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공작 9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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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20회 작성일소설 읽기 : 구름공작 91화
제7장 이레스의 군대Ⅰ (2)
이레스는 주점 안에서 보기 힘든 정적을 만들어버린 아덴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씨익 미소를 그리며 한마디 했다.
“일어나. 그리고 내 뒤에 서.”
“명을 받들겠습니다!”
아덴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걸음을 옮겨 자신의 뒤에 서자 이레스는 그런 아덴을 힐끔 쳐다보고는 다시 벅튼에게 시선을 돌렸다.
과연 이렇게까지 해서 이 기사들을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어야 할지 의문이 들 수도 있었지만 이레스는 벅튼과 전생에서 아주 유명했던 기사, 아덴을 알고 있었기에 이런 일을 만들었다.
그리폰 기사단의 서열 3위였던 벅튼은 그리폰 기사단을 나온 뒤 5년을 더 평기사로 활동하다 갑작스레 은퇴를 선언하고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갔다.
은퇴했을 때의 나이가 마흔여덟 살이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실제로 은퇴를 생각해도 무방한 나이였지만 익스퍼드 상급 경지에 올라서 있던 벅튼을 생각하면 아직 전성기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검술과 강한 체력, 정신력,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경험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었다.
아덴은 말했듯이 전생에서 자신이 멕케인 공작에게 목숨을 잃기 전까지 전장을 누비고 다녔던 노장의 기사였으니 반드시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것도 갑과 을의 관계가 아닌 신뢰와 충성으로 맺어진 주군과 기사의 인연으로 만들어야 했다.
벅튼이 자신을 향해 미소를 짓는 이레스의 모습을 보고 그의 생각을 정확하게 추측할 수가 없자 자신도 모르게 천천히 입을 열어 수하들을 설명했다.
“총 스무 명입니다.”
“기사단으로 만들기에 최소 인원이긴 한데 정예는 좀 그러니까 몇 명 더 불려.”
“아무리 충성을 맹세한다고 하지만 전부 집안에서 문제가 생긴다면 일을 내팽개칠 아이들입니다. 그것은 아덴도 마찬가지고요.”
“이해하지.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더욱더 충성스러운 사람들일 거라고 생각하는데. 자신의 가족을 버리는 사람들이 많은 상황에서 가족을 지키니까.”
“…….”
“벅튼 자네도 마찬가지야.”
꿀꺽꿀꺽.
탕!
강하게 테이블 위로 맥주컵을 내려놓은 이레스가 장난스러운 미소를 그렸다.
“내가 알기로 자네가 고아원에게 돈을 부쳐준다고 들었는데.”
“그, 그것을 어떻게.”
자신들도 처음 듣는 이야기였는지 벅튼을 따르는 기사들을 물론이고 이레스 일행을 바라보던 주점의 손님들조차 벅튼에게 고개를 돌렸다.
벅튼은 갑작스럽게 모이는 시선 때문에 창피했는지 얼굴이 살짝 붉어졌고 이레스는 그런 그의 모습이 너무 재미있어 실소를 흘리고 말았다.
물론 벅튼이 놀란 것처럼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였다.
익명으로 은행을 통해 고아원에 돈을 부치기에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이번에도 전생의 기억이 도움이 되었다.
고아원에 몇 년 동안 익명으로 돈을 부치자 그 고아원의 원장이 어느 날 은행을 직접 찾아와 간곡히 부탁을 하여 익명의 사내가 벅튼이라는 것을 알아내고 영주성까지 찾아와 직접 감사를 표했기 때문이다.
“그 고아원의 아이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후원을 해주지.”
테라인 왕에게 받은 마나석을 데미안의 마법공학을 통해 제작하고 그 제작된 아티팩트의 유통을 맡아 그레이즈 가문은 현재 돈이 쌓일 대로 쌓였으며 몬스터의 숲에서 오크들이 일주일을 주기로 몬스터의 시체를 가지고 와 그것을 연금술사들에게 판매를 하여 넘쳐흐르는 것이 돈이었다.
