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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공작 90화

무료소설 구름공작: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52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구름공작 90화

제7장 이레스의 군대Ⅰ (1)

 

 

“그래서 할 말이 뭐라고?”

 

“…….”

 

테이블 위에 한 손을 올린 채로 묻는 이레스의 모습에 전 그리폰 기사단의 기사인 벅튼은 물론이고 테이블을 중심으로 둥글게 앉아있던 기사들도 아무런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아이고! 오랜만에 오셨네요!”

 

“도련님! 한잔하셔야죠!”

 

미래의 주군인 그레이즈 가문의 소가주가 자유분방한 사람이라는 것은 아주 유명한 이야기였고 테라인 아카데미에 입학하기 전만 해도 그를 자주 만났던 사람이 그리폰 기사단의 기사였던 벅튼이었기에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서슴없이 주점에 들어가 술을 시키고 그런 이레스를 환영하는 영지민들의 모습은 모두를 당황시켰다.

 

이레스는 사방에서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귀찮다는 듯이 한 손을 들어 올려 앞뒤로 흔들고는 테이블 위에 올린 손으로 땅콩을 집었다.

 

와드득.

 

와드득.

 

“…….”

 

사방이 시끄러웠지만 이상하게 기사들의 귓속에는 이레스의 입안에서 들려오는 땅콩 씹는 소리밖에 들려오지 않았다.

 

원래의 주점이라면 기사가 들어서는 순간 조용해지거나 술에 취한 친구를 데리고 주점을 빠져나가는 것이 정상이었지만 영지민들은 영지의 소가주가 눈앞에 있음에도 계속 말을 걸거나 친구들과 떠들기에 바빴다.

 

너무 어이가 없는 주점의 모습에 잠시 당황했지만 벅튼은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사람이 자신들이 마지막으로 의지할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제…….”

 

“어이! 사장! 맥주 안 줘?”

 

벅튼의 입이 열리는 것과 동시에 이레스가 고개를 돌려 사장에게 소리를 쳐 그의 입을 막더니 다시 미소를 그리며 말했다.

 

“뭐라고?”

 

“…….”

 

다시 입을 여는 것이 늦어질 정도로 너무 자유로운 이레스였다.

 

다른 기사들은 처음 보는 그레이즈 가문의 소가주로 인해 그저 고개를 숙이며 두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으니 실질적으로 그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그를 설득하는 것은 오로지 벅튼이 해야 할 일이었다.

 

작게 심호흡을 한 이레스가 진지한 표정을 그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

 

“기사단을 창설하고 싶어서 찾았습니다.”

 

“…….”

 

벅튼이 자신에게 부탁한다는 이야기가 기사단 창설이라는 것에 너무 뜻밖이었는지 잠시 눈을 몇 번 껌뻑이던 이레스가 피식 실소를 흘리며 다시 안주에 순을 올렸다.

 

“이유는?”

 

“집안사정이 안 좋은 기사들 때문입니다.”

 

“집안사정이 안 좋은 기사들?”

 

땅콩을 입에 털어 넣기 직전에 손을 멈춘 이레스가 무의식적으로 되묻자 벅튼은 고개를 끄덕이며 아덴과 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는 기사들의 사정을 알려주었다.

 

자신들의 이야기가 나오자 기사들은 더욱더 조용해진 채 그저 눈치만 살피기 시작했고 가만히 벅튼의 이야기가 끝나기를 기다리던 이레스는 맥주가 도착하는 것과 동시에 맥주를 들이켜고는 양옆에 앉아있는 집안사정이 안 좋다는 기사들을 바라보았다.

 

“아덴이 누구지?”

 

이레스는 자연스럽게 질문을 던졌고 다섯 명의 기사 중에 한 기사가 손을 들자 가만히 그를 바라보다 다시 고개를 돌려 벅튼을 바라보았다.

 

“벅튼은 그리폰 기사단으로 몇 년간 복무했었지?”

 

“10년입니다.”

 

“오래도 했네. 그럼 기사의 혜택도 알고 있겠네?”

 

“그렇습……. 예?”

 

당연히 현재 그레이즈 가문이 보유한 기사단의 개수를 물을 것이라 예상했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려던 벅튼이 자연스럽게 되묻고 말았다.

 

이레스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작은 미소를 그렸다.

