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공작 9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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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448회 작성일소설 읽기 : 구름공작 99화
제11장 후환을 남기면 안 되거든 (1)
사람의 생각은 계속해서 바뀐다.
헨바인 백작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에는 도주를 선택했지만 이레스의 병력이 작다는 것을 얕잡아보아 바로 전쟁을 생각했고 오크가 있다는 것을 알고는 바로 퇴각을 하고 공선전을 선택했으며 이레스의 무력을 보았을 때는 바로 도망을 선택했다.
모든 방향에 이레스의 군대가 포진되어 있으니 평범하게 도주를 하기는 힘들었다.
독화살에 맞으면서도 신체능력을 이용하여 오크들이 계속해서 성벽을 넘어왔기 때문에 틈을 노리기 힘든 것이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바로 도주하는 것이 아니라 난전이 벌어지는 순간 그 틈에 끼어 몰래 영지를 벗어나 도망을 치는 것이었다.
타다다닥!
취이익!
빠른 속도로 성벽 위를 달려 서쪽 성벽으로 향하던 헨바인 백작은 귓속을 파고드는 오크의 울음소리에서 검을 들어 오른쪽을 향해 크게 베었고 성벽 위로 날아오르다 적을 발견해 무의식적으로 소리를 지른 오크는 제대로 된 공격도 해보지 못하고 그대로 땅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10초도 채 지나지 않아 수십의 오크들과 만나 그들을 공격하고 그들을 쓰러트렸다.
공중에서 날아올라 성벽 위에 안착하는 것이기에 그들은 피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쉬웠지만 마치 이미 예상한 듯이 피하는 것을 버리고 목숨을 잃을 정도로 큰 허점을 보이며 강한 공격을 하는 오크였기에 확실하게 죽이고 움직였기에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
타다닥.
“비켜라!”
계속해서 달려 동쪽 성문에 가까이 갔을 때 오크들과 싸우는 병사들의 모습이 보였다.
헨바인 백작은 큰 소리로 외치며 명령을 내렸지만 병사들이 오크들과 이레스 군대의 병사들을 막는 것에 온 집중을 하느라 듣지 못하자 길을 만들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검을 휘두르고 말았다.
촤아악!
그의 검에 의해 헨바인 군대의 병사가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성벽 위에는 사방이 적들이었기에 병사들은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했고 헨바인 백작은 서쪽 성문으로 향하는 일직선의 길을 만들기 위해 적아를 구분하지 않고 계속해서 검을 휘둘렀다.
촤아아악!
어떤 때에는 헨바인 군대의 병사가 그의 검으로 인해 목숨을 잃었고 어떤 때에는 오크들이, 어떤 때에는 이레스 군대의 병사가 그의 검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그렇게 계속해서 검을 휘두르며 헨바인 백작은 동쪽 성문에 도착할 수 있었다.
“취이익!”
동쪽 성문은 다른 성문보다 더 많은 오크들이 성벽 위에서 병사들과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동쪽 성문을 열어라!”
헨바인 백작은 무의식적으로 큰 소리로 명령을 내렸고 그의 목소리를 알고 있던 병사들이 뜻밖에 명령에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자신의 주군을 바라보았다.
지금도 오크들이 계속해서 성벽 위에 안착하고 있는데 성벽을 열라고 하니 당황한 것이었다. 하지만 백작은 그런 병사들의 의문을 풀어주기는커녕 계속해서 소리를 질렀다.
“빨리 열어!”
병사들은 목숨을 담보로 월급을 받는 직장이었기에 의문을 품었지만 기사는 충성을 맹세했기에 주군의 명령은 절대적이었다.
“명을 받듭니다!”
한 기사가 오크를 막는 것을 포기하더니 성문을 성벽을 내려갔다.
끼이익.
전투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성벽을 내려가 성문을 열려면 시간이 걸리기에 자신에게 접근하는 오크들을 쓰러트리고 성벽 위에 달라붙은 갈고리를 부수며 기다리니 성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순간 천천히 열리던 성문이 갑작스럽게 벌컥 열리며 오크와 이레스 군대의 병사들이 파도처럼 밀려들어오기 시작했다.
우아아아!
헨바인 백작은 다시 성문에 눈을 고정시킨 채 걸음을 옮기며 적들을 쓰러트렸고 황급히 성벽 아래로 내려가기 위해 계단을 향해 한 걸음 내디뎠을 때 귓속을 파고드는 바람을 가르는 소리에 황급히 몸을 돌려 검을 휘둘렀다.
쉬이익!
카아앙!
“오랜만이네?”
“……이레스.”
까드득.
젊은 사내의 목소리에 헨바인 백작이 무의식적으로 이를 갈며 그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검은 머리의 청년.
바람의 정령과 계약을 한 정령검사.
테라인 왕국의 왕자와 헥토스 왕국의 왕자의 검술 스승.
