아무도 모르게 작은 미소를 그러고는 다시 고개를 들어 이레스를 바라보았다.
“좋네. 대신 나도 조건이 하나 있네.”
“크크큭.”
마지막에 내뱉은 자신의 조건을 들은 이레스의 표정이 떠오른 헥토스 왕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리고는 몸을 돌렸다.
* * *
“아……. 짜증나.”
헥토스 왕의 제안을 듣고 연회장으로 돌아왔지만, 이레스는 연회를 즐기기는커녕 연신 인상을 찌푸리다 방으로 돌아온 것이었다.
“조건……입니까?”
헥토스 왕은 고개를 끄덕였고 이레스는 느낌이 안 좋아졌는지 살짝 눈매를 좁히며 입을 열었다.
“어떤 조건인지…….”
“자네가 만약 데우스 왕자를 밀고 왕위에 올리고 싶다면 난 자네를 믿어야 한다네.”
“맞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데우스 왕자를 이용하여 헥토스 왕국을 집어삼킬 수도 있었다는 것이 헥토스 왕국이 조심하는 것 중에 하나였다.
“정략혼인.”
‘이 아저씨가 갑자기 왜 이래?’
순식간에 인상이 찌푸려졌고 눈이 감겨졌다.
잠시 심호흡을 하는 듯이 눈을 감은 채 크게 숨을 고르던 이레스가 천천히 눈을 떴다.
“정략혼인이라…….”
“실피아 공주와 결혼하게.”
“싫습니다.”
예쁘다고 생각하기는 했다.
하지만 자신의 동생하고 너무나 닮은 여인이었다. 당연히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헥토스 왕이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우리도 자네의 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네.”
“……꼭 그런 조건을 거셔야만 했습니까?”
“방법이 없지 않는가? 자네를 믿으려면. 그리고 만약 데우스가 패배하고 제이스가 왕위에 올라도 동맹을 유지할 수 있으며, 미스릴 거래도 계속 성사될 수도 있는데.”
입술을 살짝 깨물며 헥토스 왕을 바라보던 이레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공주님께서 싫어하실 겁니다.”
“실피아가 싫어한다고 누가 그러던가?”
그건 그랬다.
오히려 주변을 맴돌며 관심이 있음을 표하던 실피아 공주였다.
“만약 정략혼인을 통해 믿음을 주고 데우스 왕자를 왕위에 올리게 도와준다면 미스릴을 팔 할의 가격에 팔겠네. 솔직하게 말하면 나도 둘째가 왕의 자리에 욕심을 내서 암습까지 하는 모습은 더 이상 보기 싫으니 말일세.”
“하아.”
미스릴의 원가의 팔 할. 생각보다 매력적인 조건이었다.
하지만 이레스는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아직 없었고, 실피아 공주와 결혼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방법은 하나뿐인가?”
실피아 공주를 설득하여 헥토스 왕의 조건을 무산시키는 것이었다.
하지만 만나는 게 무지 어려웠다.
“하아!”
이래저래 생각할 것이 많아 자신도 모르게 계속 한숨을 내쉬는 이레스였다.
하지만 한 가지는 알게 되었다.
헥토스 왕은 처음에는 데우스나 제이스나 왕자 중에 누가 왕위에 올라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정치적으로 싸우는 것이 아니라 암습을 통해 형을 죽이려는 제이스의 모습에 데우스를 왕위에 올리고 싶어 한다는 것을 말이다.
* * *
“…….”
연회가 끝나고 방으로 돌아온 크리스는 자신을 찾은 손님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실례지만 누구십니까?”
“헥토스 왕국 헥스 가문의 사이런 자작이라고 합니다.”
헥스 가문.
헥토스 왕국 귀족파의 서열 1위로서 현재 2왕자 제이스를 왕위에 올리기 위해 노력하는 가문이 바로 헥스 가문이었으며, 사이런 자작이 그 헥스 가문 가주의 오른팔로 소문이 난 사내였다.
이레스에게 데우스가 접근을 했다면 헥토스 왕국의 귀족파는 레이온 왕자가 아닌 테라인 왕국의 귀족파 수장의 아들, 크리스에게 접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