 

“그레이즈 가문의 소속된 기사들의 혜택이 그저 높은 월급과 준귀족이라는 기사작위가 전부일 줄 알았어?”

 

“…….”

 

들어본 적이 없었는지 기사들이 고개를 살짝 들어 자신을 바라보자 이레스는 맥주컵에 검지를 살짝 넣었다가 빼더니 테이블에 ‘1’이라는 숫자를 적었다.

 

“첫 번째. 그레이즈 가문의 소속된 기사는 집안에 문제가 발생할 시 요청하면 본부에서는 그 요청을 심사한 뒤에 해결해준다. 또한 그 문제가 부모님과의 떨어져 있는 것이라면 싼 이자를 통해 집을 마련해준다.”

 

“…….”

 

그리폰 기사단에서 10년, 그 전에는 평기사로 5년으로 총 15년을 복무하였던 벅튼조차 모르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레이즈 가문에서는 분명히 그 혜택을 알려주었다.

 

기사 서약을 받은 후에 기사의 혜택과 규칙 등이 적힌 서류를 건넸다. 하지만 서류의 양이 너무 많아서 대부분의 기사들은 그냥 선배들한테 배우면서 기사의 생활에 적응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할 정도로 오랜 전통으로 남아있었기 때문에 모르고 있던 것이었다.

 

심지어 전생에서는 기사단 총관에게 물어보니 알고 있었지만 그 자금이 기사단에서 사용된다고 생각하여 감추고 있었다고 했다.

 

그레이즈 가문에서 그 자금을 낸다고 분명 적혀 있었지만 기사단 본부도 그레이즈 가문의 소유였기에 혜택에 관련된 자금은 본부에서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총관도 전생에서는 기사였고 지금은 은퇴를 하고 기사단 총관 자리에 앉은 것이었다.

 

책과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직업이 기사였으니 당연한 것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이레스는 자신들이 받을 수 있는 혜택도 제대로 모르는 그들이 너무 한심해서 그 이후 기사들에게 자신들의 혜택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려주었다.

 

모든 기사들이 멍하니 탁자에 적혀 있는 ‘1’이라는 숫자와 이레스를 번갈아 바라보는 순간 ‘1’이라는 숫자가 지워지고 ‘2’라는 숫자가 그려졌다.

 

“두 번째, 기사는 3개월마다 받는 휴가를 제외하고도 청원휴가라고 집안에 문제가 생기면 최소 3일, 최대 일주일의 휴가를 받을 수 있다. 세 번째, 기사는 그레이즈 가문에서 운영하는 은행에서 한 달에 1%라는 이자를 통해 최대 오십 골드까지 대출할 수가 있다.”

 

“…….”

 

“전부 서약이 끝난 후에 건네는 서류에 적혀 있지만 그냥 선배한테 모든 것을 배우겠거니 해서 내팽개치고 있었겠지?”

 

정확하게 들어맞았는지 기사들이 움찔 몸을 떨자 이레스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자신이 알려준 것을 제외하고도 두 가지의 혜택이 더 있었지만 현재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휴가와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고 있다는 것. 그리고 돈이었기에 그것만 말했다.

 

이레스가 다시 고개를 돌려 벅튼을 바라보았다.

 

“그래도 기사단을 만든다고?”

 

“…….”

 

벅튼은 생각에 잠겼고 기사들의 눈에는 희망이라는 감정이 깃들기 시작했다.

 

‘깜빡했어.’

 

너무 밖에 일에만 집중하다보니 그레이즈 가문의 일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리고 그 결과가 현재 눈앞에 펼쳐져 있으니 약간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

 

잠시지만 마음속으로 자신을 질책한 이레스가 기다리겠다는 듯이 미소를 그리며 맥주를 들이켜자 벅튼은 정말 기사단 창설이 필요한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도련님의 말씀대로라면…….’

 

현재 자신을 따르는 기사들의 고민을 해결해줄 수 있었다. 그렇다면 기사단을 창설하지 않아도 상관이 없었다.

 

힐끔 부하들을 쳐다보니 자신이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눈을 빛내며 이레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후우.”

 

반년이라는 시간을 소비하여 기사단 창설까지 몇 걸음밖에 남지 않았지만 그들의 고민이 해결된다면 상관이 없는 이야기였다.

