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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공작 54화

무료소설 구름공작: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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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구름공작 54화

제2장 데우스 왕자의 검술 스승 (2)

 

 

레이온은 조용한 가운데 공개 연무장에서 들려오는 두 사람의 대화에, 바로 옆에 헥토스 왕이 자리하고 있음에도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참 중요한 걸 안 가르치는 스승이군.”

 

“호오?”

 

자신의 작은 중얼거림을 들은 것인지 헥토스 왕이 재미있다는 듯이 작게 감탄을 하고는 미소를 그렸다.

 

“자네를 가르칠 때에는 저런 말을 하지 않았는가?”

 

“그때는 왕자라는 신분을 감추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레스 공자는 분명…….”

 

헥토스 왕을 바라보며 말한 레이온은 잠시 입을 다물더니 고개를 돌려 이레스에게 시선을 고정시키며 말을 이어갔다.

 

“분명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저런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다는 것은…….”

 

“자네를 믿는 것인가?”

 

“귀찮았거나 까먹고 있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크크큭!”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흘린 헥토스 왕은 다시 연무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의 말대로 왕가의 검법이 존재하는 이유는 나라가 위험에 빠졌을 시 왕실의 사람들이 병사들을 이끌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왕가의 검법이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어떠한 서적에도 적혀 있지 않았기에 왕의 자리에 오르려는 사람들은 그 누구의 도움도 없이 깨달아야 하는 존재의 이유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레스는 왕실의 사람이 아님에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테라인 왕국에서 일어난 소문처럼 뛰어난 검술 스승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헥토스 왕의 시선이 공개연무장 바로 아래에 자리 잡고 있는 아드렌 후작에게 고정됐다.

 

‘저놈은 그것을 알고 부탁한 것인가?’

 

난데없이 이레스가 데우스에게 검술을 가르치게 되었다고 말한 뒤에 사라져버린 헥토스 왕국을 대표하는 두 초인 중 한 사람이자 자신의 오랜 친우인 아드렌 후작이었다. 그렇기에 그의 성격을 생각하면 정말 헷갈렸다.

 

정말 데우스에게 검술을 가르치기 위해서 이런 사건을 벌인 것인지, 귀족파를 견제하기 위하여 이런 사건을 일으킨 것인지 말이다.

 

왼손으로 턱을 괸 채로 아드렌 후작을 바라보다 자신의 시선을 느꼈는지 그가 고개를 돌리며 미소를 그리자 작게 혀를 찬 헥토스 왕은 다시 공개 연무장을 바라보았다.

 

“이레스 공자의 경지를 알고 있는가?”

 

“익스퍼드 상급입니다. 책에서 읽은 것이지만 정령과 함께 싸우게 된다면 이론상 오러나이트 경지의 무인을 상대할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하! 열아홉이라는 나이에 대단한 녀석이구만.”

 

헛웃음을 흘린 헥토스 왕은 데우스를 상대하면서도 이리저리 조언을 해주는 이레스를 빤히 바라보다 자신의 옆에 앉아 공개 연무장을 바라보는 실피아 공주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멍하니 공개 연무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흐음.”

 

열아홉의 나이로 익스퍼드 상급 경지에 오른 정령검사다.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면 테라인 왕국은 마스터 경지에 오른 정령 검사가 수호하는 왕국으로 바뀔 수가 있었다. 그렇기에 순간적으로 욕심이 일었다.

 

“실피아도 좋아하는 것 같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린 헥토스 왕은 다시 공개연무장으로 시선을 돌리며 씨익 미소를 그렸다.

 

“저 정도 능력에, 가문도 외모도 그럭저럭 쓸 만하고.”

 

* * *

 

1시간에 걸친 대련이 끝난 후 이레스는 연무장 중앙에 대자로 뻗어 숨을 고르는 데우스 왕자의 모습에 작은 미소를 그리며 쪼그려 앉았다.

 

“괜찮으십니까?”

 

“헉……. 헉……. 힘들군요.”

 

“1시간 동안 대련을 한 적이 없으니 당연한 것입니다.”

 

격려를 하는 이레스의 모습을 빤히 바라보던 데우스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무언의 대답을 하더니 작은 미소를 그리며 입을 열었다.

 

“부탁 하나만 드려도 되겠습니까?”

 

“어떤 부탁인지 들어보고 대답하겠습니다.”

 

“잠시지만 검술 스승이셨습니다. 스승님의 진짜 실력을 보고 싶습니다.”

 

겨우 1시간에 불과했기에 대련을 조금 더 하고 싶다고 말할 것이라 생각했던 이레스는 데우스가 이런 부탁을 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때문에 그를 내려다보며 고개를 저으려다 2년 후에 있을 반역을 떠올리고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반역을 막기 위해서는 그들이 왕실을 경계하게 만들어야 했다.

