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공작 10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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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427회 작성일소설 읽기 : 구름공작 105화
제2장 이것도 문제, 저것도 문제 (2)
“후…….”
현재 그레이즈 가문에서 가장 많은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은 영지전을 위해 가문을 떠난 이레스와 그의 군대도 아니고 ‘지켜보는 자’들을 처리하기 위해 떠났다가 다시 헨바인 영지로 향하는 그레이즈 공작도 아닌 그레이즈 가문의 차남이자 아버지와 형을 대신해 대리 가주 직을 맡아 그레이즈 영지를 관리하고 있는 알레인이었다.
아직 성년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이미 영지 운영에 뛰어난 실력을 발휘하여 그레이즈 공작은 물론이고 가문에서 인정받고 있는 그였기에 대리 가주 직을 맡자마자 영지를 관리했기 때문이다.
평범하게 관리를 하고 있었다면 모를까.
그레이즈 공작이 마치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떠나자마자 미뤄두었던 작업까지 발견하여 처리하게 되니 잠도 제대로 청하지 못한 채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매일같이 서류와 씨름하던 알레인은 현재 이레스의 부탁을 받고 오크의 마을로 향하고 있었다.
“하아.”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쉰 알레인이 자신을 안내하는 오크를 바라보며 물었다.
“화살이라 했죠?”
“취익! 그렇습니다!”
오크들은 활을 사용하기가 어려웠다.
인간보다 수십 배는 뛰어난 강한 신체를 가지고 있다 보니 인간들이 사용하는 활을 주워 사용하다 보면 부러지는 경우가 잦았고 화살도 구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화살은 엉성하지만 따라서 만들면 사용할 수 있고 인간들이 사용하는 활 중에 강궁이라 불리는 철궁이 존재하기는 하였지만 그것은 아주 오래 전의 이야기였다.
단 한 번이지만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무인 중에 활을 사용하는 사람이 존재했었다.
활시위를 당기고 쏘아 보내면 거대한 성문에 금이 가고 미스릴이라는 마나가 담긴 금속으로 만들어진 방패조차 꿰뚫고 그 뒤에 있는 기사의 몸을 관통하는 강한 힘을 가진 활이었지만 활을 사용하는 마스터가 사망한 뒤로 단 한 번도 활을 사용하는 마스터가 나타나지 않았기에 강궁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오크의 힘을 버틸 수 있는 활이 없기에 오크궁수는 존재하지 않았다. 아니, 인간보다 수배는 뛰어난 신체를 가진 몬스터라도 몇 번 사용하면 활이 부서지니 실제로 사용하는 몬스터는 없었다.
즉 몬스터의 숲에서 발견된 화살은 몬스터가 사용한 활에 의해서 쏘아진 것이 아닌 인간이 사용한 활에서 쏘아진 것이라는 것인데 그레이즈 가문이 정착하고 지금까지 몬스터의 숲에서 사람의 흔적을 발견했다는 이야기는 듣도 보도 못한 이야기였다.
“누구지?”
헨바인 백작의 명령을 받아 몬스터의 숲을 선동하려 한 자들일 수도 있다.
자신도 모르게 혼잣말과 함께 생각에 잠겼을 때 알레인은 오크와 함께 그들의 마을에 도착했고 케르취를 대신하여 족장 직을 맡고 있는 오크에게 부탁을 하여 화살을 받았을 때 고개를 갸웃하고 말았다.
“……흐음.”
화살이었다.
분명 화살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사용하는 화살과는 많이 다른 화살이었다.
화살이란 활을 이용하여 쏘아 보내는 무기이다. 즉 일회성 무기에 가까웠기에 비용은 최소화하는 것이 좋았다.
화살은 한 번 날리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자신에게 접근하기 전까지 계속 쏘아 적을 쓰러트리는 것이니 한번 전쟁이 시작되면 총 10만 대의 화살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화살은 한 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값싼 나무로 화살대를 제작하고 살상력을 높이기 위해 뾰족하게 만든 철, 즉 화살촉을 달아 적들을 공격한다.
그것이 화살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앞에 놓인 화살은 그런 일회성 화살로 보기 힘들었다.
물끄러미 손바닥 위에 놓인 화살을 바라보던 알레인이 화살촉에 손을 올리며 마나를 주입했다.
영지를 관리하는 뛰어난 운영 능력과는 달리 검술은 그레이즈 가문에서 가장 약한 축에 속해 있는 알레인이었지만 마나를 배웠고 검을 배웠기에 마나를 밖으로 내보낼 수 있는 실력은 가지고 있었다.
화살촉에 가져다 댄 손가락 사이로 마나가 빠져나가 화살촉에 스며들었다.
우우웅.
화살촉이 작게 진동하며 화살 전체가 진동했다.
‘미스릴…….’
금속 중 유일하게 마나와 가장 동화가 잘 되는 금속인 미스릴이라는 금속에 마나를 부어 넣으면 작은 진동을 일으켰다. 그리고 지금 자신의 앞에 놓인 화살의 화살촉에서도 진동이 일어났다.
