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공작 93화
무료소설 구름공작: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497회 작성일소설 읽기 : 구름공작 93화
제8장 이레스의 군대Ⅱ (1)
부들부들.
헨바인 백작은 자신의 손에 들린 왕실의 명령서를 보고 그저 손을 떨며 글을 읽어나갈 수밖에 없었다.
귀신 소동이 있은 후에 집무실이 박살이 나 있었고 상자도 사라져 당황을 했었다. 그리고 사방으로는 침입자가 있는지 찾기 시작했고 그들이 연락을 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상자를 이용하여 자신을 협박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었다.
협박이 아닌 그레이즈 가문이 요청한 영지전을 승낙하기에 준비하라는 왕의 인장이 찍혀 있는 명령서가 자신을 반겼다.
영지전이 일어난 이유는 몬스터의 숲을 습격하여 그레이즈 가문을 공격하려 했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왕가에서 직접 보낸 편지인 만큼 그 밑에 적혀 있는 또 다른 글이 자신을 긴장하게 하고 공포감을 휩싸이게 했다.
인신매매의 증거를 가지고 있으니 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닌 그레이즈 가문에서 무력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이 편지의 마지막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증거를 가지고 있다.
특히 인신매매에 대한 증거를 포착했다는 것은 귀신 소동을 일으킨 자들이 그레이즈 가문이고 귀신 소동을 일으켰을 때 상자를 훔쳤다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가문을 침입했다는 것을 들먹여 영지전을 막으려 했다가는 분명 그레이즈 가문에서 인신매매 증거를 내밀 것이고 그것은 자신의 무덤을 자기가 파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렇다면 헨바인 백작으로서는 선택할 것은 하나밖에 없었다.
‘도, 도망쳐야 한다.’
도주.
분명 이길 수는 없었다.
자신은 백작의 작위를 가지고 있는 귀족일 뿐이고 상대는 공작가, 그것도 자신을 키웠다고 볼 수 있는 옛 주군이자 테라인 왕국의 최강의 검이라 불리는 그레이즈 가문이었기 때문이다.
선택지가 도주라는 것밖에 없다는 것에 헨바인 백작이 잠시지만 고민에 휩싸이고 절망하고 있을 때였다.
벌컥!
갑작스레 집무실의 문이 열렸다.
헨바인 백작은 깜짝 놀라 바로 고개를 들으며 명령서를 숨겼고 집무실에 들어온 사내, 기사의 얼굴이 너무 당황스러워보이자 자신도 똑같이 당황하며 묻고 말았다.
“무, 무슨 일이냐!”
“그, 그레이즈 가문의 군대가 나타났습니다!”
“……!”
빠르다.
빨라도 너무나 빨랐다.
실제로 영지전이 시작되는 것은 왕실의 허락이 떨어진 이후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저 멀리 떨어져 있는 그레이즈 가문의 군대가 벌써 도착했다는 것은 왕실의 허락이 있기도 전에 움직였다는 것이었지만 문제는 그들이 먼저 도착했다는 것이 아니었다.
인신매매의 증거를 포착하고 있으며 몬스터의 숲을 선동시키려는 것에 보복을 하려는 그레이즈 가문의 군대가 벌써 코앞까지 당도했다는 것이었다.
쾅!
의자가 넘어질 정도로 갑작스레 자리에서 일어난 헨바인 백작이 소리쳤다.
“병, 병력은!”
“사, 삼만입니다!”
“……뭐?”
병력의 수는 영지의 크기에 비례한다고 할 수 있었다.
인구가 병사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남작의 영지는 일만의 병력을 수용할 수 있으며 자작의 영지는 삼만의 병력을 수용할 수 있으며 백작은 오만, 후작은 십만, 공작은 십오만의 병력을 소유할 수 있었다.
현재 헨바인 가문이 보유한 병력의 수는 백작의 영지인 만큼 오만, 하지만 기사의 가문이다 보니 육만에 가까운 병력을 소유하고 있다고 볼 수 있었다.
거기다 자신들은 수성을 펼쳐야 하는 공성전을 중심으로 전투를 벌일 것이니 그레이즈 가문이 보낸 병력은 최소 두 배인 십이만은 되어야 했다. 그런데 겨우 삼만이 왔다.
자신도 모르게 안도를 했지만 상대가 그레이즈 가문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고, 아직 도주라는 선택지를 선택하고 있었기에 잠시 당황하던 헨바인 백작이 군대를 이끌고 있는 사내를 물었다.
“사령관은!”
그레이즈 가문에서 유명한 기사가 사령관을 맡았다면 사실상 도주도 힘들다고 할 수 있었다. 사령관에 오를 정도로 전략전술을 사용할 수 있는 자라는 것이니 적들의 도주 방향을 미리 막아낼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병력.
사령관이 뛰어나다면 오히려 불안하다고 할 수 있었다.
