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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공작 101화

무료소설 구름공작: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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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구름공작 101화

제1장 인신매매 (1)

 

 

그레이즈 가문처럼 아무리 검으로 유명한 가문이 지배하는 땅이어도 산적은 존재했다. 소규모라도 말이다.

 

물론 사람들을 상대로 약탈을 하면 토벌이 있었기에 약탈을 통한 연명에는 한계가 있어 그들은 다른 산적단들과는 다르게 산 위에서 자신들이 살 수 있는 마을을 만들고 농사를 지어 산적이라기보다는 나라에 세금을 바치지 않는 화전민에 가깝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레이즈 가문에서 파생되어 떨어져 나갔어도 검의 가문은 검의 가문인 헨바인 가문의 주변 산적단은 다른 검의 가문과는 달리 많은 산적들이 존재했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기는 하였지만 동방 경계선이 자리하고 있는 동쪽 성문을 제외하고 서, 남, 북쪽의 산에는 산적들이 자리하고 있었으며 매일은 아니더라도 일정한 주기로 산을 지나는 사람들을 약탈했다.

 

매일같이 약탈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주기로 약탈을 해도 사람들의 물건을 빼앗는 범죄인 것은 마찬가지.

 

영지민들은 당연히 헨바인 백작에게 탄원서를 올려 보냈지만 그는 너무 거대한 산맥에서 산적들을 찾기 힘들다는 이유로 토벌을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아무도 모르는 정확한 이유는 산적의 주둔지를 찾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콰아아앙!

 

거대한 폭발음과 동시에 나무로 만들어진 울타리가 박살 나며 수십 명의 병사들이 산적의 마을로 들어섰다.

 

“으, 으으…….”

 

울타리를 경계선 삼아 뒤로 물러나 있던 산적들은 병사들이 안으로 들어오는 걸음에 맞추어 천천히 뒤로 물러섰다.

 

갑옷과 검으로 무장한 기사들은 지금이 아니더라도 가끔 본 적이 있는 산적들은 자신의 앞에 있는 군대의 수가 너무 적어 처음에는 걱정을 하지 않았었다.

 

아무리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숫자로 덤비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제대로 훈련을 받은 병사들이었기에 위협만 주고 후퇴시키려고 했었다.

 

하지만 울타리 안쪽에서 본 병사들을 지휘하는 검은 머리의 청년과 그 뒤를 따라 움직이는 하나의 생명체를 발견하였을 때 그들의 안심이라는 감정은 순식간에 공포감으로 뒤바뀌고 말았다.

 

“취이익.”

 

인간형 몬스터의 최상위 포식자이자 한때는 이종족으로 분류되었던 거대한 몸집을 자랑하는 몬스터, 오크가 청년의 뒤를 따라 자신들을 노려보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가 마지막이지?”

 

산적들을 보는 둥 마는 둥 이리저리 마을을 둘러보던 검은 머리의 청년, 이레스가 벅튼에게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헨바인 백작가를 무너트린 이레스는 영지민들에게 헨바인 백작의 만행을 알리고는 몇 시간 만에 최소의 병력을 이끌고 영지를 나왔다.

 

인신매매가 이루어지는 현장을 찾기 위해 영지를 수색했지만 납치당한 사람들을 찾을 수가 없자 생각을 달리한 것이었다.

 

사람을 납치해서 판매를 한다면 자신의 영지에서 직접 판매를 하는 것보다 대리인을 통해 판매를 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는 생각이 든 것이었다.

 

어차피 인신매매 자체가 범죄이기 때문에 불법이다. 즉, 영지 안에서 판매를 하는 것은 너무 위험부담이 컸으니 모든 작업은 영지 바깥에서 이루어졌다고 결론이 나온 것이었다.

 

헨바인 백작이 직접 거래를 한다면 인신매매를 통해 협박을 당할 수가 있으니 대리인이 필요했다. 즉 공범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기에 그쪽으로 생각을 해보니 이레스의 머릿속에 떠오른 자는 산적과 마적이었다.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헨바인 백작은 자신들의 측근을 통해 사람들을 납치하면 그들을 산적들에게 넘기고 판매를 맡기는 중개인 역할을 만들었다.

