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공작 8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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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481회 작성일소설 읽기 : 구름공작 82화
제3장 오크 용병소가 생긴다면 (3)
만난 적은 없어도 오크가 어떤 몬스터인지 알고 있던 용병들이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작게 중얼거리자 이레스가 자신의 손에 들린 맥주잔을 바라보았다.
“인간보다 더 뛰어난 신체를 가지고 있으며 죽을 정도의 공격을 받아도 며칠 만에 회복하는 오크들입니다. 당연히 있으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신뢰가 없을 것이라고 대답했죠.”
“그렇지. 오크는 몬스터로 분류되어 있으니까.”
한 용병이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이번엔 이레스가 자신이 들고 있는 맥주잔으로 테이블을 살짝 두들겨 흩어지는 관심을 다시 집중시켰다.
“하지만 거짓말을 치욕스럽게 여기는 그들이기에 첫 의뢰만 성공하면 용병으로서도 가능할 것이라고도 했죠.”
“그, 그것도 그렇지.”
“그래서 나중에 다시 한 번 놀러 오라면서 가끔 용병들을 만나면 물어보라고 하더군요.”
“오크 용병소 말인가?”
“예. 오크 용병소에 대해서 용병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말이죠.”
“흐음.”
이레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자 용병들은 작게 신음을 흘리더니 턱을 쓰다듬으며 아래를 내려다보거나 천장을 올려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병사들은 그레이즈 가문에서 오크와 동맹을 맺었다는 이야기에 자신들끼리 수군거리다 동료를 2층으로 올려 보냈다.
알레인이 가능성이 있다고 했으니 지금 당장 시작한다면 최소 반년, 최대 2년 안에 오크 용병소가 생길 가능성이 있었다. 그렇기에 이레스는 미리 알려주었다.
어차피 알게 될 오크와의 동맹건이다. 그렇다면 귀족파보다 왕권파에서 먼저 아는 것이 더 나았다. 그래서 말을 돌려 오크 용병소에 대해 이야기를 했지만 은근슬쩍 아이스 가문에 그레이즈 가문이 오크들과 동맹을 맺었다는 것을 알려준 것이었다.
“역시…….”
한 용병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자 이번엔 용병들의 시선이 그에게 옮겨졌고 이레스도 그를 바라보았다.
갑자기 자신에게 모든 이목이 집중되었지만 이미 용병으로서의 생활이 오래된 것이었는지 그는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씁쓸한 미소를 그리며 맥주잔을 들었다.
“오크 용병소가 생기면 인간 용병들은 설 곳이 없겠다는 생각이 드는군.”
“…….”
‘맞는 말이네.’
용병의 말처럼 진짜로 오크 용병소가 생긴다면 인간들은 설 공간이 없었다.
거짓말을 치욕으로 여기고 전장에서 죽는 것은 명예롭게 생각하며 인간보다 뛰어난 무력을 가지고 있다.
만약 안정성이 인정되면 당연히 인간을 고용하는 것보다 오크를 고용하는 것이 더 좋을 것이 분명했다.
‘조금 더 생각해봐야겠네.’
오크 용병소가 생긴다면 다른 사람들은 좋아하겠지만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는 용병들로서는 가능한 없었으면 하는 이야기였다.
맥주를 천천히 들이켠 그 용병이 다시 이레스를 바라보았다.
“만약 이레스 님을 다시 만난다면 조금 더 생각하면 안 되냐고 물어보면 안 되겠는가?”
다시 한 번 들르라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던 용병이었다.
이레스는 미소를 그리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고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말했음에도 분위기가 살기는커녕 가라앉아 조용해졌을 때였다.
“그레이즈 가문이라…….”
아이반의 작은 목소리가 주점을 가득 채웠다.
용병들과 이레스의 시선이 아이반에게 옮겨졌고 갑자기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집중되자 그는 미소를 그린 채로 이레스를 바라보았다.
“그레이즈 가문이면 헬버튼 기사님이 계시는 곳이죠?”
“예.”
“자유기사라고 해도 한번 만나보고 싶은 분인데.”
