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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공작 104화

무료소설 구름공작: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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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구름공작 104화

제2장 이것도 문제, 저것도 문제 (1)

 

 

이레스는 생각보다 빠르게 움직인 듯 벌써 헨바인 영지까지 자신이 카인이라는 정령사를 찾고 있다는 소문이 들려오자 바로 엘프에 대한 문제를 거두고 헨바인 영지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영주의 집무실이 자리한 4층 테라스 위에 서 있던 이레스는 천천히 고개를 돌리며 주위를 살펴보다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 영지도 문제라면 문제인데.”

 

그레이즈 영지를 알레인에게 맡기고 그레이즈 공작이 헨바인 영지로 출발했다는 소식은 들었다.

 

한 나라의 공작이 움직일 정도로 엘프가 인신매매 피해자가 되었던 일은 큰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레스는 그레이즈 공작이 그 문제뿐만 아니라 헨바인 영지도 정리하기 위해 찾아오고 있는 것이었다.

 

가문에서 지배하기에는 솔직하게 말하면 너무 먼 거리였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아무리 빨리 움직여도 삼 일은 걸리는 거리였기 때문이다.

 

만약 헨바인 영지에서 문제가 일어나거나 영지전이 일어난다면 가문이 지배하는 땅으로서 반드시 지원군을 보내야 했는데 하루 이틀도 아니고 오전, 오후에는 움직이고 저녁에는 휴식을 취하며 움직이면 최소 5일은 걸리는 거리였다,

 

거기다 영지를 관리하는 영주는 어떻게 영지를 운영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한 달마다 관리관을 보냈다.

 

관리관 자체가 은밀하게 움직여 갑작스레 확인을 하는 사람들이다 보니 너무 거리가 멀면 은밀히 움직여도 미리 관리관이 오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자신에게 불리한 모든 것을 파기할 수가 있었다.

 

“흐음…….”

 

자신의 아버지인 그레이즈 공작이라면 먼 거리에 영지는 분명 믿을 만한 사람을 보내 영주 직을 맡길 것이니 솔직하게 말하면 영지 관리가 개판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문제는 누군가가 헨바인 영지를 침공할 시 병력을 보내는 것이 힘들다는 것이었다.

 

테라인 왕국에서 그레이즈 가문의 땅을 공격하는 사람은 솔직하게 말해서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하지만 테라인 왕국을 중심으로 동쪽에는 헥토스 왕국이 있으며 북쪽에는 거대한 제국, 한때는 대륙 통일을 눈앞에 둔 적이 있었던 유실리안 제국이 있고 동북쪽에는 거대한 대평야를 무대 삼아 살아가는 기마 민족이 문제였다.

 

유실리안 제국은 한 번 대륙 통일을 눈앞에 두었던 적이 있었기에 언제 다시 야심을 드러낼지 알 수가 없었다.

 

지금은 평화로운 세상이라고 하지만 전생에서는 헥토스 왕국을 토벌하기 위해 연합을 만들고 총사령관 직을 맡았던 나라가 유실리안 제국이었기 때문이다.

 

기마 민족도 문제였다.

 

대평야에서 가축을 기르며 살아가는 기마 민족이지만 극심한 가뭄이나 장기간의 폭우로 인해 가축들이 병에 걸려 쓰러지면 그들은 어쩔 수 없이 헥토스 왕국이나 테라인 왕국 등 제국이 아닌 왕국들을 침입하여 식량을 약탈했다.

 

헨바인 영지도 검의 가문이다 보니 동북쪽, 정확하게 말하면 동쪽 경계선에 가장 가까이 붙어 있는 영지였기에 경계선에서 그들을 막아내면 지원군을 파병할 수 있었지만 동북쪽에 자리 잡은 거대한 산맥이 문제였다.

 

물론 이레스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였다.

 

말과 함께 살며 말과 함께 싸우는 기마 민족으로서는 말을 타고 제대로 된 인도도 만들어지지 않은 산맥을 건넌다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전생의 기억을 통해 알고 있었다.

 

극심한 가뭄과 더불어 찾아온 병으로 인해 가축들이 죽어 나가고 식량이 떨어지자 말을 타고 움직인 것이 아니라 말을 이끌고 산을 넘어 테라인 왕국을 공격했다는 것이었다.

 

헨바인 영지는 검의 가문이어서 그런지 작은 피해를 입은 것이 전부였지만 산맥과 가까이 자리 잡은 다른 남작가의 영지와 자작가의 영지는 큰 피해를 입고 말았다.

 

기마 민족을 떠올리니 자연스럽게 시선이 동북쪽에 자리 잡은 산맥으로 향했다.

