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공작 7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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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01회 작성일소설 읽기 : 구름공작 79화
제2장 흙의 정령사 아레스 (2)
“활을 쓰시나 보네요.”
‘보기 드물게.’
활이라는 무기 자체가 상대를 향해 화살을 쏘아서 사용하는 무기이다 보니 제대로 된 검술이나 창술이 없어 활을 사용하는 기사는 아주 드물다고 볼 수 있었다.
깨달음 자체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미래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이반이 그런 질문을 많이 받아 익숙하다는 듯이 작은 미소를 그리며 어깨에 메고 있는 활을 살짝 두들기며 말했다.
“특이하죠?”
“예.”
“…….”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하는 이레스의 모습에 아이반이 순간적으로 당황했는지 입을 다물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대회에서 우승을 하여 자유기사가 될 수 있었으니 거짓말은 아닙니다.”
“헤에.”
자신도 모르게 감탄을 하던 이레스가 깜빡했다는 듯이 물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아. 혹시 여행에 목적지가 있으십니까?”
“목적지는 없습니다만.”
“그럼 죄송하지만…….”
아이반이 어색하게 미소를 그리며 말을 흐리더니 몸을 살짝 틀었다. 그러자 이레스의 시선으로 마차가 눈에 들어왔다.
“호위 의뢰가 있는데 생각이 있으십니까.”
“거…….”
바로 거절을 하려 했던 이레스가 현재 자신의 신분이 그레이즈 가문의 소가주가 아닌 용병이라는 것을 깨닫고 황급히 말을 바꾸었다.
“얼마인지?”
“…….”
영업용 미소라는 듯이 갑작스레 해맑게 웃으며 묻는 이레스의 모습은 진짜 용병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 * *
이레스가 아이반과 함께 마차의 앞까지 도착하는 순간 마차의 문이 열리며 두 사람이 나타났다.
“안녕하세요.”
“안녕하…….”
자신과 또래로 보이는 청년과 이제 대여섯으로 보이는 소녀였는데 소녀는 배꼽인사를 하려다 노엔을 발견하고는 멍하니 노엔을 바라보고 있었다.
청년이 소녀의 모습에 살짝 인상을 찌푸리고는 소녀의 어깨를 건드렸지만 소녀는 그저 멍하니 노엔을 바라볼 뿐이었다.
“하아.”
소녀의 모습에 작게 한숨을 내쉰 청년은 그녀의 손을 잡고 계단을 내려와 다시 인사를 하려 했고 소녀와 마찬가지로 노엔을 발견하고는 똑같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레스가 그런 두 사람의 모습에 싱긋 미소를 그리고는 고개를 살짝 숙였다.
“흙의 정령사 아레스라고 합니다. 이 아이는 노엔이라고 하고요.”
손바닥을 노엔의 밑에 가져다 대며 말하자 그제야 정신을 차린 청년이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아.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이스 가문의 차남 베르딘이라고 합니다. 이 아이는 제 여동생인 아이리스라고 합니다.”
“아. 그렇…… 예?”
아주 익숙한 가문이 귓속을 파고들자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받아주려던 이레스가 다시 한 번 묻고 말았고 청년이 다시 자신을 소개했다.
“아이스 가문의 차남 베르딘입니다.”
‘그래, 내 인생이 뭐 그렇지. 제대로 되는 게 있나.’
아무리 사람이 고달팠다고 해도 이건 아니었다.
왕권파 가문 중에 하나이자 자신과 함께 헥토스 왕국으로 떠났던 아이스 자작의 가문의 자제였다.
호위 의뢰금을 듣고 고민하다 거절하려 해도 같은 왕권파 사람의 부탁을 거절하는 것은 이레스로도 힘든 일이었다. 그래도 거절을 해야 아레스의 신분이 밝혀지지 않을 것이다.
“우와아아아.”
아무도 모르게 인상을 살짝 찌푸리고는 다시 미소를 그리며 왼손으로 오른손 주먹을 포개며 인사를 하려는 사이에 아이리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레스의 행동이 멈췄고 갑작스러운 감탄사에 베르딘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자신의 여동생에게 향했다.
