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공작 97화
무료소설 구름공작: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35회 작성일소설 읽기 : 구름공작 97화
제10장 이레스의 무력 (1)
군대를 이끌고 이동하였지만 말도 안 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단 이틀 만에 세 개의 전투요새와 영지를 정복하여 통과하고 헨바인 영지 앞에 도착한 이레스의 군대는 바로 공격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해가 지고 있기에 야영을 준비했다.
수십 개의 막사를 한 곳에 모아 세우는 것이 아니라 병력의 차이가 있음에도 이레스의 군대는 마치 누군가의 도주를 막기 위해서라는 듯이 영지를 포위한 채로 원을 그리며 막사를 세웠다.
겨우 삼만의 병력이 영지를 둘러싸고 있었기에 약간의 틈도 있고 각 막사를 지키는 병력의 수도 적었지만 그들이 도주를 막기 위해 사방을 둘러싸도록 한 장본인, 헨바인 백작은 한 곳을 뚫고 도망칠 생각을 하지 못하였다.
평야에서의 전투로 수많은 병력을 잃었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였지만 이레스가 이끌고 온 군대 중 가장 주의해야 하고 정보를 모으고 대비했어야 할 오크들이 각 막사에서 계속해서 울음을 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취이익!
취이익!
한 막사에서 오크가 울을 토하면 다른 막사를 지키던 오크도 울음을 토했고 다음 막사에 오크도 울음을 토하며 그들은 헨바인 영지를 둘러싼 채로 순차적으로 울음을 토했다.
한번 울음을 토하는 것이 전부였지만 그 소리가 너무 거대하였고 울음소리의 정체가 오크라는 것 때문인지 성벽 위에 올라 있던 헨바인 군대의 병사들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흠칫흠칫 떨고 말았다.
“제……길.”
성벽 위에 올라서 이레스의 군대를 바라보던 헨바인 백작이 입술을 살짝 깨물며 욕설을 내뱉었다.
사만의 병력을 이끌고 출진했지만 오크들에 의해 사기가 떨어져 대패를 하여 겨우 이만에 군대만 데리고 돌아온 헨바인 백작은 자신의 목숨이 걸려있는 일이어서 그런지 당황하지 않고 공성전을 준비했다.
이틀.
그 시간 동안 영지를 버리고 도주를 하고 싶었지만 이미 자신을 따라 달려오던 수백의 울프 라이더들이 숲속에 숨은 채로 영지를 지켜보고 있었기에 도망을 칠 수도 없었다.
이레스의 본대가 도착하기 전에 오크들을 먼저 공격하였지만 그들이 상대하는 것은 오크뿐만이 아니라 그들이 타고 있는 다크 울프도 상대해야 했기에 당당하게 출진을 했음에도 전멸당하고 말았다.
자신도 모르게 주먹이 쥐여졌다.
무조건 저들을 섬멸시킨 뒤에 도망을 쳐야 했다.
지금도 어둠이라는 것을 이용하여 도망을 치려 해도 마치 수신호처럼 한 오크가 소리를 지르면 다른 막사에서도 오크의 울음소리가 들리니 도망칠 수도 없었다.
오크.
제대로 단련된 다섯 병사와 맞먹는 신체능력과 무력을 가지고 있다는 몬스터가 모든 것을 망가트렸으며 이레스 군대와 첫 번째로 전투를 벌였던 병사의 보고를 들었을 때 절망이라는 것을 맛보게도 했다.
최종적인 보고를 통해 확인한 결과 이레스 군대의 오크의 병력은 사망자까지 포함하여 약 일만 팔천으로 이만이라 추정할 수 있었다.
한 마리의 오크가 다섯 병사의 힘을 보유했다면 실질적으로 무력만 따지면 그들은 삼만의 무력을 가진 것이 아니라 십이만의 병력을 보유한 무력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었으며 그들이 타고 있는 다크 울프들까지 생각한다면 십오만에 가까운 무력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물론 성벽이라는 보호막을 이용하여 접근을 불가능하게 해 놓고 싸운다면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었지만 오크들이 공선전이 벌어졌을 때 사용한 방법을 듣는 순간 기운이 빠지고 말았다.
인간이라면 절대로 사용하지 못한 방식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포기를 하지는 않았다. 자신의 목숨이 달려있기에 모든 준비를 했다.
작은 상처에만 들어가도 순식간에 중독되고 평범한 인간이라면 10초 만에 중독되어 목숨을 잃는다는 맹독과 함께 화살을 배급했고 이틀 동안 계속해서 트랩과 장애물을 만들어 성벽을 보호했다.
각 전투요새를 지키고 있는 헨바인 가문의 기사들을 전부 소집했다.
자신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귀족의 작위를 받은 남작과 자작 영지의 영주들에게도 지원군을 보내라고 했다. 하지만 이틀이라는 시간이 지나도 지원군은 도착하지 않았다.
울프 라이더들이 병사나 기사들이 밖으로 나오는 족족 죽여 버리니 사신을 보낼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생각만으로 이유를 찾으니 두 개의 답이 나오게 되었다.
