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공작 10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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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49회 작성일소설 읽기 : 구름공작 100화
제11장 후환을 남기면 안 되거든 (2)
흙이 저절로 솟아났다.
자연을 다루는 자들은 단둘밖에 없었다.
마법사와 정령사.
현재 헨바인 가문의 마법사는 바람의 장착을 막다가 큰 부상을 입어 전투에 참여하지 못하는 상황이며 그레이즈 가문은 마법사를 데리고 오지 않았다.
모두의 시선이 천천히 돌아가 성벽 위에 서 있는 정령사 이레스를 바라보았다.
이레스는 마치 사람들의 시선을 느끼지 못하는 듯이 성벽 위에서 헨바인 백작을 빤히 내려다보았고 흙의 벽을 바라보던 그도 어느새 이레스를 바라보며 몸을 떨고 있었다.
“저 새……. 저 자식 올려줘.”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병사들을 미끼로 삼아 도망치는 모습에 이성이 끊길 뻔했지만 아무리 화가 나도 노엔에게 욕설을 내뱉으며 부탁할 생각이 없던 이레스가 황급히 정정하며 부탁하자 땅속에 숨어있던 노엔이 그의 어깨 위로 날아오르더니 헨바인 백작이 서 있는 부분의 땅을 하늘 위로 솟구치게 했다.
쿠구구궁.
거대한 지진이 일어나며 헨바인 백작만이 홀로 성벽 가까이까지 올라왔고 이레스는 그를 바라보다 이를 갈았다.
“미쳐도 단단히 미쳤군.”
“……인간인가?”
몸을 부들부들 떨던 헨바인 백작이 자신도 모르게 물었지만 이레스는 이딴 인간에게 답해줄 생각이 없었다.
이레스가 천천히 손을 들어 올리자 그의 손으로 오러탄인 먹구름이 생성되어 쏘아졌고 살고자 하는 욕구 때문인지 헨바인 백작은 무의식적으로 검을 휘둘렀다.
쉬이익!
콰아앙!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그의 주위가 사방으로 퍼지는 검은 오러로 인해 어두워지고 점점 환해졌을 때 헨바인 백작은 자신과 똑같은 방법으로 솟구친 땅 위에 서 있는 이레스를 볼 수 있었다.
이레스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렇게 살고 싶었는지 의문이 드는군.”
“……인간인가?”
반박하는 대신 헨바인 백작은 다시 정신을 차리지 못한 듯이 또 질문을 했다.
이레스는 작게 숨을 고르고는 천천히 검을 휘둘렀다.
“그래, 이 미친 새꺄. 인간이다.”
촤아악!
* * *
헨바인 백작의 죽음.
전쟁은 그의 죽음을 끝으로 끝이 났다고 볼 수 있었다.
그의 목이 땅으로 떨어지는 순간 병사들이 반격을 하는 대신 멍하니 이레스를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이레스가 땅으로 내려오는 순간 기사들이 공격했지만 언제 도착했는지 그의 뒤에 서 있던 케르취와 벅튼이 그것을 막고 그들을 쓰러트렸다.
“…….”
이레스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두려움에 떠는 병사들을 천천히 훑어보다 한 병사의 멱살을 붙잡으며 물었다.
“영지민들은?”
“…….”
“영지민들은?”
“……여, 영주성에.”
두 번 질문을 한 후에야 대답하자 이레스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모든 병사들을 이끌고 영주성으로 향했다.
병사들은 도망도 치지 못한 채 멍하니 서 있었고 이레스는 그런 병사들을 무시하고 목숨을 잃고 쓰러진 기사들을 피해서 영주성으로 갔다.
이레스가 벅튼에게 말했다.
“병사들에게 말해서 영지민들을 전부 내보내.”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레스가 주머니에서 하나의 종이를 꺼내 건넸다.
고이 접혀 있는 종이를 바라보던 벅튼이 말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을 빤히 바라보며 뭐냐고 묻자 이레스는 짜증난다는 듯이 뒷머리를 벅벅 긁으며 대답했다.
“읽고 찾아내. 아마 여기에 없겠지만 증거는 있을 수도 있어.”
“……?”
잠시 고개를 갸웃하던 벅튼은 조심스럽게 종이를 펼쳐 읽기 시작했고 몸을 움찔움찔 떨다 종이를 다시 곱게 접어 하의 갑옷에 만들어진 주머니에 넣었다.
“찾아보겠습니다.”
“벌써 떠난 사람들도 있겠지만 여기에도 많을 거야.”
