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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공작 96화

무료소설 구름공작: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535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구름공작 96화

제9장 울프 라이더 (2)

 

 

말 그대로 파죽지세였다.

 

생각도 못한 방법으로 성벽을 뛰어넘으며 오러도 사용하지 않음에도 각 요새를 지키고 있는 단장과 마을을 지키는 기사들을 순식간에 쓰러트리는 오크집단이었기 때문에 한번 성벽에 오르는 순간 그 요새와 그 마을을 정복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전투에서 가장 시간이 많이 걸리는 부분은 성벽을 정복해야 하는 공성전이지 시가전이나 평야에서의 전투가 아니었다.

 

다섯 시간.

 

총 세 번의 정복.

 

이레스는 다시 한 번 지도를 바라보았고 이제 단 두 개의 성을 지나면 헨바인 영지에 도착한다는 것에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안 남았군.”

 

크르릉.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린 것이기에 아무도 반응하지 않았지만 단 한 사람, 아니 한 생물만이 반응을 하는 듯이 작게 울음을 터트렸다.

 

이레스는 지도를 들어 올리고 고개를 살짝 내려 자신이 타고 있는 다크 울프를 바라보았고 다크 울프가 마음에 안 든다는 듯이 온몸이 상처가 얼룩진 다른 다크 울프들을 번갈아 바라보며 울음을 토하자 그의 머리를 작게 쓰다듬었다.

 

“기다려.”

 

크르릉.

 

“얼마 안 남았으니까. 조금만 기다려.”

 

다크 울프는 마치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는 울지 않았고 이레스는 그의 머리를 작게 쓰다듬으며 다시 지도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어찌할까…….’

 

이렇게 빠른 속도로 움직여 헨바인 영지까지 정복을 한다면 바로 헨바인 가문을 죽이려고 했다. 하지만 인신매매라는 최악의 범죄를 저지른 가문인 만큼 포박을 하여 왕실로 보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뭐 포박이 가능하면 사로잡고 피해가 크면 죽일 수밖에.”

 

익스퍼드 최상급의 무인이다. 당연히 포박을 한다고 하면 피해는 커질 가능성이 높았으니 아주 간단하게 머릿속을 정리한 이레스는 지도를 접어 주머니에 넣고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보고! 전방 3km 앞에 대군이 몰려 있습니다!”

 

기다렸다는 듯이 정찰을 위해 앞서 움직이던 구름 기사단의 기사 아덴이 눈앞까지 다가와 보고를 했다.

 

“얼마나?”

 

“최소 사만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백작가가 최대로 보유할 수 있는 병력은 오만. 하지만 헨바인 가문은 검의 가문이라는 이유로 기사와 정예병이라는 것이 있기에 육만에 가까운 병력을 소유하고 있었다.

 

이레스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말했다.

 

“전부 돌아오라 명하고 준비하라고 해.”

 

“명을 받들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아덴이 다시 말을 이끌고 달려 나가더니 동료와 함께 돌아왔고 그렇게 이레스의 군대가 다시 한 번 전부 모여 움직이기 시작할 때 그들의 시야로 거대한 흙먼지를 일으키며 기다리고 있는 대군이 눈에 들어왔다.

 

“…….”

 

적들이 시야에 들어왔음에도 계속해서 다크 울프를 이끌며 움직이던 이레스가 자연스럽게 고개를 갸웃했다.

 

“진짜네……. 미친 건가?”

 

불리한 쪽은 자신이 아니라 헨바인 가문이었다. 그런데 수성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평야에서 난전을 선택하니 당연히 욕설이 나왔다.

 

“소수의 병력으로 움직이기에 방심을 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옆에 서서 대군을 빤히 바라보던 벅튼의 말에 그를 힐끔 쳐다본 이레스가 다시 헨바인의 대군을 바라보며 물었다.

 

“삼만이 적냐?”

 

“헨바인 가문은 최소 오만의 병력을 보유하고 있기에 적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도 그레이즈 가문인데?”

 

“…….”

 

무언가 다른 설명을 하려는 듯이 입을 벌리고 있던 벅튼이었지만 이내 입을 다물며 전방을 바라보았다.