첫 번째는 모든 병력을 이끌고 오기에 늦는다는 것.
두 번째는 그레이즈 가문을 두려워하여 몸을 숨겼다는 것이었다.
“젠……장.”
이상하게 첫 번째가 아닌 두 번째 이유에 확신이 갔다.
헬버튼 백작은 다시 한 번 입술을 살짝 깨물며 사방을 포진하고 있는 이레스의 군대를 바라보았다.
이겨야 한다.
그래야 인신매매의 증거가 공개되기 전에 테라인 왕국을 안전하게 떠날 수가 있었다.
* * *
취이익!
취이익!
헨바인 영지를 둘러싸고 있는 진영에서 순차적으로 들려오는 오크들의 외침을 노랫소리 삼아 바닥에 앉아 영지를 바라보던 이레스는 그대로 상체를 뉘이며 천천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목숨이 중요하긴 중요한가 보군.”
자신도 모르게 실소를 터트리고 말았다.
평야에서의 전투 이후 헨바인 백작은 군마를 버리고 숲속으로 도망쳤다. 그의 행적을 놓치게 되자 이레스는 울프 라이더들에게 명령을 내려 아덴과 함께 먼저 헨바인 영지로 보냈고 만약 무기를 가진 이가 나온다면 나오는 족족 죽이라고 명령을 내렸다.
그렇게 헨바인 백작이 도주할 것을 아예 차단시켜버린 이레스는 군대를 이끌고 일직선으로 달려가 헨바인 영지에 도착했다.
밖으로 나온 사람은 있었지만 도망을 쳐도 끝까지 따라 죽였기에 놓친 사람은 없다고 했다. 그저 사람이 밖으로 나온 것을 제외하면 성을 나와 성벽 아래에 장애물과 트랩을 설치하는 것, 그리고 네 개의 성문에서 기사단이 들어오는 모습밖에 보지 못했다고 했다.
천천히 손을 올려 팔베개를 하며 하늘을 올려다보던 이레스가 자신의 옆에 서 있는 케르취를 바라보았다.
“케르취.”
“취익! 부르셨습니까.”
“내일은.”
“취익! 선봉에 서겠습니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눈을 빛내며 외치는 케르취였다.
정말 전쟁광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선봉을 고집하는 케르취였기에 자신도 모르게 실소를 흘리고 만 이레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먼저 움직일 거야.”
“……취익.”
마치 무언가 불안하다는 듯이 입을 벌렸지만 뒤늦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울음을 토하는 케르취의 모습에 이레스가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왜?”
“취익. 주군께서는 강하십니다. 하지만…….”
“너무 위험하다?”
“취익!”
케르취는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고 이레스는 자신을 걱정하는 그 모습에 놀고 있는 다른 손을 들어 올려 앞뒤로 흔들었다.
“괜찮아. 어차피 진짜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니까.”
“취익? 그렇습니까?”
“응.”
자신의 대답을 끝으로 케르취가 아쉽다는 듯이 다시 헨바인 영지를 바라보자 재밌다는 듯이 미소를 그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 * *
천천히 떠오른 달이 빠른 속도로 지고 계속해서 울음을 토하는 오크들의 외침에 맞추어 태양이 떠오르자 이레스의 군대는 바로 전투준비에 들어갔다.
구름 기사단의 기사들은 이미 각 진영에서 병사들을 다독이며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고 이레스의 뒤에는 구름 기사단의 단장 벅튼과 검은갈퀴족의 족장 케르취가 군마와 다크 울프를 탄 채 따르고 있었다.
“흐음.”
크르릉.
작게 신음을 흘리며 기지개를 켜자 그를 태우고 있던 다크 울프도 주인을 따라하는 듯이 기지개를 켰다.
이레스가 그런 다크 울프를 바라보다 미소를 그리며 손을 들어 올렸다.
“점점 귀여운 모습을 보이네. 이 자식이.”
퍽.
크르릉.
장난 식으로 살짝 머리를 쥐어박자 다크 울프는 자신의 머리에 올려진 이레스의 손에 자신의 머리를 부비며 애교를 부리다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터벅. 터벅.
다크 울프 위에 앉은 이레스는 진형을 갖추고 있는 병사들의 앞에 나서는 순간 걸음을 멈추게 한 뒤에 바로 고개를 돌려 케르취와 벅튼을 바라보았다.
“그거 알아?”
“취익?”
“어떤 거 말씀이십니까?”
선제공격을 자신이 하겠다는 이레스의 말에 벅튼은 바로 허락을 했다. 어차피 제대로 된 전투에서 첫 번째 공격은 대부분 사령관이 맡았기 때문이다.
갑작스러운 질문에 케르취가 고개를 갸웃하고 벅튼이 묻자 이레스는 다시 고개를 돌려 정면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아버지가 말씀하셨는데 사령관은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대.”
“……?”
두 사람, 아니 한 사람과 한 오크가 고개를 갸웃했고 이레스가 뒤이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순간 그의 앞으로 시원한 바람이 스쳐지나가며 실피아가 소환됐다.
