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공작 8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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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450회 작성일소설 읽기 : 구름공작 84화
제4장 헨바인 영지의 도둑 (2)
두 개의 밝은 달이 헨바인 영주성 바로 위에 위치를 하여 건물 안이 순간적으로 어두워지는 순간이었다.
-이히히히히.
“응?”
일을 마치고 기숙사로 돌아가던 헨바인 영주성의 시녀는 갑작스레 들려오는 울음소리에 고개를 갸웃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뭐야……. 무섭게.”
기다란 복도에 혼자 걷고 있었다.
물론 병사나 기사들이 저 멀리 보이기는 하였지만 자신의 귓속으로는 남성의 웃음소리가 아닌 여성의 웃음소리가 들려왔기에 그들의 웃음소리라고 생각을 할 수는 없었다.
-이히히히.
다시 들려오는 웃음소리.
걸음을 옮기던 시녀는 다시 걸음을 멈추며 주위를 둘러보았고 아무도 없다는 생각에 다시 정면을 바라보는 순간 한 걸음 내딛던 그녀의 움직임은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그대로 멈춰지고 말았다.
“…….”
그녀의 시야로 새하얀 천이 공중에 떠다니고 있는 것이 들어왔다.
“…….”
아주 천천히 이리저리 돌아다니던 새하얀 천은 갑작스레 움직임을 멈추더니 몸을 돌렸고 천 위에 달린 두 개의 하늘색 눈동자가 시녀의 눈을 바라보았다.
-이히히.
“…….”
-이히히히!
“……꺄아아악!”
마나를 담아 외쳐도 이것보다는 작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커다란 비명소리가 복도를 가득 메우는 것을 모자라 창문의 틈을 통해 밖으로 빠져나왔다.
그 소리에 근무 중임에도 자신도 모르게 꿈나라로 향하던 병사들과 기사들이 깜짝 놀라 비명소리의 근원지를 향해 무의식적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두두두두.
꺄아아악!
수십 명의 발걸음 소리가 영주성을 울리기 시작했고 그들이 계속해서 들려오는 비명소리를 따라 영주성의 기다란 복도에 도착하는 순간이었다.
“…….”
-히히히.
“……으아아아악!”
“귀, 귀신이다!”
영주성에는 한 사람의 비명소리가 아닌 여러 사람의 비명소리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분열하는 듯이 하나밖에 떠 있지 않았던 하얀 천이 어느새 수십 개의 하얀 천을 데리고 돌아다니고 있었다.
수십 개의 하얀 천 중에 하나는 사람으로 따지면 눈동자가 있는 부분에서 하늘빛을 내뿜고 있었고 사람들의 비명소리를 들었는지 그 자리에서 멈춰 서더니 사람들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히히히히.
펄럭……. 펄럭…….
하늘빛을 내뿜는 하얀 천을 뒤따라 수십 개의 천도 동시에 날아갔다.
“으아아악! 오, 오지 마!”
“귀, 귀신이다!”
-히히히히.
수십 명의 비명소리와 귀신의 웃음소리가 영주성 전체를 감싸기 시작했고 그것도 모자랐는지 영주성 근처에 자리 잡은 건물에서 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 * *
으아아악!
꺄아아악!
정원 한쪽에 숨어 있던 검은 복면의 사내, 이레스는 건물 안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피식 실소를 흘리고 말았다.
“잘하네.”
천막을 조종하며 장난을 쳤던 실피아의 모습에 이레스는 바로 사람들을 놀래며 놀아보지 않겠냐고 제안을 했고 실피아는 그저 재밌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는지 바로 해맑게 웃으며 찬성을 했다.
꺄아악!
한 여성의 목소리가 남성의 목소리를 묻어버릴 정도로 귓속을 강하게 찔러댔고 그들이 진정되기 전에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한 이레스는 바로 주위를 둘러보다 턱 아래로 내렸던 복면을 위로 끌어올린 후에 빠른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아마 증거는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들어가기 힘든 영주의 집무실에 있을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이런 소란이 일어나도 현재 아주 초조한 상태인 헨바인 백작 같은 경우에는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집무실에 먼저 들를 확률이 높았다.
“노엔.”
빠른 속도로 달려가 영주성 앞에 도착한 이레스가 4층 테라스를 바라보며 노엔을 부르자 영주성 외곽에서 벽돌 하나가 튀어나오고 그 옆으로 흙으로 만들어진 날카로운 단창이 나타났다.
탓.
단창을 짚고 땅을 박차며 도약을 한 이레스는 흙이 밀어내어 튀어나온 벽돌을 밟고 2층으로 올라섰고, 테라스를 지키던 병사들이 사라졌다는 것을 확인하자 바로 2층과 3층 사이에 만들어진 벽돌을 밟고 3층으로 올라섰다.
탓.
“저, 적……!”
세 사람이 지키고 있던 3층도 그렇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었는지 두 사람이 사라지고 한 사람밖에 테라스를 지키고 있지 않았다.