깨끗하다고 할 정도로 예쁜 푸른 머리카락이 인상적인 소녀는 어느새 이레스의 앞까지 당도한 채 노엔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
사람의 시선이 창피한 것인지 노엔은 더욱더 이레스의 적발 안으로 몸을 숨겼고 아이리스는 갑자기 눈을 빛내며 베르딘을 바라보았다.
“오빠! 오빠! 정령! 정령!
“그래. 정령이네.”
“우와아아아.”
미소를 그리며 받아주자마자 바로 노엔에게 시선을 돌리며 또 한 번 감탄을 하는 아이리스의 모습이 귀여웠는지 이레스가 미소를 그리며 노엔에게 부탁했다.
-…….
노엔은 잠시 이레스를 바라보는가 싶더니 천천히 고개를 내려 아이리스를 바라보며 손을 흔들었다.
-……안녕.
“우와! 우와! 우와! 안녕! 안녕!”
베르딘이 해맑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아이리스를 보고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좌우로 젓더니 다시 이레스를 바라보았다.
“지금 하시는 의뢰가 없으시다면 죄송하지만 의뢰 좀 해도 되겠습니까?”
“현재 여행 중이기는 하지만 목적지를 정한 상태여서.”
이레스가 죄송하다는 듯이 말했지만 베르딘은 용병 정령사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는지 황급히 입을 열었다.
“혹시 목적지가……?”
“헨바인 영지입니다만.”
“저희는 동방 경계선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아놔…….’
그레이즈 영지가 테라인 성도의 븍서쪽에 자리하고 있다 보니 헨바인 가문은 가장 멀리 떨어진 동쪽에 자리를 잡았다. 그렇기에 테라인 왕국의 동방 경계선과는 그렇게 멀리 떨어진 곳도 아니었으며 현재 자신이 위치한 산맥을 생각하면 길이 같다고 볼 수 있었다.
마치 저주가 걸린 듯이 말하면 이루어지지만 그게 아주 안 좋은 쪽으로 이루어진다는 생각에 눈썹을 살짝 찡긋한 이레스가 아이스 가문과 이어지지 않도록 다시 입을 열려고 할 때였다.
“오빠! 오빠!”
“……응?”
이레스의 시선이 바지춤을 잡아당기는 아래로 향했고 거기에서 눈을 반짝이며 자신을 올려다보는 아이리스를 볼 수 있었다.
이레스가 자연스럽게 무릎을 굽혀 눈높이를 맞추며 미소를 그렸다.
“무슨 일이십니까. 아가씨?”
“이레스 님 알아?”
“…….”
갑자기 자신의 이름이 나오자 말문이 막혀버린 이레스가 물끄러미 아이리스를 바라볼 때 그녀가 해맑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오빠처럼 정령사다!”
“…….”
“아빠한테 들었는데 강하고! 멋있고! 잘생기고! 왕자님이 가장 의지하는 사람이라고 하는데! 오빠랑 똑같은 정령사다.”
“…….”
“그래서! 그래서! 나중에 이레스 님에게 시집갈 거다!”
이레스는 계속해서 아이리스를 바라보았고 마치 할 말을 다했다는 듯이 해맑은 웃음을 지우지 않은 채 노엔을 향해 계속 손을 흔드는 그녀의 모습에 그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베르딘을 바라보았다.
“헨바인 영지까지 가드리겠습니다. 귀족DC라는 것을 하고 있으니 원가의 칠 할에 모시도록 하죠.”
“……아. 감사합니다.”
* * *
“젠장! 젠장!”
쾅! 쾅!
헥토스 왕국의 헥스 공작은 미스릴 광맥이 발견되는 그 순간 왕권파, 귀족파 상관없이 모두가 환호를 하고 있을 때 홀로 자신의 집무실에서 욕설을 내뱉고 있었다.
쨍그랑.
너무 강하게 책상을 두들긴 것인지 계속해서 위아래로 흔들리던 와인잔이 땅으로 떨어졌지만 헥스 공작은 그 소리조차 듣지 못한 듯이 입술을 살짝 깨물며 책상 위에 놓인 보고서를 바라보았다.
데우스 왕자가 미스릴 광맥을 발견한 순간부터 귀족파에 속해 있던 가문들이 점점 왕권파로 넘어가고 있다는 보고서였다.
