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공작 8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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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454회 작성일소설 읽기 : 구름공작 81화
제3장 오크 용병소가 생긴다면 (2)
계속해서 산적들과 전투를 벌이던 아이반이 떠올랐다.
정확하게 말하면 원거리 무기인 활을 사용함에도 근접전이 불리하지 않는 듯이 적절한 방법으로 적들을 쓰러트리는 모습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분명 자유기사라면 실력은 평범한 기사와 비슷하지만 신분이 애매모호하기에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자유기사들은 시간이 지나 명성을 쌓으며 자신의 신분이 명확해질 때 귀족들에게 임관 권유를 받고 준귀족인 기사라는 신분을 받게 된다.
아무리 좋은 혜택을 받는다고 하지만 자유기사는 그저 용병보다 더 많은 혜택을 받는 직위일 뿐이었다. 그래서 신분이 명확해질 정도의 명성을 쌓은 자유기사를 끌어들이는 경우도 많았다.
그레이즈 가문도 다른 귀족들처럼 실력이 뛰어나면 자유기사도 등용하는 가문이었지만 문제가 있다면 아이반은 자신의 신분에서 더 높이 올라갈 마음이 없다는 것이었다.
들어보니 평범한 시골마을에서 자란 아이반은 용병계에서 은퇴를 하고 사냥꾼으로 전향한 노인에게 활을 배웠다고 했다. 그렇다면 신분은 명확하다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활이라는 무기를 사용하고, 알고 있는 귀족도 없었기에 기사가 될 수 없었다고 했지만 후회는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의 원래 꿈이 한곳에 묶여있는 기사가 아닌 자유기사처럼 세상을 떠돌아다닐 수 있는 용병이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추천이라면 바로 기사로 만들어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아이반이 현재의 위치에 만족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너무 끌리는데…….”
자신의 가문도 검을 사용하는 가문이었기에 활을 사용하는 기사는 없었지만 아이반의 실력을 보면 홀로 수련하더라도 뛰어난 실력을 발휘할 사내로 진화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었다.
“살짝 꼬드겨볼까…….”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린 이레스가 천천히 상체를 일으켜 세우더니 침대에서 일어나 방을 빠져나왔다.
숙소인 2층에서 계단을 통해 1층으로 내려가니 휴식을 취하고 있는 아이스 가문의 병사들과 베르딘이 고용한 용병들이 따로 모여서 술을 마시며 피로를 풀고 있었다.
계단에서 내려온 이레스는 자연스럽게 주위를 둘러보았고 목표인 아이반이 아이스 가문의 병사들 사이가 아닌 용병들 사이에서 피로를 풀고 있자 자신도 모르게 피식 실소를 흘리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시끌시끌.
“어! 아레스 님!”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던 용병들 중에 한 용병이 이레스를 발견하고는 환한 미소와 함께 맥주컵을 들며 반기자 그도 똑같이 미소를 그리고는 그 용병이 자리한 곳으로 다가갔다.
우연찮게 아이반이 자리하고 있는 테이블이었다.
“내일 출발한다고 하는데 괜찮으신가요?”
천천히 자리에 앉은 이레스가 테이블 한쪽에 쌓여 있는 맥주컵을 바라보며 묻자 이미 얼굴이 벌겋게 붉어진 용병이 해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습니다. 괜찮습니다. 일어나면 숙취는 있겠지만 그렇게 힘들 정도는 아닐 테니까요.”
“……그런가요?”
“그럼요!”
큰 소리로 대답하는 것과 동시에 다시 맥주를 들이켜는 용병의 모습에 피식 실소를 흘린 이레스는 바로 주위에 퍼진 채로 술을 마시는 용병들을 차례차례 바라보았다.
자신은 갑작스럽게 의뢰를 참가한 사람이었기에 거북할 수도 있는데 그들은 그가 용병 정령사라는 이유로 친한 친구를 만난 것처럼 엄청나게 환대를 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게 용병의 세계였는데 용병 정령사가 동료로 있으니 이번 의뢰에서 살아남을 확률이 높아졌다고 생각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온 반응이었다.