“총사령관은 그레이즈 가문의 소가주 이레스 공자라고 합니다!”
“…….”
순간적으로 헨바인 가문이 무너져가는 이유가 떠올랐다.
테라인 왕국의 모든 백성들이 보는 앞에서, 유명 귀족들이 모여 있는 자리에서 무릎을 꿇으며 용서를 구하라고 말했던 이레스였고 그로 인해 자작가보다 못한 대우를 받고 멕케인 공작에게까지 버림받게 되었다.
“…….”
헨바인 백작의 눈에 작은 살기가 감돌았다.
“삼만이라고 했느냐?”
“그, 그렇습니다!”
“모든 병력을 집합시켜라.”
도주.
도주는 할 것이다. 하지만 그 전에 이레스를 뭉개버리려는 마음을 가지게 된 헨바인 백작이었다.
* * *
으르릉.
“……꿀꺽.”
그레이즈 가문의 병사들은 전부 산적들과 전투를 벌인 적이 있거나 몬스터의 숲에서 몬스터들과 전투를 벌인 적이 있는 전문적으로 전투경험을 가진 병사들이었다.
크르르릉.
“……미치겠다.”
“야, 야 말 걸지 마. 쟤네들 흥분한다…….”
문제는 그런 병사들도 인간보다 더 커다란 늑대를 타고 있는 가장 강력한 몬스터로 취급받는 오크들과 함께 움직이는 것은 처음이라는 것이었다.
출발하기 전에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는다고 들었고 이미 오크들과 만난 적이 있던 병사들이 먼저 다가가 친하게 지내는 것을 보기는 했지만 문제는 그들이 타고 있는 늑대들이 자신들을 바라보며 계속해서 침을 흘리거나 군침을 삼키고 있으니 죽을 것 같다는 것이었다.
거기다 지금은 적진의 앞에서 야영을 하고 있으니 군마를 지켜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고 그 군마(軍馬)에 다크 울프가 포함되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오크들은 울프들을 묶어놓고 함께 지키고 있고 가끔 조련을 하며 성격을 죽이고 있었지만 그 상황에서도 계속해서 자신들을 쳐다보니 정말 미칠 지경이었다.
몇몇 병사가 이레스를 힐끔 쳐다보았지만 그는 구름 기사단이라는 새로 창설된 기사들과 함께 오크들의 대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케르취와 함께 다크 울프를 바라보던 이레스가 천천히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케르취. 얘네들 어떻게 조련시켰어?”
“취익! 늑대는 말과 다르다보니!”
“다르다보니?”
“때려서 조련했습니다! 취익!”
“…….”
정말 오크다운 조련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게 실소를 흘린 이레스가 생각을 하는 듯이 턱을 쓰다듬으며 늑대를 바라보다 다시 입을 열었다.
“나도 조련할 수 있을까?”
“주, 주군!”
늑대를 조련시키겠다는 이레스의 말이 너무 충격적이었는지 구름 기사단을 대표해 벅튼이 소리쳤지만 그는 오히려 손을 앞뒤로 흔들어 입을 막은 뒤에 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취익! 가능합니다! 하지만 다크 울프들은 자존심이 강하기 때문에! 취익! 힘들…….”
케르취의 말이 끝나기도 전이었다.
퍼어어억!
이레스의 주먹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치는가 싶더니 강철로 만들어진 목걸이에 묶여 있던 다크 울프의 머리가 그대로 땅바닥에 박혀버렸다.
깨갱!
“…….”
“…….”
구름 기사단은 물론이고 케르취까지 멍하니 이레스의 행동을 바라보고 말았고 다크 울프가 살기가 감도는 눈으로 고개를 치켜들었을 때 그의 발이 아래에서 위로 강하게 올라갔다.
퍼어억!
부웅.
쿵!
다크 울프의 몸이 잠깐 뜨는가 싶더니 다시 땅으로 떨어졌고 이레스는 몸을 풀듯이 목을 좌우로 꺾고, 손목을 풀며 케르취에게 물었다.
“얼마나 패야 해?”
“……취익! 하루에 다섯 번을 반복적으로 팼습니다! 취익!”
“큰 부상을 입지 않을 정도로?”
“취익! 그렇습니다!”
황급히 정신을 차린 케르취가 계속해서 답을 해주자 고개를 살짝 끄덕인 이레스는 바닥에 철퍼덕 엎드려 자신을 올려다보는 다크 울프의 앞에 쪼그려 앉았다.
“앉아.”
“…….”
‘이미 앉아 있는데.’라는 의문이 잠시 들었지만 지금까지의 행동이 생각 이상으로 뜻밖이었기에 아무런 말을 하지 않을 때 다크 울프가 아가리를 벌린 채로 이레스의 얼굴을 향해 달려들었다.
탁!
크아…….
쉬이익!
퍼어억!