 

갑작스레 말을 끊고 약간 인상을 찌푸리는 것을 보니 또 다른 이유가 단번에 파악이 되었다.

 

“사령관을 얕잡아본 것이군.”

 

“……아마 기사단도 얕잡아보고 있을 것입니다. 제대로 전투를 하기 전에는 하루의 시간이 있으니 미리 정찰병을 보내 기사단의 문양을 확인할 수 있었을 테니까요.”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직 어린 나이였던 이레스였고 구름 기사단은 이제 창설한 지 며칠 되지 않았으며 대규모 전투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오크들은 모르나 보네.”

 

“극비로 감추고 있었고 구름 기사단을 전방에 세웠으며 오크들은 깃발이 없으니 모를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영지전, 공성전을 주로 벌인 전쟁이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겨우 다섯 시간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 다섯 시간 만에 최소 사만의 군대가 평야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은 첫 번째 전투요새가 뚫렸다는 보고를 받기 전에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분명 전투를 벌이는 도중 보고를 위해 도주한 병사는 샛길을 통해 움직였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헨바인 군대는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을 가능성이 컸으니 길이 엇갈려 오크에 대한 이야기를 듣지 못한 것이 분명했다.

 

헨바인 군대를 향해 점점 가까이 다가가던 이레스가 다크 울프의 옆구리를 살짝 때려 멈추게 한 뒤에 손을 들어 올려 손가락을 하나씩 접었다.

 

“한마디로 나 얕잡아보고, 기사단 얕잡아보고, 병력을 얕잡아봤다는 소리인데……. 그럼 능숙한 군주라면 더 조심해야 하지 않나?”

 

“……그것까지는 확실한 말씀을 드리지 못할 거 같습니다.”

 

“그리고 만약 그것을 알고 있으면 분명 함정을 파놓았다는 것이고.”

 

작게 중얼거리며 다시 정면을 바라본 이레스는 다시 손가락을 펴며 땅 아래를 가리켰다.

 

“노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자 그의 주위로 작은 지진이 일어났지만 헬버튼과의 자유대련 이후 중급 정령으로 진화한 노엔이었기에 소환되기 전의 그의 생각을 읽어 땅속에서 소환되었다.

 

-……불렀어?

 

귓속이 아닌 마음속에서 들려오는 노엔의 목소리에 이레스는 작은 미소를 그리며 마음속으로 부탁을 했다.

 

‘주위에 뭐 있는지 확인 좀 해줄래?’

 

-……주위가 어디까지를 말하는 거야?

 

‘저 멀리서 느껴지는 사람들의 기운까지.

 

-……알았어.

 

대답과 동시에 몸속을 채우고 있던 흙의 정령력이 소모되는 느낌을 받았지만 이미 바람의 정령력과 마찬가지로 쌓일 대로 쌓은 흙의 정령력이었기에 이레스는 그저 감흥 없는 눈으로 헨바인 군대를 바라보며 기다리고 있었다.

 

-없어.

 

“진짜 미친 거군…….”

 

“예?”

 

병사들을 격려하고 자신의 수하들에게 작전을 내리고 돌아온 벅튼이 묻자 이레스는 고개를 좌우로 저은 뒤에 노엔을 돌려보내고 케르취를 바라보았다.

 

“이번에도?”

 

“취이익! 선공에 서겠습니다!”

 

“하긴 그래도 기마병인데 계속 말에서 내려서 싸웠으니.”

 

마치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자 케르취는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한 뒤에 천천히 입을 열었다.

 

“취익! 시작하면 되겠습니까?”

 

“마음대로.”

 

이레스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케르취는 자신의 글레이브를 땅을 향해 늘어트리며 큰 소리로 외쳤다.

 

“취이이익! 사냥이다!”

 

취이익!

 

다다다다닷.

 

진형이라는 것도 없었다. 마치 경주를 하는 듯이 적들에게 가장 빨리 도착하기 위해 막무가내로 돌진했다.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더 기대된다는 듯이 작은 미소를 그리며 바라보고 있을 때 헨바인 대군 쪽에서의 외침이 들려왔다.

 

“저어언군! 돌격!”

 

우아아아아!

