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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공작 80화

무료소설 구름공작: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48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구름공작 80화

제3장 오크 용병소가 생긴다면 (1)

 

 

“흐음. 무슨 짓을 하셨길래 쟤들이 미친 듯이 쫓아오는 겁니까?”

 

쉬이익!

 

푸욱!

 

이레스가 천천히 고개를 돌리며 베르딘에게 질문을 던지는 순간 쓰러진 병사를 향해 검을 내려치던 산적의 양옆으로 흙가시가 솟아나 그의 몸을 관통했다.

 

여행을 다니며 사람이 죽는 모습을 너무 많이 보아온 것인지 거북하다는 듯이 몸을 흠칫 떨며 인상을 찌푸린 것을 끝으로 베르딘은 생각을 하듯 하늘을 올려다보다 고개를 저었다.

 

“산적들과의 마찰은 있었지만…….”

 

“산적들 전체가 노릴만한 일은 하지 않았다는 것이군요.”

 

베르딘의 말을 빼앗으며 묻자 그는 고개를 끄덕였고 이레스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정면을 향해 왼손을 들어 올렸다.

 

쿠구궁!

 

거대한 굉음과 작은 지진이 일어나는 순간 산적들과 병사들 사이로 날카로운 흙가시 수십 개가 나타나 두 병력의 움직임을 제한시켰다.

 

의뢰를 받은 후 이틀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동안 산적들의 공격을 세 차례나 받았다.

 

문제는 제각기 다른 산맥에 자리를 잡은 산적들이 모두 마찬가지로 다짜고짜 공격을 했다는 것이었다.

 

원래 산적들은 당당하게 나타나 통행료를 요구하고 받은 금액이 마음에 들면 돌아가고, 마음에 들지 않거나 값비싼 물건을 가지고 있다면 공격을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가 만난 산적들은 통행세를 요구하기는커녕 다짜고짜 습격을 했다.

 

“그렇게 큰 잘못을 한 것은 없습니다만.”

 

“후.”

 

이틀에 불과했지만 그 시간을 통해 베르딘의 성격을 대충이나마 파악할 수가 있어 그가 실제 나이보다 더 성숙해서 무리하게 움직이거나 행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레스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흙가시를 부수기 위해 자신의 무기를 휘두르는 산적들에게서 시선을 고정시키는 순간 두 발의 화살이 빠른 속도로 쏘아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쉬이익!

 

쉬이익!

 

푸욱!

 

카앙!

 

한 산적은 미처 화살을 피하지 못해 그대로 목이 뚫려 사망했다. 다른 산적은 팔이 부러질 것을 감안하고 억지로 검을 멈추어 화살을 튕겨냈지만 다시 자세를 잡거나 뒤로 물러나기도 전에 사망하고 말았다.

 

푸우욱!

 

두 발의 화살을 뒤따르듯이 쏘아진 또 다른 두 발의 화살을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이었다.

 

이레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산적에게서 화살이 날아오는 방향으로 돌아갔다.

 

“이야아압!”

 

한 산적이 흙가시를 부수고 활을 사용하는 자유기사 아이반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아이반은 이미 활시위에 걸어둔 두 발의 화살을 쏘아 보낸 뒤에 등에 메고 있는 화살통에서 화살을 꺼내 손에 쥐며 옆으로 물러섰다.

 

쉬이익!

 

간발의 차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산적이 휘두른 도끼가 아슬아슬하게 아이반을 피해 허공을 갈랐다.

 

우연히 피한 것이 아니라 일부러 아슬아슬하게 피한 것인지 진지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던 아이반이 오른손에 쥐고 있는 화살을 잠시 놓는가 싶더니 허공에 잠깐 멈춘 사이 다시 낚아채 화살을 거꾸로 쥐었다.

 

화살을 거꾸로 쥔 아이반은 왼발을 주축으로 몸을 회전하며 산적의 뒤통수를 향해 화살을 쥔 손을 강하게 휘둘렀다.

 

푸우욱!