그리고 지금의 영지전에서 총사령관직을 맡고 있는 적들의 수장이자 헨바인 가문을 무너지게 만든 장본인이 눈앞에 서 있었다.
검은 머리의 청년, 이레스가 씨익 미소를 그리며 천천히 검을 늘어트렸다.
“항복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데.”
“……크큭.”
헨바인 백작은 이 상황에서 항복을 권하는 이레스의 모습에 어이없다는 듯이 웃음을 흘리더니 땅으로 늘어트린 검을 강하게 올려쳤다.
쉬이익!
까아앙!
그의 검이 올려쳐지는 순간 이레스의 검도 강하게 올라와 그의 검과 부딪쳤고 두 사람이 한 걸음씩 물러서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헨바인 백작이 먼저 입을 열었다.
“항복해도 목숨을 잃는 것은 마찬가지가 아닌가. 이레스 공자.”
왕의 명령서로 인해 영지전이 시작된 이유가 몬스터의 숲을 선동하여 그레이즈 가문을 공격하려 했다는 것이 아닌 인신매매로 인해서 영지전이 일어났다는 것을 알고 있던 헨바인 백작이었다.
“……가족은 살겠지.”
가만히 그를 바라보던 이레스가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말했지만 헨바인 백작은 또 한 번 웃음을 터트리며 성문을 바라보더니 땅을 박차며 그를 향해 갑작스레 돌진했다.
쉬이익!
모든 마나를 전부 개방한 듯이 엄청난 속도로 달려왔기에 잠시지만 몸을 흠칫 떤 이레스가 뒤로 한 발 물러서며 검을 휘둘렀다.
카아아앙!
달려오는 속도에 온 힘에 담겨 있어서였는지 헨바인 백작은 그 자리에 서 있었고 이레스는 뒤로 두 걸음 물러선 후에 다시 검을 늘어트렸다.
“역시 마나의 차이가 있어서 그런가?”
헨바인 백작은 익스퍼드 최상급이고 자신은 익스퍼드 상급이다. 하지만 그 차이는 마나의 차이였기에 검술 실력은 똑같았다.
이레스가 대수롭지 않는 듯이 중얼거리더니 다시 헨바인 백작에게 말을 걸었다.
“가족은 살려주지.”
“대신 헨바인 가문은 멸망하겠지?”
“……크큭.”
이번엔 이레스가 웃음을 터트리더니 진지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당연한 건 묻지 마. 헨바인 백작.”
“…….”
쉬이익!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마치 잔상이 일어난 듯이 이레스의 형체가 흐려졌고 헨바인 백작은 황급히 주위를 둘러보다 하늘 위로 검을 휘둘렀다.
카아앙!
이번엔 헨바인 백작이 뒤로 한 걸음 물러섰고 공중으로 날아올라 공격한 이레스는 마치 바람을 타고 있는 듯이 천천히 내려와 착지를 하고는 다시 검을 늘어트리며 말했다.
“후한을 남겨두는 것만큼 미친 짓은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
“단 여인들은 전부 살려주고 가문으로 돌려보내지. 대신 자손은 전부 죽이고 여인들이 복수를 원한다면 그들도 죽인다.”
너무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는 어떠한 감정도 섞여 있지 않았다. 하지만 전생의 기억을 통해 후환을 남기는 것이 가장 바보 같은 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아무리 아이라도 부모를 죽인 자손을 내버려두면 위험했기 때문이다.
결과로 헨바인 가문을 멸망시키고 여섯 살짜리 그의 손자를 살려두었다가 10년 뒤에 암살을 당할 뻔했었다.
“도망이 답이군.”
헨바인 백작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고 이레스가 미소를 그리며 다시 자세를 잡았을 때 그가 다시 말했다.
“하지만…….”
“……?”
“자네는 죽이고 가야겠네.”
약간 절망에 물들어있던 헨바인 백작의 눈에 살기가 담기기 시작했고 이레스는 작은 미소를 그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재밌겠네.”
전생에서도 헨바인 가문은 자신이 멸망시켰다. 하지만 자신의 손으로 헨바인 백작을 직접 죽인 것이 아니라 아주 치밀한 작전을 펼쳐 다른 가문과 떨어진 가문으로 만들어버려 쓰러트렸다. 그런 연유로 지금의 헨바인 백작이 아닌 다음 가주가 헨바인 가문을 다스릴 때 말살시켰으니 눈앞에 서 있는 헨바인 가문의 가주와는 제대로 싸운 적도 없었고 검을 마주친 적도 없었다.
타닷!
먼저 선공을 펼친 자는 헨바인 백작이었다.
조금 전의 이레스와 똑같은 방식으로 형체가 흐려지는 순간 그의 앞에 당도해 있었다.
헨바인 가문이 가진 검술과 대쉬, 박투술은 모두 그레이즈 가문에서 만들어진 것을 약간 개량한 것이었기에 기본 틀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쉬이익!
날카로운 검신이 빛을 반사시키며 자신의 심장을 향해 찔러 들어오자 이레스는 미소를 그리며 오른발을 들어 강하게 올려쳤다.