전생의 기억을 통해 용병들을 자주 고용한 적이 있었던 이레스도 갑작스레 난입한 용병을 반기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지만 오히려 미소를 그리며 그들의 환대를 받아들였다.
살아남기 위해 친하게 지내려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레스가 싱긋 미소를 그리며 입을 열었다.
“제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재미있는 이야기요?”
자신들의 경험담을 안주삼아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이 용병이었기에 그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이레스에게 고정되었고 목소리가 너무 작은 것도 큰 것도 아니었지만 다른 쪽에 모여 있는 병사들에게도 들릴 정도는 되었다.
자신들끼리 피로를 풀고 있던 병사들의 시선이 이레스의 목소리가 귓속을 파고드는 순간 자연스럽게 돌아갔다.
대부분의 용병들은 다른 용병들이 경험해보지 못했을 자신의 경험담을 풀어 함께 일하고 있는 용병들과 친해진다. 그렇기에 용병들은 이야기를 안주삼아 먹을 때 흥미로운 표정을 그렸다. 과연 저자는 자신과는 다른 어떤 경험을 했을까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것이 평범한 용병이 아닌 정령과 계약을 하여 가문의 정령사가 될 수 있음에도 용병일을 하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라면 관심을 넘어서 호기심이 생길 정도였다.
꿈이 용병이었던 자유기사 아이반조차 관심이 있듯이 자신을 바라보자 이레스가 미소를 그린 채로 말을 이어갔다.
“제가 페이언 왕국을 떠나 테라인 왕국에 도착하자마자 간 곳은 그레이즈 가문이에요. 그리고 거기서 알게 된 이야기죠.”
“…….”
꿀꺽.
테라인 왕국의 세 개의 기둥 중에 하나인 그레이즈 가문의 이야기가 나오자 병사들 사이에서 군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용병들은 한 손에 맥주잔을 들고 있음에도 마시지 않고 호기심이 깃든 눈빛으로 이레스를 바라보았다.
“그레이즈 가문은 특이하게도 동쪽에서 길을 잡고 움직이더라도 동쪽에 무언가가 막고 있기에 남쪽으로 돌아서 간다는 것은 알고 계시죠? 그럼 동쪽에 뭐가 있을까요?”
“동쪽엔…….”
이레스의 질문에 생각을 하는 듯이 고개를 갸웃하던 용병들 중에 한 용병이 손을 들며 대답했다.
“아. 몬스터의 숲!”
그레이즈 가문에서 용병들에게 하는 의뢰에서 몬스터의 숲에 관련된 의뢰는 위험도가 너무 높기에 실력을 많이 쌓고 경험이 풍부한 용병단이나 S급 용병이 아니면 받지 않는 의뢰였다.
이레스가 대답한 용병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런데 거기서 재미있는 이야기가 흘러나왔습니다.”
“……몬스터의 숲에서라.”
관심이 집중된 듯 주점은 정적이 휩싸였고 모두의 시선이 이레스의 입에 향했다.
“오크 용병소.”
“…….”
“…….”
“……예?”
이해가 불가능한 이야기였는지 용병들과 병사들이 물끄러미 이레스를 바라보았고 그나마 가장 빠르게 정신을 차린 아이반이 자신도 모르게 되물었다.
이레스가 고개를 돌려 아이반을 바라보고 다시 입을 열었다.
“들어보니 그레이즈 가문에서 오크들과 동맹을 맺었다고 하더군요.”
물론 실제로는 자신의 수하가 된 것이지만 그것까지 밝히기는 싫었던 이레스가 다른 말로 바꾸었다.
“……진짭니까?”
“말했듯이 제가 처음 테라인 왕국을 여행할 때 가장 먼저 들른 곳이 그레이즈 가문입니다. 이유는 저와 같은 정령사가 있었기 때문이고.”