인신매매는 대륙이 인정한 극악의 범죄였다. 분명 귀족들 중에는 인신매매를 한 귀족은 드물 것이고 대부분이 사람이 필요한 광산을 보유한 재력가가 구입했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리고 기사단을 두 개로 나눠서 한쪽은 암흑가 새끼들 족쳐봐. 아직 있다면.”
“알겠습니다.”
벅튼의 표정이 진지해지더니 영지민들을 밖으로 내보낼 기사 몇 명만 남기고 두 소대로 나누어 움직였다.
다시 천천히 걸음을 옮겨 영주성의 입구에 도착하니 이미 자신의 명령을 따라 영지민들을 밖으로 내보내는 병사들이 눈에 들어왔다.
영지민들이 온몸에 피칠갑을 한 채 옆에는 오크를 대동한 이레스가 나타하자 자신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었다.
“……!”
“으, 으아아앙!”
어른들은 깜짝 놀라며 뒤로 물러섰고 아이들은 울음을 토했다.
“어, 어.”
너무 당황했는지 아이를 안고 있던 엄마는 어떠한 행동도 취하지 못한 채 자신의 아이와 오크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
이레스가 천천히 걸음을 옮겨 아이에게 다가가더니 아직 어깨에 앉아있는 노엔을 손바닥 위에 올린 채로 아이에게 내밀었다.
“으아아아…….”
자신보다 작은 소년의 모습에 울음을 토하던 아이는 멍하니 노엔을 바라보았고 노엔은 그런 아이의 머리에 자신의 작은 손을 올리며 작게 쓰다듬었다.
아이는 어느새 울음을 멈추더니 해맑게 미소를 그렸고 노엔도 그 모습에 쑥스러운 듯이 작은 미소를 그리며 고개를 숙였다.
이레스는 뒤에 서 있던 벅튼을 대신해 자신을 호위하는 엔델스를 바라보았다.
“헨바인 가문의 병사는 물론이고 모든 병사를 데리고 오고 영지민들은 영주성 앞에서 기다리라고 해.”
“알겠습니다.”
엔델스는 바로 고개를 숙이며 대답을 하더니 몸을 돌려 적병들을 데리러 떠났고 이레스는 다시 아이의 엄마에게서 멀어져 영주성을 나오는 영지민들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짜증나.”
분명 자신의 손에 의해 목숨을 잃은 사내들의 아내나 부모님이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이레스는 인상을 찌푸리며 영주성을 나오는 영지민들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건은 당연했다.
그렇게 인상을 찌푸린 채로 자신의 양옆으로 줄을 만들어 조심스럽게 영주성을 빠져나가는 영지민들을 바라보던 이레스는 비어버린 영주성의 입구를 바라보다 기사 아덴이 다섯 사람을 포박한 채로 다가오자 고개를 갸웃했다.
이번 전쟁의 제1의 피해자가 영지민이라면 두 번째 피해자는 헨바인 가문의 사람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가문의 주인이라면 분명 자신의 자식이나 아내를 친구나 친정으로 보낼 것이 분명했기에 헨바인 영지에는 따로 포박할 사람은 기사가 전부여야 정상이었다.
세 명의 사내와 두 명의 여인이 자신의 앞에서 무릎을 꿇자 이레스가 바로 아덴을 바라보며 물었다.
“……뭐냐?”
“헨바인 가문의 아내와 그의 아들들입니다.”
“…….”
이레스가 고개를 갸웃하다가 헨바인 백작보다 스무 살은 어려 보이는 여인과 그 여인의 치맛자락을 잡고 있는 소녀를 바라보다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쪽이십니까?”
일단은 어린아이가 따르고 있었으니 안 좋은 단어를 사용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질문에 몸을 흠칫 떤 여인이 이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자 이레스는 알았다는 듯이 똑같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로 고개를 돌려 발가벗고 있는 세 사내를 바라보며 아덴에게 물었다.
“얘들이 아들들이라고?”
“예. 조금 전까지 갑옷을 입고 검을 들고 있었지만 영주성에 들어서니 이들이 값비싼 물건을 챙기고 있어 잡았습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전쟁에 참여했다가 불리해지니 비싼 물건을 찾아 도망을 치려 했다는 것이었다.
“……응?”
갑자기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왜 이들이 값비싼 물건을 챙겨 도망치려 했냐는 것이었다.
