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공작 8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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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37회 작성일소설 읽기 : 구름공작 89화
제6장 가문의 군대 (3)
반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자신을 찾아와 창설을 외치다보니 귀찮아서라도 기사단 창설 규율을 찾은 기사단 총관이었고 모두 알려주고 새로운 방법이 있는지 찾기까지 하였다.
벅튼은 기사단은 창설하고 싶지만 창설하는 데 문제가 되는 것은 한두 가지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첫 번째는 인원이었다.
최소 스무 명의 기사단원이 필요했다. 그래서 총관은 바로 인원의 문제점을 알려주었고 벅튼은 일주일 후에 스무 명의 기사들의 이름이 적힌 사인 용지를 가지고와 해결했다고 했다. 하지만 첫 번째라는 말을 하였을 정도로 기사단 창설은 인원만 충분하다고 만들 수가 있는 것이 아니었다.
기사단 본부에서 자신들이 편하자고 기사들을 한데모아 만들었던 법률서에는 기사단 창설 시에는 다섯 개의 조건이 갖추어져야 가능하다고 적혀 있었다.
첫 번째는 아까 말했던 인원.
두 번째는 명성이었다.
아무리 기사라는 직위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기사들은 모두 실력의 차이가 존재했으며 누구는 전장을 누비고 다니며 명성을 쌓고 누구는 일이 없어 수련에만 몰두하여 이름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기도 했다.
일단 창설에 두 번째 조건인 명성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기사가 다섯이 존재해야 했다.
벅튼은 두 번째 조건을 듣자마자 본부 1층에 마련된 게시판에서 각 도시와 마을에서 날아온 지원 요청서를 깡그리 끌어다 모으고 떠난 뒤 두 달 뒤에 돌아왔다.
그것도 각 도시의 영주와 각 마을의 촌장들의 추천서가 적혀 있는 서신을 들고 돌아와 두 번째 조건까지 해결하게 되었다.
첫 번째 조건인 인원도 통과했고 명성도 통과했다.
세 번째 조건은 가문의 총관에게서 기사단 본부에서 받는 예산안을 통해 운영비를 해결해야 하는 것이었다. 이미 여덟 개의 기사단을 운영하는 본부로서는 또 다른 기사단을 창설했다가는 예산이 부족해질 것이 뻔했다.
벅튼은 그 문제를 기사단이 자급자족하는 것으로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네 번째와 다섯 번째 조건이 자신이 창설하는 것에 도움을 준다 해도 문제가 된다는 것이었다.
“좋네. 자네 말대로 운영비를 받지 않고 기사단은 운영한다 치세.”
“그럼…….”
순식간에 눈빛이 변하며 입을 여는 벅튼이었지만 기사단 총관이 먼저 손을 들어 그의 입을 막았다.
“네 번째와 다섯 번째가 문제라네.”
“네 번째는 뭐요?”
조건을 하나하나 듣고 하나하나 해결했던 벅튼이었기에 기사단 창설 시 필요한 조건을 전부 듣지 못한 상태였다.
총관이 자신의 뒤에 걸려 있는 액자, 각 기사단의 대표 문양을 가리켰다.
“기존 기사단의 다수결 찬성표.”
“…….”
벅튼의 인상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그는 다른 기사단의 사람들도 알고 있을 정도로 뛰어난 무력과 냉철한 판단력을 소유하여 과거에는 그리폰 기사단의 단원이었던 사내였다.
물론 몇 년 전, 모든 기사들이 들어가고 싶은 꿈에 기사단인 그리폰 기사단을 나와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평기사로서 활동하고 있었지만 그리폰 기사단으로서의 삶이 길었기에 모든 기사단의 단장들과는 알고 지내는 사이였다.
물론 기사단 창설을 찬성할지 반대를 할지는 알 수가 없었다.
순간적으로 벅튼의 눈동자가 흔들리자 기사단의 총관은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고 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운영비를 받지 않겠다고 한다면 그들로서는 별로 상관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네. 어차피 기사단만 여덟 개가 존재하니 말이야.”
“…….”
순간적으로 벅튼과 그 뒤에 서 있는 기사들의 눈동자에 희망이 담겼지만 다음으로 들려오는 기사단 총관의 조건에 눈이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다섯 번째 조건인 그레이즈 가문의 사람들이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네.”
“…….”
“알고 있겠지?”
“젠……장.”
“알레인 공자님께서 주구장창 수련만하는 기사단이 너무 많다며 축소를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야.”
현재 그레이즈 가문에 가주는 아직 은퇴를 하지 않은 소드마스터 그레이즈 공작이었고, 차기 가주는 그레이즈 가문의 장남인 이레스였지만 가문의 사람들이 가장 믿고 의지하는 사람은 차남인 알레인이었기에 그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컸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기사들이 포기했다는 듯이 고개를 숙이며 한숨을 내쉬고 있을 때 벅튼만이 다시 진지한 눈빛을 유지하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설득을 하면 되겠소?”