다크 울프의 날카로운 어금니가 눈앞에 당도하는 것과 동시에 늑대의 머리를 붙잡은 이레스가 강하게 눌러 다시 한 번 땅속에 박아버렸다.
“그래도 개과 동물인데 한번 교육하면 말은 잘 듣겠지.”
천천히 손을 떼며 작게 중얼거린 이레스는 다시 명령을 내렸고 다크 울프가 반항하는 듯이 다시 공격을 하려 하자 그 공격을 막아내고 다시 바닥에 꽂아버리며 벅튼에게 물었다.
“헨바인은?”
“정찰병에 의하면 예상대로 공성전을 선택하는 것인지 수성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우리와의 거리가 어느 정도 되지?”
“전투요새까지는 반나절 거리입니다.”
“가깝네. 다른 정보는?”
퍼어억!
질문과 동시에 이번엔 다크 울프의 얼굴을 향해 아래에서 위로 주먹을 올려친 이레스였고 그런 주군을 바라보며 벅튼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 최전방이어서 그런지 더 이상의 정보는 없습니다.”
“그럼. 케르취.”
“취익! 부르셨습니까!”
“애들은 어때?”
“취익! 흥분상태입니다!”
목소리가 약간 들뜬 느낌을 주었기에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어깨가 들썩이고 있는 케르취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니 그거 말고, 친하게 지내냐고.”
“취익! 알고 지내는 병사가 있었는지! 취익! 일단 몇몇은 잘 어울리고 있습니다! 취익!”
“그래?”
자신도 모르게 되물었고 케르취가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자 이레스는 바로 고개를 돌려 오크들과 어울려 지내는 병사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대부분이 아직은 어색했는지 따로따로 휴식을 취하고 있었지만 몇몇 오크들은 먼저 병사들에게 접근을 하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어떤 오크는 병사들의 장난에 속아 길길이 날뛰고 있었고 어떤 오크는 병사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었는지 고개를 앞으로 내밀며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좀 어려울 줄 알았는데.”
“벌써 꽤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렇긴 하지.”
생각해보면 벌써 두 달은 흘렀다고 볼 수 있었다.
알레인을 호위하기 위해 기사들이 움직이고 인도를 건설하기 위해 움직인 인부를 보호하기 위해 병사들이 파견된 적도 많으니 오크들을 처음에는 두려워했겠지만 그들이 자신들을 적대시하지 않자 친해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아무리 몬스터로 분류되어 있다고 해도 과거에는 자신들과 함께 하나의 종족으로 분류되어있던 오크들이었으니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오크들은 인간들이 사용하는 오러나 마법 등에 관심이 많았기에 서로 접근했던 것이다.
“저……. 주군.”
“왜?”
오크들과 병사들이 어울리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그리던 이레스는 벅튼의 부름에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고 그의 표정이 너무 이상하자 고개를 갸웃하며 물으려 할 때였다.
“저러다 죽을 것 같습니다.”
뒤에 서 있던 또 다른 구름 기사단의 기사 아덴의 말에 그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려보니 다크 울프의 머리가 진짜 땅속에 반쯤 파묻혀 있다가 천천히 고개를 들고 있었다.
다시 공격할 것이라 생각해 천천히 손을 내밀자 다크 울프가 몸을 움찔하며 떨더니 작게 울음을 토했다.
깨갱. 깨갱.
항복의 표시였다.
너무 빨리 항복하는 것에 의아해했지만 이레스는 작게 미소를 그리며 내밀었던 손을 다크 울프의 얼굴 앞에서 멈춰 세운 뒤에 말했다.
“앉아.”
단 한마디였다. 하지만 다크 울프는 반항하는 대신 앞다리를 꼿꼿이 세우고 뒷다리를 바닥에 대며 바라보았고 아주 슬픈 눈으로 이레스를 바라보았다.
“…….”
“…….”
또 한 번 입만 벌리고 있는 구름 기사단과 케르취였고 이레스는 자신의 명령을 들은 다크 울프의 모습에 미소를 그리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착하네.”
“…….”
정말 착하기에 명령을 따르는 것이냐고 반박을 하고 싶었지만 지금까지 다크 울프를 조련하는 이레스의 모습이 너무 잔인했기에 입을 열수가 없었다.
아무리 몬스터라고 해도 죽이는 것도 아니고 그냥 패고 명령을 내리고 말을 안 들으면 또 패고 명령을 내리고를 무한 반복했으니 다크 울프는 솔직히 말해 착해서 명령을 들은 것이 아니라 무서워서 명령을 이행했다는 것이 옳은 말이었다.
증거로 다크 울프의 눈에는 살기 대신 공포감이 휩싸여 있었다.
이레스가 그런 다크 울프의 상태를 모르는 듯이 계속해서 머리를 쓰다듬으며 케르취에게 물었다.
“10분도 안 걸린 것 같은데?”
“……취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