미스릴로 화살촉을 만든다?
아주 소량의 미스릴이라도 화살촉에 미스릴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미스릴을 사용하는 자들……. 미스릴을 화살촉에 사용할 정도로 많은 양의 미스릴을 가진 자들…….’
알레인의 머릿속으로 이레스가 찾으라 했던 엘프 족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들은 금속을 다루는 실력이 사람들과 비슷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엘프와 함께 인간들과 헤어진 종족이 떠오르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설마…….”
불확실하다. 하지만 사람들이 말하는 일명 ‘감’이라는 것이 그들을 향해 있었다.
알레인이 고개를 돌려 오크를 바라보았다.
“다른 특이한 물건도 가지고 있나요?”
“취익, 족장님의 명으로 모은 것이 취익! 있습니다.”
“전부 가져오세요.”
지금 자신의 생각이 맞는다면 그레이즈 가문은, 아니 테라인 왕국은 완전히 새로운 세상에 한 걸음 내디딜 수도 있었다.
대리 족장을 맡은 오크가 다른 오크들에게 명령을 내리자 몇 분 뒤에 알레인의 앞으로 수십 개의 물건들이 쌓였다.
처음에는 녹슨 칼이었다.
알레인은 녹슨 칼을 들어 이리저리 살펴보았고 검신과 검집 사이에 사람의 이름이 적혀있자 한쪽으로 치워놓은 뒤에 다른 무기를 살펴보았다.
일확천금을 노릴 수 있는 몬스터들이 많지만 너무 위험하여 용병들은 몬스터의 숲에 들어가기 전에 자신의 무기나 갑옷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 자신의 흔적을 남겨두었다.
자신의 앞에 쌓인 수십 개의 물건을 이리저리 살펴보던 알레인이 고개를 살짝 젓고는 다시 생각에 잠겼다.
오크들이 가지고 온 물건들은 전부 용병들이 사용하던 무기였다. 즉 자신의 앞에 놓인 미스릴 화살과 같은 특이한 물건은 없었다.
천천히 팔짱을 끼며 다시 물건들을 살펴보던 알레인이 족장 대리 직을 맡은 오크를 바라보며 다른 것이 있는지 물어보려 할 때 그의 팔에 채워진 팔찌가 눈에 들어왔다.
이상한 언어가 이리저리 적혀 있는 금속이었다.
‘……설마.’
“실례지만 그 팔찌 어디서 얻으셨죠?”
“취익! 어떤 노인을 구해주었을 때 얻었습니다. 취익!”
“……노인?”
오크는 고개를 끄덕였고 알레인은 설마 하는 표정과 함께 천천히 입을 열었다.
“혹시 그 노인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몸집이 작았습니까?”
“취……익?”
잠시 고개를 갸웃하며 생각에 잠겨 있던 오크가 고개를 끄덕이자 알레인은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그리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들일 확률이 높아졌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자신이 생각하는 종족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었다.
키가 작으며 금속을 잘 다루는 종족은 두 종족이 있었다.
난쟁이 족이라 불리는 드워프와 홉고블린.
평범한 고블린이 산양의 모습을 한 몬스터라면 홉고블린은 세상에 나타나지 않은 전설의 종족으로 배꼽을 중심으로 위로는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고 아래는 산양의 모습을 하고 있는 종족이었다.
드워프는 노예 제도가 생기기 전까지만 해도 인간들과 교류하던 종족이었기에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었지만 홉고블린은 요정에 속해 있는 소수의 종족으로 실제로 만났다고 한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드워프보다 금속을 다루는 실력이 뛰어나며 다른 이들에게 자신의 정체가 들키지 않도록 변신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다.
“취익! 여기 있습니다.”
알레인은 오크가 건네는 팔찌를 받자마자 고개를 살짝 숙여 감사를 표한 뒤에 주머니에서 붉은색 통신 구슬을 꺼냈다.
하얀색 통신 구슬은 그레이즈 공작과 연결된 통신 구슬이고 푸른색 통신 구슬은 자신의 형인 가문의 장남 이레스와 연결된 통신 구슬이며 붉은색 통신 구슬은 마법공학자 데미안과 연결된 통신 구슬이었다.
우웅.
통신 구슬이 작게 진동하는가 싶더니 작은 빛이 일어나며 상대가 통신 구슬에 마나를 주입했다는 것을 알게 되자마자 알레인이 바로 부탁을 했다.
“빨리 오크의 마을로 와주십시오.”
-……예?
“중요한 일이 생겼습니다.”
* * *
그레이즈 공작은 혼자서 헨바인 영지로 향했다.
가장 빠르게 움직이려면 다른 사람들을 데리고 움직이는 것보다 홀로 움직이는 것이 배 이상 빠르기 때문이었다.
“이제 얼마 안 남았나…….”
물을 한 모금 마신 그레이즈 공작이 작은 산맥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산맥 하나만 넘으면 헨바인 영지였다. 하지만 그는 자신도 모르게 걸음을 천천히 하고 말았다.