쉬이익!
퍼억!
한 끗 차이로 헨바인 백작의 검이 가슴을 찌르지 못하고 하늘 위로 올라갔다.
그가 달려오고 이레스의 앞에 당도하는 순간 걸음을 멈추며 검을 찔렀지만 이레스는 그 순간 한 걸음 물러서며 거리를 벌리고 발을 올려찼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하늘을 향해 올라가는 검이었지만 헨바인 백작은 그 반동을 억지로 버티는 대신 검을 놓고 왼손으로 잡았다. 하지만 이레스의 검이 그의 머리를 노리고 먼저 찔러 들어왔다.
쉬이익!
헨바인 백작이 고개를 살짝 꺾어 피하며 검을 내려치려 하였지만 검손잡이를 양손으로 잡고 있던 이레스가 어느새 검손잡이를 잡고 있던 왼손을 놓으며 팔꿈치로 턱을 노리고 휘둘렀다.
쉬이익!
순간적으로 피할 수 없다고 판단한 헨바인 백작은 반격이라도 시도하겠다는 듯이 고개를 뒤로 확 젖히며 몸을 띄우더니 양발을 쫙 펴서 그의 복부를 강타했다.
퍼어억!
주르륵.
팍.
다행히도 복부를 가격한 양발이 먼저였는지 팔꿈치는 허공을 강타했다.
복부를 강타한 양발의 담긴 힘 때문인지 뒤로 주르륵 물러선 이레스가 인상을 찌푸리며 왼손으로 복부를 매만졌고 바닥에 쓰러진 헨바인 백작은 옆에 서 있던 오크가 자신을 발견하고 검을 강하게 내려찍으며 공격을 하려 하자 황급히 옆으로 몸을 굴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레스와 헨바인 백작은 지금 일기토를 벌이는 것이 아니었다.
전장에서 만나 싸우는 것이었기에 그들을 방해하는 사람들은 얼마든지 존재했다.
“주, 죽어라!”
긴장한 듯한 음성과 함께 날카로운 파공성이 들려오자 이레스는 바로 뒤로 물러서며 우측을 향해 검을 휘둘러 병사를 베고는 다시 헨바인 백작을 바라보며 미소를 그렸다.
“이거 무의미한 전쟁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
정확하게 말하면 너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났는데 포기하지 않느냐는 질문이었다.
“크크큭.”
헨바인 백작이 오히려 웃음을 터트리더니 깊게 숨을 들이켜고는 큰 소리로 외쳤다.
“그레이즈 가문의 총사령관이 여기 있다!”
헨바인 군대의 병사들은 물론이고 시가전을 펼치고 성벽 위로 올라오며 성벽을 장악하려던 이레스 군대의 병사들도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헨바인 백작을 바라보았다.
“……무슨 짓을 하려는 거지?”
무의식적으로 눈을 좁히며 물었지만 헨바인 백작은 오히려 미소를 그리더니 검지로 이레스를 가리켰다.
“총사령관을 죽이면 이 전쟁이 끝이 난다!”
이레스의 군대는 당황하고 헨바인 가문의 군대는 지금까지 보이지 않던 살기가 깃든 눈으로 이레스를 바라보다 돌진했다.
“총사령관을 죽여라!”
와아아아아!
순식간에 성벽 위에 올라와 있던 수십의 병사들이 자신들이 상대하던 적들을 버리고 달려왔고 이레스의 주위로 화살이 쏘아졌다.
“…….”
이레스는 눈가를 좁힌 채로 병사가 달려오는 것과 동시에 계단을 내려가는 헨바인 백작을 바라보았고 이내 자신의 귓속에 또 다른 음성이 파고들자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총사령관님을 보호해라!”
와아아아!
성벽 위에 완벽한 난전이 펼쳐지고 성벽을 오르는 계단에서 전투가 벌이지기까지 몇 초밖에 걸리지 않을 것 같았다.
이레스가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다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노엔.”
쉬이익!
퍼버버벅!
푸부북!
이레스의 주위로 수십 개의 흙가시가 나타나고 화살이 날아오는 방향으로 흙으로 만들어진 벽이 나타나 화살을 막아냈다.
“…….”
눈을 부릅뜬 채로 자신의 다리가 흙가시에 찔리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는 헨바인 군대의 병사들을 바라보던 이레스가 고개를 돌려 어느새 성벽을 내려와 성문을 향해 달려가는 헨바인 백작을 바라보았다.
“막아.”
쿠구구궁!
거대한 지진이 일어나더니 활짝 열려 있던 성문 위로 거대한 흙의 벽이 나타났다.
아직 영지로 들어서지 못한 그레이즈 가문의 병사들이 깜짝 놀라며 흙의 벽을 바라보았고 갑자기 등 뒤의 흙의 벽이 생기자 아직 성벽 아래에 있던 헨바인 군대의 병사들이 깜짝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