모든 기사들이 존경하는 기사가 헬버튼이었다. 일단 자유기사도 기사이다보니 헬버튼의 명성을 듣고 존경하는 아이반이었다.
이레스가 순간적으로 눈을 빛내더니 웃으며 말했다.
“헬버튼 님이 이레스 님의 정령인 실피아를 손녀처럼 여긴다는 것은 알고 계시죠?”
이레스가 너무 유명해지자 그의 정령인 실피아도 따라서 유명해졌고 아카데미에서 생활하고 있을 때 실피아와 헬버튼이 함께 놀았다는 이야기도 아주 유명해졌다.
아이반이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이레스가 미소를 그리며 물었다.
“뭐 정령같이 귀여운 아이들은 전부 좋아하는 거였는지 노엔도 좋아하시더군요. 한번 만나보시겠어요?”
“그럼 좋…… 예?”
당황한 듯이 다시 묻는 아이반의 모습에 이레스가 미소를 그린 채 다시 말했다.
“의뢰가 끝나면 바로 그레이즈 가문으로 가서 이레스 님의 친구인 흙의 정령사 아레스가 소개해주어서 왔다고 말해보세요.”
“…….”
“그럼 들여보내줄 겁니다. 뭐 만나는 것은 아이반 님께서 노력을 하셔야 하는 것이고요.”
용병들은 자연스럽게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이레스를 바라보았고 그는 그런 용병들을 천천히 훑어보다 자신의 어깨에 앉아있는 노엔을 가리켰다.
“말했잖아요. 용병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은 얼마 없다고.”
* * *
술에 취한 용병들이 테이블에 엎어지거나 바닥에 쓰러진 채 잠을 자기 시작했다.
술을 적당히 마시며 계속해서 아이반과 이야기를 나누던 이레스는 그가 정신을 잃은 듯이 테이블 위에 쓰러져 잠들어 버리자 정신을 차리기 위해 냉수를 마시고 2층으로 올라갔다.
너무 흥이 나서 생각지도 못하게 이레스와 친하게 지내는 흙의 정령사 아레스로 만들어버렸지만 아이반을 얻는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말을 타고 있든 아니든 열 발 중 아홉 발을 원하는 곳으로 화살을 날릴 수 있는 아이반이었다.
일단 미끼는 던졌지만 정말 찾아올지 안 올지 알 수가 없어 잠시 생각에 잠겨있을 때 그의 앞으로 하나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이레스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림자의 주인을 확인하고는 싱긋 미소를 그렸다.
“무슨 일이십니까. 베르딘 님.”
그레이즈 가문과 관련된 사람이 되어버렸다.
피로를 풀고 있던 병사들도 자신의 이야기를 들었으니 당연히 베르딘의 귀에도 들어갈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베르딘이 물끄러미 이레스를 바라보다 작은 미소를 그리며 입을 열었다.
“이레스 공자님의 친구시라고요?”
“그냥 한 번 만난 것밖에 되지는 않지만 같은 정령사이다 보니까요.”
똑같이 작은 미소를 그리며 대답하자 베르딘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 상황이 너무 안 좋다 보니 직접 찾아갈 수는 없고 알려줄 방법도 찾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예?”
“그냥 전해주시면 됩니다.”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할 때 베르딘이 진지한 눈빛을 만들며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그들이 자신들을 죽일 생각은 없었지만 가능한 빨리 알리라 했습니다.”
“그게 무슨.”
“사신단에 참여했던 모든 귀족들에게 이상한 그림자가 붙었습니다.”
“……예?”
* * *
“흐음…….”
멕케인 공작은 작게 신음을 흘리며 자신의 앞에 쓰러진 시체를 바라보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 헨들 자작을 바라보았다.
“어찌 된 일인가?”
“누군가가 침입했습니다.”
“그들은 내버려두라 하지 않았는가?”
이미 자신이 모든 귀족가에 스파이를 심은 것처럼 다른 귀족들도 자신의 가문에 스파이를 심었다는 것을 알고 있던 멕케인 공작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들을 통해 거짓정보를 흘려 적들을 혼란케 하기 위해 내버려두고 있었다.