헥토스 왕국의 1왕자인 데우스 왕자가 아닌 2왕자인 제이스 왕자를 밀고 있던 헥스 공작에게 데우스 왕자가 미스릴 광맥을 발견했다는 이야기는 너무 당황스러운 이야기였고 미스릴 광맥의 가치를 알고 있기에 귀족파의 귀족들이 왕권파로 넘어갈 것이라고는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화가 나는 것은 예상하고 있었음에도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기분이었다.
“누구지……. 누구지…….”
현재 헥스 공작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아무리 귀족파의 실세라고는 하지만 현재의 상황이 데우스 왕자에게 아주 유리한 상황이었으니 왕권파로 넘어가려는 귀족파의 귀족들을 설득하고 어떻게 미스릴 광맥을 찾을 수 있었는지에 대해 추리하는 것이 전부였다.
계속해서 머리를 굴리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던 헥스 공작이 천천히 눈을 뜨며 아무도 자리하지 않은 정면을 바라보고 작게 중얼거렸다.
“테라인 왕국…….”
데우스 왕자에게 검술을 가르치고 있었기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했지만 제이스 왕자의 말을 따르면 이레스와 크리스가 헥토스 왕국에서 사라진 것은 확실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오 일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에 다시 나타난 그들이 테라인 왕국으로 떠나는 순간 데우스 왕자는 자신의 사병들을 이끌고 미스릴 산맥으로 향했고 몇십 년 동안이나 발견하지 못했던 미스릴 광맥을 단 삼 일 만에 찾아냈다.
“테라인 왕국……. 테라인 왕국…….”
분명 테라인 왕국이 연관된 것이 분명했다.
현재의 상황에 자신도 모르게 생겼던 분노가 점점 사그라지는 순간 그의 머릿속을 가득 채운 것은 테라인 왕국에서 어떻게 미스릴 광맥을 찾아낼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이었다.
그렇게 헥스 공작이 계속해서 테라인 왕국과 사라졌던 이레스와 크리스를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똑똑똑.
귓속으로 집무실 문을 두들기는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도 들이지 말라 하지 않았는가!”
갑작스레 들려오는 노크소리에 집중력이 흩어진 헥스 공작이 자신도 모르게 버럭 소리를 질렀지만 집무실 문은 천천히 열리며 검은 로브를 착용한 두 사내가 안으로 들어왔다.
‘젠……장.’
지금으로서는 가장 보기 싫었던 사내가 눈앞에 있었다.
영주의 집무실에 들어오는 사내는 한 나라를 대표하는 공작이라는 직위를 가진 귀족이 있음에도 인사는커녕 싱긋 미소를 그리더니 소파를 향해 걸어가 털썩 주저앉으며 말했다.
“많이 불리해졌군요.”
“그런 이야기를 하러 왔으면 떠나시게.”
자신도 모르게 이를 갈며 말했지만 사내는 오히려 미소를 그리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저 알아보기 위해 왔을 뿐입니다.”
“…….”
“헥토스 왕국에서 일어난 모든 일을.”
헥스 공작이 어이없다는 눈빛으로 사내를 바라보았고 그는 천천히 허리를 숙이더니 깍지를 낀 양손으로 입술을 가렸다.
“테라인 왕국 사신단이 도착한 이후에 헥토스 왕국에서 일어난 모든 일을 알아야겠습니다.”
자신보다 더 뛰어난 정보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묻는 것이 조롱처럼 들렸는지 헥스 공작이 또 한 번 이를 갈며 말했다.
으득.
“그쪽의 정보통이 우리보다 더 뛰어나다고 알고 있었는데?”
사내는 양손으로 가린 입을 살며시 드러내며 싱긋 웃었다.
“그래도 글을 읽는 것보다는 사람이 말하는 게 더 확실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알아보러 왔습니다. 헥토스 왕국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상한 것이 있었는지, 어떻게 데우스 왕자가 겨우 삼 일 만에 미스릴 광맥을 찾을 수 있는지 의문을 가지고 있을 터이니 추측한 것을 알아보기 위해서요.”
“…….”
“모든 것을 알려주셔야겠습니다. 작전이 완벽하게 망해버리면 저희는 손해가 없지만 헥스 공작님은 아니실 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