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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공작 102화

무료소설 구름공작: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47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구름공작 102화

제1장 인신매매 (2)

 

 

쿠우웅!

 

콰직!

 

마나가 담긴 채 강하게 내려찍으니 나무판자에 금이 가기 시작했고 한 번 더 오른발을 들어 올려 내려찍으려 할 때 나무판자가 무너지며 그의 신형이 아래로 뚝 떨어졌다.

 

“빙…….”

 

작은 미소를 그리며 중얼거리던 이레스는 바닥에 착지하는 것과 동시에 무릎을 살짝 굽히며 땅을 박차 앞으로 돌진했다.

 

쉬이익!

 

무너지는 천장을 따라 자신을 향해 천천히 고개를 돌리는 두 산적을 발견한 것이었다.

 

“누, 누…….”

 

“……고.”

 

한 산적이 큰 소리로 외치며 검을 뽑기 전에 이레스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의 양손이 두 산적의 목을 붙잡았고 강하게 힘을 주었는지 그의 손등에 약간의 힘줄이 튀어나왔다.

 

빠각.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두 산적의 신형이 천천히 허물어졌다.

 

털썩. 털썩.

 

탁! 탁!

 

양손을 몇 번 부딪쳐 손을 턴 이레스는 바닥에 쓰러진 산적들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다 지하 공간을 둘러보았다.

 

“…….”

 

동굴처럼 천장은 흙으로 되어 있었지만 주위는 쇠창살로 만들어진 감옥이 존재했다. 역시 건축 쪽에서 일한 사람이 만든 것 같은 흔적이 느껴졌다.

 

이레스는 자연스럽게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집에서 검을 꺼내 쇠창살 안쪽을 바라보았다.

 

쇠창살 안쪽에는 사람이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방에 묻은 굳어버린 피와 구석에 모여 있는 배설물을 보니 며칠 전까지만 해도 사람이 갇혀 있었다는 느낌을 받을 수가 있었다.

 

쉬이익!

 

오러가 둘러싸인 검신이 쇠창살을 베어버렸다.

 

카가강.

 

아무리 오러를 씌웠다고 해도 금속으로 만들어진 쇠창살과 부딪치며 마찰음이 생겼지만 쇠창살은 부서졌고 이레스는 다시 걸음을 옮겨 보이는 족족 쇠창살을 부수며 계속해서 안으로 걸어갔다.

 

“사, 살려주시오!”

 

“흑흑흑!”

 

잘못 들었나 싶었을 정도로 작던 사람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며 귓속을 파고들었고 목소리를 따라 계속해서 걸음을 옮기니 이레스의 시야로 쇠창살 안에 갇혀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들어왔다.

 

남녀 구분할 것 없이 모두 나체가 된 채로 누구는 쇠창살을 붙잡으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고 누구는 감옥 안쪽에서 울음을 터트리며 절망에 빠져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이레스의 인상이 자연스럽게 찌푸려졌다.

 

자신을 향한 외침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 누구도 자신을 발견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런데도 살려달라고 외치고 있었으니 그것은 자신들을 붙잡은 산적들에게 부탁을 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인상이 찌푸려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그들의 외침이 ‘늦었다’는 느낌을 전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때였다.

 

이레스가 검을 쥔 오른손에 힘을 주며 근처에 자리한 감옥으로 향할 때, 그의 귓속으로 절망에 물들어버린 사람들의 외침과는 다른 행복이 깃든 음성이 귓속을 파고들었다.

 

“그래. 그러면 얼마나 좋아.”

 

“…….”

 

무의식적으로 걸음을 멈춘 이레스가 힐끗 자신의 검을 바라보다 오러를 회수하고 검을 검집으로 돌려보냈다.

 

저벅. 저벅.

 

“살려…….”

 

그 누구도 자신들을 구해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작은 희망이라도 가지기 위해 살려달라고 호소하던 사람들이 더욱더 감옥 안쪽으로 들어가는 이레스를 발견하고는 입을 다물었다.

 

안으로 걸음을 옮기면 옮길수록 이레스를 발견한 사람들이 입을 다물며 그를 바라보기 시작했고 감옥 안에는 어느새 사람들의 외침이 사라지고 사내의 행복이 담긴 음성만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어차피 너는 살아남지 못해. 계속해서 여기에서 나와 같이 함께 사는 거야. 흐흐흐.”