자신이 알기로 현 헨바인 백작은 똑같은 백작가의 귀족의 자녀와 결혼을 했으니 자금력은 가문이 멸망해도 먹고 살 수 있을 정도로 풍부했다.
그런데 값비싼 물건을 가지고 도망친다니…….
이레스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다 천천히 오른발을 들어 좌에서 우로 휘둘렀다.
퍼버벅!
세 사내의 턱을 가격한 오른발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순간 사내들은 휘청거리다 철퍼덕 엎어졌다.
“아비가 쓰레기이니 자식들도 쓰레기군.”
한마디로 그들도 헨바인 백작이 무슨 일을 벌이고 있던 것인지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
이레스가 다시 고개를 돌려 여인을 바라보았고 이내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리고 말았다.
“너무 쉽게 죽였어.”
어려도 너무 어렸다. 얼굴만 보면 자신보다 세 살 정도 많아 보이는 얼굴이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쇄골 옆쪽으로 보이는 푸른 멍과 오른쪽 팔에 만들어진 붉은 멍이었다.
당황하며 움직이다 어딘가에 부딪쳐 생긴 멍일 수도 있겠지만 자신과는 스무 살의 차이가 나는 헨바인 백작이었으니 자신의 또래로 보이는 여인을 첩으로 데리고 있다는 것은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 이야기였다.
천천히 고개를 돌리니 이번엔 여인의 치맛자락을 잡은 채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자신을 올려다보는 작은 소녀가 눈에 들어왔다.
“…….”
“…….”
“안녕?”
이레스의 인사에 깜짝 놀란 것인지 소녀가 몸을 흠칫 떨더니 양손을 가지런히 모아 허리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
자신이 무슨 짓을 벌였는지 모르는 듯이 순수한 눈을 가진 채로 인사를 그 모습에 이레스가 미안하다는 듯이 씁쓸한 미소를 그리며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자 그녀는 의아하다는 듯이 자신의 머리를 매만졌다.
이레스가 그 모습을 바라보다 쪼그려 앉아 여인과 눈높이를 맞추며 물었다.
“진짜는 어디 있는지 알 수 있겠습니까?”
진짜.
헨바인 백작의 처가 어디 있냐는 질문이었고 그 질문을 바로 알아차린 여인은 대답을 했다.
“가문으로 돌아갔다고 들었습니다.”
첩이라도 헨바인 백작의 여인이었다. 하지만 남편을 죽인 자가 물었는데도 목소리가 떨리지 않으니 자신의 눈에 들어오는 푸른 멍이 평범하게 생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레스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케르취를 바라보았다.
“케르취.”
“취익! 부르셨습니까.”
이레스가 턱짓으로 쓰러진 세 사내를 가리켰다.
“아무도 보지 못하는 곳에서 죽여.”
“취익!”
케르취는 고개를 살짝 숙이며 대답하더니 자신을 따르는 두 오크에게 명령을 내려 그들을 어깨에 짊어지게 한 뒤에 자리를 떴다.
30분 정도 흐르자 병사와 영지민들을 모으라고 명령을 내렸던 기사들이 돌아왔다.
전쟁이 끝난 직후였기에 혼란스러웠지만 일단 새로운 백작령의 주인이 불러 영지민들과 병사들이 모였다는 이야기에 이레스는 노엔의 도움을 받아 천천히 걸음을 옮겨 영주성을 둘러싸고 있는 성벽 위로 올라갔다.
성벽 위에 도착하자마자 수많은 영지민들과 그 뒤에 고개를 푹 숙이며 서 있는 병사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레스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영지민들과 병사들을 살펴보다가 가방에서 서류를 하나 꺼냈다.
“영지전이 끝났습니다. 그래서 한마디 하려고 불렀습니다.”
…….
마나가 담긴 거대한 외침 때문인지 영지민들과 병사들이 두려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누구는 이레스가 존대를 했다는 것에 놀라고 있을 때 그의 입이 다시 열렸다.
“레벤!”
…….
영지민들과 병사들이 그의 외침이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겠다는 듯이 멍하니 바라볼 때 다시 그의 입에서 다른 말이 나왔다.
“알렉! 케빈! 비에나! 렉스! 라……!”
수십 개의 이름이 나왔다.
처음에는 갸웃했던 영지민들과 병사들은 점점 몸을 흠칫 떨며 그를 바라보고 있었고 서류에 적혀 있는 모든 이름을 전부 읽어낸 이레스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지금 말한 사람들과 연관된 분들…….”
“…….”
“전부 찾아오십시오. 모두 찾아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