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공작 8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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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465회 작성일소설 읽기 : 구름공작 87화
제6장 가문의 군대 (1)
그레이즈 공작에게 헨바인 백작과의 영지전의 전권을 위임받은 이레스가 맨 처음 향한 곳은 기사 수련장이었다.
전쟁에서는 병력의 숫자도 중요하기는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이 그들을 이끌 지휘관들의 역량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은 전투에도 하나의 기사단이 함께 움직이는 것이었다.
하압! 하압!
수련장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사방에서 울려대는 사람들의 기합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를 지은 이레스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수련장을 대여하여 수련을 하고 있는 네 개의 기사단을 바라보았다.
총 여덟 개의 기사단을 보유한 그레이즈 가문이었기에 정식적으로 공개된 기사수련장에서 수련을 한다 하여도 미리 예약을 해야 할 정도였다.
하지만 알맞은 시간에 도착한 것인지 수련장에는 가문에서 자랑하는 다섯 개의 기사단 중에 네 개의 기사단이 수련을 하고 있었다.
“으음. 그리폰 기사단은 떠났나 보네…….”
전생의 기억을 통해 다섯 개의 기사단이 함께 수련을 할 수 있고, 가문의 자랑인 다섯 개의 기사단은 동시에 수련을 하며 상대방과 경쟁하듯이 실력을 키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레스의 중얼거림처럼 소수정예로서 최소 익스퍼드 중급으로만 이루어져 있는 기사단인 그리폰 기사단은 이미 그레이즈 공작의 부름을 받아 수련장을 벗어난 지 오래된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레이즈 공작의 말이 없어도 이레스는 그리폰 기사단과 함께 헨바인 백작과의 영지전을 벌일 생각은 없었다.
소수정예로 기사단장을 포함하여 총 21명으로 이루어진 그리폰 기사단은 대규모 전투에서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 전장의 뒤에서 기동성을 중시한 작전, 소수의 사람들만 움직이는 작전에서 더 큰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어디 보자.”
잠시 생각을 하던 이레스는 먼저 수련장에서 가장 큰 공간을 차지한 채 수련을 하고 있는 페가수스 기사단을 바라보았다.
페가수스 기사단은 모두가 백마를 타고 전장을 누비는 기동성을 중시한 기사단으로서 일명 백마의 기사단이라 불리며 전장의 선봉에 서서 상대를 혼란시키고 단숨에 적들의 본진까지 꿰뚫는 강력한 돌파력을 가진 그레이즈 가문의 날카로운 창이었다.
접근을 하여 검을 휘두르기도 전에 엄청난 길이를 자랑하는 장창과 기마민족의 후예라는 생각을 줄 정도로 뛰어난 승마술을 자랑하는 페가수스 기사단이다.
그들은 엄청난 길이의 장창으로 인해 한 명의 기사로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단점을 지니고 있었지만 열 명, 스무 명, 서른 명 등 다수의 사람들이 한데 모여 돌격을 하면 그 누구도 막아낼 수가 없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평야에서 전투고.”
이레스의 말처럼 문제는 평야에서의 전투에서는 무적이지만 공성전에서는 평범한 병사보다 못한 실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었다.
헬버튼 백작이 영지전 소식을 듣게 된다면 당연히 평야에서 전투를 벌이는 것이 아니라 공성전을 선택할 것이다.
그레이즈 가문의 날카로운 창.
최강의 돌격기마병.
페가수스 기사단에게는 여러 가지의 수식어가 붙어있기는 하였지만 어쨌든 기마병이기에 공성전에서는 제대로 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였다.
“흐으음.”
흐아아압!
페가수스 기사단을 바라보며 고개를 잠시 좌우로 흔드는 사이 그의 귓속으로 거대한 함성소리가 파고들었다.
이레스는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렸고 저 멀리서 판금갑옷으로 온몸을 무장한 기사들이 수련하는 모습이 보이자 그들을 빤히 바라보았다.
페가수스 기사단이 적들을 꿰뚫어버리는 그레이즈 가문의 날카로운 창이라면 자신의 시야에 들어오는 적철의 기사단은 적들의 공격을 막아버리는 방패가 아닌 모든 공격을 무산시키는 움직이지는 전투요새에 가까운 기사단이었다.
적철의 기사단은 민첩성을 버리고 뛰어난 방어력을 자랑하는 엄청난 무게의 판금갑옷을 착용한 기사단으로서 평범한 보병들과 함께 난전을 특기로 하는 기사단이었다.
난전을 특기로 하는 기사단은 많았고 그들은 모두 난전에서 승리하든 패배하든 후퇴하든, 갑옷은 온통 붉은색으로 물들기 마련이었다.
적철의 기사단.
그들도 처음에는 페가수스 기사단을 부르는 백마의 기사단이라는 수식어와 비슷했다.
백색의 철을 사용한 판금갑옷으로 무장했기에 적철의 기사단이 아닌 백색의 방패라고 불렸던 것이었다.
하지만 난전에 한번 참여할 때마다 갑옷이 피에 적시며 붉은색으로 변하고 그 피를 일일이 닦는 것이 너무 귀찮았던 그들은 백색의 철을 버리고 철금속 중에 두 번째로 무겁다는 적철을 사용한 판금갑옷으로 온몸을 무장해버렸다.
민첩성을 버리고 검도 베지 못하는 방어구와 강력한 한 번의 공격으로 적들을 무산시키는 그레이즈 가문에서 가장 터프한 기사단.
그들이 적철의 기사단이었다.
흐아압!
수련도 역시 터프했다.
