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공작 9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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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444회 작성일소설 읽기 : 구름공작 92화
제7장 이레스의 군대Ⅰ (3)
입구를 지키던 오크와 마찬가지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을 했고 이레스를 그 모습이 마음에 들어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현재 병력의 수가 어떻게 돼?”
알레인이 붙어서 오크의 마을을 발전시키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면 케르취도 병력이라는 단어를 알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오만의 전사들이 있습니다.”
“그럼 거기…….”
바로 오크를 모집하려 했던 이레스가 잠시 입을 다물고 케르취를 바라보았다.
“……몇 명?”
“오만의 전사가 있습니다.”
“이……. 미친.”
“취익! 왜 그러십니까?”
“아니야.”
인간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 30년이라는 수명을 가진 오크족이었지만 그들이 태초부터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는 출산률이 인간보다 수십 배는 뛰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처음 만났을 때만해도 1천이 채 되지 않았는데 벌써 오만이라고 하니 놀라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케르취도 이레스가 놀란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는지 바로 입을 열어 설명을 했다.
“취익! 몬스터의 숲에는 저희 검은갈퀴족만 살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취익!”
“아…….”
바로 이해가 됐다.
“다른 애들을 흡수했다?”
“취익! 그렇습니다.”
어떻게 보면 케르취의 설명은 인간의 설명보다 더 간단했다. 거짓말하는 것을 치욕스럽게 여기는 탓으로 과장이나 부과설명이 없었기 때문이다.
신기하다는 듯이 케르취를 바라보던 이레스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로 물었다.
“거기서 몇 명 뺄 수 있…….”
아무리 병력이라는 단어를 알아도 영지의 총 군사력 중 영지를 지킬 수 있는 병력, 즉 최소병력이라는 단어는 모를 것이라 생각한 이레스가 다시 고개를 저으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에 빠져 있을 때 케르취가 고개를 갸웃하며 입을 열었다.
“취익! 몬스터의 숲으로 정벌을 위해 깊게 들어간 전사들은 부르지 못하겠지만 주위를 정찰하는 취익! 전사들은 대충 삼만 명이 있습니다! 취익! 거기서 마을을 지킬 전사들을 제외하면 이만의 전사들을 부를 수 있습니다.”
“……최소 병력이라는 걸 알아?”
“취익! 작은 주인에게 책을 받아 공부하고 있습니다! 취익!”
병법서를 말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책도 읽어?”
“취익! 노력했습니다! 취익!”
기분 좋은지 미소를 그리며 말하는 케르취의 모습에 피식 웃음을 터트린 이레스가 대단하다는 듯이 어깨를 두들겼다.
케르취는 자신의 주군이 칭찬하는 것처럼 보이자 히죽히죽 웃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취익! 울프전사도 있습니다! 울프전사!”
마치 어린아이가 부모님에게 칭찬을 받기 위해 소리치는 것처럼 보였다.
이레스는 자연스럽게 고개를 갸웃했고 케르취는 바로 그를 이끌고 집을 나와 마을을 벗어나 몬스터의 숲으로 들어섰다.
자신을 따라오라는 케르취의 말에 자연스럽게 그를 따라 숲에 들어서 이레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울프전사가 뭐야?”
“취익! 병법서를 읽으니 인간들에게 취익! 기마병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취익!”
“그렇지.”
“그래서 만들었습니다! 취익!”
“……뭘?”
“취익! 기마병을 만들었습니다! 취익!”
“…….”
이레스는 걸음을 옮긴 채로 고개만 돌려 케르취를 바라보았고 그가 큰 미소를 띠며 자신을 바라보자 바로 고개를 돌려 정면을 바라보았다.
크르릉!
다다다닷.
아우우울!
나무를 뽑아버린 것인지 군데군데 메운 흔적이 있는 거대한 공터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 공터를 누비고 다니는 늑대와 그 늑대를 타고 다니는 오크들이 눈에 들어왔다.
“…….”
“취익! 울프전사입니다! 취익!”
“미……친.”
이레스는 또 한 번 자신도 모르게 욕설을 내뱉고 말았다.
기마병을 따라 만들었다고 하여 그냥 말을 타고 다니는 오크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오크들은 말 그대로 늑대를 타고 있었다. 그것도 평범한 늑대가 아닌 블러디 울프보다 더 위험하다고 소문난 온몸이 검은색으로 물들은 늑대형 몬스터인 다크 울프를 타고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었다.
“다, 다크 울프가 서식하고 있었어?”
전생에서도 몬스터의 숲에 다크 울프가 서식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그저 리자드맨과 핑거 와일드 보어, 코볼트, 오크 등의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몬스터들이 서식한다고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다크 울프.
그들은 온몸이 검은색으로 물들었다고 그냥 그리 부르는 것이 아니었다.
늑대에서 진화한 몬스터 중에 가장 이성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아침에는 잠을 자고 늦은 저녁에 자신의 색을 이용하여 몸을 감추고 사냥감이 방심할 때까지 기다리다 사냥을 하는 지능을 가지고 있어 그리 부르는 몬스터였다.
하지만 지능이 있기에 위험을 감지하는 능력이 뛰어나 대륙에서 보기 힘든 늑대들이기도 했다.
“취익! 어떻습니까! 취익!”
“……잘했네.”
“취익! 감사합니다!”
칭찬을 받고 기뻐하는 듯이 몸을 들썩이는 케르취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이레스가 다시 고개를 돌려 사방에 돌아다니는 울프 전사들을 바라보았다.