 

증거로 헨바인 영지를 중심으로 서쪽에 자리 잡은 산적단을 가장 먼저 토벌하고 수색하였을 때 몇 명이기는 하였지만 다리에 철구를 단 채 일을 하거나 감옥에 갇혀 있는 피해자를 구출해낼 수 있었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벅튼이 무의식적으로 말을 흐리며 주위를 둘러보자 이레스도 그의 시선을 따라 산적의 마을을 둘러보았다.

 

지금까지 토벌했던 두 산적단보다 더욱더 거대하고 화려한 마을이었다. 심지어 산적들이 들고 있는 무기 중 몇 자루는 새로 만들어진 무구였다.

 

물끄러미 산적들의 무기를 바라보던 이레스가 피식 실소를 흘리더니 그레이즈 가문의 병사들과 오크들의 뒤에 서 있는 헨바인 가문의 문양이 적힌 갑옷을 입은 병사를 바라보았다.

 

“남쪽이 가장 약탈이 덜했던 곳이라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렇습니다.”

 

영지민들에게 헨바인 백작이 인신매매를 하고 있었다고 공표하자마자 이레스는 자신을 도와 피해자를 찾을 사람을 찾기 시작했다.

 

이레스에게 헨바인 영지는 단 한 번밖에 들른 적이 없던 생소한 영지였기 때문에 수색을 하기 힘들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헨바인 백작의 범죄를 듣고 너무 당황한 나머지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지만 뒤늦게 한 사내가 번쩍 손을 들며 돕겠다고 외쳤었다. 그리고 그가 바로 헨바인 영지에서 살고 있는 평범한 영지민이 아닌 방금 전까지만 해도 이레스와 죽고 죽이는 싸움을 하고 있던 헨바인 가문의 병사, 사람들을 납치하여 판매를 하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그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던 평범한 병사였다.

 

산적들을 토벌할 때마다 발견되는 납치된 사람들의 모습에 입술을 살짝 깨물며 대답하는 병사의 모습에 이레스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정면을 바라보았다.

 

“케르취, 벅튼.”

 

“취익! 부르셨습니까!”

 

“예!”

 

“다 죽여.”

 

케르취와 벅튼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며 걸음을 옮기자 병사들도 두 사람을 따라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고 산적들이 그들의 걸음에 맞추어 또 한 번 뒤로 물러서며 자신의 무기를 강하게 쥐었다. 하지만 그것도 한순간이었다.

 

무기를 강하게 쥐는 것과 동시에 병사들의 앞으로 나서는 오크들과 눈이 마주친 것이었다.

 

“으아아아아!”

 

오크의 무서움을 알기에 오크들과 눈이 마주친 산적들은 동시에 소리를 지르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을 치기 시작했고 이번에는 케르취와 벅튼이 산적들의 걸음을 맞추어 빠른 속도로 달려가며 소리를 질렀다.

 

“산적들을 토벌하라!”

 

와아아아!

 

“취익! 아군을 제외한, 무기를 들고 있는 모든 자들을 사냥하라! 취익!”

 

취이이익!

 

이레스가 데리고 온 최소의 병력은 기사들 중에 가장 경험이 풍부한 벅튼과 가장 전장 경험이 많은 숙련된 병사 스무 명, 검은 갈퀴 부족의 족장 케르취와 다섯 오크였다.

 

산적들을 상대하기에는 반도 안 되는 병력이었지만 그들은 상대가 오십이 넘든, 육십이 넘든 작은 상처만 입은 채 모든 산적단을 토벌할 수 있었다.

 

평범한 병사들과 기사만 있었으면 모르겠지만 인간형 몬스터 중 최상위 포식자라 불리는 오크와 함께 움직이니 산적들이 반격도 생각하지 못하고 그저 공포에 벌벌 떨며 도망을 쳤기 때문이다.

 

병사들도 산적들과 똑같은 인간이고 인간들에게 가장 친숙하면서 가장 유명한 몬스터가 오크였기에 그레이즈 가문의 병사들도 두려움에 떨어야 정상이었지만 그들은 이미 헨바인 가문과의 전투에서 오크들에게 자신의 등을 맡길 정도로 신뢰가 쌓여 있어 두려움보다는 자신감에 들어차 있는 상태였다.

