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공작 75화
무료소설 구름공작: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487회 작성일소설 읽기 : 구름공작 75화
제11장 헨바인 백작의 공격 (2)
오자마자 휴식을 취할 시간도 없다는 듯이 바로 또 다른 사건이 몰려들어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레인과 함께 영주성을 빠져나와 영지를 지나 몬스터의 숲에 들어서는 순간 이레스는 입구를 지키는 두 오크들의 모습에 신기하다는 표정을 짓고 말았다.
인간이 아님에도 인간처럼 검과 갑옷으로 무장을 한 두 오크가 양옆에 서 있으니 그 누구도 허락이 없으면 접근할 수 없는 지옥의 수문장처럼 느껴졌다.
알레인도 이레스처럼 두 수문장을 보았을 때 같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기에 바로 오크들에게 대해 설명을 했다.
“케르취가 자신들의 영역은 자신들이 지켜야 한다며 몬스터의 숲에 들어서는 다섯 개의 입구에 오크들을 배치했습니다.”
“……케르취가 하프였냐?”
“순수 오크입니다.”
“순수 오크가 인간의 기술을 빌려 사용한다고?”
알레인이 작게 미소를 그리며 대답했다.
“인간의 수하가 아닙니까.”
“……쩝.”
갑작스레 할 말이 없어진 이레스가 작게 입맛을 다시며 입구에 도착하는 순간 두 오크가 무릎을 꿇으며 인사를 했다.
“취익! 갈색갈퀴족의 백삼십이 번째 전사 헥취가 신물의 주인을 뵙습니다! 취익!”
“취익! 갈색갈퀴족의 백십삼 번째 전사 레이취가 신물의 주인을 뵙습니다! 취익!”
“……말도 잘하네?”
이레스가 두 오크의 인사를 바로 받아주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알레인에게 고개를 돌리며 묻자 그는 대단하다는 듯이 작게 미소를 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케르취의 능력은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그렇게 똑똑해?”
“폭력을 통한 주입식 교육.”
역시 오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레스가 뒤늦게 인사를 받아주자 두 오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케르취 좀 불러줄래?”
“취익! 알겠습니다!”
자신을 헥취라고 소개한 오크가 먼저 대답을 하더니 몬스터의 숲으로 들어가자 이레스는 다시 알레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몬스터의 숲을 선동한다고?”
“아버지도 없고 형님도 없어 할일이 많다 보니 아주 잠깐 만난 것이 전부였지만, 그 사내가 그렇게 말했고 케르취는 바로 그들을 찾아내 없애버렸다고 하여 상관하지 않았습니다.”
“뭐?”
“그럼 어떡합니까? 가주의 권한을 가지고 있던 것도 아닌데.”
자신처럼 갑작스레 왕성으로 향했던 그레이즈 공작이었기에 알레인이 얼마나 힘들었을 지가 상상이 가자 이레스가 바로 말을 바꾸었다.
“……그럼 그 팔다리 한쪽이 없는 인간이 전부라는 거네?”
“예.”
팔다리가 없다.
잠시 상상하는 듯이 하늘을 올려다보던 이레스가 물었다.
“안 죽어?”
“죽을 뻔했지만 살려놓았습니다.”
이레스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알레인을 바라보았다.
알레인은 진지한 눈빛을 유지한 채 몬스터의 숲을 바라보며 이레스의 시선에 다시 입을 열었다.
“영지를 공격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들의 뒤를 찾아봐야 했지만…… 아버님도 형님도 없었으니 그냥 살려두는 것이 최선이었거든요.”
이레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몬스터의 숲에서 헥취와 거대한 거구가 인상적인 오크 케르취가 나타났다.
“취익! 갈색갈퀴족의 족장 케르취가 신물의 주인을 뵙습니다.”
“오랜만이네.”
“취익! 그렇습니다!”
“인간은?”
케르취는 자리에서 일어나 안내를 했고 갈색갈퀴 오크족의 마을 앞에 서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고 마을을 바라보고 말았다.
걸음을 멈추고 마을을 바라보는 이레스의 모습에 케르취가 고개를 갸웃했다.
“취익! 왜 그러십니까, 주군!”