 

울프 라이더들만이 달리기에 크게 좁혀지지 않던 거리가 헨바인 군대가 함께 달려오자 빠른 속도로 좁혀지기 시작했다.

 

히이이잉!

 

멀리 있는 자신에게도 들릴 정도로 커다란 말의 울음소리와 함께 헨바인 군대의 선봉대가 본진에서 떨어져 울프 라이더들을 향해 달려갔다.

 

“아…….”

 

“아…….”

 

말의 울음소리를 듣고서 이레스와 벅튼이 작게 감탄을 했다.

 

울프 라이더들은 늑대를 타고 있었다. 하지만 적들은 전장을 누볐다고 해도 초식 동물인 말을 타고 움직이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말은 숲의 포식자라 불리는 늑대들을 무서워하게 되어있다. 그것은 군마에게도 포함되는 것이었으니 안정되게 달려오던 헨바인 군대의 선봉대의 진형이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뭉개진 진형은 진형을 모르고 달려오는 울프 라이더도 마찬가지였지만 기마를 타고 있다는 것과 늑대를 타고 있다는 것이 선봉대의 운명을 좌지우지하게 되어버렸다.

 

크아아앙!

 

처음 출진을 하였을 때 오크에게 내린 것과 마찬가지로 인간은 죽이는 것은 가능하지만 먹으면 안 된다는 명령을 내린 주인의 협박과도 같은 폭행으로 강제로 식욕을 억제하고 있던 다크 울프들이 말을 바라보며 터트리는 커다란 울음소리가 모든 사람들의 귓속을 파고들었다.

 

히이잉!

 

포식자 앞에 서서 그저 식량이나 마찬가지가 되어버린 말들이 공포감에 휩싸여 사방으로 퍼지기 시작할 때 다크 울프를 타고 있던 오크들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히이잉!

 

크아앙!

 

카앙!

 

말들의 비명소리, 늑대의 울음소리, 쇠와 쇠가 부딪치며 일어나는 검명이 전장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고 늑대와 오크의 모습을 발견했는지 헨바인 군대의 본진의 속도가 잠시지만 늦춰지자 이레스는 벅튼을 바라보았고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또 한 번 자신의 검을 들어올렸다.

 

“오크를 도와 적들을 섬멸하라!”

 

우아아아아!

 

이레스의 군대에서도 거대한 고함소리가 들렸고 울프 라이더가 아닌 바닥에 발을 대고 움직이던 오크들도 자신들만의 울음을 토하며 달리기 시작했다.

 

* * *

 

크아아앙!

 

콰지직!

 

“이, 이게 무슨.”

 

단번에 적들을 섬멸하고 그레이즈 가문의 보복이 있기 전에 도주하려 했던 헨바인 백작은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을 보고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선봉을 맡은 기마병이 돌진하는 순간 그 뒤를 따라 병력을 이끌고 달렸다. 하지만 자신의 귓속으로 ‘취이익’이라는 이상한 소리와 늑대의 울음소리, 그리고 이레스의 군대의 선봉대가 자신의 선봉대와 맞부딪치는 순간 당황하고 말았다.

 

이레스의 군대가 선봉대를 보냈기에 똑같이 선봉대를 보낸 것이 아니라 본대를 이끌고 달렸기에 선봉대가 부딪치는 순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기마병들이 상대하고 있는 자들이 늑대를 탄 오크라는 것을 말이다.

 

“처, 처음의 그 소리가……. 그 소문이 거짓이 아니었다는 건가!”

 

병사들이 당황하고 있음에도 헨바인 백작은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그러곤 눈앞에 도망을 치는 기마병들을 따라가며 사냥하는 울프 라이더와 자신들과 마찬가지로 돌진하는 이레스의 본대를 보고는 군침을 삼키고 말았다.

 

꿀……꺽.

 

“퇴, 퇴각하라!”

 

정보가 부족했다.

 

오크라면 인간보다 더 뛰어난 신체를 가지고 있었으니 평지에서 싸운다면 이레스의 군대에게 큰 타격을 입힐 수는 있겠지만 자신이 군대는 전멸할 것이 불 보듯 뻔했다.

