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공작 9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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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453회 작성일소설 읽기 : 구름공작 94화
제8장 이레스의 군대Ⅱ (2)
영지전을 허락한다는 명령서가 각 가문의 배포되고 왕국의 각지로 영지전이 일어났다는 것이 알려진 다음날.
명령서가 도착하기 전에 먼저 움직인 이레스의 군대는 헨바인 가문의 영역에 들어섰고 자신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거대한 전투요새의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성벽 밖으로 만들어져 있는 트랩과 장애물로 인해 접근이 힘들며 성벽은 멀리서 봐도 6~7m는 될 법했기에 정복하는 것도 힘들어 보였다. 하지만 전투요새의 앞에 도착하는 순간 당황한 것은 삼만의 병력으로 움직인 이레스의 군대가 아닌 전투요새에서 수성을 준비하고 있는 헨바인 가문의 군대였다.
“오, 오크다.”
“지, 진짜였어.”
흙의 정령사 아레스, 그러니까 이레스가 그레이즈 가문이 오크들과 동맹을 맺었다는 것을 소문낸 것은 현재의 위치한 곳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작은 도시였다.
당연히 테라인 왕국의 최고 무력단체인 그레이즈 가문과 연관된 이야기였기에 소문은 빠른 속도로 확산되었고 실제로 오크들이 그레이즈 가문의 군대에 섞여 있는 모습을 보자 당황하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였다.
크르릉.
크아아아앙!
다크 울프들도 자신들이 전장에 섰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인지 어떤 다크 울프는 작은 울음을 토하기도 했고 어떤 다크 울프들은 커다란 울음을 토하여 전장을 공포로 물들이게 했다.
“흐음. 어찌하나…….”
크르릉.
지금까지 타고 왔던 군마가 아닌 다크 울프의 위에 앉아 선두에 나선 이레스는 물끄러미 전투요새를 바라보며 생각을 했다.
실제로 보면 지금 자신들을 막고 있는 자들은 어떠한 잘못도 없다고 볼 수 있었다.
헨바인 백작이 한 짓을 모르고 그저 주군이라며 명령을 따라 자신들을 막아선 것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항복을 권하는 것이 좋을 거 같습니다.”
실제로 영지전이 일어난 이유를 그저 몬스터의 숲을 선동하여 공격하려 했기에 보복으로 알고 있던 벅튼의 제안에 이레스는 잠시 생각을 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좋겠네. 어차피 해야 할 일이고.”
“그럼 사람을 보내…….”
전투요새를 지키는 병력에게 항복을 권유할 사신으로 기사를 보내려한 벅튼이었지만 이레스는 사신이 죽을 수도 있기에 사람이 아닌 자를 보내기로 했다.
“실피아.”
쉬이익!
-불렀어?
“…….”
벅튼은 허공에서 갑작스레 나타난 소녀의 모습에 깜짝 놀랐지만 이레스는 고개를 갸웃하며 묻는 바람의 정령, 실피아의 모습에 미소를 그리며 검지를 들어 전투요새를 가리켰다.
“저기 커다란 성 보이지.”
-……응!
“가면 사람들 있을 거야. 그럼 거기서 대장 좀 불러달라 하고 항복할 건지 물어봐줄래?”
-……항복? 항복이 뭐야?
처음 듣는 단어였는지 잠시 고개를 갸웃하는 실피아였지만 이레스는 설명을 해주는 대신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말하면 알 거야. 갔다 와 줄래?”
-알았어.
실피아의 대답을 끝으로 이레스가 천천히 손을 거두는 순간 그녀의 몸이 사라지듯이 날아가 전투요새로 다가가고 있었다.
쉬이익!
갑작스레 날아오는 물체의 모습에 성벽을 지키고 있던 병사들이 당황하며 자신의 무기를 들어 올릴 때 성벽 앞에 도착한 실피아가 바로 멈춰 서더니 해맑은 미소를 그렸다.
-안녕!
“…….”
“…….”
병사들은 어떠한 대답도 할 수 없었고 그런 병사들의 모습에 실피아는 잠시 고개를 갸웃하며 바라보다 다시 미소를 그리며 말했다.
-대장! 대장! 대장 어딨어?
모두가 당황하며 실피아를 바라보았지만 그 중에 한 기사가 한 걸음 내디디며 입을 열었다.
“헤바인 가문의 서쪽 전투요새를 맡고 있는 세트릭 남작이라고 하네. 혹시 실피아라는 이름을 가진 정령인가?”
-으……응?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려던 실피아가 무언가 이상하다는 듯이 몸을 옆으로 갸웃하며 물었다.
-어떻게 알았어?
“유명해서 알고 있었다네. 아가씨.”
-헤헤헤. 내가 유명해?
갑자기 우쭐해졌는지 미소를 그리며 물었지만 세트릭 남작은 대답을 하는 대신 자신의 손을 검손잡이로 옮기며 물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온 것인가. 전투시간을 알려주기 위해 온 것인가?”