 

멀리서 보아도 거대해 보이는 산맥이 하늘 높이 솟아 있었다.

 

“버려야 하나?”

 

영지를 왕실에 맡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었다. 미미했지만 일단 병력의 피해가 존재함으로 인해 헨바인 영지를 버리기에는 너무 아쉬운 감이 있었다.

 

평범한 병사와 싸운 이들은 큰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성벽 위에서 쏘아대던 독화살에 맞은 오크와 병사 들은 제때 치료를 하지 못하여 생사를 오가다 숨을 거두었고 몇몇 병사들은 헨바인 백작이나 그의 기사들과 맞닥트려 한쪽 팔이 사라지거나 한쪽 다리가 잘려나가고 말았다.

 

그들을 보상하려면 헨바인 영지에서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흐음.”

 

애매해도 너무 애매했다.

 

가지기에는 그레이즈 가문과는 너무 많이 떨어져 있어 지원군을 보내거나 영지로 필요물품을 수송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버리기에는 전쟁으로 인해 입은 피해가 있으니 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웠다.

 

무의식적으로 작은 신음과 함께 하늘을 올려다보던 이레스가 다시 고개를 내려 생각을 하려 할 때 그의 시선이 테라스 바깥, 영주성 정원에 닿았다.

 

성 밖에서 자신을 올려다보는 한 소녀가 서 있었다.

 

“……아.”

 

자신을 올려다보는 작은 소녀와 눈이 마주치니 떠올랐다.

 

생각해보니 저쪽도 해결을 해야 했다.

 

헨바인 백작가의 남은 가족들.

 

이미 헨바인 백작과 그의 아들들을 모두 죽여 버렸다. 하지만 그의 첩과 첩의 딸을 처리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저 아이가 마지막일 텐데…….”

 

이레스가 작게 중얼거리며 손을 흔들어주자 소녀가 해맑게 웃으며 마주 손을 흔들어주었다.

 

알레인을 통해 확인한 결과 헨바인 백작에게는 두 아들과 딸 하나가 있었다. 즉, 남은 헨바인 백작의 피를 이어받은 아이는 열심히 손을 흔들어주는 저 아이가 마지막이라고 할 수 있었다.

 

죽여야 하는 것이 옳다.

 

아무리 여인, 소녀라고 해도 헨바인 백작의 피를 이어받은 아이였기에 복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 소녀는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자신을 향해 해맑게 웃어주고 있었다.

 

분명 자신이 그의 아비를 죽인 것인데 말이다.

 

이레스가 테라스 난간에 손을 올리더니 힘을 주어 점프를 했다.

 

4층 테라스에서 떨어지는 자신의 모습에 소녀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바라보는 순간 이레스는 미소를 그리며 실피아를 불러 바람의 힘을 이용해 정원으로 천천히 내려섰다.

 

탁.

 

“……우와아아.”

 

땅 위에 착지하는 순간 신기하다는 듯이 자신도 모르게 감탄하는 소녀의 모습에 이레스가 작은 미소를 그리며 다시 손을 흔들었다.

 

“안녕?”

 

소녀는 여전히 놀랍다는 듯이 입을 떡 벌린 채 이레스를 바라보다 다시 미소와 함께 양손을 배꼽에 가져다 대고 허리를 꾸벅 숙였다.

 

“안녕하세요.”

 

“엄마는?”

 

“기사님이랑 이야기해야 한다고 나가서 놀라고 했어요.”

 

벅튼은 분명 만약을 대비하여 헨바인 백작과 연관된 사람들을 확인하겠다고 했다. 아마 그것 때문에 그의 첩과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았다.

 

“그럼…… 이름이 뭐지?”

 

아직 이름도 모르는 소녀였다.

 

“사라.”

 

“사라?”

 

“응! 사라.”

 

“난 이레스야.”

 

뭐가 그리 즐거운지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이름을 밝히는 사라의 모습에 피식 실소를 흘린 이레스도 자신의 이름을 밝히고는 소환되자마자 머리 위에 앉아 있는 실피아에게 물었다.

 

“심심해?”

 

-응!

 

당연한 것을 묻는다는 듯이 말하는 실피아였다.

 

이레스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머리 위에 손을 올렸고 실피아가 살짝 하늘 위로 날아오르더니 자신의 손바닥에 앉아 그 손을 바로 사라에게 내밀었다.

 

“실피아라고 해.”

 

“…….”

 

사라는 멍하니 실피아를 바라보았고 그런 사라의 모습에 실피아가 고개를 갸웃하며 사라를 바라볼 때 이레스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실피아. 사라랑 놀아줄래?”

 

-알았어!