 

익스퍼드 상급의 경지에 올라와 있는 자신도 당황했다. 당연히 병사들도 당황하고 있었고 갑작스러운 헨바인 백작의 명령이 떨어졌을 때 그들은 마음을 추스르기도 전에 공포감이 온 신경을 뒤덮어 진형을 갖추지도 못하고 사방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으아아아!

 

도, 도망쳐!

 

“헤, 헨바인 영지로 돌아가라!”

 

우왕좌왕하는 병사들의 모습에 헨바인 백작은 다시 한 번 소리를 지르며 영지를 향해 몸을 돌렸다.

 

이곳에서 도망을 친다면 분명히 잡힐 것이다. 거기다 병사들을 내버려두고 도망친다고 해도 그들은 자신을 잡기 위해 다른 병사들을 무시할 것이 분명했다.

 

저들의 목표는 영토가 아닌 자신과 헨바인 가문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너무 두려워도 반드시 병사들을 이끌고 도주하고 헨바인 영지로 돌아가 수성을 준비하며 몰래 도망을 쳐야 했다.

 

사방으로 도망치던 병사들이 헨바인 백작이 마나를 담아 외치자 황급히 이동경로를 바꾸어 동쪽으로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퇴각을 명령하는 헨바인 백작의 목소리가 전장을 울려 퍼졌으니 도망치는 그를 그냥 지켜보고 있을 이레스가 아니었다.

 

슈슈슉!

 

가장 늦게 도망을 치던 병사들이 하늘을 가득 메운 화살에 꽂혀 사망한 듯이 바닥에 쓰러졌지만 병사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을 쳤다.

 

하지만 헨바인 군대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은 그다음이었다.

 

덜그덕.

 

딸캉!

 

체력의 한계를 느끼고 자신의 뒤를 추격하는 오크들에게 공포를 느낀 한 병사가 무게를 줄이기 위해 검과 투구를 버리고 달리는 상태에서 갑옷을 버리기 시작하자 그 병사를 따라 다른 동료들도 자신의 무구를 버리고 달렸다.

 

빨라졌다. 하지만 본진과 가장 가까이 있던 자들은 기병인 검은 늑대를 타고 있는 울프 라이더였다.

 

크아아앙!

 

가장 늦게 무구를 버려 동료들과 떨어진 병사가 다크 울프에게 깔리고 오크들의 공격으로 인해 목숨을 잃어버렸다. 하지만 다크 울프를 타고 있는 것은 울프 라이더뿐만이 아니었다.

 

“실피아!”

 

한 사내의 거대한 외침이 전장에 울려 퍼졌다.

 

“……!”

 

“으, 으아아악!”

 

헨바인 백작은 사내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고 병사들은 ‘실피아’라는 단어를 통해 공포감을 얻어 소리를 지르며 뒤를 돌아보았을 때 그들은 하늘을 메우는 수십 개의 바람의 장창을 볼 수 있었다.

 

쉬이익!

 

푸부북!

 

하나의 장창에 병사 네다섯이 한 번에 꽂혀 목숨을 잃었고 이레스는 검을 늘인 채 계속해서 장창을 쏘아 보내며 소리를 질렀다.

 

“헨바인 백작은 들어라!”

 

두두두두.

 

당연한 이야기였지만 헨바인 백작은 마치 듣지 못한 듯이 더욱더 군마를 채찍질해 도망을 선택했다.

 

이레스가 짜증난다는 듯이 인상을 찌푸리며 다시 수십 개의 바람의 장창을 소환해 헨바인 백작을 향해 날렸다.

 

“아무런 죄도 없는 사람들 죽이는 것도 껄끄러우니…….”

 

“…….”

 

쉬이익!

 

뒤에서 들려오는 거대한 바람소리에 황급히 허리를 젖히자 거대한 장창이 그의 위를 통과하더니 허공에서 사라졌다.

 

“…….”

 

헨바인 백작은 말이 쓰러질지 모를 정도로 헐떡이는 것도 모른 채 계속 채찍질을 했고 이레스는 다시 한 번 바람의 장창을 소환하며 큰 소리로 외쳤다.

 

“뒈지기 싫으면 항복해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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