-아! 이레스가 항복할 거냐고 물어보고 오래!
“…….”
당연히 사신이 올 것이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령을 사신으로 보낼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기에 세트릭 남작이 작게 실소를 흘리고는 말했다.
“헨바인 백작께서는 이 요새를 반드시 지키라고 하였네.”
-음……. 항복한다는 거야?
생각하는 듯이 팔짱을 끼며 작게 신음을 흘리던 실피아가 다시 물었지만 세트릭 남작은 작은 미소를 그리며 대답했다.
“그냥 그리 알려주면 알 것이라 생각하네.”
-알았어.
바로 고개를 끄덕인 실피아는 손을 좌우로 흔들어 인사를 한 뒤에 다시 날아갔고 이레스의 앞에 도착하자마자 세트릭 남작이 한 말을 그대로 읊었다.
-헨바인 백작께서는 이 요새를 반드시 지키라고 하였네.
“……응?”
목소리까지 쫙 깔며 말하는 실피아의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하며 바라볼 때 실피아가 미소를 그리며 말했다.
-그렇게 말하면 안다고 했어!
“너무 충성스러운 것도 거북스러운데.”
한마디로 말하면 헨바인 백작의 명령을 따라 전투요새를 지키고 있다는 말이었다.
그가 무슨 짓을 벌인지도 모르고 끝까지 지키려 하는 기사를 생각하니 그를 죽이는 게 잠깐이지만 거북스러워지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헨바인 가문을 없앤 후에 알려주는 것이라면 모를까 그가 살아있는 상태에서 헨바인 백작이 인신매매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린다면 그 소문은 전장뿐만이 아니라 밖으로 새어 나가 문제가 생길 수도 있었다.
무조건 헨바인 백작을 없앤 후에 알려야 테라인 왕국이 큰 피해를 입지 않는다. 어떻게든 인신매매는 인간을 판매했다는 행위이기 때문에 그들이 자신이 인신매매를 당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린 이레스는 바로 실피아를 자신의 어깨에 앉힌 후에 벅튼을 바라보았다.
“제대로 전투를 해야 하겠는데?”
“준비하겠습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고개를 살짝 숙인 후에 돌아가는 벅튼을 바라보던 이레스가 다시 전투요새를 바라보았다.
성벽도 문제긴 문제였지만 성벽 아래에 깔려있는 각종 트랩과 장애물도 문제였다.
“실피아.”
이레스는 작은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고 계약자의 생각을 바로 읽어버린 실피아가 해맑은 미소를 그리며 손을 들어 올렸을 때 수십 개의 바람의 화살이 나타나 사방으로 쏘아졌다.
쉬이익!
쾅!
콰왕!
콰아아앙!
가장 가까이 있는 장애물과 트랩이 바람의 화살에 의해 뭉개지거나 폭발했고 시간차로 폭발음을 일으키던 바람의 화살은 성벽 가까이 있는 트랩을 공격할 때 전부 날아가 강한 폭발음을 일으켰다.
순식간에 모든 장애물이 사라지고 트랩이 무용지물이 되어버렸다.
“모두! 전투준비!”
전투의 신호로 알아들었는지 요새 안쪽에서 커다란 음성이 들려와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이레스는 바로 고개를 돌려 자신의 옆에 서서 글레이브를 매만지고 있는 케르취에게 시선을 돌렸다.
“케르취.”
“취익! 부르셨습니까!”
“날뛸 수 있겠어?”
“취익!”
작게 울음을 토한 케르취는 바로 고개를 돌려 성벽을 바라보았고 씨익 미소를 그리며 대답했다.
“취익! 가능합니다!”
“그럼…….”
크르릉.
케르취를 태우고 있는 다크 울프의 지능이 생각보다 뛰어났는지 자신의 주인의 감정을 읽고는 마치 사냥감을 앞둔 것처럼 울음을 토했다. 그 울음에 맞추어 자신이 타고 있는 다크 울프도 울음을 토하자 이레스는 머리를 쓰다듬으며 진정시킨 뒤에 말했다.
“날뛰어봐.”
“취익! 검은갈퀴족의 족장! 케르취! 취익! 신물의 주인의 명을 받들겠습니다!”
* * *
“……예?”
후두둑.
“그……. 못 들으셨습니까?”
자신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들고 있던 수십 장의 서류를 놓쳐버리는 클라리아의 모습에 잠시지만 당황한 알레인이 이마를 긁으며 묻고 말았다.
일만의 병력과 이만의 오크 병력을 이끌고 출진했다. 하지만 기다리는 것이 귀찮다며 왕의 명령서가 도착하기 전날 몰래 빠져나갔다.
어차피 일만은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고 이만의 오크 병력은 몬스터의 숲에서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쉬웠던 것이었다.
하지만 이레스는 또 하나를 까먹고 갔다.