 

처음 보는 사람임에도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이 큰 소리로 대답한 실피아와 그 대답에 해맑은 미소를 그리며 반기는 사라였다.

 

실피아가 바로 하늘 위로 떠오르더니 사라에게 손짓을 하여 정원을 향해 달려갔고 이레스는 미소를 그리며 바라보다 천천히 인상을 찌푸리며 영주성을 바라보았다.

 

“……뭐 이리 문제가 많아.”

 

영지전은 헨바인 백작을 쓰러트렸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보복에 대비하기 위해 그의 친척들을 찾아 협상을 하거나 전쟁을 통해 끝마무리를 완벽하게 지어야 했으며 헨바인 영지를 다스릴 사람도 찾아야 했고, 미처 구하지 못한 인신매매 피해자들도 찾아야 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문제의 범위 안이었기에 고민이 전부였지만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머릿속을 쿡쿡 찔러버렸다.

 

영주성 1층 창문을 통해 한 여인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푸른 잎사귀 부족의 엘프 아실리였다.

 

왕의 목소리가 생각보다 엘프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물건이었는지 아실리는 카인과 만난 계기를 알게 되자 바로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고 카인이 올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했다.

 

물론 여기서 끝이면 상관없었다. 하지만 인간들을 믿을 수 없다며 자신을 멀리서 따라다니고 있다는 것이었다.

 

“일단 무시하고.”

 

지금도 이리저리 떠돌아다닐지 모른다.

 

자신이 만났을 때 카인은 왕의 목소리를 찾기 위해 인간으로 변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이 죽은 후에 왕의 목소리를 가지고 간다고 했으니 자신이 죽었다는 소문을 들을 때까지 인간들의 땅에 자리하고 있을 확률이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아직 카인이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믿고 기다릴 수밖에 없었고 카인이 오지 않더라도 카인의 이름, 드라이어드라는 나무의 정령을 사용하는 정령사를 찾고 있다고 이야기를 하면 분명 연관된 사람이 올 것이라 생각했다.

 

다시 고개를 돌린 이레스는 사라와 실피아가 해맑은 미소를 그리며 놀고 있자 잔디밭에 털썩 주저앉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야?”

 

쉴 틈도 없다는 듯이 한 사람이 찾아오고 돌아가면 또 한 사람이 찾아왔다.

 

“취익. 모든 산적들을 토벌하고 왔습니다.”

 

잔당들이 남아 있을 수도 있으니 토벌하고 오라고 명령을 내리자마자 모든 오크들을 데리고 성 밖으로 나갔던 케르취가 돌아와 보고를 한 것이었다.

 

이레스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자신의 옆 바닥을 툭툭 건드렸다.

 

“앉아.”

 

“취익! 알겠습니다!”

 

케르취는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더니 이레스의 옆에 털썩 주저앉았고 그런 케르취의 모습에 작게 미소를 그린 그는 영주성 안쪽에 자리하고 있는 아실리를 떠올리고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아실리는?”

 

“취익! 무시하고 다닙니다! 취익!”

 

무언가 짜증 난다는 음성이 섞여 있는 대답이었다.

 

이레스는 자신도 모르게 피식 실소를 흘리고는 다른 질문을 던졌다.

 

“몬스터의 숲은…….”

 

“취익. 그것 때문에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응?”

 

원래는 문제가 없느냐고, 지원이 필요하냐고 물으려 했었다.

 

이레스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케르취를 바라보았다.

 

케르취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취익! 전쟁이 시작되기 전날이었습니다. 이상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취익!”

 

“이상한 사건?”

 

“몬스터의 숲 깊숙한 곳으로 정찰을 나갔던 울프라이더 다섯이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깊숙하게 들어갔다면 며칠 걸린다는 거 아니야?”

 

전쟁이 시작되기 전날이라고 했다. 즉, 자신들이 출발하던 그날 오후에 도착했을 수도 있었다.

 

“취익! 다섯 밤이 지났습니다.”

 

“…….”

 

“취익! 안쪽에 무언가가 숨어 있는 거 같습니다. 예전에 몬스터의 숲 깊숙한 곳에서 몬스터가 죽어있길래 취익! 확인해보니 주변에서 화살을 찾았습니다. 취익!”

 

“화……살?”

 

“취익! 저의 종족과는 다른 종족이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른 종족?”

 

“취익! 그렇습니다.”

 

이레스는 자신도 모르게 전생의 기억을 되돌리는 듯이 하늘을 올려다보았고 어떠한 기억도 나타나지 않자 차선책을 선택했다.

 

“알레인에게는?”

 

“취익! 아직 보고하지 않았습니다.”

 

“그럼 그 화살은?”

 

“취익! 마을에 보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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