 

“흐으음.”

 

원거리 무기인 활을 사용함에도 근접전이 능숙한 아이반의 모습은 아무리 산적들과 대치를 하고 있는 상황이어도 감탄을 할 정도였다.

 

“아……. 그건가?”

 

무언가 떠오른 것이 있는지 베르딘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자 이레스의 시선이 다시 그에게 돌아갔다.

 

“그게 무엇인지…….”

 

이미 산적들과 전투가 시작되기도 전에 아이리스를 마차에 들여보낸 베르딘은 마차의 문 앞에서 검을 들고 서 있었다. 그래서 용병으로 가장한 이레스가 귀족인 그에게 자연스럽게 말을 걸 수가 있는 것이었다.

 

신분의 차이를 떠나 지금은 산적들과 함께 싸우고 있는 동료였기 때문이다.

 

“처음에 산적을 만났을 때 있었던 일입니다.”

 

“만났을 때?”

 

“통행료를 주고 떠나려 했을 때 마차에 구멍이 뚫려있었는지 마차 안에 들어 있던 것이 떨어졌었습니다.”

 

“…….”

 

갑자기 뭐냐고 묻기도 싫어졌다.

 

이레스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정면을 바라보았고 베르딘은 정말 그것 때문에 저들이 달려온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는지 천천히 고개를 갸웃했다.

 

“보석이기는 했는데 그렇게 값비싼 것은…….”

 

“산적이라는 집단은 귀족들이 높은 세금을 거둬들이다 보니 집을 잃어버리거나 세금의 압박을 이기지 못한 사람들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마디로 돈 때문에 산적이 된다는 거죠. 그렇기에 그들이 통행료라고 받는 10실버, 20실버는 귀족들에게는 얼마 되지도 않는 금액이어도 그들에게는 한 달은 먹고살 수 있는 금액입니다. 그런데 거기서 보석을 떨어트려보십시오.”

 

“…….”

 

“아무리 가격이 낮은 보석이라고 해도 최소 1골드입니다. 산적들이 눈이 뒤집혀 달려들어도 이상한 게 아닙니다.”

 

물론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야 덤벼들겠지만 산적들이 다짜고짜 공격을 할 정도로 베르딘의 호위는 정말 적었다.

 

베르딘은 순식간에 입을 다물며 앞을 바라보았고 인상을 살짝 찌푸리고 있던 이레스는 산적들을 바라보다 다시 한 번 고개를 갸웃했다.

 

“이상한 것은 다른 산적들이 어떻게 알았냐는 건데…….”

 

처음 통행료를 지불했던 산적들에게 보석의 존재를 들켰다. 그렇기에 다른 산적단은 몰라야 정상이었다.

 

산적이라는 집단 자체가 돈에 대해서는 그 누구보다 욕심을 가지고 있는 집단이었기에 자신이 얻을 수 없다면 다른 사람들도 얻을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 정보를 공유하는 행위는 절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보석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이 공격했다는 것은 보석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지 않아도 알아차릴 수 있는 흔적이 남아있다는 것이었다.

 

이레스의 고개가 천천히 마차를 향해 돌아갔다.

 

“평범한 마…….”

 

아주 평범한 마차였다.

 

“젠장.”

 

하지만 그것이 문제가 되었다.

 

상단이 사용하는 마차라면 수많은 물건을 실어야 했기에 크기는 평범하게 제작된 마차에 두세 배는 거대했고 크기가 크기인 만큼 비용도 상승하다 보니 싸구려 재질로 만들어진 크기만 한 마차를 사용했다. 하지만 자신들이 호위하고 있는 마차는 연한 갈색 빛이 돌고 있는 중상급 나무목으로 만들어진 마차였고 상단이 운영하는 마차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아주 애매한 크기의 마차였다.

 

산적들이 왜 마차를 노리는지 대충이나마 짐작이 갔고 통행료를 비싸게 요구하는 대신 공격을 하는 이유까지 알게 되었다.