‘……이 형님이 진짜.’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솔직히 영지전을 나서는데 알리는 것도 좀 그렇기는 했지만 일단 측근들에게는 전부 말했었다. 하지만 총관이 알레인과 함께 일을 하는 경우가 많아지다 보니 영지민들의 탄원과 관련된 일을 전부 했고, 그래서 밖에 나올 일이 없었던 클라리아였다.
그리고 오늘, 모든 일을 마치고 총관에게 확인을 맡기 위해 영주의 집무실에 들렀다가 지금 들었다.
이레스가 헨바인 가문과 전투를 벌이기 위해 떠났다는 것을 말이다.
“아……. 또.”
다른 사람이라면 그냥 그러려니 하겠지만 누가 봐도 이레스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클라리아였다.
물론 알레인도 형수님으로 클라리아가 싫은 것은 아니었다.
자신의 일인 것처럼 모든 일에 열심히 하고 뛰어난 실력을 선보여 가문을 더욱더 높은 곳으로 올릴 것이라는 총관의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너무 착하고 순수했기에 형수로 생각해도 큰 부담은 없었다.
‘돌아버리겠군.’
속으로 중얼거리며 인상을 살짝 찌푸린 알레인이 다시 고개를 들어 클라리아를 바라보았고 이내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고 말았다.
“저……. 클라리아 님?”
“아…….”
커다란 눈망울.
금빛이 머물고 있는 커다란 눈망울에 작은 이슬이 맺혀 있었다.
‘돌아버리겠네!’
진짜 미칠 것 같았다. 이럴 때 자신의 아버지가 있었다면 어떻게든 해결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자신은 클라리아를 감당할 수가 없었다.
순간적으로 자신의 형을 욕하고 아버지가 갑자기 보고 싶어지는 알레인이었다.
* * *
“알아서 꺼지면 참 좋지 않는가?”
대답을 기다린 것도 아니라는 듯이 그레이즈 공작이 손을 들자 그의 주위로 새하얀 오러가 생기는가 싶더니 검은색으로 물들어 사방으로 퍼졌다.
쉬이익!
검은 복면의 사내들은 거대한 오러탄을 바라보며 황급히 사방으로 퍼졌고 그레이즈 공작이 기다렸다는 듯이 검을 휘둘렀을 때 초승달 모양의 오러가 쏘아져 그들의 몸을 갈라버렸다.
털썩. 털썩.
“…….”
다섯 사내가 동시에 바닥으로 떨어졌고 그레이즈 공작은 귀찮다는 표정이 역력한 모습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왜 이런 가문까지 지켜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헥토스 왕국으로 향했던 사신단의 귀족들에게 전부 붙었다. 즉 왕권파는 물론이고 귀족파와 중립파의 귀족에게도 붙었고 그레이즈 공작은 귀족파의 귀족들을 감시하는 자들을 쓰러트리는 역할을 맡았다.
그리폰 기사단 같은 경우에는 실력은 뛰어나지만 다른 귀족들에게 걸릴 확률이 있었다.
아무리 자신을 도와준다고 해도 왕권파 사람들이 몰래 영지의 침입하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 분명했으니 마스터 경지에 오른 헬버튼이나 그레이즈 공작이 움직여야 했는데 하필 자신이 귀족파의 감시자들을 처리하는 것을 맡아버린 것이었다.
다섯 사내가 쓰러지자마 세 감시자가 남아버렸지만 그레이즈 공작은 귀찮다는 듯이 손을 앞뒤로 흔들었다.
“도망치면 안 잡을 생각을 하고 있네만.”
“…….”
감시자들은 대답 대신 단검을 들었고 그레이즈 공작은 마스터의 전유물이라 불리는 오러블레이드를 검신에 씌우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자네들도 죽기는 싫지 않는가. 그냥 꺼지면 안 되는 것인가?”
정말 죽고 싶지는 않았는지 감시자들이 순간이지만 몸을 떠는 것을 볼 수 있었고 그레이즈 공작이 그 모습을 보고 천천히 검집으로 검을 회수할 때였다.
쉬이익!
“쯧쯧.”
검이 검집에 들어서는 순간 바로 공격을 했다.
그냥 도망치는 것보다 목숨을 잃어서라도 테라인 왕국의 공작을 죽일 수 있으면 그것이 이익이라고 생각한 것이었다.
물론 그것은 그레이즈 공작의 생각이었다.
“뭐, 가족이 인질로 잡혀 있을 수도 있지만 나도 봐줄 생각은 없다네.”
자신의 앞에서 단검을 들고 달려오는 자들의 상황을 염려할 생각은 없었다.
그레이즈 공작이 천천히 오른발을 들어 바닥에 내려찍었다.
쿠우웅!
파아아앗!
거대한 기파가 사방으로 퍼지기 시작하자 마나가 담긴 광풍을 버티지 못한 사내들이 뒤로 물러났고 다시 검을 들어 올려 휘두르는 순간 거대한 오러블레이드가 그들을 향해 쏘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