그들의 트레이드마크나 마찬가지인 적철의 판금갑옷으로 무장을 한 채 맨손으로 동료와 치고받고 싸우며 수련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쟤네도 쓸 수 없고.”
물끄러미 바라보다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린 이레스는 다시 고개를 돌려 나머지 기사단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레어울프 기사단과 오우거 기사단.
레어울프 기사단은 공성전에 특화된 기사단으로서 5분이면 성벽을 오를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가벼운 방어구만 착용한 채 날렵한 움직임을 선보이는 기사단이었고 오우거 기사단은 전생에서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상황이라면 단 30분 만에 두꺼운 성문조차 부숴버릴 수 있다고 소문이 났었던 공성전에 특화된 기사단이자 공병이었다.
“둘 다 딱이긴 한데…….”
두 기사단 전부 성벽을 넘거나 성문을 박살내는 등의 공성전에 특화된 기사단이었기에 헨바인 백작과의 영지전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일 기사단인 것만은 확실했다. 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하나 있어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키울 맛이 없는데…….”
자신이 없어도 알아서 쑥쑥 크는 기사단이라는 것이었다.
영지전의 전권을 위임받았으니 대충 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그래서 이왕 시작한 것이라면 아버지가 키운 기사단을 그대로 물려받았던 전생과는 달리 작지만 자신의 입맛대로 키울 수 있는 기사단을 만들고 싶었다.
잠시 생각을 하는 듯이 네 개의 기사단을 번갈아 바라보던 이레스는 갑작스레 각 기사단에서 한 사람씩 기사단에서 벗어나 자신에게 다가오는 모습을 볼 수가 있었다.
다그닥! 다그닥!
히히힝!
가장 먼저 도착한 것은 새하얀 백마를 타고 달려온 페가수스 기사단의 기사였다.
“페가수스 기사단의 단장, 에이안이 그레이즈 가문의 소가주님을 뵙습니다.”
페가수스 기사단의 단장, 에이안이 백마에서 내리는 것과 동시에 한쪽 무릎을 꿇으며 인사를 하자 이레스는 자연스럽게 그를 바라보게 되었고 이내 에이안의 뒤를 이어 빠른 속도로 달려온 경갑을 입은 기사가 한쪽 무릎을 꿇자 그에게 시선을 돌리고 말았다.
“라칸이었나?”
“레어울프 기사단의 단장, 라칸이 그레이즈 가문의 소가주님을 뵙습니다.”
쿵! 쿵!
쿵! 쿵!
두 기사단의 기사단장들을 한 차례 번갈아 바라볼 때 지진이 일어난 듯이 거대한 굉음이 귓속을 파고들자 이레스의 시선이 또 한 번 돌아갔고 양옆에서 적색 판금갑옷을 착용한 기사와 거대한 거구의 사내가 달려오자 피식 실소를 흘리고 말았다.
‘느리다는 단점이 있는 게 한이라니까…….’
살아 움직이는 공성무기라 불릴 정도로 파괴를 중점으로 둔 오우거 기사단과 방어형 검식이 필요 없을 정도로 단단한 갑옷으로 무장한 적철의 기사단은 선천적으로 뛰어난 완력을 가지고 있어야만 들어갈 수 있는 제한이 있을 정도로 무거움을 중시하다보니 모든 기사단 중에서 민첩성으로는 최하위를 달리고 있는 기사단이었다.
“흑철의 기사단의 단장, 파토가 그레이즈 가문의 소가주님을 뵙습니다.”
“오우거 기사단의 단장, 투드거가 그레이즈 가문의 소가주님을 뵙습니다.”
약간의 차이가 있었지만 자신에게 인사를 건네는 네 개의 기사단의 단장들을 바라보던 이레스가 씨익 미소를 그리며 한 손을 들어올렸다.
“여기서 한바탕 난리치고 싶은 사람?”
척! 척! 척! 척!
네 기사단장은 동시에 손을 들으며 이레스를 올려다보았다.
가문이 대표하는 기사단의 단장을 맡고 있는 그들이었기에 천성이 전장에서 굴러야 하는 사람들이었다.
당연히 오크들을 수하로 두는 순간 몬스터 토벌도 없는 일이 되어버렸으니 온몸이 쑤시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였다.
전생에서도 몬스터의 습격이 있기 전에도, 있은 후에도 그레이즈 공작의 허락이 떨어져 몬스터 토벌을 할 때에도 어느 기사단이 가장 멀리 토벌을 하고 올 수 있느냐는 내기를 하고 토벌을 할 정도로 그들은 전장에서 죽고 사는 사내들이었다.
손을 든 네 기사단장 중에 가장 먼저 입을 연 사람은 페가수스 기사단의 기사단장 에이안이었다.
“저희 페가수스 기사단은 뛰어난 기동성을 발휘하여 최단시간에 적들을 섬…….”
“공성전.”
“…….”
이레스의 짧은 전장에 대한 설명에 빠른 속도로 입을 열었던 에이안은 자연스럽게 입을 다물며 고개를 숙였다.
페가수스 기사단은 평야 또는 시가전에만 뛰어난 활약을 발휘하지 공성전이나 산악전투에서는 제대로 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에이안이 자연스럽게 이번 전투에서 한발 물러서자 기회라는 듯이 입을 연 사람은 레어울프 기사단의 단장 라칸이 아닌 적철의 기사단의 단장 파토였다.
“저희 적철의 기사단은 거대한 성벽이 눈앞에 있고 수백, 수천의 화살이 날아와도 끄떡이 없…….”
“헨바인 가문과의 영지전.”
“…….”
멀어도 무진장 멀었다. 그렇기에 파토는 바로 설명을 포기하고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