 

도망치는 산적들을 쫓아 자신의 무기를 휘두르며 토벌하는 오크와 병사들의 모습을 바라보던 이레스는 그들의 지휘관임에도 불구하고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홀로 걸음을 옮기며 마을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산적들의 주 자원이라 불리는 약탈이 힘든 상황에서도 이런 마을을 만드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아무리 자급자족을 한다고 해도 돈이라는 물건은 반드시 필요한 물건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약탈을 포기하고 농사를 통해 이런 마을을 건설했다는 것은 믿을 수가 없는 이야기였다.

 

산적들이 생산한 농산물은 판매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농산물보다 등급이 떨어지기 때문에 실제 판매되는 농산물의 절반도 되지 않는 가격으로 팔리는 것도 그렇지만 그 누구에게도 산적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구입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한마디로 약탈과 농사가 아닌 다른 수입원이 존재하다는 이야기였다.

 

“노엔.”

 

이레스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순간, 작은 지진과 함께 땅속에서 흙의 정령, 노엔이 나타났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 좀 찾아봐 줄래?”

 

-……알았어.

 

소환되는 것과 동시에 자신의 바지춤을 잡고 올려다보던 노엔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대답하자 이레스는 무릎을 굽혀 쪼그려 앉더니 땅속으로 스며드는 노엔의 머리를 작게 쓰다듬으며 주위를 살펴보았다.

 

의심이 가는 건물은 많았다. 그래서 부를 수밖에 없었다.

 

다른 산적의 마을처럼 의심이 가는 건물이 몇 개 없으면 일일이 찾으면 되었다.

 

몇 시간 전만 해도 헨바인 가문과의 전투에서 흙의 정령력을 사용했기에 가능한 아껴두는 것이 옳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의심이 가는 건물이 많고 시간도 오래 지나 주위가 석양으로 물들어버리니 노엔의 힘을 빌리는 것이 빠르겠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주위를 둘러보며 잠깐 기다리니 머릿속으로 노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레스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마을 한구석에 자리 잡은 작은 건물 안으로 걸어갔다.

 

끼이익.

 

문고리도 달려 있지 않은 건물이었기에 잠시 갸웃했지만 문을 살짝 밀어보니 자연스럽게 문이 열렸다.

 

곡식으로 가득 차 있는 작은 식량 창고가 눈에 들어왔다.

 

평범하게 둘러보면 그저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식량 창고에 지나지 않았지만 머릿속에서 들려왔던 노엔의 말을 떠올려 바닥으로 시선을 돌려보니 그런 것 같지도 않았다.

 

“흐음…….”

 

건물 아래에서 사람을 찾아냈다고 한다. 그리고 바닥을 내려다보니 그럴 것 같기도 했다.

 

나무로 만들어진 작은 창고임에도 불구하고 바닥이 흙으로 되어 있는 땅이 아니라 바닥에 나무판자를 덮고 그 위에 건물을 세우는 제대로 된 건물이었기 때문이다.

 

평범한 영지에서 이런 건물을 본다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산적의 마을에서 나무판자로 바닥을 덮으며 기초공사를 한 뒤에 그 위에 건물을 지었다고 생각하니 실제로 건축 쪽에서 일했던 인물이 산적단에 존재하거나 직접 사람을 불러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다른 건물들도 살펴보았지만 이 곡식 창고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거대한 것이 전부인 낡디낡은 건물이었다.

 

산적단에 건축 쪽에서 일했던 사람이 존재했다면 이 건물만 제대로 기초공사를 한 뒤에 건물을 세울 리가 없었다.

 

다시 안으로 고개를 돌려 바닥을 내려다보던 이레스가 피식 실소를 흘리며 천천히 오른발을 들어 올렸다.

 

“비밀장치를 찾기는 개뿔.”

 

처음에는 어떻게 지하실이 존재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비밀장치가 있나 찾아보려 했지만 그럴 필요가 없었다.

 

자신이 사용할 건물도 아닌데 일부러 비밀장치를 찾아 지하로 내려갈 이유가 없었던 것이었다.

 

그냥 때려 부수면 그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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