 

“욕망을 해소하는 행복이었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린 이레스가 걸음을 멈추고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감옥 안에는 거구의 사내가 나체가 된 여인의 양팔을 한 손으로 붙잡아 포박한 뒤에 그녀의 위에 올라타고 있었다.

 

반항도 포기했는지 몸이 축 늘어진 듯이 힘이 없는 여인의 모습에 이레스의 인상이 더욱더 찌푸려졌다. 하지만 거구의 사내는 뒤에 누가 서 있는지도 모르는 채 여인의 몸을 계속 훑어보며 그녀의 양손을 봉인한 오른손을 대신해 왼손이 한을 풀어주듯 그녀의 몸을 계속해서 만졌다.

 

사내의 덩치가 너무 커서 여인의 얼굴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반항하기를 포기했다고 생각한 것은 그녀의 새하얀 다리가 어떠한 저항의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기에 확신할 수가 있었다.

 

이레스가 성큼성큼 걸음을 옮겨 쇠창살을 잡고 양손에 힘을 주었다.

 

콰지지직.

 

어차피 제대로 관리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마나의 힘만으로 구부러트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쇠창살이 구겨지는 기이한 소음이 감옥 안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고 그제야 이상함을 감지한 거구의 사내가 천천히 몸을 돌려 이레스를 바라보았다.

 

“…….”

 

“…….”

 

쇠창살을 구부러트리고 안으로 들어선 이레스가 어느새 자신의 앞에 있자 서 있는 모습에 멍하니 그를 바라보던 거구의 사내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새로 들어온 녀석이냐?”

 

“크큭.”

 

아마 자신이 이방인이라는 것은 그도 알 것이다. 하지만 난데없이 자신의 앞에 나타난 그의 모습에 그 물음밖에 생각나지 않은 것 같았다.

 

이레스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리고는 천천히 손을 들어 사내의 머리카락을 움켜잡았다.

 

“헨바인 백작을 대신하여 인간을 판매하는 짓을 하는 것을 보면 너도 정말 대단히 미친 거 같긴 하단 말이야.”

 

“……누구냐!”

 

자신의 측근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가 처음 보는 사내에게서 나오자 거구의 사내는 눈을 부릅뜨며 이레스의 팔목을 붙잡아 반격을 시도했지만 그는 그의 손을 잡은 이후 더욱더 당황하고 말았다.

 

팔목을 부러트리기 위해 힘을 주어 압박을 하려 해도 마치 단단한 쇳덩이를 만지는 것처럼 손에서는 어떠한 느낌도 전해지지 않은 것이었다.

 

여인의 양손을 붙잡고 있던 왼손이 자신의 팔목을 붙잡고 있자 물끄러미 거구의 사내를 내려다보던 이레스가 반대 손으로 팔목을 쥐고 있는 그의 왼쪽 팔목을 붙잡았다.

 

꾸욱.

 

우드득.

 

“크아악!”

 

마치 뼈가 부러지는 듯한 고통에 거구의 사내는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고 말았고 이레스는 그런 그의 모습을 확인하는 것과 동시에 더욱더 힘을 주었다.

 

빠각!

 

“누구냐고 물었지?”

 

“크아악!”

 

부러진 것인지 덜렁거리는 손목을 보고 왼손을 내리자 거구의 사내는 반격을 하기는커녕 자신의 부러진 팔을 바라보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고 이레스는 아직도 그가 여인을 깔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오른발을 들어 그의 얼굴을 가격하며 대답했다.

 

퍼어억!

 

쿠당탕탕!

 

“너 데리러 온 사신이다. 새끼야.”

 

* * *

 

양팔, 양쪽 다리, 마지막으로 목을 부러트리는 것으로 거구의 사내를 쓰러트린 이레스는 바로 감옥 안에서 빠져나오려다 아직 감옥 안에 겁탈을 당할 뻔했던 여인이 존재하다는 것을 깨닫고는 상의를 벗어 던져준 후에 다른 감옥에 있는 사람들을 구출하기 시작했다.

 

‘고역이구만.’

 

겁탈을 당할 뻔하였던 여인에게 상의를 벗어 던져줄 때에도 그녀가 민망하고 부끄러울까봐 인기척이 느껴지는 곳으로 옷을 던져주어 그녀의 몸을 최대한 보지 않으려고 하였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을 구출하기 시작하니 그런 문제는 별로 상관없는 것이 되어버렸다.