 

마차를 호위하는 사람들은 용병을 포함하고 있다고 해도 스무 명이 채 되지 않았으며 일단 기사인 자유기사 아이반이 있었지만 기사라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자유기사도 기사로 분류가 되다보니 가끔 좋은 갑옷과 좋은 무기로 무장을 하고 떠돌아다니는 자유기사가 있기는 하였지만 자유기사라는 제도 자체가 귀족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실력은 있지만 신분이 불확실한 사람들을 위한 것이었다.

 

실력이 있기에 용병이 되고 최고 등급을 받아도 자유기사가 더 귀한 대우를 받고 더 좋은 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용병으로서 실력을 키우다가 자유기사가 된 사람들도 많았다.

 

아이반도 대회에서 우승하여 자유기사가 된 케이스지만 성격은 용병으로서 실력을 키우다가 자유기사가 된 사람들과 가까웠기에 겉치장을 하지 않다보니 멀리서 보면 그냥 등급이 높은 활을 사용하는 용병으로 보일 뿐이었다.

 

크고 좋은 마차가 움직이고 그 마차를 호위하는 사람의 수도 적다.

 

심지어 기사로 추측되는 사람은 없었고 실력이 그나마 좋아 보이는 사람은 말을 타고 있는 활을 든 용병이 전부였으니 사십에서 오십 명으로 이루어진 산적단체라는 것을 생각하면 베르딘 일행은 아주 좋은 먹잇감이라고 볼 수 있었다.

 

원거리 공격을 통해 피해를 주어 큰 타격을 입히고 포위를 한 채 공격을 하거나 산으로 끌어들여 자신들이 익숙한 지형에서 적들을 상대하는 집단이 산적이었기 때문이다.

 

이레스가 힐끔 베르딘을 바라보았다.

 

‘평민의 삶을 모르기 때문에 그런 건가?’

 

물론 마차 때문에 산적들이 공격하고 있다는 것을 이유로 베르딘에게 화를 낼 수는 없었다.

 

평생 귀족으로서의 삶을 살았기에 가장 눈에 띄지 않고 평민처럼 행동하고 움직이려 하여도 생각과는 달리 몸이 귀족으로서의 삶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더 좋은 것을 바라고 더 편한 것을 바라기 때문이다.

 

이레스가 정면으로 들어 올린 손을 오므리더니 중지와 엄지를 강하게 부딪쳤다.

 

탁!

 

작은 소음이 주위로 울려 퍼지는 순간 산적들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장소 아래로 구덩이가 생성되어 그들을 떨어트렸다.

 

“으아아악!”

 

“뭐, 뭐야!”

 

산적들의 당황한 외침을 들으며 아직 주위에 남아있는 산적들을 바라보던 이레스가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베르딘을 바라보았다.

 

“일단 마을에 도착하면 바로 마차부터 바꾸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이 상태로 움직이다가는 역사상 최고로 산적에게 습격을 많이 받은 여행이 될 거 같은데.”

 

“…….”

 

* * *

 

산적들이 도망을 치는 순간 빠른 속도로 이동해 산맥을 넘어 마을에 도착한 베르딘 일행은 바로 마차를 교체한 뒤에 가장 큰 여관에 자리를 잡았다.

 

산적들과의 전투로 병사와 용병들의 피로가 누적되어 있었고 강행을 하여 움직여야 하는 것도 아니다 보니 해가 지기 시작하자 바로 마을에서 머무르기로 한 것이었다.

 

털썩.

 

“지금부터는 편안 여행이 될 수도 있겠지만…….”

 

자신이 배정받은 방에 들어서자마자 침대에 쓰러지듯 누운 이레스는 천장을 바라보며 작게 중얼거리다 자신의 옆에 앉아있는 노엔을 보았다.

 

“재밌어?”

 

-음…….

 

생각하는 듯이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던 노엔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자 이레스는 노엔의 머리를 작게 쓰다듬은 뒤에 다시 천장을 바라보며 미소를 그렸다.

 

“마음에 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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