이레스는 케르취의 말에 그를 바라보는 대신 알레인에게 시선을 돌렸다.
“마을에다 무슨 짓을 한 거야?”
“성벽이오?”
나무 울타리를 이용하여 마을을 이루고 있던 갈색갈퀴족의 마을은 1m가 채 되지 않는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는 하나의 영지가 되어 있었다.
알레인이 오히려 고개를 갸웃하며 되묻자 이레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인간의 마을, 아니 하나의 작은 영지였다.
“몬스터의 시체와 벽돌을 거래하자고 해서 거래를 한 것이 전부입니다.”
한 마디로 오크들이 직접 벽돌을 쌓고 성벽을 만들었다는 것이었다.
이레스가 천천히 케르취를 바라보았다.
“진짜냐?”
“취익! 다른 오크들이나 다른 몬스터들이 습격을 할 것을 취익! 대비하여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취익!”
어떻게 보면 인간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자신의 수하들을 위하여 성벽을 쌓으려고 생각을 하는 것이 자신의 부와 욕망만 채우려 하는 다른 귀족들과 비교가 되기 때문이었다.
이레스는 자신도 모르게 신기하다는 듯이 케르취를 바라보다 그의 어깨를 두들겼다.
“잘했다.”
“취익! 감사합니다! 취익!”
오크가 미소를 그리며 감사를 받는 모습이 생각 이상으로 무서웠지만 이레스는 계속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어깨를 두들겼고 다시 걸음을 옮겨 마을에 들어서는 순간 또 한 번 감탄을 하고 말았다.
“무슨 용병마을도 아니고.”
오크 하나하나가 녹이 슨 무기와 군데군데 찢어지거나 부서진 갑옷을 입은 채 돌아다니고 있었다.
마치 용병마을 같은 오크 마을의 모습에 이레스가 몬스터의 숲을 선동한다는 임무를 받은 사내를 만나러 가는 중이라는 것도 잊은 채 고개를 돌려 알레인을 바라보았다.
용병 마을이라는 생각이 들자마자 하나 재미있는 것이 생각났다.
“오크 용병소. 어떠냐?”
“……예?”
“뛰어난 힘을 가진 그들이 직접 용병이 되어 전장에 뛰어들어 돈을 버는 거야.”
“……흠.”
약간 어이가 없어질 정도로 이상한 제안이었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렇게 이상한 제안도 아니었다.
거짓말을 하지 않는 종족이니 신용도도 높고 선천적으로 전투에 능한 종족이며 전장에서 죽는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있으니 용병이라는 직업을 갖기에 오크보다 더 좋은 조건을 가진 종족은 없었기 때문이다.
“생각 좀 해봐야겠네요.”
이레스에게는 그저 단순한 대안에 불과했지만 생각보다 좋은 제안이라도 만들 수 있다는 듯이 알레인에게는 숙제와도 같은 고민이었다.
그렇게 알레인이 작은 목소리로 계속해서 중얼거리며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이레스 일행은 마을 정중앙에 자리 잡은 나무 감옥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엘프 카인이 잡혀 있을 때와 똑같이 나무 감옥 안에는 단 한 사람밖에 없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엘프 카인과는 다르게 한쪽 다리와 한쪽 팔을 잃어버리고 살 수 있다는 희망조차 잃어버린 사내가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 녀석이냐?”
“취익! 그렇습니다! 취익!”
이레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는 케르취를 바라보다 한쪽 무릎을 꿇어 바닥에 쓰러진 사내에게 가까이 갔다.
“이름은?”
“……베이렌.”
“소속은?”
모든 것을 불었다고 해도 이것만은 알려줄 수 없다는 듯이 멍한 표정을 지은 채 대답하지 않는 사내의 모습에 이레스가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소속?”
“…….”
“취익.”
다시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고 그 모습에 케르취가 흥분한 듯이 작게 울더니 앞으로 나서려 하자 이레스가 손을 들어 그의 걸음을 막고는 작은 미소를 그리며 속삭이듯이 말했다.
“말을 하지 않으면 살려두겠다.”