고개를 살짝 숙이며 대답했던 헨들 자작이 천천히 고개를 들며 대답했다.
“테라인 왕국의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아니었다?”
“신분패가 다른 나라의 것이었습니다.”
“당연한 것 아닌가?”
가문을 숨기기 위해 다른 나라의 신분패를 만들어 사용하는 것이 스파이들이었다. 그렇기에 멕케인 공작이 고개를 갸웃하며 다시 물었지만 들려오는 헥스 자작의 대답에 인상을 굳힐 수밖에 없었다.
“다시 2차 수정한 흔적이 있는 신분패이며 다른 사람도 아닌 크리스 공자님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
아직까지 제대로 된 공적을 쌓은 것이 아닌 크리스였다. 그런데 그런 크리스를 지켜보았으며 신분패를 재수정했다.
즉 테라인 왕국으로 들어서기 위해 가상 신분패를 만들고 새로 신분패를 만드는 대신 기존에 사용하던 신분패를 재수정하여 다른 신분패로 바꾸었다는 것이었다.
다른 나라의 사람이 크리스를 관찰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었다.
인상을 굳힌 멕케인 공작이 검은 복면의 사내를 빤히 바라보다 천천히 몸을 돌렸다.
“다른 이들도 있었나?”
“전부 도망을 쳤고 이자만 잡을 수 있었는데 바로 독약을 먹고 자살했습니다.”
멕케인 공작이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돌린 채로 다시 명령을 내리고 걸음을 옮겼다.
“알아낼 수 있는 데까지 알아보고, 크리스를 데리고 오너라.”
“예.”
* * *
저벅. 저벅.
홀로 영지를 순찰하던 헬버튼은 데미안의 작업실 앞에 도착하는 순간 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근처에 사람이 왔음에도 도망치지 않는다라…….”
뒷짐을 풀고 주먹을 쥔 오른손을 천천히 들어 올리며 검지만 펼치자 검지의 끝에서 작은 빛이 생성되는가 싶더니 나뭇가지 사이로 쏘아졌다.
쉬이익!
푸욱!
털썩.
“미친 건가, 아니면 자신의 실력이 너무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나무에서 떨어진 검은 복면의 사내를 바라보며 헬버튼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지만 나무 위에서 대답이 들려오지 않자 인상을 찌푸리며 다른 나무를 향해 검지를 이동시켰다.
쉬이익!
사사삭.
작은 빛이 쏘아지는 순간 나뭇가지가 흔들리더니 수십 명의 사내들이 나무 아래로 내려왔다.
헬버튼은 작게 미소를 그리고 다시 뒷짐을 지며 물었다.
“그래, 무슨 일로 오셨는가?”
아주 희미했었다.
인기척을 강제로 숨기는 듯한 기운을 포착한 것은 우연이었다.
가끔 이레스와의 대련을 다시 한 번 확인하기 위해 데미안의 작업실에 들러 영상을 확인했었다. 그래서 오늘도 순찰을 끝내고 작업실을 찾았다가 수십 명의 기척을 발견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기척은 아주 희미했지만 그런 그들이 한곳에 모여 있으니 바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수십 명의 사내들이 서로를 바라보다가 단검을 들었고 헬버튼은 웃으며 그런 그들을 바라보고 턱을 쓰다듬었다.
테라인 왕국에서 모든 기사들의 존경을 받는 노장 헬버튼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그런 헬버튼을 모르고 단검을 들었다.
당연했다.
현재 헬버튼은 옆집 할아버지 같은 인자한 노인의 모습이 아니라 마스터 경지에 오르며 그레이즈 공작의 또래로 보이는 40대 중년의 남성으로 바뀌어 있었기 때문이다.
타다닷!
갑작스레 달려오는 사내들의 모습에 헬버튼이 미소를 그리며 천천히 검을 꺼냈다.
“이레스 공자님과 대련한 이후 한 번도 대련한 적이 없었으니 제대로 실전을 겪어보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