고아원이라면 계속해서 아이들이 들어올 것이다. 한마디로 그레이즈 가문이 망하기 전까지 후원을 해야 했지만 어차피 후원이라고 해도 고아원의 건물 보수공사, 생활용품, 교육이 전부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중 생활용품을 제외하면 모두 그레이즈 가문에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었으니 그렇게 큰 손해가 나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 중에 잠재된 능력을 가진 아이가 있으면 오히려 더 이득이었다.
벅튼의 눈빛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이레스는 다시 고개를 돌려 아직 자리에 앉아있는 기사들을 바라보았다.
갑작스레 자신과 눈이 마주치자 몸을 흠칫 떨더니 고개를 숙이는 기사들의 모습에 작게 웃음을 터트리고만 이레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나 해줄 테니까 잘 들어봐.”
“…….”
기사들이 다시 한 번 고개를 들어 이레스를 바라보았고 흥미로운 표정으로 일행을 지켜보던 주점의 손님들조차 이레스를 바라보았다.
“클라리아, 데미안, 데인은 현재 그레이즈 가문을 대표하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지, 물론 데인 그 새……. 아니 데인 기사는 왕실호위기사단에 입단을 하여 레이온 왕자님을 지키고 있지만 나는 그들을 테라인 아카데미에서 만났고 그들의 능력을 알아보고 그들을 데리고 왔어. 어떻게 데리고 왔는지 알아?”
다섯 기사는 대답을 하지 못했고 이레스는 작은 미소를 그리며 먼저 남동생이 중병에 걸렸다고 했던 엔델스라는 금발의 기사를 바라보았다.
“클라리아의 여동생과 데미안은 선천적인 병을 가지고 있어 죽을 때까지 가야 하는데 그것을 고쳐줬지.”
“……!”
병을 고쳤다는 이야기 때문인지 엔델스의 눈이 부릅떠졌다.
큰 병이나 죽을 때까지 가지고 가는 선천적으로 가진 병을 고치는 데에는 큰 금액이 들어간다.
그것도 평범한 백성이라면 절대로 해결할 수 없는 큰 금액을 통해 신관을 부르고 신관이 없는 영지라면 연금술사를 부르고 치료사를 불러야 했다.
“큰돈이 필요했고 큰돈이 들어갔지. 하지만 인재를 찾는데 돈이라는 것은 그저 철조각에 불과하다는 게 아버지의 말씀이지.”
정말 그레이즈 공작은 이번 생에서는 아니지만 전생에서 자신을 불러 술을 마실 때 그런 이야기를 했었다.
‘정말 네가 사람들을 얻길 바란다면 작은 피해를 입든, 큰 피해를 입든 감수하고 얻어야 한다. 그 인재로 인해 피해를 입은 모든 것을 회복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레이즈 가문이 더욱더 발전할 수 있으니까.’
이레스가 잠깐이지만 아버지와의 추억을 떠올리고 있을 때 엔델스가 더 이상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레스는 바로 고개를 돌려 동생만 다섯 명이 있지만 기사로서 받는 봉급을 전부 쏟아 부어도 정식교육을 받지 못하는 것이 고민이라는 베니스라는 기사를 바라보았다.
“데미안, 그 자식 가족만 열 명이 넘더라. 그리고 그 모든 아이들의 교육을 해결하고 집을 마련해줘서 뛰어난 천재 마법공학자를 얻을 수 있었지.”
베니스가 더 이상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이후 이레스는 계속해서 한 기사, 한 기사의 고민을 지금까지 자신이 해온 일을 예시삼아 이야기해주었고 한 기사를 제외하고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자 바로 남은 기사, 벅튼을 바라보았다.
“스무 명.”
“…….”
“전부 받아주지.”
“…….”
“데리고 와. 대신 그들을 훈련시켜서 제대로 된 기사로 만드는 것은 내가 하고 네가 기사단의 인원을 더 불려야 할 거야.”
“……!”
“……!”
다른 기사들이라면 지금까지 말한 것을 제외하더라도 반드시 찾아올 수밖에 없는 엄청난 유혹의 제안이었다.
어린 나이임에도 테라인 왕국에서 최고의 검술 스승으로 알려진 이레스가 직접 수련시켜준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레스에게 그 제안은 당연한 것이었다.