 

모두 나체가 된 채로 갇혀 있었기 때문이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흐흐흑.”

 

절망에서 구해졌다는 것에 연신 허리를 숙여 감사를 표하는 사람들과는 다르게 몇몇 여인들이 끔찍한 경험을 하지 직전에 구출된 것인지 직후에 구출된 것이지 알 수가 없을 정도로 계속 울음을 터트렸다.

 

이레스는 그런 그들을 데리고 바로 감옥을 빠져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진정할 때까지 기다려주었고 약간 안정이 되었는지 여인들의 울음소리가 줄어들자 바로 남성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가 천천히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이레스도 남자였다. 그렇다 보니 여인의 알몸을 보는 것은 약간의 창피함이 있었지만 같은 남자의 알몸을 보는 것은 창피함을 넘어서 민망함이 몰려왔기 때문이다.

 

이레스가 하늘을 올려다보는 채로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까 들어오면서 보았는데 출구에서 가장 가까운 감옥과 비어 버린 감옥이 있던데.”

 

“……크윽.”

 

무언가가 떠올랐는지 몇몇 사람들은 몸을 흠칫 떨거나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시끄럽다며 죽인 것으로 알고 몇몇 비어 버린 감옥은 이미 다른 곳으로 팔려갔다고…….”

 

출구에서 가장 가까우니 소리를 지르면 아무리 방음 처리가 되어 있고 깊숙한 지하 감옥에 갇혀 있어도 소리가 새어 나갈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산적들은 그런 사람들을 다른 감옥으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죽이는 것으로 해결했다.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리고 만 이레스가 황급히 정신을 차리고는 노엔에게 벅튼과 병사들을 데리고 오라고 하고 오크들은 먼저 헨바인 영지로 돌아가라는 말을 전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레이즈 가문에서 이미 오크들은 이종족으로 분류되어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오크는 여전히 몬스터였기 때문에 아직 제대로 된 휴식도 취하지 못한 인신매매의 피해자들이 밖으로 나오자마자 오크를 보면 놀랄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노엔이 벅튼과 케르취에게 말을 전하기 위해 떠나자 이레스는 이미 팔려나간 사람들을 찾기 위해 피해자들에게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며 기다렸고 벅튼을 중심으로 병사들이 도착하자 그는 바로 벅튼에게 다가가 말했다.

 

“한 번 더 둘러보고 나갈게.”

 

아직 남아 있지는 않겠지만 피해자들이 어디로 떠났는지 알 수 있는 흔적을 발견할 수도 있었다.

 

“알겠습니다. 조심하십시오.”

 

잠시 생각을 하던 벅튼이 고개를 살짝 숙이며 대답하고는 피해자들과 함께 감옥을 나가자 이레스는 다시 주위를 둘러보며 놓친 흔적이 있는지 쇠창살 안쪽을 하나하나 살펴보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감옥은 사람들을 구출하는 순간부터 텅 비어 있었다.

 

존재하는 것이라고는 자살을 한 것인지 피로 물들어버린 몇몇 감옥이 전부였지만 일단 사람들을 전부 구출한 것은 확실했기에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작은 만족을 하려 할 때였다.

 

“…….”

 

하나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이레스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인기척의 주인을 바라보았고 다시 천장을 올려다보며 기척의 주인이 보내는 시선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

 

방금 거구의 사내에게 겁탈을 당할 뻔하였던 여인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었다.

 

알몸으로 있었기에 너무 민망한 나머지 얼굴도 보지 못하고 밖으로 빠져나왔지만 나오기 전에 자신의 상의를 벗어주었기에 그녀가 아까 그녀인지 확인하는 것은 간단한 일이었다.

 

“……어라?”

 

아주 잠깐이지만 그녀의 얼굴을 보았을 때 무언가가 마음에 걸렸다.

 

이레스는 민망함을 무릅쓰고 천천히 고개를 떨구어 여인의 얼굴을 바라보았고 이내 인상을 확 찡그리고 말았다.

 

“이런 빌어먹을.”

 

너무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하지만 이레스는 오히려 그런 사람 같지 않은 아름다운 외모를 보고 욕설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나뭇잎보다 더 선명한 에메랄드빛 머리카락과 사람 같지 않은 아름다운 외모, 그리고 사람과는 다르게 뾰족 솟아오른 귀가 그의 시야를 가득 채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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