물론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 이유 중 첫 번째가 자신의 아들, 이레스가 두 속성의 정령을 소환하여 싸웠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기 때문이고 두 번째가 엘프를 만나야 한다는 것 때문이었다.
언젠가는 두 속성과 계약한 것이 밝혀질 것이라 생각해 첫 번째 이유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엘프와의 만남이 문제였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엘프를 만나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아들 덕분에 엘프 종족을 만나보게 된다고 하니 이상하게 걸음이 느려지는 것이었다.
분명 모든 것이 우연일 터인데 마치 인연의 끝이 존재하는 듯이 엘프들과 만난다.
한숨과 함께 천천히 말꼬리를 잡아 속도를 늦추며 산을 오르던 그레이즈 공작은 몇 걸음 옮기지도 못한 채 걸음을 멈추더니 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는 나무들을 바라보았다.
“누구신가?”
사사삭.
마치 혼잣말처럼 조용한 그레이즈 공작의 말에 반응하는 것은 나뭇잎과 나뭇잎이 부딪치고, 나뭇가지와 나뭇가지가 부딪치며 나는 소리였지만 그는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초인이었다.
대답 대신 들려오는 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하던 그레이즈 공작이 천천히 손을 들자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던 나뭇잎들이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다.
바람의 마나를 담아 기파를 만드는 방법을 응용한 것으로 주변에 무거운 마나를 가득 채우는 기술이었다.
공간이 너무 거대하면 마나도 사방으로 퍼지다 보니 사람들에게 큰 중압감을 주지는 못하겠지만 마나가 담긴 기파를 응용하는 방법으로 주변에 무거운 마나를 가득 채우는 기술이었다. 하지만 공간이 너무 거대하면 마나도 사방으로 퍼지다 보니 사람들에게는 큰 중압감을 주지 못하겠지만 나뭇잎을 전부 떨어트릴 수는 있었다.
후두두둑.
“나뭇잎이 전부 떨어지면 보이겠지.”
너무 담담한 표정과 목소리였다. 하지만 정말 그럴 것이라는 듯이 점점 무거워지는 마나로 인해 계속해서 떨어지는 나뭇잎이 벌써 땅을 덮고 있었다. 그렇게 주변에 존재하는 나무들의 나뭇잎이 반 이상 떨어졌을 때 나무 위에서 한 인형(人形)이 땅으로 떨어졌다.
타닥.
나뭇잎과 함께 떨어지다 보니 얼굴을 확인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자신이 그의 기감을 느낄 수 있었으니 자신보다 약한 자라는 것은 확실했다. 그렇기에 그레이즈 공작은 검을 뽑지 않고 말 위에서 그 인형(人形)을 쳐다보았다.
그는 무거운 마나가 감쪽같이 사라지며 나뭇잎이 떨어지는 것이 멈춘 것을 확인하자마자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그레이즈 공작을 향해 살짝 고개를 숙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누구신가?”
살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어떠한 감정도 없는 표정과 목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적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아 그레이즈 공작은 특유의 인자한 미소를 그리며 물었다.
사내는 그런 그레이즈 공작을 바라보다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카인이라고 합니다.”
“카……인?”
그레이즈 공작이 순간 기억이 나지 않아 잠시 갸웃할 때 사내가 귀에 착용하고 있는 귀걸이를 빼자 작은 빛과 함께 평범했던 얼굴이 인간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아름다운 얼굴로 바뀌었다.
“……엘프구려.”
“그렇습니다.”
처음 보는 엘프였기에 잠시 당황하고 신기하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적이 아니라는 느낌이 더욱더 강했는지 그레이즈 공작은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질문했다.
“나를 알고 있었는가?”
“저번에 이레스 님을 만나러 갔을 때 멀리서 본 적이 있습니다.”
“……흐음. 그렇군. 혹시 이레스를 만나러 가는 건가?”
“예.”
고개를 살짝 끄덕인 그레이즈 공작은 카인이 이레스가 찾는 이유를 모를 것이라 생각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자네가 아직 유희 중이었다면 들었을 것이네. 헨바인 백작이 인신매매를 하고 있었다고.”
“얼핏 들었습니다.”
“거기에 푸른 잎사귀 부족의 아실리라는 분도 계셨다고 하네.”
나이로 보면 존대를 해야 했지만 얼굴은 자신의 아들과 또래로 보일 정도로 너무 어린 나이로 보여 그레이즈 공작은 반존대를 하고 말았다.
카인의 인상이 살짝 찌푸려지자 그레이즈 공작은 그가 자신이 말한 이를 알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마디만 해도 되겠는가?”
“…….”
카인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그레이즈 공작을 바라보았고 그는 그 모습을 보며 인자한 미소를 씁쓸한 미소로 바꾸며 말했다.
“모든 인간이 그런 것은 아니네. 아직도 자네들과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더 많으니 모든 인간들이 그런 짓을 벌이고 있다는 생각은 하지 말아주게.”
“…….”
“또 모르는 이들이 잡혀 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단 한 사람만 보고 모든 사람이 그럴 거라고 믿지는 말아주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