 

단 제대로 혜택을 알아보지 못하고 그리폰 기사단을 나왔던 자신이 한심하다고 느낄 것은 분명했다.

 

작게 한숨을 내쉰 벅튼이 다시 이레스를 바라보며 감사하다고 고개를 숙이려 할 때 이레스가 먼저 그를 향해 입을 열었다.

 

“그래도 기사단 창설할 거면 최고로 만들어봐.”

 

“……예?”

 

“가만히 살펴보니 잠재된 사람들이 꽤 많은데?”

 

소가주인 이레스는 익스퍼드 상급 경지에 오른 정령검사로 자신과 검으로서의 경지는 똑같지만 전체적인 경지로 따지면 자신보다 뛰어났다.

 

고민을 해결해주었음에도 기사단을 창설해보라는 이레스의 모습이 너무 의아했는지 벅튼이 멍하니 바라볼 때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그레이즈 가문의 이름을 걸고 네가 데리고 다니는 기사들의 고민을 완벽하게 해결해줄게.”

 

“……!”

 

“……!”

 

분명 기사의 혜택을 이용하면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자가 아주 적기는 했지만 분명히 그것은 빌려주는 형식이었기에 지금은 괜찮지만 일단 계속해서 돈을 갚아나가야 했다.

 

벅튼을 포함한 여섯 기사들이 깜짝 놀라며 자신을 바라보자 이레스는 작은 미소를 그리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단 조건이 있어. 아까 혜택을 알려주었을 때 말했지만 수도에 집을 마련해주는 것은 가능하지만 그 안건이 통과되어야 하며 조금이지만 이자가 붙기 때문에 빨리 갚아야 한다는 문제가 있어. 하지만 내 조건을 허락하면 아예 같은 기사단이 함께 살 수 있는 대형 저택을 만들어주지. 특히 아픈 부모님이나 자매가 있으면 치료해주고.”

 

엄청나게 파격적인 이야기였다.

 

벅튼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입만 벌리며 자신의 수하들을 바라보았고 그들도 자신처럼 입만 벌린 채 이레스를 바라보고 있자 군침을 삼키며 입을 열었다.

 

꿀꺽.

 

“그 조건이란…….”

 

“충성과 복종과 아까 말한 최고의 기사단으로 만들기.”

 

“…….”

 

“현재 데리고 다니는 애들이 전부 실력이 뛰어나 기사에게 추천을 받아 수련을 하고 기사가 된 애들이지?”

 

마치 가문의 사람이 자신의 가문의 기사들을 비판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지만 벅튼은 깨닫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귀족가의 기사가 아닌 병사로 있다가 추천을 받아 기사들입니다.”

 

“그럼 전부 그레이즈 가문을 충성해야 하는 가문이라는 생각을 안 할 수도 있으니 충성과 복종을 맹세하면 기사단 창설을 물론이고 아까 말했듯이 걱정거리를 모두 해결해주지.”

 

“…….”

 

“그레이즈 가문의 소가주의 이름으로 말하는 것이니 거짓말이라는 생각은 안 하는 것이 좋고.”

 

이레스가 잠시 말을 끊고 맥주를 들이마시고 안주를 먹었지만 더 이상 어떠한 이야기도 나오지 않자 기사들이 마치 당연하다는 것처럼 벅튼을 바라볼 때였다.

 

“맹세하겠습니다.”

 

“……아덴?”

 

자신보다 먼저 조건을 수락하는 아덴의 모습에 자연스럽게 그를 바라볼 때 이레스가 재밌다는 듯이 미소를 그리며 입을 열었다.

 

“연금술사와 치료사를 불러 아버지를 치료해주고 여동생이랑 누나가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고, 수도 외곽이지만 제대로 된 저택을 마련해주지. 단 네 동료 중 몇몇이 더 허락한다면 함께 지낼만한 큰 저택을 만들 거고.”

 

시끄러운 주점 안이지만 자신에 대한 이야기였기에 확실하게 귓속을 파고들자 아덴이 눈을 부릅뜨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이레스를 향해 다가가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레이즈 가문의 평기사 아덴! 그레이즈 가문의 충성을 맹세하며 이레스 주군에게 목숨을 바치겠습니다!”

 

“…….”

 

“…….”

 

너무 커다란 목소리 때문이었는지 주점 안에 있던 사람들이 깜짝 놀라며 아덴과 이레스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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