“……응?”
“설득을 하여 창설을 하면 된다는 말이 아니오.”
“그, 그렇다네.”
“인원 끝, 명성 끝, 운영비 안 받으니 끝, 기존 기사단의 기사단 창설 찬성표, 그리고 그레이즈 가문의 동의. 한마디로 이제 두 개만 끝내면 반년간의 노력이 끝난다는 말이구려.”
“…….”
기사단의 총관은 신기하다는 듯이 벅튼을 빤히 바라보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리폰 기사단의 서열 3위였던 자네가 대체 무슨 이유로 기사단을 창설하려는 것인지 모르겠어.”
“…….”
갑작스러운 질문에 벅튼의 걸음이 잠깐 멈췄었지만 그는 다시 굳은 표정과 함께 총관의 집무실을 빠져나왔다.
총관의 집무실을 나오면 매일같이 격려를 하며 잘될 거라고 외치던 벅튼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계단을 내려가자 그의 뒤를 따르던 기사들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벅튼 님.”
“걱정 마라.”
분명 이제 그만해도 좋다는 이야기였겠지만 벅튼은 단호한 목소리로 그들의 말을 중도에 끊어버리며 다시 기사단 창설에 대해 모든 정신을 쏟아 부었다.
‘단장들의 찬성표는 상관없다. 문제는 가문의 찬성.’
그리폰 기사단의 서열 3위였던 벅튼은 단 하나의 이유로 그리폰 기사단을 나와 평기사로 활동했다. 그리고 그 이유는 기사들의 자유로움이 없다는 것 때문이었다.
그리폰 기사단뿐만이 아니라 총 여덟 개의 기사단의 기사들은 모두 그레이즈 영지, 즉 수도에서 숙박과 숙식을 해결하며 세 달마다 일주일간 고향으로 내려갈 수 있는 휴가를 받을 수 있었다.
10년간 기사로서 일을 하였지만 언젠가는 은퇴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벅튼은 수련이 없는 날이나 작전이 없는 날에는 다른 기사단이나 평기사들이 수련하는 곳을 찾아다니며 자신의 후임을 찾아다녔다.
소수정예로서 활동하는 그리폰 기사단으로서는 자신의 후임을 찾는 것도 하나의 일과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자신의 후임을 찾아다니고 있을 때 아덴이라는 기사를 만나게 되었다.
영지의 기사단의 기사 아덴은 평범한 시골마을에서 태어나 병사가 되어 마을을 지켰지만 포기하지 않는 끈질긴 노력과 잠재된 검의 재능을 발견한 영지의 기사에게 추천을 받아 기사가 된 사내였다.
나이도 아직 스물을 넘기지 못했고 뛰어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아덴도 병사가 아닌 기사가 될 수 있다는 것에 처음에는 좋아라 하며 영지의 기사단이 되어 수련을 받고 정식으로 기사가 될 수 있었지만 1년이 지나고, 3년이 지나고 5년이 지나며 점점 후회를 하기 시작했다.
영지의 기사단도 다른 기사단과 마찬가지로 3개월을 주기로 일주일간 휴가를 받게 된다.
처음에는 수련기간에도 휴가를 받다보니 즐거운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하고 부모님과 함께 지낼 수가 있었다. 하지만 영지의 기사단은 수도만 지키기 위해 창설된 기사단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가 되고 말았다.
그레이즈 가문이 지배하는 모든 땅을 수호하는 기사단이 영지의 기사단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5년마다 새로운 곳으로 배치를 받았고 아덴은 운이 나쁜 것인지 그레이즈의 영토에서 끝자락인 전투요새를 배정받게 되었다.
거리가 멀기는 했지만 이틀이면 도착할 수가 있었다. 문제는 거리상 이야기라는 것이었고 전투요새라는 문제점으로 인해 휴가를 받아도 외부로 나가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벅튼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해 고민하고 있는 아덴의 모습이 어이가 없었지만 그의 가족 이야기를 들었을 때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건축업, 안 좋게 말하면 너무 오랜 시간 동안 노동을 하며 자식들을 키우다보니 거동이 힘들어진 아버지와 아직 열 살도 넘기지 못한 세 명의 동생이 있다고 했다.
그 중 두 명이 여동생이고 한 명은 남동생이지만 자신이 없을 때 가족들을 지킬 수 없는 여섯 살도 되지 않은 늦둥이였다.
어머니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중병으로 인해 돌아가시고 거동이 불편하신 아버지를 대신해 자신과 여동생이 모든 집안살림과 일을 도맡아 했다. 그러던 중 영지의 기사단의 제3기사 단장에게 추천을 받았고 아덴의 아버지는 자신의 아들이 가족들을 걱정하며 고민에 빠지기도 전에 기사의 제안을 받았을 때 아덴을 바로 수도로 보냈다.