병사가 이레스를 발견하자마자 소리를 지르려 했지만 이레스가 흙으로 만들어진 단창을 찌르는 것이 더 빨랐다.
푸우욱!
병사는 그대로 목이 뚫려 사망했고 이레스는 바로 벽돌을 밟고 4층으로 올라섰다.
“누구!”
병사보다는 역시 빠른 반응이었다.
기사가 이레스를 발견하자마자 소리를 지르자 이레스는 그를 향해 빠르게 단창을 던졌다.
쉬이익!
기사는 자연스럽게 단창을 튕겨내기 위해 검을 휘둘렀고 그의 시선이 단창에게 집중되는 순간 그의 발밑에서 거대한 흙주먹이 나타나 기사의 턱을 공격했다.
퍼어억!
갑작스러운 충격에 정신을 잃은 것인지 휘청거리던 기사가 쓰러지려하자 이레스는 다시 노엔에게 부탁해 흙주먹으로 그의 몸을 받치게 하고 몸을 숨겼다.
벌컥!
간발의 차이였다.
기사가 쓰러지고 흙주먹에 기대어 서 있을 때 집무실 문을 열고 새하얀 가운과 검을 들고 있는 헨바인 백작이 나타났다.
황급히 문 옆에 몸을 숨겼던 이레스는 몇 초 뒤에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자 다시 얼굴을 내밀었고 한 걸음 차이로 보지 못한 것인지 책꽂이 한 부분이 안으로 들어가며 이상한 상자가 나타나는 모습만 보게 되었다.
“저거구만.”
아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흘러내리는 복면을 다시 올려 입과 코를 가리며 미소를 그리는 순간 헨바인 백작은 다시 한 번 주위를 둘러보더니 상자를 열고 안에 들어있는 것을 확인했고 작은 안도의 한숨과 함께 상자를 앞으로 밀자 다시 책꽂이가 원상태로 돌아갔다.
물끄러미 책꽂이를 바라보던 헨바인 백작이 계속해서 귓속을 파고드는 비명소리에 짜증난다는 듯이 인상을 찌푸리며 집무실을 나갔다.
쾅!
끼익.
강한 소리와 함께 문이 닫히는 것과 동시에 창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선 이레스가 책꽂이 앞에 서서 턱을 매만졌다.
“흐음.”
마법을 통한 비밀장치가 아닌 기계로 움직이는 비밀장치였는지 책꽂이 어디에서도 마나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어찌하나…….”
헨바인 백작이 주위를 둘러보는 순간 놀라서 몸을 숨기지만 않았어도 비밀장치가 어디 있는지 확인할 수가 있었기에 입맛을 다시며 아쉬움을 애써 감춘 이레스가 다시 책꽂이를 바라보았다.
“아.”
방법이 있었다.
“여기……. 우리 집이 아니지.”
약간 난폭하지만 바로 현재의 상황을 타파할 방법이 있었다.
이레스가 실피아에게 생각을 전했다.
강한 바람을 일으켜 창문을 부수라는 것이었고 생각을 전한 지 몇 분도 채 되지 않아 영주성 주위에 있던 창문이 동시에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쨍그랑! 쨍그랑!
꺄아악!
으아악!
바람의 힘을 통해 부수는 것이었지만 병사와 시녀들에게 천막을 뒤집어쓴 실피아는 귀신이었으니 바람의 능력은 그들에게 폴터가이스트 현상이라고 볼 수밖에 없었다.
이레스가 다시 한 번 멀리 있는 창문까지 깨버리라고 부탁했고 자신의 신체에서 바람의 기운이 급격하게 소모되기 시작하자 오른손으로 주먹을 쥐고 강하게 휘둘렀다.
우우웅.
주먹을 둘러싼 하얀빛이 궤적을 남기며 책꽂이로 날아갔다.
콰아아앙!
쨍그랑!
거대한 폭발음이 들려왔지만 사람들의 비명소리와 창문이 깨지는 소리에 감춰진 듯했다.
“좋아. 좋…….”
부서진 듯이 중간 부분이 폭삭 무너져버린 책꽂이를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그리던 이레스가 부서진 파편 사이로 상자의 모서리가 보이자 바로 들어 올렸다.
“아…….”
너무 강하게 휘두르다보니 충격이 안쪽까지 전해진 것인지 구리로 만들어진 상자도 찌그러져 있었다.
잠시 당황했지만 황급히 가방 안에 상자를 집어넣으며 테라스로 나왔다.
“종이니 뭐 별일이야 있겠어?”
오히려 검을 가져오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검으로 책꽂이를 박살냈었다면 증거물도 두 동강이 나버릴 수도 있고 갈기갈기 찢어질 수도 있었다.
테라스로 나오자마자 더욱더 크게 들려오는 사람들의 비명소리에 복면 안으로 미소를 그린 이레스가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럼 마무리를 해볼까?”
* * *
“무슨 소란…….”