“전략전술에 능하여 병사들에게 사기를 올려줄 수 있는 사령관과…….”
쉬이익!
말을 흐리자 거대한 바람이 일어났다.
벅튼과 케르취는 물론이고 이레스와 함께 자리하고 있던 병사들도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
“…….”
진짜 오우거 한 마리는 쌈싸 먹을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바람의 장창이 하늘 위에 떠 있었다.
휘청.
갑작스레 너무 많은 정령력을 소모되자 이레스의 몸이 잠시 휘청거렸지만 몸 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또 다른 정령력인 흙의 정령력이 보좌하는 듯이 몸의 중심을 맞춰주자 다시 헨바인 영지를 바라보며 미소를 그렸다.
“강한 무력을 통해 병사들의 사기를 올려줄 수 있는 사령관으로.”
“…….”
“뭐 그레이즈 가문의 사람들은 대부분, 아, 알레인을 빼고 전부 강한 무력을 지닌 사령관이지만 말이야.”
몇 번이 끊김이 있었지만 그의 말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쒜에엑!
거대한 바람의 장창이 날아갔다.
마, 막아!
헨바인 영지 안에서 거대한 외침이 울려 퍼졌고 바람의 장창이 천천히 날아가 성벽 가까이 도착하는 순간 수십 개가 겹쳐진 거대한 실드가 나타났다.
거대한 바람의 장창과 그것이 천천히 쏘아지는 방향으로 수십 겹으로 겹쳐진 실드가 부딪쳤다.
콰아아앙!
거대한 폭발음이 일어났다.
쩡! 쩡!
실드가 마치 유리에 금이 가는 것처럼 균열이 일어났지만 바람의 장창은 여전히 형태를 유지한 채 천천히 앞으로 쏘아지고 있었다.
콰지직!
쨍그랑!
계속해서 안으로 들어가자 이내 실드는 산산조각이 나며 깨져버렸고 바람의 장창은 원래의 목표였던 성문을 향해 쏘아져 부딪쳤다.
콰아아앙!
또 한 번 거대한 폭발음이 들려왔다.
희뿌연 흙안개가 가득 차는 것과 동시에 천천히 사라지기 시작하자 이레스의 군대뿐만이 아니라 헨바인의 군대도 어이없는 광경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성벽이 마치 존재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파편만 남은 채 사라져 있었다.
이레스는 천천히 손을 내리더니 실피아를 머리 위에 태운 뒤에 다시 다크 울프를 이끌고 앞으로 이동했다.
헨바인 군대는 이레스의 공격 한 번으로 전투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첫 번째가 바람의 장창을 막기 위해 수십 개의 실드를 겹겹이 쌓아 만들고 있던 마법사들이 마법이 강한 충격에 강제로 해제되며 마나역류 현상이 일어나 쓰러져 전쟁에 참여할 수 없다는 것이고 두 번째가 공성전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성문을 잃어버렸다는 것이었다.
물론 이레스도 겨우 실피아를 몇 시간 정도 더 소환할 수 있을 만큼의 정령력밖에 남지 않았지만 바람을 이용할 수 없다는 손해가 무의미해질 정도로 엄청난 효과를 일으켰기에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다.
“…….”
“…….”
자신의 눈에 보이는 광경으로 인해 어디에서도, 그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
이레스의 군대는 사령관의 무력을 직접 보았기에 어떠한 말을 내뱉을 수도 없던 것이었고 헨바인의 군대는 열 명의 마법사가 겹겹으로 만든 실드가 부서지는 것도 모자라 단단한 성문까지 박살이 나버렸기에 어떠한 말도 할 수가 없던 것이었다.
터벅. 터벅.
단 하나의 소리.
이레스를 태우고 있는 다크 울프의 발소리만이 전장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다크 울프를 이끌고 얼마나 이동했을까.
자신의 군대와 헨바인 영지의 중간까지 도착한 이레스는 바로 다크 울프를 멈춰 세운 뒤에 천천히 검을 들었다.
“헨바인 백작에게 제안한다!”
제안한다!
……안한다!
……한다!
……다!
익스퍼드 상급의 능력이 가득 담긴 외침은 메아리가 들릴 정도로 사방에 울려 퍼졌고 이레스는 천천히 검을 들어 하늘 위로 치켜세우며 다시 소리쳤다.
“기사전을 신청한다!”
“……!”
“……!”
이해를 하지 못해 고개를 갸웃하던 모든 사람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이레스를 바라보았다.
수십 겹으로 뭉쳐진 실드를 부수고 성문까지 없애버릴 정도의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한 번밖에 할 수 없는 공격이라고 해도 이미 성문을 박살냈기에 침투하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라는 것은 이레스의 군대고 알고 헨바인 군대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갑작스레 기사전을 신청하니 당황하는 것은 당연했다.
기사전.
일기토와 비슷하지만 소수의 전쟁이라 불릴 정도로 전쟁이 일어났을 때 각 군대의 대표들이 직접 나서서 싸워 승패를 가리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