1년에 수십 명의 기사가 배출되는 곳이 그레이즈 가문이었다.
당연히 선생들은 한 명, 한 명에서 정신을 쏟아부을 수 없는 상황이라 대부분의 기사들의 실력은 그저 마나를 이용하는 병사와 다를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 * *
내일.
정식으로 부하들과 함께 찾아오겠다는 이야기를 끝으로 벅튼의 기사단과 헤어진 이레스가 향한 곳은 몬스터의 숲이었다.
“취익! 신물의 주인을 뵙습니다!”
“취익! 신물의 주인을 뵙습니다!”
몬스터의 숲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입구를 지키던 두 오크의 인사를 받은 이레스는 미소를 그리며 물었다.
“케르취는?”
“취익!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두 오크는 바로 고개를 들어 서로를 바라보았고 이내 한 오크가 몬스터의 숲으로 들어가자 이레스는 남은 오크를 바라보며 미소를 그렸다.
“하나 물어봐도 될까?”
“취익! 어떤 것을 물어보셔도 취익! 제가 알고 있는 것이라면 대답해보겠습니다!”
“……점점 대륙공용어가 능숙해져.”
신기하다는 듯이 아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린 이레스가 다시 미소를 그리며 물었다.
“전쟁이 일어났다고 하면.”
“취익! 선봉에 서겠습니다!”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하는 오크였다.
이레스는 그런 오크를 빤히 바라보았고 만족했다는 듯이 진한 미소를 그리며 그의 어깨를 두들겼다.
“역시 위대한 전투종족이구나.”
“취익! 칭찬 감사합니다!”
또 한 번 고개를 크게 숙이며 감사를 표한 오크를 향해 몇 가지 질문을 던지고 있을 때 검은갈퀴족의 족장 케르취가 빠른 속도로 달려오더니 그의 앞에서 멈춰 서 한쪽 무릎을 꿇었다.
“취익! 검은갈퀴족의 족장 케르취가 신물의 주인을 뵙습니다! 취익!”
“…….”
보름 정도 보지 못했지만 여전히 충실한 케르취의 모습이 약감 감동적이었다. 이레스는 몬스터의 숲을 찾아온 이유를 떠올리고는 바로 그를 불렀다.
“케르취.”
“취익! 부르셨습니까.”
“전쟁 좋아하지?”
“취익! 오크는 전장에서 죽는 것을 명예로 생각합니다! 취익!”
“그래?”
잠시 생각을 하던 이레스가 케르취에게 손을 내밀어 그를 일으켜 세운 뒤에 함께 오크의 마을로 향하며 다시 질문을 던졌다.
“현재 몬스터의 숲은 어느 정도 정복했어?”
“취익! 작은 주인의 말을 따르면 지도의 절반을 했다고 했습니다! 취익!”
“……빨리도 했네.”
몬스터의 숲은 전생에서도 정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광대한 크기의 숲이었다. 그런데 그런 몬스터의 숲을 인간들이 알고 있는 몬스터의 숲에 절반이나 정복했다는 것은 엄청난 속도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케르취에게 또 한 번 몬스터의 숲에 질문을 던지며 걸음을 옮기던 이레스는 오크의 마을 앞에 도착하자마자 걸음을 멈추며 헛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아니, 무슨 올 때마다 달라져.”
뭔가 이상하다 했는데 그레이즈 영지의 동쪽 성문부터 오크의 마을까지 건설되던 인도가 완성되어 있었고 마을 입구에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으며 성벽 위에는 수십 명의 오크들이 거대한 활을 들고 경계를 서고 있었다.
완벽한 하나의 영지가 만들어졌다.
“취익! 고민이 있으십니까?”
“아니야.”
갑자기 걸음을 멈추는 자신의 모습에 케르취가 질문하자 고개를 저은 이레스는 다시 걸음을 옮겨 오크의 마을에 들어섰고 케르취의 집에 도착하는 순간 바로 의자에 앉으며 물었다.
“전쟁이 일어날 거야.”
“취익! 저희 검은갈퀴족이 선봉에 서겠습니다!”
역시 전투종족인 오크였다.