 

지금 할 방법이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킬 수도 있지만 데우스 왕자의 부탁을 서슴없이 들어준다면 그것이 아주 친하다는 느낌을 줄 것이고, 테라인 왕국과의 친밀감이 깊다는 생각을 만들어주어 반역 자체를 무산시킬 가능성도 존재했다.

 

아무리 달콤한 과실이 있어도 딸 가능성이 없다면 입맛만 다시고 포기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한 번만 보여드리면 되는 겁니까?”

 

“예!”

 

데우스가 환한 미소와 함께 대답을 하자 이레스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가검을 연무장 밖으로 던진 후에 작게 중얼거렸다.

 

“실피아.”

 

쉬이잉.

 

작은 바람이 그의 곁을 맴도는 것과 동시에 실피아가 소환되자 그녀는 바로 바람을 조종해 아드렌 후작의 옆에 놓인 진검을 공중에 띄웠다.

 

공중에 떠오른 검은 천천히 이레스의 손으로 날아갔다.

 

탁.

 

스르릉.

 

검을 잡는 것과 동시에 검집에서 검신을 들어낸 이레스는 아직도 바닥에 누워 있는 데우스를 향해 말했다.

 

“잠시 비켜주시겠어요?”

 

데우스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빠른 속도로 공개 연무장 아래로 내려갔고 연무장 위에 실피아와 자신만 남아버리자 이레스는 바로 그녀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실피아.”

 

-응!

 

미소를 그리며 자신의 부름에 대답하는 실피아를 향해 미소로 화답한 이레스가 그녀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하고 오른손에 쥐여진 검에 오러를 발현시켰다.

 

우웅.

 

검신이 작게 진동하는 순간 새하얀 오러가 검신을 뒤덮었고 그의 주위로 작은 바람이 일더니 날카로운 화살 수십 개로 바뀌며 그를 보호했다.

 

이레스가 고개를 돌려 공개 연무장 밖에 자리하고 있는 아드렌 후작을 바라보았다.

 

“방어막 하나만 만들어주실 수 있습니까?”

 

“……그레이트 실드.”

 

잠시 자신을 빤히 쳐다보던 아드렌 후작이 6서클 방어 마법인 그레이트 실드를 생성시키자 이레스는 감사하다며 고개를 숙이는 대신 인상을 찌푸렸다.

 

‘아니, 만들어줘도.’

 

방어마법 중 절대 방패라 불리는 그레이트 실드를 만들어주니 당연히 인상이 찌푸려졌다.

 

하지만 이미 만들어 주었는데 다른 걸로 바꿔달라고 하기에는 보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해야 되나?”

 

절대 방패라 불리는 그레이트 실드라면 자신의 실력으로 부수는 것은 불가능했다. 6서클 이상의 방어 마법은 마스터 경지에 오른 무인의 힘을 가지고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못해도 그레이트 실드인데 이해해주겠지.”

 

아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린 이레스는 실피아에게 다시 부탁하여 바람의 화살 몇 개를 오러의 바깥으로 이동시켜 또 다른 검으로 만들어버렸다.

 

오러와 바람의 기운으로 이중 중첩이 된 검신은 백색과 하늘색이 함께 조화되어 보는 사람들에게 마치 하늘과도 같다는 인상을 주었다.

 

“한 번입니다.”

 

“예!”

 

기대된다는 듯이 큰 소리로 대답하는 데우스의 모습에 피식 실소를 흘린 이레스는 집중을 하기 위해 천천히 눈을 감았다.

 

몇 초의 시간이 지나고 그의 주변을 맴돌던 바람이 강해지고 오러가 진해졌다. 그리고 또 몇 초의 시간이 흘렀을 때 주변을 맴돌던 약한 바람은 점점 강해지기 시작했다.

 

쉬이이익!

 

어느 순간 거대한 회오리바람이 그의 주변을 떠돌아다니기 시작했고 공개 연무장 주변에는 침묵을 지워버리는 거대한 바람소리가 가득 찼다.

 

이레스가 천천히 검을 들어 올리며 중얼거렸다.

 

“클라우드 소드 제1식 클린.”

 

쉬이익!

 

중얼거림이 끝남과 동시에 그의 검은 위에서 아래로 강하게 내려쳐졌고 수십 개의 바람의 화살의 호위를 받는 듯이 이중으로 중첩된 검의 형태를 가진 오러와 함께 그레이트 실드를 향해 쏘아졌다.

 

쉬이이익!

 

콰아앙!

 

거대한 폭발음이 공개 연무장을 가득 채웠고 바람의 기운에 이끌려 함께 움직이던 먼지가 그레이트 실드가 생성된 공간을 집어삼켰다.

 

“…….”

 

다시 한 번 정적이 찾아왔고 아주 천천히 먼지바람이 사라졌을 때 그들은 유리창에 금이 간 듯이 수십 개의 균열이 일어난 그레이트 실드를 볼 수 있었다.