처음 휴가를 받고 집에 도착했을 때 아덴은 불편하신 몸을 이끌고 자식들을 돌보는 아버지의 모습에 가정부를 들이려 했지만 아버지가 반대를 하고 말았다.
노동이라는 일이 고된 일이지만 벌이는 그렇게 좋은 것은 아니었다.
일이 언제 있을지도 모르며 일이 없으면 말 그대로 백수가 되기 때문에 돈을 아끼는 것이 습관이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거절을 한 것이고 작게 한숨을 내쉰 아덴이 다음으로 시작한 것은 집을 수리하고 동생들을 돌보며 치료사를 찾아 아버지의 몸을 치료하는 것이었다.
일을 하지 못하게 되었지만 그 이후로도 집안살림을 도맡게 된 아버지였기에 부상은 점점 악화되어 치료도 못했었다. 그래서 아덴은 3개월마다 일주일뿐이지만 반드시 집으로 돌아가 동생들을 보살피고 아버지를 보살폈다.
하지만 2차 배치를 받게 되면 그것도 힘들어진다. 그래서 차라리 영지의 기사단을 나와 평기사로 활동할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기사단에 속한 기사와 기사단에 속하지 않은 평기사의 월급은 다섯 배의 차이가 날 정도로 엄청나게 컸다. 그렇기에 세 명의 동생을 돌보고 동생들을 결혼시킬 자금까지 모아야 했던 그로서는 평기사로서의 삶은 아주 힘든 일이었지만 영지의 기사단으로 일을 하게 되면 최전방에서 근무를 하여 부모님을 만날 수가 없었다.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평민으로서 비싼 돈을 내고 수도에 작은 집을 마련해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벅튼으로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함께 고민을 했고 설마 하는 심정으로 아덴과 비슷한 기사들이 있는지 알아보기 시작했다.
아덴과 비슷한 상황에 처한 기사들.
그런 이들은 많았다. 대부분이 기사가 된다는 것에 기뻐하고 부모님은 집안사정이 어렵고 힘들더라도 자식이 더욱더 좋은 일을 하도록 빨리빨리 보낸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벅튼은 그들로 인해 고민에 휩싸였고 그 결과 그리폰 기사단을 나와 기사단 창설을 외치고 있었다.
그것도 용병처럼 그레이즈 영지의 각지를 떠돌아다니며 민원을 해결해주고 가끔 부하들의 집에 들러 그들의 부모님을 만나 안심시키는 자유로운 기사단을 만들기 위해서 말이다.
저벅저벅.
“누구를 만나야 하지?”
천천히 계단을 내려가던 벅튼은 자신도 모르게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고 말았다.
네 번째 조건인 기존의 기사단의 찬성은 기사단장을 알고 있었기에 쉬운 일이었지만 문제는 그레이즈 가문의 찬성이었다.
그레이즈 공작은 그리폰 기사단에서 근무를 하고 있을 때만 해도 한 달에 두세 번은 볼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곳에서 지내던 사람이었지만 평기사가 된 지 반년이 흐른 지금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으며 기사단 창설을 위해 주군을 만나는 것은 너무 불충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차남 알레인.
자신이 가장 많이 만나본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차기 가주인 이레스와 함께 매일 순찰을 돌며 그레이즈 가문에서 일어나는 일의 절반을 해결하고 있다는 천재였지만 기사단을 축소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에 설득하는 것은 아주 힘들다고 볼 수 있었다.
막내 엘리스.
“……아가씨에게는 절대로 피해를 입힐 수가 없지.”
만나본 적이 가장 드문 사람이기도 했지만 기사단 창설이라는 것을 위해 여인을 설득하는 것은 자신의 기사라는 신분이 거부를 하고 있었다.
물론 검을 배웠다면 조심스럽게 운을 떼며 접근할 수도 있겠지만 그녀는 너무 순수하고 사소한 일에도 슬퍼하는 여인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렇다면 남은 사람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벅튼이 문고리를 돌리는 순간 먼저 기사단 본부의 문이 열리며 그의 시야로 흑발이 인상적인 사내가 나타났다.
“…….”
“…….”
“어디서 많이 봤는데.”
자신을 빤히 바라보던 흑발의 사내가 고개를 갸웃하고 미간을 좁히며 생각에 잠기는 순간 벅튼이 먼저 눈을 부릅뜨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레이즈 가문의 평기사 벅튼이 그레이즈 가문의 소가주님을 뵙습니다!”
그레이즈 가문의 소가주 이레스.
그나마 자신의 의견에 찬성을 해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는 유일한 사람, 자유분방하고 테라인 왕국에서 가장 유명한 검술 스승이 눈앞에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