말의 어폐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자신을 베이렌이라고 말한 사내가 고개를 살짝 올려 이레스를 바라보자 그는 미소를 더욱더 진하게 만들며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계속 이렇게 살게 해주지. 먹을 것은 계속 넣어주고. 잠도 계속 잘 수 있게 해주지. 단 계속 이 감옥에서 살아야 하고 죽어도 이 감옥에서 썩어야 한다.”
순간적으로 자신의 미래가 가축보다 못한 삶이라는 것이 상상이 되었는지 눈에서 갈등이 생긴 모습이 들어오자 이레스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대신 모든 것을 이야기하면 죽여주지. 깔끔하게.”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지만 그의 눈빛에서 심한 갈등이 생성되자 이레스가 다시 미소를 그리며 물었다.
“소속은?”
“……헨바인.”
“헨바인?”
“……미친.”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하며 되새길 때 알레인이 헨바인이 어떤 소속인지 기억해내고는 작게 욕설을 내뱉자 이레스는 바로 고개를 돌려 물었다.
“어디냐?”
“형님이 백성들 앞에서 치욕을 안겨주었던 가문입니다.”
“……아.”
기억났다.
레이온 왕자의 신분이 밝혀지지 않았을 때 그에게 귀족을 모독했다며 죽이려고 했던 귀족파 소속의 가문이자 그레이즈 가문의 소속이었음에도 배신을 하고 독립을 선언했던 가문, 그곳이 헨바인이었다.
이레스가 어이없다는 듯이 헛웃음을 흘리고는 다시 물었다.
“이유는?”
“……명령.”
헨바인 백작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가문은 별로 없었다.
헨바인 가문 자체가 그레이즈 가문에서 떨어져 나온 가문이다 보니 독자적인 가문이었으니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가문이라고 하면 하나의 가문밖에 없었다.
“멕케인 가문인가…….”
베이렌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이레스는 알았다는 듯이 미소를 그러고는 다시 질문을 던졌다.
“헨바인이 몬스터들을 선동시킨다는 증거는?”
“몬스터의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여덟 번째 뒤로 다섯 번째 나무의 작전 명령서와 몬스터를 선동시키는 방법.”
이레스는 바로 고개를 돌려 알레인을 바라보았고 그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마을의 입구로 향했다.
다시 베이렌을 빤히 바라보던 이레스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케르취를 불렀다.
“케르취.”
“취익! 부르셨습니까!”
“고통 없이 보내.”
“취익!”
이번에는 대답대신 케르취가 작게 울며 고개를 살짝 숙이자 이레스는 바로 마을의 입구로 향했고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며 알레인을 기다리고 있을 때 그가 한 손에 양피지 뭉치를 든 채 오크들과 다가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동생의 손에 들려 있는 양피지 뭉치를 바라보던 이레스가 자신도 모르게 작게 중얼거렸다.
“멕케인 가문이라…….”
“물을 것입니까?”
묻는다.
그것은 그레이즈 가문을 공격한다는 것을 포착했기에 그들을 압박하기 위해 묻는다는 것도 있지만 전쟁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었다. 거기다 증거도 있었으니 공작가에서 백작가로 공격을 해도 어떤 가문도 간섭할 수가 없었다.
“헨바인 가문이라…….”
이레스가 알레인의 질문에 대답대신 또 한 번 작게 중얼거리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 하늘을 바라보았다.
“오래 살았지?”
“…….”
“그레이즈 가문을 버리고 귀족파에 붙은 가문 중에서는 말이야.”
멕케인 가문을 공격하지 않는다.
단 몬스터의 숲을 선동시키기 위해 사람을 보냈던 헨바인 가문을 공격한다.
그것이 이레스의 생각이었다.
어차피 헨바인 가문은 전생에 자신이 직접 멸망시켰던 가문이었다.
그레이즈 가문을 배신했기에 억지로 증거와 증인을 만들어 없애버린 가문이 헨바인 가문이었다.
“어차피 없애야 하는 가문이면 지금 없애는 게 좋겠지.”
분명 그레이즈 공작도 허락할 것이다.
가끔가다 가문을 배신하고 독립을 선언한 것도 모자라 귀족파에 소속되어버린 헨바인 가문을 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쟁을 하기에는 그레이즈 가문과 헨바인 가문과의 거리가 너무 멀었고 전쟁이 아니더라도 말살시킬 방법은 충분히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