 

감탄도 없었고, 경악도 없었다.

 

그저 지켜보던 모든 사람들이 멍하니 그레이트 실드를 바라보았을 뿐이다.

 

이레스는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젠……장.’

 

마스터 경지에 오른 무인만이 부술 수 있는 마법이다.

 

하지만 자신의 앞에 생성된 그레이트 실드는 균열이 일어났다. 몇 번의 공격만 성공하면 부서진다는 뜻이었다. 그렇기에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부서지지 않을 것이라 확신했는데 익스퍼드 상급의 기운과 중급 정령사로 오르면서 바람의 기운을 다루는 것이 뛰어나다 보니 마스터급의 힘이 나와 버렸다.

 

* * *

 

“엄청나게 일을 벌여놨군.”

 

데우스와 대련을 한 그날 저녁, 헥토스 왕실에서 사신단을 위해 연회를 벌였을 때 모든 귀족들의 이목을 끈 것은 사신단의 대표이자 한 나라의 왕자인 레이온이 아니라, 그레이즈 가문의 장남이자 정령검사로서 그레이트 실드의 강한 충격을 만들어 주었던 이레스였다.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향하고 조심스럽게 다가오는 귀족들의 모습에 테라스로 도망쳤던 이레스는 자신의 귓속을 파고드는 레이온의 목소리에 바로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뭡니까?”

 

분명히 존대를 하고 있지만 이상하게 기분이 나빠 문짝에 등을 기댄 채 이레스를 빤히 쳐다보던 레이온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그의 옆으로 다가왔다.

 

“이제 어떡할 거지?”

 

“찾으러 갈 겁니다.”

 

“이 상황에서?”

 

이레스의 표정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분명 테라스 바깥에서 가까이 오지 말라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음에도 몇몇 귀족들이 기회를 노리는 듯이 창문을 통해 자신을 보고 있었다.

 

“크큭! 내가 어떻게든 해보지.”

 

작게 웃음을 터트린 레이온의 말에 그를 잠시 바라보던 이레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왕성 밖을 바라보았다.

 

“부탁드리겠습니다. 테라인 왕국의 운명이 걸려 있으니.”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보는데?”

 

“그럼 동맹국에 운명이 걸려 있다고 하죠, 뭐.”

 

참 신기하다는 듯이 이레스를 바라보던 레이온이 몸을 돌려 창문 쪽을 바라보았다가 피식 실소를 흘리며 입을 열었다.

 

“실피아 공주.”

 

“……그 이름은 또 왜 나옵니까.”

 

“어떻게 생각하지?”

 

“왜요? 마음에 든다고 하면 맺어주시게요?”

 

“내가 맺어주지 않아도 그럴 작정인 것 같군.”

 

그의 말에서 무언가를 깨달은 것이 있는지 이레스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레이온을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이 연회장 안쪽으로 향해 있자 그의 시선을 따라 연회장 안쪽을 바라보았다.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은 한 소녀가 서 있었다.

 

뭐가 그리 창피한지 양손을 부여잡은 채 테라스를 바라보던 소녀는 이레스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황급히 고개를 숙이며 도망을 쳤다.

 

“크크큭!”

 

“대체 뭐가 웃긴 겁니까.”

 

“넌 이 상황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건가?”

 

“쩝!”

 

솔직히 말하면 아주 이상했다.

 

실피아 공주는 마치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다가오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드렌 후작은 자신을 이용해 왕권파의 힘을 키우고, 데우스는 검을 배웠다는 것에 기뻐, 연회가 시작한 지 한참이 지났음에도 헤실헤실 웃고 있었다.

 

심지어 그렇게 실피아 공주에게 접근을 못하도록 막아내고 자신만 보면 본 적이 있느냐고 추궁하던 헥토스 왕국은 자신의 딸을 연회에 참석시켰다.

 

어떠한 말도 내뱉지 않은 채 시끄러운 연회장을 바라보던 두 사람 중 먼저 입을 연 사람은 레이온이었다.

 

“며칠 내로 모두의 이목을 끌어보지. 너는 사람들의 관심이 부담되어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고 해두겠다.”

 

“하아.”

 

무언가 한숨이 나오지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고, 그 말을 끝으로 레이온이 연회장으로 돌아갔다.

 

혼자 남은 이레스는 다시 경치를 바라보았다.

 

“하아.”

 

자신이 생각하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돌아가지 않으니 한숨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경치를 바라보며 연신 한숨을 내쉴 때였다.

 

끼익.

 

그의 귓속으로 테라스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레스는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렸고 테라스 안으로 들어온 사람이 크리스라는 것을 확인했을 때 작게 미소를 그렸다.

 

여전히 시끄러운 것을 싫어하는 크리스였다.

 

“어서 오세요.”

 

“……?”

 

“아주 조용한 연회장에.”

 

“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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