“이, 이레스 님을 만나신 것입니까?”
테라인 왕국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 중에 한 사람.
반년 동안 왕자에게 검을 가르쳐 단숨에 익스퍼드 중급의 경지까지 올린 최고의 검술 스승이자 익스퍼드 상급 경지의 정령검사.
한 용병이 자신도 모르게 말을 더듬으며 물었고 이레스는 작게 미소를 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령사 자체가 보기 힘들다 보니 가끔 교류를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레스 님도 그것을 알고 있었기에 만나는 것은 생각보다 쉬웠습니다.”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이레스에게 고정되었고 몇몇 사람들은 불신의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아무리 정령사라고 해도 용병이라는 신분을 가진 아레스가 그레이즈 공작가의 소가주와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것을 믿지 못하는 것이었다.
이레스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분신의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을 바라보고는 어깨에 앉아있는 노엔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노엔도 이레스 님 본 적 있지?”
-……응.
자신의 계약자가 자신을 본 적이 있냐고 묻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잠시 고개를 갸웃하며 이레스를 바라보던 노엔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자 불신의 눈으로 그를 쳐다보던 사람들의 시선이 호기심으로 바뀌었다.
정령은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
그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바로 신뢰를 얻은 것이었다.
원래 목표는 아이반을 꼬드겨 그레이즈 가문으로 보내는 것이었지만 자신도 모르게 길이 옆으로 새 버렸다. 하지만 아이반도 용병을 꿈꾸는 사내지만 검의 가문으로 유명한 그레이즈 가문에 이야기가 나오자 손에 들고 있던 맥주컵을 내려놓으며 자신의 입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레스가 더욱더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기 위해 노엔에게 다시 질문을 던졌다.
“이레스 님 아버지도 본 적이 있지?”
-……응.
“헬버튼 님도.”
-응.
“엘리스 님도.”
“오오!”
테라인 왕국의 3대 미녀 중에 한 사람인 그레이즈 공작의 딸인 엘리스의 이야기가 나오자 한 용병이 대답을 듣기도 전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런 용병의 모습에 깜짝 놀란 노엔이 몸을 흠칫 떨더니 이레스의 적발에 몸을 숨겼다.
“아……. 노엔이 놀랐나 보네요.”
죽을 위기를 수없이 넘기던 용병들이었기에 얼굴에 상처가 있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였다.
갑자기 이야기가 끝나버리자 몇몇 용병들이 얼굴을 앞으로 내밀고 있는 동료를 째려보았고 그는 민망한 듯이 입맛을 다시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이레스가 다시 한 번 노엔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안정을 시킨 후에 물었다.
“엘리스 님도 본 적 있지?”
-응.
작은 목소리의 대답이었지만 고개를 끄덕였기에 모두가 알 수 있는 대답이었다.
“오오오! 예뻤어?”
-…….
다시 한 번 자리에서 일어나 얼굴을 들이밀며 묻는 용병의 모습에 노엔이 다시 몸을 숨겼고 그런 동료의 행동이 짜증난 용병들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야.”
“응?”
“잠깐 따라와.”
동료의 목소리에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리자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다섯 명의 동료가 눈에 들어왔다.
“…….”
다섯 용병은 저 용병이 자신의 동료라는 것이 한심하다는 듯이 작게 한숨을 내쉬더니 그의 뒷덜미를 잡고 구석으로 데리고 갔고 몇 분 뒤에 속이 시원하다는 듯이 미소를 그리며 자리로 돌아왔다.
“……큭.”
용병들이 향했던 그 장소에는 기절한 듯이 한 용병이 널브러져 있었다.
자신도 모르게 피식 실소를 흘린 이레스는 마치 재촉이라도 하는 듯이 한 용병이 테이블 위로 맥주잔을 두들기자 다시 입을 열었다.
“그때 들었습니다. 오크들로만 이루어진 용병소가 존재하면 어떨 거 같냐고.”
“흐음……. 오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