“취익! 울프전사라고 부르고 있지만! 취익! 이름을 붙여주십시오.”
“……이름?”
이레스는 잠시 고개를 갸웃하며 중얼거렸지만 여전히 칭찬받아 좋아하는 케르취의 모습에 작은 미소를 그리며 말했다.
“울프 라이더가 좋겠네.”
말 그대로 늑대를 타는 사람이라는 뜻이었다. 너무 단순했지만 그 이상 어울리는 이름은 없었다. 하지만 바꾸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취익! 울프 라이더! 울프 라이더!”
너무 좋아하는 케르취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 * *
벅튼이 기사단장으로 있는 기사단을 창설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게 풀렸다.
본부에서 말하는 다섯 개의 조건이 필요하지 않는 이레스의 직속 기사단으로 창설했기 때문이다.
그리폰 기사단이 그레이즈 가문의 사람들을 지키고 있지만 원래는 가문의 사람들은 하나의 기사단을 소유하거나 창설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레스가 직접 나서서 직속 기사단을 만든다 하니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었다.
모든 기사들이 충성과 복종을 맹세한 지 이틀이 지났을 때 그레이즈 가문에는 구름 기사단이라는 기사단이 창설되었다.
처음 벅튼을 포함하여 구름 기사단의 단원이 된 기사들은 의아해했다.
대부분의 기사들이 몬스터나 동물, 또는 기사단의 특유의 색을 지정하여 기사단을 창설하는데 구름이라는 것은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추측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의문도 오래가지 않았다.
“아마 기사단의 이름이 왜 구름인지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야.”
지하연무장 한쪽에 앉아있는 이레스의 중얼거림에 스무 명의 구름 기사단원들이 동시에 그를 바라보았다.
이레스는 기사들의 눈빛을 읽고 작은 미소를 그렸다.
“구름이 뭔지는 알지?”
“그, 그렇습니다.”
아덴이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를 떨며 대답하자 이레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냥 내 꿈이라고 생각해.”
제대로 대답도 해주지 않으면서 왜 그 이야기를 꺼냈는지 당최 알 수가 없던 그들이었지만 이레스는 그저 기사단 창설할 때 기사단 이름란이 비어 있자 바로 구름 기사단이라고 적어놓았다.
과거로 돌아왔을 때 꿈인 줄 알고 레이온 왕자에게 했던 말이 너무 창피한 나머지 머릿속에 너무 깊게 박혔기 때문에 그냥 적은 것이었다.
울프 라이더라는 이름을 붙여줄 때와 마찬가지로 귀찮게 이름 가지고 고민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 체력훈련도 전부 끝나가니.”
이레스의 목소리가 귓속을 파고드는 순간 기사들의 표정이 암담해졌다.
겨우 이틀이었다. 하지만 그 이틀 동안 지옥 같은 시간을 보냈던 사람들이 그들이었다.
체력훈련은 평소에 하던 훈련과 똑같았다. 하지만 그 이후에 있는 일대일 대련이 너무 무서웠기 때문이다.
대련도 평범한 대련이었다. 하지만 처음 자신의 동료와 대련을 하는 것이 끝났을 때 이레스는 패배한 사람들만 불러 모아 다시 대련을 시켰고 최종적으로 한 사람이 남았을 때 직접 나서서 교육을 시켰다.
그래서 그들은 두려워했다. 레이온 왕자나 데우스 왕자를 가르칠 때와는 다르게 봐주는 것 없이 정령술과 검술을 전부 사용해서 대련을 하며 교육시켰기 때문이다.
참고로 이레스와 직접 대련을 했던 기사는 큰 부상을 입지 않았지만 녹초가 되어 집으로 돌아갔고 그 다음날 검과 박투술을 동시에 사용하여 대련에서 승리를 하고 안심을 했다.
대련에서 최종적으로 패배한 기사들은 모두 그렇게 됐다.
꼭 다음날이면 승리를 했다. 공격도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사방에서 바람의 화살이 날아들고 땅이 움직이고 흙으로 만들어진 주먹이 나타나 코앞에서 멈추는 경험을 다시는 겪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레스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자 기사들도 천천히 기마자세를 풀며 군침을 삼켰고 옆에 놓인 검을 쥐는 순간 눈을 감으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
“…….”
이레스의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고정되었다.
“아마 사흘 뒤면 정식으로 왕실에서 허락이 떨어져 영지전을 할 거야.”
“……예?”
처음 듣는 이야기였기에 벅튼이 자신도 모르게 반문을 하자 이레스가 검집에서 검을 꺼내 늘어트리며 목을 좌우로 꺾으며 몸을 풀었다.
“헨바인 백작이라는 애가 미친 짓을 해서 없애야 하거든.”
“…….”
“그래서 오랜만에 쌈박질을 해야 야는데 하필 이번에 아버님이 영지전의 모든 것을 내게 위임했네.”
“…….”
느낌이 점점 안 좋아지는 기사들이었다.
“명령 떨어지기 전에 먼저 출발하려고 생각했으니까. 내일 출발할 거야.”
“…….”
벅튼을 제외하고 모두 몬스터와 싸우거나 산적을 토벌한 것이 전부였기에 진짜 전쟁은 처음이었다. 그것도 기사단이 창설된 지 나흘 만에 전투에 참여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구름 기사단.
그들은 오크족과 함께 전장에 참여하는 최초의 기사단으로 이름이 남게 된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