집무실에 들러 물건을 확인하고 달려온 헨바인 백작은 바닥에 주저앉은 시녀와 몇몇 병사들, 그리고 창문이 깨져 있는 자신의 성과 하늘 위에 둥둥 떠 있는 하얀 천의 모습에 말을 끝마치지 못했다.
“귀, 귀신?”
“으아악!”
당황하며 중얼거리는 순간 헨바인 백작까지 귀신이라고 이야기를 하자 병사들은 더욱더 물러섰고 귀신을 처음으로 발견한 시녀는 그대로 혼절한 듯 쓰러지고 말았다.
귀신이 존재하기는 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흑마법의 소환술을 사용하는 네크로맨서라는 자들이 인간의 시체, 인간의 영혼을 이용하여 괴물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이 사라진 지 벌써 300년이 지났다.
처음에는 당황하던 헨바인 백작이 수하들의 모습에 짜증이 났는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어차피 귀신이어도 마나를 이용하면 없앨 수 있다!”
평범한 물리적 공격은 허용하지 않는다. 귀신도 정령과 마찬가지로 정신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나를 이용한 오러나 마법 등으로 공격을 할 수는 있었다.
정령의 경우에는 정식적으로 계약을 하고 실체는 정령계에 내버려두고 정신체만 내려오는 것이기에 고서클 마법에 정통으로 맞든, 오러블레이드에 베이든 실체는 정령계에 있었기에 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귀신같은 경우에는 세상을 떠나려 하는 영혼을 마법을 통해 강제로 붙잡아둔 것이기에 마나를 이용한 공격이 통하는 것이었다.
“비켜라!”
버럭 소리를 지른 헨바인 백작이 하얀 가운을 입을 채로 크게 도약을 했다.
우웅.
그의 손에 들려있는 검신이 작게 울음을 토하며 오러를 뒤집어썼고 그의 검이 위에서 아래로 강하게 내려치는 순간 하얀 천이 먼저 아래로 허물어졌다.
“……?”
마나를 이용해 공격하지도 않았는데 땅으로 떨어지는 귀신들의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수십 장의 천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콰아아앙!
콰아앙!
쾅!
그의 귓속으로 이유를 알 수 없는 거대한 폭발음이 파고들었다. 자신도 모르게 폭발음이 들려온 곳을 돌아본 헨바인 백작은 영주성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건물 중에 한 건물이 화염에 휩싸여있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사방에 유리파편이 널브러져 있는 것처럼 주위에 모든 창문이 전부 깨져 있는 상태였기에 아주 선명하게 확인할 수가 있었다.
거대한 겁화에 휩싸인 건물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
헨바인 백작은 자신도 모르게 왼손을 들어 눈을 비빈 후에 다시 바라보았고 헛것이 아닌 듯이 건물이 활활 타오르고 있자 깜짝 놀라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빨리 진화작업에 들어가라!”
“예, 예!”
귀신 다음에 건물이 불에 타고 있는 모습을 보자 멍하니 그 광경을 지켜보던 병사들이 깜짝 놀라며 흩어졌고 헨바인 백작이 화재가 난 장소를 향해 걸음을 옮기려 할 때였다.
“주군!”
한 기사의 외침에 헨바인 백작의 걸음이 멈춰지고 그를 바라보았다.
빠른 속도로 달려온 기사는 그의 앞에 도착하는 순간 한쪽 무릎을 꿇으며 소리쳤다.
“무기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나도 봐서 알고 있다.”
현재 화재가 발생한 장소.
그곳은 헨바인 가문의 병사들이 사용하지 않을 때 보관하는 제1무기 창고였다. 하지만 기사가 말하는 것은 제1무기 창고를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제2, 제3무기 창고에도 동시다발적으로 화재가 발생했으며!”
“뭐?”
헨바인 백작이 잘못 들었나 싶었는지 고개를 돌려 물었지만 기사도 너무 당황한 것인지 그의 말을 듣지 못하고 계속해서 보고를 했다.
“제1식량창고! 제2식량창고에도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헨바인 영지에는 총 두 개의 무기창고와 총 다섯 개의 식량창고가 존재했다. 그리고 그 중 제1, 제2식량창고는 영주성 안쪽에 자리하고 있었고 나머지 세 개는 영주성 바깥 도시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보고에 너무 당황한 것인지 잠시 휘청거리던 헨바인 백작이 황급히 다리에 힘을 주어 중심을 잡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빨리빨리!
다른 곳에도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를 진화하기 위하여 바삐 움직이는 병사들의 외침이 귓속을 파고들었다.
헨바인 백작은 자신도 모르게 이마를 부여잡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외곽 식량창고를 확인해라.”
“예?”
사방에서 들려오는 병사들의 외침 때문인지 자신의 명령을 듣지 못한 기사가 반문하자 헨바인 백작이 눈을 부릅뜨며 소리쳤다.
“외곽 식량창고를 확인해라! 빨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